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괴미챈 알게되고 흥미로운 글 잘 읽었음. 내 꿈 얘기 적어보려고 함.


별 거 없는 초등학생 때 이야기.


지금이야 불면증에 시달리는 처지지만 저맘때 나는 항상 저녁 10시 쯤에 잠들면 오전 7시까지 숙면하는 아이였다. 화장실 가고싶거나 목 말라서 깬 적도 없는 착한 어린이.


근데 딱 이틀. 딱 두 날은 새벽에 깬 적 있는데 첫 번째는 주택집에 살던 9살 때였다.


새벽 몇 시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지금은 자다가도 손먼 뻗으면 폰으로 시간을 보면 된다지만 스마트폰은 당연히 없던 시절인데다 당시 유행하던 슬라이드폰 폴더폰 같은 건 자식교육에 해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셔서 누운 채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다만 자고 일어나니까 부모님도 다 주무시고 엄청 컴컴한 새벽 시간대... 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


참 이상했다. 어릴 때 내 방에는 창문이 없어서 방문을 열어야지만 전자레인지에 딸린 전자 시계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으니.


고개를 살짝 드니 눈에 들어오는 거실의 식탁과 전자레인지. 방문이 열려있었다. 왜지?


평소에 잘때는 부모님이랑 동생이 같이 자는 안방 문도 내 방문도 굳게 닫고 잤다.


그날은 겨울방학 중 하루였다. 더운 여름날도 아니었는데 왜 열려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도 잠시. 별 생각 없이 식탁 쪽으로 시선을 옮긴 난,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거실의 식탁에는 의자가 3개 있었다. 내 방문을 열면 그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어머니께서는 그 의자 위에 가방이라든지 옷이라든지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놔둘 때가 있었다.


그래 분명히... 가방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단발 머리에 큰 눈, 찢어진 입꼬리의 여자 아이 얼굴. 그것이 의자 위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 보다는 유령의, 그러니까 불투명한 연기가 하늘거리는 얼굴이었다.


난 누운자세 그대로 굳은 채 실눈을 뜨고 그것을 지켜봤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큰일날 거 같은 기분이 본능적으로 들었던 거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스럭.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의자 아래로 살짝 움직였다.


머릿속엔 눈을 질끈 감는 것 외엔 생각나지 않았다.


'제발 가라. 제발 가라...!' 하면서 해가 뜨기 만을 기다릴 뿐.


그렇게 벌벌 떨다가 안방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아침 7시 20분쯤이었던가. 부모님 기상 소리와 밝은 해가 뜨고나니 공포감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녀석의 정체도 알 수 있었다. 동생이 다니는 유치원생용 가방이었다. 재질이 천이 아니라 플라스틱(?) 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빛이 반사되는 재질이어서 아마 달빛이 반사돼서 귀신 얼굴로 착각했던듯 했다... 맞겠지?


두 번째는 12살 때 일이다.


귀신 얼굴(?)을 봤던 주택에서 이사를 가고 침대 딸린 아파트로 이사갔다.


조금 크고나니 초등학교 고학년이랍시고 부모님께셔 핸드폰도 사주셨다. 그것도 보급형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뭐 하여튼 그런 경우가 있지 않나. 깨기 딱 5분 전에만 꿈 내용이 기억나거나 꿈을 꾸거나 하는 경우. 이번에는 그런 케이스다.


한 꿈을 꿨다. 텅 빈 새햐얀 공간에 나만 혼자 있는 꿈.


꿈 속의 나는 별 생각 없이 벌러덩 누운 채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발치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왼발에 작은 요괴(?)가 붙어있던 것이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이나 해리포터의 집 요정 도비, 영화 디센트 시리즈의 동굴 속 괴생명체를 합쳐 놓은 듯한 녀석. 두 눈은 멀어버린 걸까 백탁이 진했다.


아무튼 녀석이 큰 해가 되지 않는 다는 건 자명했다. 같은 중엔 키가 큰 편(158센티정도?)이었다지만 왼발에 딱 달라붙은 녀석의 신장은 내 무릎까지 오지도 못했고, 녀석이 손으로 내 발톱 쪽을 조물딱 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아무 느낌도 안 나서 그냥 내버려뒀다.


그러다 갑자기 녀석이 한 마디 했다.


"발톱 내꺼다. 가져간다."


뭔 소리지 싶었는데 녀석의 손에는 내 왼쪽 새끼 발톱이 있었다. 손으로 뜯어버린 게 아니라 손톱깎이나 칼로 자른 것 처럼 예리하게 잘려있는 발톱.


뭐 악마가 영혼을 가져가는 거도 아니고 고작 발톱이라니. 어린 나이에도 하찮고 어이가 없어서 따졌다.


"그걸 왜 가져가나!"


그러고는 딱 꿈에서 깼다. 폰이 생겨서 이번엔 바로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여름 날 새벽 6시.


일어나서는 곧장 왼발부터 확인했다. 근데.


꿈에서처럼 똑같이 왼쪽 발톱이 떨어져있었다. 떨어진 발톱은 다행스럽게(?) 발 주변에 있었다.


이때를 떠올리면... 당시에도 그렇게 지금도 그렇고 막 소름돋는다기 보단 신기했다.


나한테 큰 해를 끼친 게 아니었으니. 꿈에서 떨어진 발톱이 똑같은 모양으로 현실에도 똑같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저 신기할 따름.


녀석은 왜 발톱 같은 걸 가져가려 했던 걸까.


아, 발톱을 못 가져가게 해서 놈이 저주라도 걸었던 걸까? 발이 가구 모서리에 닿는다던가 위에서 뭔가 발가락 위로 떨어져서 살짝 멍들 때면 항상 왼쪽 발톱이 다쳤다.


뭐지 대체.


다음 편은 비교적 최근에 꾼 꿈을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