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7-62. 무네타카의 과외선생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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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죠스케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이야기이자 그가 다시는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은 이야기… 5년 전, 다시 말해 2018년 모리오시 어느 폐건물.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을 수색했다. 죠스케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이런 사건이라니…”


젊은 형사가 물었다.


“죠스케 계장님, 역시… 동일범이겠죠?”


히가시카타 죠스케 경부보, 당시 35세. 모리오시 경찰서 형사과 형사과장보좌.


죠스케는 현장 감식 차트를 바라보았다.


“이름은 ‘패니 레인’. ‘12세’. 사흘 전에 실종되었고… 사망 시간은?”


“어제 19시경입니다.”


“성폭행의 흔적은 있으나 ‘정액’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가해자는 ‘콘돔’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 사인(死因)은 ‘간 주위의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범행 현장은 저 낡은 ‘문’ 하나로 밀폐되는, 사실상의 ‘밀실’. 대놓고 ‘동일범’ 소행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어.”


“대체 어떤 놈일까요?”


“모르지. 그런데…”


죠스케는 나무로 된 책받침이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반년간 5명이야. 애들을 노리면서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철저함을 보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쓰레기 자식이라는 건 확실해.”


잠시 후, 사건 현장 근처의 어느 골목. 죠스케는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래서, 여기 재개발 지역까지 부른 이유가 뭐야?”


남자는 부스스한 검은 장발을 가지고 있었고, 키는 죠스케보다 훨씬 작았으며 얼굴에선 피곤한 티가 역력했다. 그의 이름은 하자마다 토시카즈였다.


“요즘 어때?”


하자마다는 죠스케의 옆에 서서 벽에 기댔다.


“그럭저럭… 12월에 결혼 예정이야. 예비 장인어른이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가 있는데, 물려주겠다고 하셨어.”


“하자마다, 부탁이 있어.”


죠스케는 불안한 느낌을 읽은 듯 표정이 굳어진 하자마다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를 좀 도와줘. 이번 ‘사건’을 추적하는 데 네 ‘서피스’가 필요해.”


“이번 사건이라니… 설마 그 ‘연쇄살인마’?”


“그래… 반년이나 경찰이 추적 중인데 단서조차 잡히지 않아. 그러니 네 ‘서피스’가 필요해! 도와줄거지?”


“위… 위험한 거 아냐?”


“상대는 ‘아이’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어. ‘아동 성범죄자’의 대표적인 특징은 일반인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거야. 너와 네 ‘서피스’ 정도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하지만… 상대가 만일 ‘스탠드 유저’라면? 반년 동안 5번이나 범죄를 저질렀는데 잡히지 않았다며.”


“그때 그 ‘살인귀’도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어. 스탠드 유저인 네가 ‘연쇄살인마’라면 반년 동안 고작 5명만 죽였을 까?”


“아니겠…지?”


“그러니까! 네 도움으로 범인을 잡으면 너에게도 꼭 ‘사례’할 게! 아니, 네가 물려받기로 한 ‘가게’ 리모델링에 돈도 보태줄 테니까!”


하자마다는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그리고 말이야, 담배 좀 끊어라. 죠타로 씨도 아니고, 애도 있는 데 그게 뭐야?”


“경찰 준비 중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그만… 노력해 볼게. 아무튼 하자마다, 고마워.”


둘은 사나이의 악수를 나누었다.


“잡고 나면 한 턱 쏴라?”


“당연하지.”


이틀 뒤, 그 골목.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운데 죠스케는 벽에 기댄 채 쓰러진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자는 무릎을 꿇은 채 주저 앉아 있었고, 그 아래로는 피가 흥건했다. 젊은 형사가 화를 꾹 참은 채 말했다.


“결국 살인마가 전혀 상관없는 사람까지 건드렸군요. 방금 연락이 왔는데, 근처 폐건물에서 실종된 아이가 발견되었답니다. 11세 소년이요. 이번에도… 구하지 못했지만.”


다른 형사가 말했다.


“방금 피해자의 신원이 정리됐습니다. 주머니 속에 ‘면허증’이 있었거든요. 피해자는 하자마다 토시카즈, 37세. 프리터긴 한데 올해 12월에 결혼 예정이었습니다. 사인은 역시 ‘간 부분의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입니다.”


“그래… 이제 그 아이한테 가 봐.”


“네!”


죠스케 홀로 남게 되자 죠스케는 죽은 하자마다를 바라보더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말이야, 담배 좀 끊어라.”


곧이어 여름비가 쏟아져 내렸다. 죠스케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연신 라이터를 키려 했지만, 라이터는 켜지지 않았다.


“망하아아알!!”


죠스케의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애먼 담장을 때려 부수더니 이내 엉망진창으로 수복시켰다. 죠스케의 입에서 떨어진 담배꽁초는 불 한번 붙이지 못하고 물웅덩이 위에 떨어졌다. 죠스케는 괴로워했다. 하자마다의 장례식에는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죠스케는 오래지 않아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함구했다…


다시 현재, 죠스케는 분노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네 녀석이 하자마다를!!”


“죽였습니다. 덤으로 애새끼 6명도 같이 말이죠.”


“네놈은 인간도 아니야! 하물며 아이를!!”


픽시즈는 그런 죠스케를 비웃더니 필통에서 금속 자를 꺼내 물려진 죠스케의 팔뚝을 그었다. 팔뚝에서 피가 마치 진흙 속 물이 튀듯 뿜어져 나왔다.


“그게 뭐가 잘못된거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다… 이것은 모든 ‘생물’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자연의 법칙’이라고요. ‘보노보’는 동성애와 매춘을 합니다. ‘아델리 펭귄’은 동족의 ‘시체’를 탐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인간’이라고 다른 줄 아십니까?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 곧 ‘폭력’과 ‘강간’의 역사입니다. ‘강간’은 곧 ‘성’에 대한 폭력이니 결국 ‘폭력’의 역사죠. 승자가 패자를 마음껏 유린하는… 그 어떤 동물보다도 순수한 약육강식 아닙니까?”


죠스케는 분노했으나, 이젠 성대가 녹아내려 말도 할 수 없었다. 픽시즈는 그런 죠스케의 손가락 끝을 자로 베었다.


“인류사에서 일어난 수없이 많은 ‘전쟁’에서 ‘강간’이 일어나지 않은 적이 있는 줄 아십니까? ‘몽골’이 ‘바그다드’를 침공했을 때? ‘오스만’이 ‘비잔티움’을 점령했을 때? ‘나치’가 ‘바르샤바’를 침공했을 때? ‘일본’이 ‘난징’을 점령했을 때? 앞서 말했지만 인류와 폭력은 때어 놓을 수 없습니다. 전 그저… ‘본성’에 아주 조금 몸을 맡길 뿐이죠.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겁니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 말이죠.”


죠스케는 생각했다.


‘이 자식… 끔찍해! 아니, 어떠한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 한 최악의 자식이야! 그레이트… 살면서 ‘그 자식’보다 끔찍한 놈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


한편, 에르메스는 들리지 않는 전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엠포리오, 이게 무슨 ‘의미’라고 생각해?”


맞은편에 앉은 엠포리오는 곰곰이 생각했다.


“시즈카는 아무런 의미 없이, 혹은 실수로라도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야. 조금만 기다려보자.”


그때, 둘은 무언가 울리는 듯한 소리를 알아차렸다. 동시에 모든 소리를 죽이고 그 소리에 집중하자, 마치 손가락으로 바닥을 치는 듯한 그 소리는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엠포리오가 말했다.


“이건… ‘모스 부호’야! 시즈카는 ‘모스 부호’를 치고 있어.”


“해석할 수 있겠어?”


“··· --- ··· ··· --- ··· ··· - ·- -· -·· ·- - - ·- -·-· -·- ·--- ···· --- -- · ·- ··· ·- ·--·”


엠포리오는 빠르게 그것을 노트에 적더니 곧장 알맞은 알파벳으로 옮겼다.


‘SOS SOS STAND ATTACK JO HOME ASAP’


에르메스가 벌떡 일어났다.


“스탠드 공격이라고?!”


“에르메스, 잠시만. 시즈카, ‘스탠드 공격’이 맞으면 손가락을 ‘한번’ 두드려 줘.”


소리가 1번 울려 퍼졌다.


“지금 있는 곳이… 혹시 ‘죠스케 씨’의 집이야?”


역시나 손가락이 1번 울렸다.


“알았어. 지금 갈 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전화를…”


“어이고 이런, 미국인들은 전부 멍청이(이디엇)인 줄 알았는데 깨나 영악한 수를 쓰는군요?”


그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여보세요? 시즈카?! 끊겼어. 방금 그 ‘목소리’가 죠스케 씨를 습격한 ‘스탠드 유저’인가 봐.”


“당장 가자. 그… 시즈카의 남자친구도 부르고!”


그리고, 픽시즈는 신산조각 난 시즈카의 휴대전화를 바라보더니 그 능글맞은 미소로 시즈카를 조롱했다.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동료들을 부른 모양인데… 소용없습니다. 당신도 들으셨을지는 모르지만, 제 ‘스탠드’는 이 집 안에 가득 차 있죠. 마치… ‘압력탱크’ 속의 ‘공기’처럼요. 그런 상황에서 저들이 이 집의 문을 연다면? 그 자리에서 제 ‘러브 앳 퍼스트 스팅’이 폭발하듯이 튀어나와 그들도 당신과 똑같이 만들어버릴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픽시즈는 시즈카의 아직 녹지 않은 부분을 걷어 찼다. 시즈카는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얌전히 계시지요. 곧 당신도 끝내드리겠습니다. ‘체형’은 마음에 드는데… 아쉽게도 나이가 불합격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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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명: 러브 앳 퍼스트 스팅 - 유저: 픽시즈

파괴력 - 없음 스피드 - D 사정거리 - B 지속력 - A 정밀동작성 - B 성장성 - D

능력 - 바닥과 벽에 발자국을 찍어 그것을 건드린 인간을 그 부위부터 무너뜨린다.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진흙처럼. 한번 닿은 인간은 이제 어느 부위라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러브 앳 퍼스트 스팅이 잠식한 공간은 완전히 놈으로 가득 차 있기에, 바깥으로 연결이 되면 그곳을 통해 마치 압축공기가 뿜어져 나오듯 스탠드가 뿜어져 나온다.


미안, 하자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