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링크: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oegame&no=10302795 대머리머대






What's the answer to games, the game, and every game ?


게임, '게임', 모든 게임에 관한 답은 무엇인가?




란 말이 대문짝에 적혀있는 괴상한 사이트, 세로토닌포비아는


인터넷 기반시설과 심해 인류학,


그리고 집단 비실존에 대한 박물관을 자처하는 사이트이자


게임이라고 부를수 있을 정도의 마지노선은 대체 무엇인가? 란 질문이 떠오를 정도로 불분명하고 애매한 간극에 서있는 게임들을 전시한 사이트다




그리고 이 연재글의 목적은


이 세로토닌포비아라는 미스터리가 가득한 사이트에 얽힌 내막을 파헤쳐보는 것으로,


일단은 제일 먼저 세로토닌포비아가 전시하고 있는 게임들을 다뤄보기로 했다







게임 그 자체가 죽을 수 있는가?




후속작이 지나치게 구렸다거나, 판매량이 저조하다거나 같은 어떠한 이유로


특정 게임 시리즈의 명맥이 끊길 위험에 처했을 때나,


더 이상 하는 사람들도 없이, 무관심 속에서 게임이 잊혀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흔히 그런 게임들을 우스갯소리로 ‘죽었다’ 라고 말하곤 한다


록맨11이 나오기 전 록맨이나, 매니아의 영광을 포시즈로 날려버린 소닉 시리즈처럼...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면


게임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게임이 죽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게임 시리즈의 명맥이 끊기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어떤 루트로든 그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단 한명이라도 그 게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


죽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 아닐까?




그렇다면,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조차 전무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진 채


오직 그런 게임이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


말그대로 음지에 박힌 채 사라져 버린 게임들은


비로소 죽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 게임도 죽을 수 있다는 가정부터 세우기 전에, ‘게임’ 이라는 개념을 놓고 보자면,


살아 숨쉬는 생물이 아닌 존재인 게임에, 살아있다거나 죽었다라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







그리고... 이번 연재에서는


한때는 분명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죽어 있는 상태인,


세로토닌포비아에 전시된 ‘게임의 사체’ 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

이 게임은 결국 죽을 것이고 당신도 그럴 것이다




게임 설명-


이 게임은 게임의 제작자와 플레이어, 그리고 게임 그 자체의 모순된 관계에 대한 게임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목적을 잃을 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입니다, 게임의 ‘목적’ 을 제시하는 것은 플레이어입니까?




(추신: 이 게임은 참여하는것에만 30분부터 평생이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추추신: 당신이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늦은겁니다.)







게임 오버




이 게임은 이제 죽었다


이것은 220일, 22시간 1분 5초동안 살아있었다.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는


이전에 소개했던 Winning Condition과 비슷한 사이트 형식의 게임으로




설명문 밑에 있는 링크에 들어가면


흑백화면의 486 컴퓨터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걸 볼 수있는데




이 486 컴퓨터의 화면엔


이 게임은 죽었다 라고 설명하는 몇마디의 글자들과 함께,


누구를 향해 보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 분량의 메시지를 남길수 있는 채팅창이 떠있다




이 게임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좀더 일찍 여기에 도착했다면 좋았겠지만


이 게임이 자칭 ‘죽은 상태’ 에 머물러있는 지금은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 게임이 어땠는지를 기록한 스크린샷이나, 영상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이 게임이 살아있었을때는 과연 어땠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음




하지만 존내 궁금하니까


난 이 게임이 지나온 발자취를 역으로 따라가서


이 게임이 대체 무슨 게임이었는지에 대해 유추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족적을 따라가보니


이 게임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음




아까 찍어놓은 게임 스샷의 좌측 하단을 보면


Created for Ludum dare 38라고 쓰여있는데




이말인즉슨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 행사이자,


제한된 시간 안에 게임을 완성해야하는 게임제작계의 스피드런, 게임 잼을 만들어낸


‘Ludum dare’ 의 38회째 행사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Ludum dare에 출품되는 모든 게임들은 모두


Ludum dare의 공식 사이트로 업로드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으며


게임을 해본 사람들이 댓글로 직접 게임 개발자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한마디루 Ludum dare의 공식 사이트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본다면


이 게임이 과연 어떤 형태의 게임이었을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말임









그렇게 이리저리 댓글들을 찾아보는 도중...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게임을 만든 제작자가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달아놓은 걸 볼 수 있었는데




제작자가 달아놓은 이 댓글의 일부에서


이 게임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조금 얻을 수 있었음




Yondermore(제작자) -


:


“이 프로젝트의 “매커니즘” 이나 “게임” 에 대해, 여기서 조금 명확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마치 검은색 상자같으니까요)




이 프로젝트는 일부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믿고있을 수도 있을 - ‘메시지 게시판’ 이 되어서는 안되며,


더 나아가 메시지를 적는 창(messeage section)은 이 프로젝트의 강조점이 아닙니다.




지금으로선, “정의되지 않은 목표” 와 “종료 상태”를 가진 “온라인 멀티 플레이어 게임” 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의 매커니즘을 알아내려면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긴밀한 관찰과 의사소통이 필요하죠.”




“이 프로젝트의 핵심 메커니즘은 (각각의 플레이어들에겐 그렇게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가장 뒷단계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저는 소리를 포함한 프레젠테이션 파트를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댓글의 내용과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의 주제인


게임의 목적을 제시하는 것은 플레이어인가?를 결합하고




그걸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의 ‘사체’ 에 대입해서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 가 살아있었을 때를 유추해보자면...




일단 확실한건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메시지가


화면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채팅창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일반적인 채팅창과 구별되는 점이 있었다는 건데


그게 바로 게임에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 다르게 말하자면 게임에 제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근데, 여기서 두가지 문제가 생긴다


이 게임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 안에 들어와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그리고, 개발자가 강조한 ‘매커니즘’ 과, ‘뒷단계’(Backstage)는 대체 무엇인가?




Ludum dare 공식 사이트에 달린 플레이어들의 댓글을 봐도


이 게임에 대한 간단한 호평만 있었을뿐


대체 이 게임에 들어가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1도 없었기에


여기서부터 이 게임을 유추하는게 아주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일단 머리를 쥐어짜내서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은 해봤는데


확실한건 아니니까 여기서부터는 진지를 빼고 보는 것을 추천함




개발자가 “정의되지 않은 목표” 를 강조했듯이,


플레이어들은 처음 이 게임에 들어왔을 때 의아해하지 않았을까 함


무엇을 하라는 지시나 목표를 향한 가이드라인같은 것도 없이


그냥 화면밑에 채팅창만 달랑 놓여져있었을테니 말임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의심을 풀고


채팅창에 몇마디라도 남기기 시작할 때부터


다른 플레이어들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했을 것




그리고 그때부터 아무말 대잔치던 게임의 매커니즘이나 주제를 찾기 위해 토론을 하던간에


플레이어들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는 그 시점부터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긴밀한 관찰과 의사소통’ 이 시작됐을것임




그리고 플레이어들 어떤 주제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계속하고


계속해서 게임에 접속하는 그 과정 자체가


게임에 목적을 불어넣는 행위, 게임의 매커니즘이자 주제 그 자체로 작용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음




아마 몇몇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을 하면서 게임에 흥미를 잃고 접속도 그만두게 되었겠지만


바로 이 게임의 수명이 있다는 것,


한마디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절대로 못하는 게임이라는 달란트가 있었기에


이 달란트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게임의 수명이 끝날때까지 게임에 목적을 불어넣고 있었을 것




다만 이렇게 상상을 하고 가정을 세워봐도 뭔가 구멍이 생기긴 하는거같음




일단 이 가정으로는 뒷단계(Backstage)의 정체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가 없음


그리고 매커니즘이나 게임의 목적도 상상했던 것처럼 뭔가 두루뭉술한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정해져 있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음




그리고 이 게임의 주제는


모든 것들은 목적을 잃으면 죽는다 -> 플레이어가 게임에 목적을 부여할 수 있는가 인데


앞서 상상했던 내용을 토대로 한다면 게임에 목적을 불어넣을, 다른말로 게임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단 한명도 없어야 게임이 임종을 맞이하게 되는것임




하지만 유저들과 제작자의 댓글을 보았을 때 수명이 다하면 다할수록 게임의 화면이 껌뻑인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이 게임은 만들어질때부터 수명이 정해져 있었다는게 됨




이 게임이 살아있었을 적을 어떻게든 체험해볼 수 있는 방도가 없으니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게 아쉬울 뿐이셈...









그리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게임화면을 보면 게임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말이 적혀있긴 해도


밑에 있는 채팅창은 그대로 남아있음




그리고 아직도 여기에 메시지를 적으면 그대로 화면으로 송출할 수 있음


그리고 매주 확인할때마다 계속 화면에 송출된 말들이 바뀌는 것을 보면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채팅을 남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추정됨




나는 몇 달 전에 이 사체만 남은 게임에


이 게임이 다시 살아나는걸 보고싶다는


I want to see this game come back to life. 라는 한마디를 남겼셈




그리고 며칠 뒤, 이 게임에 다시 접속해보니 거기엔 이런 말이 남겨져 있었음


RIP this game, but I’m different.


이 게임이 평화롭게 잠들길, 하지만 난 달라.




뭘 말하려던 것이었을까?




지금 접속해보면 그냥 WHAT 이라는 말만 남아있을 뿐임







그래서...


This Game Will Die Eventually and So Will You,


이 사체만 남은 게임은 아직도 게임이라고 불릴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이 게임을 정말로 죽었다고 볼 수 있을까?


아직도 채팅창을 이용해 글을 남길 수 있고


그 글에 반응을 해주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좀 더 깊이있는 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최전방에서 북한군과 살인태권도배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번 연재는 여기서 마칠 수밖에 없었셈







이 세로토닌포비아라는 사이트는


단순히 게임의 본질을 다룬 게임들을 전시하기만 한 사이트가 아님


예상보다 엄청 다양하고 깊숙한 내막을 다루고 있는 사이트다




근데...


조사하느라 몇 달이 걸린 이런 방대한 정보들을 다 올리지도 못하고


심지어 세로토닌포비아에 전시된 모든 게임들도 다 소개못한채


최전방에서 북한사람들이랑 살인태권도배틀을 해야한다니...


원통할 뿐임




그래두 혹시라도 이 세로토닌포비아에 얽힌 내막에 대한 관심을 가질 사람들이 있을수 있으니


세로토닌포비아가 숨긴 미스터리를 풀어줄 뒤지게 아리송하고 두지게 오글거리는 힌트를 남기고 가겠셈




인터넷과 심연, 어느쪽이 더 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