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의 왕이 행차를 하던 때였다.


난데없이 쥐가 나타나 행차를 막으며 이르기를,




"여기 까마귀 한 마리가 있으니, 이를 따라가 보십시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왕은 한 무사에게 까마귀를 쫓도록 명했다.




무사가 까마귀를 쫓아 어느 연못에 도착하였고


어떤 늙은이가 슬며시 연못 속에서 나와 무사에게 어느 글을 바쳤다.


글을 받아 든 무사가 이를 살피니,




'열어보면 한 사람만이 죽을 것이고, 열어 보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이다.'




라고 쓰여있었다.


무사는 급히 글을 챙겨 왕에게로 향했다.




돌아온 무사는 왕에게 글을 바쳤고, 들은 대로 고하였다.


잠깐의 고민을 마친 왕이 이윽고 글을 확인하니,


안에 들어있던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射琴匣 (거문고 갑을 활로 쏴라)' 




왕은 그 길로 궁으로 돌아와 거문고 갑을 찾았다.




잠시 후 


궁에서 다소 떨어진 어느 장소


거문고 갑이 왕 앞에 놓이게 되었다.


왕은 서둘러 활을 챙겨 거문고 갑을 향해 활을 쏘았다.


화살이 거문고 갑의 중앙을 적중했고, 그 사이로 검붉은 피가 몹시도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모든 이는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을 따름이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신하들이 왕 쪽으로 돌아보았으나


왕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모든 신하는 그대로 얼어붙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얼마 뒤 


전 왕에 대한 일을 기이하게 여긴 새 왕은 거문고 갑을 확인하기로 하였다.


소수의 신하와 왕 그리고 무사들이 이를 확인했지만, 그 모습이 흉하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어


대부분 혼절하거나 넋을 잃었다.




간신히 왕만이 정신을 차리며 어명을 내리니,


그 일로 거문고 갑은 불살라져 흔적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일의 원흉인 쥐와 까마귀, 그리고 노인을 찾아 없앨 것을 명하였다.




이로 인해 이 나라에서 쥐와 까마귀는 그 모습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연못의 길을 아는 무사가 급히 그곳을 찾았지만


연못과 노인은 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