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https://arca.live/b/spooky/102802059?p=1


썩은내 나는 방.

토착신 풀업 모욕 사건.

JD 빤쓰(?)


를 겪고 무사히 귀국함.


귀국 후 처음 일주일은 매일매일이 피곤하고 의욕도 없고 뭔가 기운도 없고 해서 여행 후유증인가 했는데.


그 상태가 한 달 정도 지속됐음. 병원까지 갈 일은 아닌 거 같아서 영양제 같은 거나 먹으면서 버팀.


마침 휴학 중이라 다행이지  평소 같았으면 매일 갔을 왕복 2시간 거리 학교 등하교는 꿈도 못 꿀 만큼  기운이 허했음.


심지어 4월이 다 돼가는데도 상태가 메롱인 거임. 귀국은 2월에 했는데 씹...


이때도 안 좋은 꿈을 꿨는데 일주일에 4번은 재입대하는 꿈을 꿈.


처음에는 꿈에서 재입대 할 때마다 가위 눌린 거 마냥 온 몸에 소름이 쫙쫙 돋는 공포를 느꼈는데 익숙해지니까 꿈 내용도 얼탱이 없고 별 거 없었음. (공군 출신인데 논산훈련소에 가있다든가 해병대로 자발적 입대를 한다든가 하는)


진짜 개같은 악몽은 첫 번째로 3월 11일 오후에, 그리고 2주 뒤인 내 생일 전날 새벽에 두 번째 꿈을 꿨음.


-첫째 꿈


꿈의 시작은 동네 공원 앞이였다. 우리 동네는 개구리소년의 배경이 되는 곳 근처지만 그 이후로 이렇다 할 살인사건이나 괴담은 들려오지 않는  평화로운 곳이다.


그런데 꿈 속의 그 날은 하늘도 거무튀튀하고 사람들도 굳어있는 것이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평소에 동네 산책을 자주 한 게 반영된 걸까. 꿈 속의 나는 산책을 하고있었다.


늘 산책하던 루트로 공원에서 큰 도로 쪽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발을 들이려던 때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보였다.


"오랜만이다 야. 여기 무슨 일 났나? 사람들 바글바글하노."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 아파트 사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길목에 인원이 너무 많아서 경찰들이 와 사람들 통제할 정도.


"사람 죽었다 카데. 난 알바가는 길이었는데 신기해서 보는 중이다."

"사람 죽었다고?"


얘기를 더 들어보니 사람이 토막나 죽었다고 한다. 범인은 못 찾았고... 사건 현장을 보니 검은 천으로 가려져 시신은 볼 수 없었다.


다만 머리를 빡빡 민 중 하나가 염주를 쥐고 무언가를 외고 있었다.


"뭐고 저 스님."

"유명한 스님이라 카든데... 아나?"

"모른다."


중은 배우 진선규를 닮았었다. (진선규 씨가 영화 사바하에서 스님 역할 맡았었는데 딱 맞는 이미지. 꿈 속 중의 키는 배우보다 더 컸었다.)


"저 스님 말로는 악귀 짓이라든데."

"뭔 악귀고?"


듣자 하니 저 스님, 시에서 모셔온 거란다. 어쩐지 동사무소 공무원들까지 있더라.


사람 죽은 거야 안타깝지만 요즘 시대에 세금으로 스님을 부르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에휴 뭐. 알았다. 난 간데이."


친구와 헤어지고 가던 길 가려던 순간,


"여기로 오지 마세요!"


공무원이 길을 막았다.


구경꾼이 너무 늘어나면 무슨 기운 때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고 구경꾼들을 다 내보내기로 했단다.


도통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다른 길로 가려고 했지만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아니. 괜찮아요. 학생은 지나가세요."


진선규 닮은 중이었다. 그는 염불(?) 외던 것도 멈추고 날 불렀다.


"네?"


중은 경찰과 동사무소 공무원들이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난 뒤 다시 나를 불렀다.


"학생."


중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아니면 비웃는 건지 모를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세 번. 살이 세 번 날아올 겁니다. 학생 어머니한테요. 세 번 살이 날아오기 전에 막아야지 어머니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네?"


살이라 하면 곡성에서 황정민이 저주 걸 때 날리는 그런 건가? 했다.


돈 달라고 할까봐 짜증내면서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며칠이 흐른 뒤, 중의 말이 불길하게 계속 맴돌았다.


꿈속에서 꿈을 꿨다. 꿈속 꿈은 살이 어머니에게 날아가는 걸 보여줬다. 어딘지 모를 산 속에서부터 순식간에  날아가 우리 동네까지. 그리고 목적지는 어머니가 일하시는 곳.


꿈속 꿈에서 깬 나는 어머니께 달려갔다. 아니나 아를까 어머니 오른쪽 팔뚝에 유리로 벤 듯한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응급처치 후 별 거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을 믿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말씀대로 별 거 아니겠지. 우연이겠지. 라고 뇌까리면서...


하지만 그 다음 날 날아온 살은 한 술 더 떠 어머니를 병원신세릉 지게 했다. 어머니께선 일하시다가 갑자기 승용차에 치인 것 처럼 타박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나는 신문을 뒤져 용하다는 무당과 퇴마사에게 연락을 했다. 처음의 그 중에게도 연락하려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유명하다던 그의 연락처는 찾을 수 없었다.


무당과 퇴마사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했다.


어머니께서는 설명하기엔 복잡한 저주에 걸렸고 너무나 악랄한 방법이라 자기들이 퇴마굿을 하기엔 늦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희망적이다. 어머니에게 날아간 살을 꿈으로 느낄 만큼 내 기가 센 편인데, 혈육이기도 하니 알려준 대로 하면 세 번째 살을 막을 수 있을 거라 했다.


집에 있는 항아리나 도자기로 된 접시를 모두 거꾸로 놓고(뚜껑이 있다면 열고 내용물이 쏟아지든 말든),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 뒤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으라 했다.


그들의 말대로 난 생전 처음 듣는 '접시 뒤집기 의식'을 시작했다.


항아리 뒤집고.


으아아아악!


다시 원래대로.


한 80퍼센트쯤 했을까.


나는 갑자기 힘이 빠져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머니께선 이미 공원 길목의 사체처럼 변을 당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한 가지 의문인 건 내가 그 사실을 아무 감정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는 거다)


세 번째 살을 막지 못한 난, 상주로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뤘다.


몇 시간 쯤 조문객을 받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갔다.


화장실은 남녀 공용인데 이상하게도 칸막이가 있는 변기는 없고 양 옆으로 남성용 소변기만 즐비했다.


일을 마친 뒤 나가려던 차에 내가 자리 잡은 바로 옆에 철로 된 문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어떤 여성이 나왔는데  그곳이 여자 화장실인가 싶어 그 사람에게 묻자 그렇다고 했다.


여자 화장실 쪽으로 고개가 계속 가 있는 것도 민망해 고개를 돌리려던 때,


여자 화장실 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졌다고 하는 게 맞을까.


나를 쳐다보던 그것에겐 눈이 없었다. 코도 없었다. 입도 없었다.


얼굴이 텅 비었다.


전형적인 살짝 마른 체질의 40대 여성의 패션의 그것은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때 난 이곳이 꿈인 걸 깨달았다.


아, 저 년이 이딴 더러운 꿈을 보여주는구나.


아무리 꿈 속이라도 어머니가 토막 살해당한 걸 보여줬으니 화가 치밀어올랐다.


의문의 팬티에 귀신이 따라 붙은 거 같으니 두들겨 패서 성불시켜 줄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딱 잠에서 깼다.


온 몸은 땀 범벅에 자면서 근육에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에 근육통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오후 4시 17분.


부재중 전화가 엄청 쌓여있었다.


생각해보니 3시에 동생이랑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었는데...


왜 나는 그 시간까지 자고있었을까.


처음 잠들 때를 생각해보니 오전 8시 쯤에 기상을 하고 아침을 챙겨먹었었는데 갑자기 9시 쯤에 잠이 쏟아져 낮잠을 청했었다.


그게 2중으로 예약해 둔 알람도 못 듣고 잠 자게 될 줄은 몰랐다.


꺼림직한 꿈이었다.



(당시 통화 기록.

영화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연락이 없자 동생과 어머니한테 잔뜩 연락이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