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 재단, 괴붕이들은 다들 아는 사이트일거라고 생각한다. 이 사이트의 본질은 크리피파스타 창작이었다. 물론 요즘에는 각종 설정이 첨가된 창작물이 나와서 종합 창작 플랫폼으로 변했지만, 어찌됐든 처음에는 크리피파스타 장르로 시작했다.

아무튼 역사가 그러하기에, 세계관적인 설정이 아니라 공포감이나 크리피파스타만을 전문적으로 집중해 작성한 작품들도 있다. 오늘은 그런 작품들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1. 의담 연작


어쩌면 괴담(談)이라는 틀마저도,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를,

여기에서는 의담(談)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의담 연작은 일본어 지부, 즉 일본인 작가들이 모인 위키에서 만들어진 연작으로, 현실에 큰 피해를 주는 마법사나 부활하는 신 따위가 아닌 매우 소소한 괴이들을 주제로 한다. 일본 특유의 음습하고 기괴한 문체는 이런 소소함을 일상 생활에 잘 스며들게 만든다.

일본어 번역 괴담을 많이 읽어본 괴붕이들에게 추천한다.

추천작 1 : 세키미치군

이 앙얼이란 것이 무서워서, 정말 곧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세키미치군(くん)」에게 무언가 저질렀다면, 앙얼을 입기 전에 손발톱을 여섯 개 뽑거나, 뱃살을 조금이라도 도려내야 한다고, 부모님에게 입에 신물이 나도록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 학년에도 손톱이 뽑힌 사람이 상당히 많은 수가 있었습니다.


한 시골에 존재하는 이상한 무언가, "세키미치군" 에 관한 이야기. 그 시골마을에서는 이 세키미치군이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씌여서 고통스러운 변화를 일으키는 듯하다. 고어가 일상이 된 기괴함이 좋은 글이다.

추천작 2 : 차퍼덕

거기에는 사람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완전히 산산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다만 픽션에서처럼 사람의 형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물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그것은 왼쪽 발목이었습니다.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이상한 냄새를 느꼈고, 내장이 역류하여 바로 그 자리에서 토하고 말았습니다.


여자를 자동차로 치게 된 한 회사원의 독백. 그러나 마지막에 치게 되는 건 여자가 아닌 자기 자신이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뒤틀려가는 과정이 좋다면 꼭 읽어봐야 할 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글이다.

추천작 3 : 탄생일

나 있지, 매년 생일날 안 좋은 일이 일어나. 뭐어, 안 좋은 일이라고 해도, 대개는 날붙이에 베인다거나, 삐어서 염좌가 생기거나 하는 가벼운 상처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화자는 생일마다 불행이 일어나는 사람으로, 독자를 집으로 초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 장녀인 그녀의 집안에는 "장녀가 생일날일 경우 무조건 집 밖에 있을 것" 이라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보면 저주받는 그림" 느낌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호할 글이다. 독자를 저주하는 공포가 좋다면 꼭 읽어보자.

추천작 4 : 비웃는매미

아아하하하하 하하 하아아하하

웃음소리가 들렸다. 생각났다. 그 허물 무더기를 발견했을 때 들은 목소리였다. 그 때 왜 가족들을 깨우려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갔다.  


일본인의 초등학생 시절 여름방학 이야기. 화자는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 집에 갔다가 나무 아래 가득 쌓여있는 매미 허물들을 발견한다. 다들 매미 허물은 하나 정도쯤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을 무섭게 만들어주는, 그런 글이다.

2. 파라워치


이것이 내가 파라워치에 가입한 이유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모든 비자연스러운 사건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우리의 시야 밖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또 그것을 마주치게 된 불운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답을 제공하고 싶다.


여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우리가 정리한 것들을 읽을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 나처럼 피해자의 신세로 떨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파수대에 합류한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어둠 속에 혼자가 아니다.


파라워치는 스레드식 괴담 커뮤니티를 컨셉으로 하는 시리즈로, 특히 미국의 4chan, 레딧 등의 느낌으로 진행된다. 본래는 미국 지부에서 시작했지만, 일본 지부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서 일본산 번역 글도 많다. 의담과 다르게 뭔가 엄청난 일이 진행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 글부터, 사상자가 다량 나오는 등, 큰 스케일의 이야기가 가끔 보인다. 괴미챈에도 조금 소개되었을 것이다.

4chan이나 2ch 느낌의 인터넷 괴담을 좋아하는 괴붕이들에게 추천한다.

추천작 1 : 9번 변전소

이제 아무도 지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꼭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영어권 지부 작품. 미국 근처에 존재하는 한 변전소와, 그 경비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비가 오면 펌프가 막힌 변전소 아래로 내려가서 수리를 해야 한다는 직무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회사가 기계를 교체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 그리고 어느 날 변전소 아래에서 무언가 꺼림직한 것이 발견된다. 영상도 첨부되있다.

추천작 2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뚝이가 넘어지지 않는다」
오뚝이는 빨갛게 칠한 일반적인 타입으로, 금으로 문양을 넣은 축하용 디자인. 한쪽 눈에는 약간 뭉개진 먹물을 찍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지부 작품이다. 샤워 도중에 하는 놀이에 관한 글로, 다들 겪는 머리 감는 도중에 두려움을 주제로 한 글이다. 그 두려움이란 바로 머리를 감는 도중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소리내서 말하면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온다는 것. 큰 액션이 없으면서도 긴박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글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자.

추천작 3 : 세인트클로드의 시계

크랭크가 걸리는 게 느껴진다. 너는 온 힘을 다해 크랭크에 기댄다. 크랭크가 갑자기 돌아가는데, 너는 준비가 안 되었다. 발이 미끄러진다. 너의 다리가 톱니바퀴들 사이로 미끄러진다. 묵직한 시계뭉치가 너의 몸뚱이를 삼갈죽해서 집어삼킨다.


세인트클로드 고아수용소라는 한 아동학대 고아원에 관한 작품. 이 고아원은 예전에 하숙소로서 지어졌으나, 고아원으로 바뀌었다. 이 고아원에는 시계가 하나 있는데, 부품이 맞지 않아 아이들이 매일 시계 아래쪽에서 갈려나갈 위험을 감수하며 바늘을 감아야 했다. 이 글은, 그 학대의 끝에 관한 이야기다. 전통적인 옛날 이야기식 괴담이 좋다면 한번 읽어보자.
추천작 4 : 회전목마 꿈

입구멍 너머로 검은 어둠만이 보이는 그 나무를 앞에 두고,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 내뱉지 못한채로 필사적으로 웃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웃었다. 그냥, 그냥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하, 하하하, 아하하하하, 하면서 쇳소리를 내면서 웃으려고 애를 썼다.  


열대야 도중 꾼 꿈을 주제로 하는 글. 무려 한국어 지부 작성 서식이다! 기분나쁜 나무들과 누군가 타야만 하는 회전목마, 그리고 자신이 형제로 생각하는 불명의 아이들. 잘 보여지지 않는 스토리라인이 전체적으로 엮여있는 글이다.


3. 번외: 무진기담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한국 지부에서 작성된 일종의 카논(똑같은 설정을 공유하는 작품들)으로, 사시사철 안개가 낀 해안도시 "무진"을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 도가니랑 오징어게임, 그리고 무진기행에서 나온 그 도시다. 안개라는 요소를 잘 살린 몽환적인 글들이 가득하지만, 공포가 메인인 글은 딱히 없어 번외로 집어넣었다. 괴붕이들에게는 이 카논에 속하고 알아야 할 설정도 없으면서 공포를 주제로 하는 글, 바다 매미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안녕하십니까, SCP 재단 채널 신입 파딱 인사드립니다. 이런 기나긴 소개글 + 조공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음아닌 저희 채널에서 하는 경연 때문입니다.







바로 7K급 서사 대피 경연이죠. 경연의 주제는 간단합니다, 다양한 작품의 세계관으로 SCP 재단이 넘어가서 하는 일을 주제로 글을 써주시면 됩니다. 만델라 카탈로그 세계관으로 넘어간 재단은 뭘 하고 있을까요? 로컬 58은요? 아니면 러브크래프트의 코즈믹 호러 세계관으로 넘어간 재단은요?

홍보 이미지에 나오듯이, 공포 세계관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어떤 글도 받아들여진다는 뜻이죠.


경연 공지는 이쪽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