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두 문지기 가운데 저를 선택하신 건 실로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무사히 이곳에서 나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지금 들어가신 오른쪽 통로로 계속 나아가시면 안전히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저는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二.
"보아라, 이 더럽기 그지없는 세상에 내가 강림하였다!"
"거짓과 악의에 절여진 그대들의 위선을 벌하기 위해 내가 왔노라!"
"이 나의 강림를 똑똑히 목도하고 절망하여라!"
방금 산모의 배를 찢고 뛰쳐나온 신생아의 말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三.
나는 쓰레기장에 쌓인 옷가지가 유독 싫었어.
꼭 사람이 누운 모양새로 쌓이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정말 불쾌했거든.
다들 비웃기만 하던데, 만에 하나 그게 정말로 사람 시체거나 하면 어쩌려고?
지금 쓰레기장 옷가지 사이에 널브러진 내 몸뚱이처럼 말이야.
四.死
초음속이란, 소리의 속도인 음속보다도 빠른 속도를 의미한다.
어릴 때는 소리보다도 빠른 것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소리 하니 말인데, 사람이 죽을 때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감각은 청각이란 말이 있다.
저격수에게 머리가 반쪽이 나고서야 들려오는 총성에, 나는 그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