로스트미디어 관련하여 타고 들어왔는데 흥미롭고 기묘한 썰들을 재밌게 읽어서 나도 하나 풀어보려고 한다. 괴담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으니 일단 기묘한 썰, 기묘한 이야기 정도라고 표현하겠다. 


군에 있을 때 내 보직은 유해발굴병이었다.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미수습 6.25 전쟁 전사자 분을 찾고 발굴해서 수습하는 보직이라고 보면 된다. 더 자세한 건 위키에 검색해보는 게 나을 것이다.


보직 특성상 실제 전사자 분의 유해를 수없이 마주한다. 군병원 정도를 제외한다면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보직이지 않을까 싶다. 군대+죽음이라는, 괴담이나 귀신 이야기가 나오기 좋은 두 요소가 섞였으니 얼마나 기묘한 이야기가 많겠는가. 당장 자대부터가 서울현충원에 있기도 했고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군생활 동안 특별한 기현상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사유로 선임, 동기, 간부들로부터 관련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 가운데 인상깊었던 사례 하나를 소개해볼까 한다.


몇 다리 건너 전해 들은 이야기이고, 나도 전역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부정확할 수도 있다는 건 단서로 달고 시작하겠다. 이야기, 경험, 지식 등이 혼합되어 착종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언이 길었다. 2010년대 경북 문경 지역에서 진행된 유해발굴 당시의 이야기이다. 경북 문경에서는 1950년 7월, 즉 한국전쟁 초기에 전투가 발생했다. 


모 고지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하던 도중 일명 '하이바', 즉 M1 방탄헬멧이 발견되었다. 대개 총, 총탄 등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지만, 유해발굴병은 방탄헬멧, 단추, 전투화 밑창 등 장구류에 더 관심을 가진다. 


특히, 삼남 지방의 경우, 주거지와 전적지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전후에 쓸만한 장구류를 집어간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장구류가 남아있다면 외부의 접촉이나 접근이 최소화됐을 것이기 때문에 유해 식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내 조심스럽게 방탄헬멧을 들어냈고 그 안에는 거무죽죽한 것이 있었다 한다. 추가적으로 노출을 진행하니 그 거무죽죽한 것은 전사자 분의 두개골 위에 남아있던 머리카락임이 드러났다.


웬 머리카락인가 싶겠지만 이보다 훨씬 오래된 유해에도 머리카락이 잔존해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70여 년 간 두개골을 감싸고 있던 방탄헬멧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최종적으로 해당 장소에서 유해는 2구가 수습되었다. 정확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지만, 처음 발견된 전사자 분 아래에서 또 다른 전사자 분이 발견되었다는 듯싶다. 


이떠한 경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에게 말해준 이는 "마지막까지 전우를 지키다 사망한 의무병이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을 들었음도 빼놓지 않았다.


사건은 해당 유해를 수습한 이후에 일어났다. 수습한 유해였는지 유품을 보관할 자리가 부족하였던 것이다. 결국 생활관 내 침대 아래에 임시로 보관했다고 한다. 정황상 아무래도 상기한 방탄헬멧을 포함한 유품이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이야기의 방향을 잠깐 돌리면, 당시는 군 휴대폰 보급의 과도기로 수신 전용 휴대폰이 보급되었다고 한다.


침대 아래 유품을 두고 취침시간이 되어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야밤에 갑작스레 전화벨이 울렸다고 한다.


잠을 청하던 병사들은 수상쩍은 전화벨에 일어난 순간 서로 눈을 마주쳤다. 시간은 12시 정각이었다.(정확한 시간은 아닐 수 있다.)


전화벨이 몇 차례 울리더니 다시금 생활관 안은 침묵을 되찾았다. 모두가 분명히 전화벨을 들었으나 원래 같으면 찍혀있어야 했을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지 않았다. 연락 내역은 깨끗했다고 한다. 별 수 없이 단순 우연이겠거니 여기며 다시금 잠을 청했다.


적막이 감돌던 생활관에 다시 전화벨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병사들은 역시 소리가 듣지마자 일어났고, 바로 서로가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개인의 이상함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한다. 


문뜩 시계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손목시계를 들여다 봤다. 시계는 역시 1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다. 선임은 후임에게 휴대폰을 재차 살펴보라고 했다. 전화벨은 이내 끊어졌으나, 역시 부재중 전화를 비롯한 일체의 연락 내역은 없었다고 한다.


이후 이런 상황의 몇 차례 더 반복되며 결국 잠을 설쳤다고 한다. 다행히 이후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날 밤 울렸던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날 이후 침대 아래의 유품을 옮겼다고 한 것 같기도 하나, 정확한 기억인지 내가 만들어낸 기억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밑밥을 깐 것 치고는 군대에서 흔히 있을법한 '연결되지 않은 무전기' 괴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매시 정각이라는 점과 수신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폰이었다는 점, 그리고 우연히 생활관 안에 있던 유품 등 요소는 기묘함을 남긴다.


좀 더 독특하거나 섬뜩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삼삼하고 밍밍한 글이라서 송구스럽다. 나도 직접 경험한 건 아니고, 한 두 다리 건너서 들은 이야기니 '믿거나 말거나'로 끝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보다 심령적인 이야기도 있고, 군생활 중 개인적인 신변잡기도 있으나 글이 늘어질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풀어보겠다. 이밖에 궁금한 게 부분이나 내용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