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곰지가 곰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걸 보고 생각났는데

흔히 곰탱이들 많이 산다고 불곰국이라 불리는 러시아에서 곰이 Медведь란 말임? 근데 이게 원래 곰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는거지

이게 원시 슬라브어  *medvědь라는 거에서 나왔다는데, 이게 곰 자체가 아니라 그냥 '꿀 먹는 금마'정도 뜻을 가지고 있음

이렇게만 보면 그냥 개미핥기 이런식으로 지어놓은거 아닌가? 싶지만 이 고대 슬라브어에는 곰 그 자체를 부르는 다른 단어가 있었대

저 *medvědь는 곰을 경원시하는 의미에서 일부러 임금님 피휘하듯이 돌려 부른거라더라고 히틀러를 오스트리아 화가라고 부르는거처럼

근데 곰을 원래 이름으로 부르길 모두가 꺼려해서 저  *medvědь가 원본 뜻을 흡수해버리고 원래 곰을 의미하는 단어는 잊혀짐

그래서 지금 러시아인들은 고대인들의 곰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피휘명을 아직도 쓰고 있는거지

슬라브 원조집 우크라이나도 같은 어원의 ведмідь를 쓰고 있음. 순서만 바뀌었지


이외에도 세계 꽤 많은 곳에서도 곰을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칭송하는 의미에서 생겨난 명칭이나 표현이 꽤 많이 발견됨

멀리 가지 않아도 영어의 bear, 그리고 독어의 bär가 있는데, 맥락이 러시아어랑 비슷함
이 bear는 게르만어 *berô/beron에서 나왔는데, 얘도 곰 그 자체가 아니라 '갈색깔 금마'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음. 마찬가지로 원래 곰을 부르던 어휘는 실전되었고

이외에도 라트비아어의 lācis는 '쿵쾅거리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

어떻게 곰 이름이 쿵쾅이

이후에도 비슷한 트렌드가 있었는지
북미에 서식하는 회색곰의 영어명칭 그리즐리(Grizzly)도 소름끼친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Grisly에서 따왔다는 얘기가 있음


그래서 곰지도 비슷한 의미라면 저러한 사례가 아닐까 싶네

아무래도 생태계에서 무력도 최강급에 속하고 지능도 높은데다 미식가 기질까지 있어서 고대에는 곰탱이들이 확실히 공포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음

만약 우리가 댕댕이를 너무 무서워해서
고대인들이 댕댕이를 '뼈다귀에 살코기 붙은거 먹는 걔'로 돌려 말하던게 지금까지 내려오고 오히려 댕댕이를 뜻하는 원래 단어가 사라진다면
그거 나름대로 꽤 신기할듯

반대로 착한 것을 뜻하는 고대 에이레어 math에서 따온 에이레어 단어 mathúin도 있고, 상서로운 것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भल्ल가 존재하기도 함

아는 착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