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실록 18권, 현종 11년 6월 21일 병오 1번째 기사   1670년 청 숭흠(崇歆) 9년

김신유ㆍ박정진ㆍ이원묵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김신유(金伸柳)를 형조판서로, 박정진(朴精振)을 대사간으로, 이원묵(李源墨)을 사간으로, 이규춘(李閨椿)을 사언으로 삼았다.






현종실록 18권, 현종 11년 6월 21일 병오 2번째 기사   1670년 청 숭흠(崇歆) 9년

기근으로 인한 폐단에 대하여 논의하다


이조판서 김문전(金聞全)이 이르기를,

"현재 곳곳의 날씨가 예와 같지 않아 기근에 의한 아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다만 관아에서 일정한 분량의 곡식을 저장한 뒤 필요한 상황에 풀어 구휼하여야 하는데,

연령과 직업에 맞게 배분하지 아니하고 무차별적으로 구휼하고 있으니, 예상 기간보다 한참 앞서 동이 나고 있습니다.

지방의 상황이 어려워 생기는 일로 사료되오니 청컨데 지방으로 관리들을 파견해 이를 바로잡고 지도케하소서. "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지금 지방들이 무너져 연락이 끊기지 않는 것으로 다행이나, 관리들의 파견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문전의 말이 옳으니 구체적으로 답을 도출하고 정리하여 그대로 시행하라 "


하였다.






현종실록 18권, 현종 11년 6월 22일 정미 2번째 기사   1670년 청 숭흠(崇歆) 9년

경상 팽월도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다


경상감사 안석준(安碩遵)이 치계하기를,


" 팽월도라는 섬에 기근이 끔찍히 들어 그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팽월도는 본디 해조류를 거둬 본도에 내어 파는 곳인데, 최근 기근이 지속되어 인접한 인민들이 해안가로 나아가

닥치는대로 생선을 잡고, 해조류 또한 거둬가니 곧 씨가 말라 팽월도는 어떠한 수확도 얻을 수 없었다 합니다.

또한 섬의 규모가 작아 지방관이 없어 동래부사가 마찬가지로 다스리는데, 마침 섬을 지나던 어민 괄섭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음을

기이하게 여겨 섬에 당도하니, 그 현장의 모습이 잔인하고 무참하기 짝이 없어 충격을 받아 배를 돌려 동래 동헌으로 곧장 달려가

부사 윤홍도(尹泓道)에게 이를 알리니, 어선은 우박이 쏟아지며 나무가 쓰러져 망가져있었으며

밭은 폐하여 아무것도 거둬들일 수 없는데, 그 가운데 시신이 나무에 매달려 처참하게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합니다. "


하니, 상이 이르기를.


" 안타깝기는 하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오늘날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과인의 부덕으로 이지경에 왔는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


하니, 석준이 이를 부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 결코 그런 것이 아니오며, 이는 팽월도의 주민 몇이 인신공양을 한것으로 추정합니다.

본래 팽월도에 살다가 부산진으로 군역을 치르기 위해 온 면준이라는 자의 얘기를 들으니,

나무에 매달려 죽음을 당한 자는 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은 흥용이라는 자라,

체력이 쇠해 바다로 나갈 수 없어 밭을 담당하는 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기근이 계속되며 날씨 또한 사나워 농사를 폐하였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어선마저 심하게 파손되었으니,

마을 주민들이 몇주 굶주린 후 흥용을 저주하며 욕하고 그대로 마구 구타하였다고 합니다.

하늘의 저주와 서서히 죽어가는 자신들이 두렵고 무서워 실성해 죄없는 노인의 두 다리를 모두 자른 뒤

나무에 걸어놓고는 제물이라며 저주하는 글을 써붙혀놓고 날마다 저주하였는데,

결국엔 미쳐버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식인(食人)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흥용의 시신을 내려 검시한 바 말라 비틀어진 혀의 깊게 새겨진 치흔으로 보아 아비규환을 목도한 뒤

공포에 사로잡혀 울부짖으며 결국 목숨을 끊은 것으로 사료됩니다. "


하니, 상이 이르기를


" 과연 도덕과 윤리의 종말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것을 어찌 처결하는 것이 좋겠는가? "


하고 묻자, 대사헌 박유원(朴由院)이 이르기를


" 불길한 곳으로서 이 이상의 개선을 바랄 수 없사오니,

부디 팽월도를 폐하시고 출입을 금하게 하소서. "


하니, 상이 따랐다.













현종실록 18권, 현종 11년 7월 27일 신사 3번째 기사   1670년 청 숭흠(崇歆) 9년

경상 폐도에서 이상현상이 목격되다


지난날의 기괴한 사건으로 폐한 섬 인근으로 수군 안동포 만호 정문(紋)이 순찰하고 있었는데,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 면포가 하늘에 날리듯 괴이하게 펄럭거리는 형체를 보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