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 다운을 모두의 몸 안에 잠행시킨 후 메이드 인 헤븐에게 반격의 기회를 마련하자고 제안한 안나수이.


"무리야 안나수이! 다음 공격은 틀림없이 치명상이 될 거야!"

계획 내용에 경악한 엠프리오가 안나수이에게 외쳤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요즘 운이 꽤 좋거든? 너도 알지, 엠프리오? 탈옥한 이래로 이렇게 목숨이 질기게도 붙어있었단 말이야... 이 기세로 살아남아 죠린에게 청혼이라도 해볼까? 크크크..."


'...라는 말은 농담이지만...' 이라는 말과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끝으로 안나수이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가까운 거리에서는 웅얼거리는 소리도 똑똑하게 들린다. 죠타로도. 에르메스도. 그리고 죠린도.


죠린은 옥상에서의 안나수이의 마음을 들었고, 압도적인 적을 앞에 두고도 대처법을 생각해내는 정신, 어둠뿐인 세상에서 가는 실의 빛을 찾아내려 하는 희망을 보았다. 그를 보며 짧지만 동경의 마음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죽음에 대한 각오 뒤에 숨어있는 두려운 마음이 안나수이를 채우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좋아. 청혼해. 안나수이..." 죠린의 대답은 즉답이었다. 죠타로는 아무 말 없었지만, 그의 눈에는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상황에 절망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야. 당신에 생각에는 암흑이 아닌 희망이 있어. 하지만 희망과 각오를 혼자서 짊어지지는 않아도 될거야."


모두가 이 순간, 죠린에게 집중한다. 죠린의 주변이 밝게 빛난다. 죠타로는 이미 여러 번 본 적이 있었을 그 빛.


"내게 좀 더 나은 각오의 길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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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타로 일행이 어디로 날아가든. 무한히 가속 중인 푸치가 먼저 도착할 수 있다. 일행이 바다 위 바위섬으로 향하자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푸치 신부. 엠프리오가 급하게 총을 쏴서 방향을 틀고, 암초가 많은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빠진다. 거대한 파도와 물보라가 일행 주변에 생겨났다



푸치는 일행 둘레를 돌며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순간을 좆는다. 그의 궤적으로 물보라가 하얗게 퍼진다. 하지만 일행의 착지점의 물보라가 훨씬 높았다.



"바다에 착지하면서 물에 스탠드 공격을 가한 모양이군... 쿠죠 죠린! 그리고 죠타로! 무엇을 꾸미는 거지? 허술한 교란과 잔머리로는 천국을 향하는 세계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을 텐데!"



가속된 거대 물보라가 푸치를 덮친다. 벌 수 있는 시간은 찰나의 순간. 가속 중인 세계이니 청정의 순간이었다. 신부가 물보라를 치우고 다시 눈을 뜨는 순간.


신부의 주변으로 엉성하지만 얼기설기 실이 쳐진다. 뭔가 덕지덕지 붙은 죠린이 바위섬에서 바위섬으로, 각 암초를 반환점 삼아, 푸치를 감옥에 가두듯 실을 풀어낸다. 그린 돌핀 스트리트 교도소의 교화관이 아니라, 죄수인 것처럼.



"무슨 짓이냐! 쿠죠 죠린! 네년을 감옥에 가두게 한 나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셈이냐!"



푸치는 즉시 감옥의 한쪽으로 돌진한다. 줄을 끊으려고 스탠드로 공격하지만 끊기지 않는다. 평상시의 죠린의 실보다 더 단단해졌다. 감옥을 이루는 실은 두 줄이 서로 꼬아져 있고, 곳곳에 매듭까지 지어져 있었다. 푸치가 죠타로 일행이 날아가는 동안 만끽했던 아주 잠깐, 잠깐의 여유동안 죠린은 계속해서 '감옥'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넘어가 주마! 이런 창살로는 레슬링 선수 링보다도 허술하다!"


푸치는 줄을 당겨 사이를 벌리고 감옥을 탈출하려 시도한다. 팽팽하게 묶여 당기기 조금 어려웠지만 가속하는 신부에게 이 정도 시간 벌이는 소용 없었다.


"오라아!!"


"아닛?!"


매듭이 풀리자 매듭 주변의 실이 빠르게 뭉쳐 주먹 모양이 된다. 신부에게 타격을 주기에는 당연히 느렸다.


"생명 에너지인 스탠드를 움직이려면 무생물보다 느리게 움직일 테지... 그 순간을 포착해서 죠린과 나의 스탠드가 네놈을 공격할 거다!"


어느샌가 죠린의 매듭에 잠행해 있던 다이버 다운이 푸치에게 접근한다. 푸치는 감옥의 한가운데로 돌아간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톤 프리는 단단한 실 감옥을 더 치밀하게, 더 좁게 만들어낸다. 감옥이 치밀하지 않은 단 한 곳, 감옥문은 죠타로와 에르메스가 지키고 있었다.



"내 씰로 스탠드체를 불어나게 한 후 스탠드체를 극한까지 풀어내어 결계를 만들고 서서히 좁혀가면서, 다이버 다운으로 신부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살피게 한다! 이거라면..!"


"그래. 아무리 빠른 속도를 가진 스탠드라도 움직임을 알아낼 수밖에 없겠군. 과거의 카쿄인처럼...녀석이 시간이라도 멈추지 않는 이상, 반드시 잡을 수 있겠지."


"죠린 누나..!"



결계의 반경은 점점 좁혀간다. 신부는 계속해서 물보라를 일으켜가며 결계 내부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결계를 알아차릴 새 없이 빠르게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가속되거나, 그 전에 내가 잡히느냐, 승부를 걸겠다는 건가...단 한 수도 뒤쳐지지 않겠다는 그 집념, 내 속을 뒤집어놓는군. 하지만 어림없다! 이것이 바로 세계의, 주의 뜻이란 말이다!"


하늘과 바다와 천체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가속한다. 이제 시계는 침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파도는 지진이라도 난 듯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고, 태양과 달은 더 이상 동그랗지 않았다. 이 상황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엠프리오였다.


"뭐지...? 하늘의 구름이...로켓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있어...게다가 어찌된 일이지?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어! 말도 안돼! 태양이 엄청난 속도로 떠오르고 있어!"


"뭐라고-?! 시간이 더욱더 가속하고 있는 거야?!"


푸치가 다시 한 번 결계에 달려든다. 


"이젠 무작정 들이받기냐-!"



토옹!



스톤 프리의 주먹이 신부를 타격할 기회를 놓쳤다. 신부는 실을 밟고 다른 곳으로 다시 달려든다. 죠린은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토옹! 토오옹!



신부와 메이드 인 헤븐은 반복해서 결계를 왔다갔다 이동했다. 



"뭐하는 거지?"


"가속하려는 거야...시간보다 훨씬 더! 죠린 누나의 실을 트램펄린 삼아서...자기 시간 속에서도 더욱 더 가속하려는 거야! 사방에서 공격하지 않으면...신부는 결계를 탈출할 수도 있어!"


"젠장. 죠린-!"


"죠린은 분명 성공할 거야! 나를 구원했던 것처럼, 세계를 원래대로 구원할 수 있어, 분명히!"


세상을 천국으로 보내려 하는 엔리코 푸치. 그를 막는 쿠죠 죠린. 마지막 결투의 승부는 곧 결정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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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20m 결계가 메이드 인 헤븐의 카운터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써본 글인데,

아라키의 필력을 흉내내는 건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

탭 잘못되어 있으면 수정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