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우리 아빠랑 나는 주말마다 돌아가신 엄마 방 안에서 신나게 놀아요.

하루 종일 놀고 나면 몸이 아파서 앉기가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이는 원래 다 그런 거래요.

이 얘기를 유치원에서 발표했더니, 친구들하고 선생님들이 다 조용해졌어요.

원장 선생님이 나를 안아줬는데, 이젠 아빠를 만나지 않아도 될 거래요.



二.


겨우 너댓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 배양실 밖으로 걸어나온 첫 시제품과 조심스레 악수를 해본다.

인간 복제 및 배양 기술을 연구한 지 어언 수십 년, 드디어 불임 부부들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감격스러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여러 후원자들이 기다리는 시연회장으로 발을 옮긴다.

불행하게도, 그제서야 이 연구의 최대 후원자가 육류가공업체라는 걸 떠올려냈다.



三.


알록달록, 환하게 불을 켜야 산타할아버지가 잘 찾아오실텐데.

지난 겨울까진 그렇게 했었는데, 올해는 어른들이 불을 켜면 큰일난대요.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집을 못 찾으면 안되니까, 몰래 옥상에 알록달록 전등을 놓아뒀어요.

와, 아직 자정도 아닌데 벌써 오셨나봐요! 선물이 휘잉ㅡ하고 내려와요!



四. 


두려움은 흔히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에서부터 발생한다고 하더라.

틀린 말은 아닌데, 내가 보니까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고.

내 생각에 두려움이란 건 '자신의 안위에 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제 내가 너한테 할 짓을 한 번 생각해봐. 좀 어때, 슬슬 두려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