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7-68. 몰래 지켜보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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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시즈카는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재하를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죠스케 씨 앞으로 죠스케 씨 부부의 ‘관계’ 장면을 찍은 사진이랑 10만 엔을 입금하라는 협박 편지가 왔다는 거지?”


“응, 아침에 다시 물어봤는데 코이치 씨 부부한테도 같은 게 왔대. 유키도 혹시나 형네 집에도 같은 게 왔을 까 해서 조금 전에 나갔어. 어제 저녁부터 가족끼리 외출해서 집에 없거든.”


재하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역시 ‘스탠드 공격’이겠지?”


“그 ‘가능성’을 제일 크게 보고 있어. 사진이 찍힌 각도로 미루어 볼 때 죠스케 오빠를 ‘도촬’한 쪽은 안방 ‘화장대’ 위야. 그 위에 있던 건 휴대폰뿐이었지. 물론 두 사람이 스스로 ‘촬영’한 건 아니야. 휴대폰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역시 ‘스탠드’가 나타나는 것에 ‘트리거’가 있는 게 분명해. 아이언 메이든처럼 말이야.”


시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트리거’일까? ‘관계’에서 나올 트리거… ‘오르가슴’? ‘사정’?”


그때, 시즈카의 휴대폰이 울렸다. 예상 외로 무네타카의 전화였다.


“무네 군, 무슨 일이야?”


“고모, 고모가 아침에 말한 거 있잖아… 우리 ‘야구부’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재하가 물었다.


“무네타카는 어떻게 안 거야?”


“내가 무네타카한테 ‘사진’이랑 ‘협박’ 이야기를 들으면 알려달라고 했거든. 무네 군, 자세히 말해줘.”


“훈련 중에 6학년 ‘선배’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살짝 들었어. 좀 성격 이상한 선배인데, 어젯밤에 달빛을 보다가 ‘달아올라서’ 좀 ‘했다’는 거야. 그런데 아침에 자기 모습이 찍힌 ‘사진’이 날아왔어. 그 선배 아버지 엄청 엄하시다던데, 아침부터 완전 깨졌다지 뭐야. 근데 고모, 뭘 ‘했다’는 건지 알아?”


“그, 글쎄? 무네타카가 아직 알 내용은 아닌 것 같은 걸?”


전화가 끊기자, 시즈카가 말했다.


“트리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 겠어. ‘혼자’ 하는 것도 감지했다면, 분명 다른 게 있을 거야. 재하 군, 방금 떠오른 ‘가설’이 있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을 까?”


“뭔데?”


시즈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더니, 잡지 두 권을 재하 앞에 내려놓았다. 다름 아닌 성인잡지였다. 당황한 재하가 물었다.


“이… 이건 뭐야?”


“’호기심’에 산 거야. 아무튼, 내 가설은 뭔가 자신이 ‘부끄럽다’고 느끼는 짓을 하는 게 ‘트리거’가 아닐까 하는 거야. 그러니 재하 군이 도와줬으면 해.”


재하는 얼굴을 붉히더니 언성을 높였다.


“마, 말이 되는 소릴 해! 그보다 여자 앞에서 어떻게 그런 걸…”


시즈카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안 볼 게. 귀도 막고.”


“그게 문제가 아니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면 내 ‘가설’을 증명할 수가…”


시즈카가 몸을 돌려 재하에게 다가가려던 그 순간, 시즈카는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바닥에 반쯤 누워 있던 재하의 아랫배를 깔고 앉아 버렸다. 시즈카가 고개를 들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고, 시즈카는 생각했다.


‘뭐, 뭐야… 이 기분… 이건… 이런 감정은…’


‘멈춰 시즈카! 커, 커지고 있다고…! 치마만 입고 있어서 닿는단 말이야!’


그 순간, 두 사람은 방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TV 위에 설치된 홈 카메라가 공중에 떠 있었다. 무언가 특이하게 생긴 카메라가 얼굴 전체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이내 빛을 번쩍이며 두 사람을 촬영했다. 시즈카의 네버마인드가 그 카메라를 공격했다.


“뭘 찍는 거야!!”

“도라라라라라라라라라!!”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홈 카메라만 바닥을 구르자 시즈카는 분노했는지 몸까지 마구 흔들며 화를 냈다.


“Damm It! 역시 스탠드였어! 무언가 ‘마음’의 강한 ‘감정’을 느끼는 게 분명해!”


재하는 몹시 당황했다.


“자, 잠깐 시즈카! 그렇게 흔들면…! 아… 아앗!”


재하는 자기도 모르게 여자애 같은 비명을 질렀다. 하필 재하는 얇은 면바지를 입고 있었고, 하필 시즈카는 치마 안에 얇은 팬티만 입고 있었다. 시즈카는 팬티 너머로 전해지는 뜨듯하고 물렁물렁한 감촉을 똑똑히 느끼곤 얼굴을 붉혔다. 재하는 수치심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시, 시즈카… 미안하지만 먼저 가볼게.”


시즈카 역시 그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으, 응… 정보를 더 찾으면 알려줄 게.”


재하는 어기적어기적 문을 열고 사라졌다. 잠시 후, 시즈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유키카게가 도착해 있었다.


“시즈카, 괜찮아? 얼굴이 붉은데…”


“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형님네 집에 갔다 왔는데 그쪽도 똑같아. 우편함에 ‘사진’과 ‘협박편지’가 있었어. 역시 ‘적’은 모리오시의 부부를 상대로…”


“아니, 부부만이 아니야. 일개 학생을 상대로도 협박을 했으니까. 무네타카가 이야기해 줬어.”


“그럼 놈은 무엇을 감지하는 거지?”


“내 생각엔… ‘감정’ 같아. 한순간에 몰아닥치는 감정의 ‘격한 변화’가 ‘트리거’인 것 같아.”


“확실해?”


“사실… ‘입증’을 해야겠지.”


“어떤 식으로?”


시즈카는 홈 카메라를 들었다.


“일단 유키 집으로 가자! 거기서 설명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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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각이었으나 작가가 순애파라 안나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