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되나?


노인이 말했다.


가야 된다.


악마가 노인에게 말했다.


어디로 가나? 지옥?


아니. 


천국?


아니.


연옥?


아니.


그럼 난 어디로 가나?


노인의 연이은 질문에 악마가 말했다.


자네가 무엇을 말하든 그곳은 아니다. 


그럼 난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건가?


아무데도 하지만 모든 곳으로. 자네가 갈 곳을 무엇으로든 표현할 수 있으면 더 이상 그곳은 갈 곳이 아니다.


그럼 난 그냥 없어지는 건가?


아니. 하지만 동시에 맞다.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노인이 그러든 말든 악마는 계속 말했다.


자네는 자네가 죽어서 간다고 생각하는 군. 하지만 아니야. 자네는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어. 하지만 동시에 존재했지.


무슨 소리인가?


모든것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나? 물질로서 존재하는 것? 속된 말로 영혼이라 부르는 것? 아니야. 자네도 그 무엇도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네.


무언가 모순적이지 않나? 존재하는 동시에 애초부터 없다니.


모순도 마찬가지. 자네도 그 무엇도 동시에 존재했네.


전혀 모르겠군.


이해할 필요는 없네. 알게될 터이니.


그래서 가야 하나?


가야 되네. 


.....그러지.


노인은 악마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