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에르빈 보어만 (이하 보어만)

당시 나이 : 85세.

현 상태 : 실종됨.


이하 내용은 1999년 5월 ■■■■■ ■■■(이하 ■■■)의 개인 소지품인 녹음기(증거물 A)에 녹취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문서임을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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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가워요, 에르빈 선생님. ■■■입니다.


보어만 : 반갑네, ■■■. 무슨 일로 만나자 한거지?


■■■ : '그것'에 대해서 알고 싶은게 있습니다.


보어만 : 그것? 그것이라니?


■■■ : 선생님이 전쟁 때 봤던 그것 말입니다.


보어만 : 설마, 자네... 그걸...? (책상을 크게 내리침.) 당장 돌아가! 난 말 할 생각 없으니까!


(이 후 한동안 둘의 말다툼이 이어졌음. 무슨 내용인지는 잡음에 의해 확인 불가.)


보어만 : 후... 알았네. 살면서 이걸 내 입으로 말할 줄이야...


■■■ : 협조 감사합니다.


보어만 : 그 전에, 담배 한 대만.


(녹음본은 이후 3분간 아무런 소리도 없었음.)


보어만 : 자네의 추측대로 난 멍청한 오컬트 신봉자 밑에 있었네. 그 망할 안경잡이 대머리... 지금 생각해도 멍청함이 줄줄 흘러나오는 놈이었어.


보어만 : 아무튼, 그 멍청이가 독일인들의 뿌리를 찾겠다 헛짓거리를 했던 건 알고 있지?


■■■ : 알고 말고요.


보어만 : 알려진 것 처럼 그들은 많은 '전리품'을 가져왔었네. 하지만 그게 문제였어.


■■■ : 어째서죠?


보어만 : 대부분은 골동품이나 될까 말까 한 평범한 물건이었지만 딱 하나, 불길한 기운을 뿜어대던 물건이 있었지. 누구 하나 쉽게 건들 생각을 하지 못했어.


■■■ : (목소리의 톤이 올라감.)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시나요?


보어만 : 자세히는 기억나질 않네만... 만자 문양이 그려졌던 것과... 뭐였더라... 하여튼 이상한 쇠몽둥이를 밧줄로 꽁꽁 묶은 것은 확실했지.


■■■ : (잠시 숨을 고름.) 그렇군요. 계속 해주세요.


보어만 : 알겠네. 우리는 그것들을 베벨스부르크로 옮겼었어. 자네도 알겠지만 항상 거기로 옮겼었거든. 모두 옮긴 뒤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지. 내가 그런 부서에 있었거든.


보어만 : 내 친구도 한 명 있었는데, 안경잡이 대머리와 비슷할 정도로 오컬트에 빠져있던 놈이었지. 그 놈은 그걸 보자마자 무언가를 주술적으로 봉인했다고 떠들어댔어.


보어만 : 그 때는 무슨 헛소리를 주절거리는 거냐며 무시했지만 물건 속에 뼈가 들어있단걸 보고 받은 뒤론 친구의 말이 잊혀지지 않았지... 그제서야 난 친구의 말을 이해한거야.


■■■ : (책상을 내리침.) 그보다 물건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고 계신가요?


보어만 : 거 참, 깜짝 놀랐네... 성질 급한 젊은이구만. 좀 더 들어보게. 정확히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수상부에 갔던 때 였어. 아마 보고인지 뭔지 때문이었겠지.


■■■ : 그러니까, 물건은 어떻게 됐죠?


보어만 : 지금 말 하려고 했으니 보채지 좀 말게. 아무튼, 물건은 어떻게 됐냐고? 감쪽같이 사라졌지. 이상한 일이었어. 재고 관리는 철저하게 했는데 말이야.


■■■ : 그 뒤로 이상한 일은 없었나요?


보어만 : 진정하게, 왜 이리 흥분해 있는건지... 아무튼, 이상한 일이라... 있었지. 집단 착란이 왔는지 연구 인원 수십명이 같은 환청을 들었으니까.


■■■ : 환청이라고요?


보어만 : 그래. 구슬피 우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했었지. 내... 친구마저도 말일세...


■■■ : 그래서요?


보어만 : 다들 수용소에 가둬졌지만 원인 모를 급사로 목숨을 잃거나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했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감금되었는데 하루 아침에 사라지다니.


■■■ : 치료 된 일은 없었습니까?


보어만 : 아니, 없었네.


■■■ : (목소리가 떨려옴.) 정말... 정말 없었습니까?


보어만 : 그래. 없었네. 정말 단 한 명도 없었어.


■■■ : 아무리 그래도 한 명쯤은 있었을 것 아닌가요?


보어만 : 자네, 내 말을 못 믿는건가? 믿기 힘들겠지만 내 말은 모두 사실이야. 한 치의 거짓도 없네.


■■■ : (거의 울기 직전의 목소리.) 농담이시죠? 인원이 그렇게 많았는데...


보어만 : 계속 그런 말을 할 거면 나가게. 내가 왜 이런 거짓말을 하겠나?


■■■ : 씨발...! 수십명이라면서요! 그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치료 된 경우가 없었다고?


보어만 :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그 울음소리가 들리는건가?


(■■■이 흐느끼기 시작하더니 점점 울음소리가 커져감.)


보어만 : 말도 안돼... 이게 왜...!


(잡음이 껴 제대로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여성의 울음소리가 포착됨.)


(정정. 여성의 울음소리는 포착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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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물 A


상기 서술된대로 ■■■의 소지품인 녹음기. 위 내용이 녹음되어 있으며 연식이 오래되어 녹음 중 잡음이 낌. 녹음 내용 외에 별다른 특징은 없음.


증거물 B


■■■의 소지품인 동양식 도기. 뚜껑과 옆면에 스와스티카라고 불리는 문양이 그려져있음. 밧줄로 강하게 묶여있던 흔적이 발견됨. 안에는 인골로 추정되는 것이 존재함. (손가락 뼈로 추정됨.)


증거물 C


■■■의 소지품인 바즈라라고 불리우는 불교의 전통 의식구. 증거물 B와 같은 흔적이 발견되어 증거물 C는 B에 묶여있던 것으로 추정됨.


-이하 내용은 전임 수사관 ■■ ■■이 실종된 관계로 후속 내용을 ■■■■ ■■■이 인계 후 적음을 알림.


후속 내용


이 후, ■■■을 추적했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음. 정황상 보어만은 ■■■와 동행한 것으로 보임.

주변인들의 진술로는 보어만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행동했다고 함.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증거물의 오컬트적인 작용이 실재한다고 믿은 것으로 보임.



별첨. 대체 증거물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하루 아침에 그 큰게 사라져? 이 멍청한 놈들아.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땐 경질일 줄 알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