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7-81. 옛 만화가를 보러 가자!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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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의 모리오시는 여름의 마지막까지 화려하게 폭염으로 마무리 짓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가 여름의 끝을 알리듯 도시에 찬 기운을 가져다주었고, 여름을 완전히 끝낼 비가 오려는지 회색 구름이 모리오시를 뒤덮은 어느 날, 공동묘지에서 한 여인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가족들이 묘비 앞에 모여 그녀의 마지막을 추모하고 있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여자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인의 가족이었지만 동시에 가족이 아니었고, 혈연이었지만 동시에 혈연이 아니었다. 

고인의 가족들이 떠나자 그녀는 묘비 앞으로 다가가 가만히 묘비를 바라보았다. 오래지 않아 여름의 끝을 알리는 비가 내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묘비를 바라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한 남자가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시즈카, 이제 돌아가자.”


“유키, 난 말이야…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러니까 양어머니가 돌아가셨어. 그 후로 20년 가까이 어머니 없이 살아온거지. 이제서야 친어머니를 만났는데… 모두 떠나버렸어.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남은 기분이야.”


지난 시간동안의 회한, 슬픔, 애증, 그리움… 그 모든 것이 시즈카의 눈에서 뺨을 타고 흘렀다. 유키카게는 우산을 내려놓고 그런 시즈카를 꼭 껴안아주었다.


한편, 죠스케는 머리 끝까지 분노한 얼굴로 유야의 사무실 문을 부서져라 벌컥 열고 들어와 소리쳤다.


“무네타카가!! 내 아들이 실종당했어! 아야나도, 학교 야구부 코치도, 아무도 행방을 모르고 있어! 무네타카는 몇 시간 전 하교하던 중 ‘새로운 적’에게 습격당한 것 같아! 죽었을 리는 없어! 그래서 네 ‘능력’으로 무네타카를 찾아줬으면 한다, 훈가미 유야!”


유야는 자기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죠스케를 바라보더니 반대쪽 소파를 가리켰다.


“힘들겠지만 일단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 무네타카가 정말 ‘실종’된 거 맞아? 개인적인 ‘일탈’이라던가, ‘가출’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고?”


“난 ‘경찰’이야. 단순 ‘가출’과 ‘납치’ 정도는 쉽게 구별한다고. 여기, 무네타카가 가장 아끼는 글러브야. 학교에 남아 있었어. 이런 물건에 묻은 냄새로 추적하는 능력은… 여전하지?”


유야는 글러브를 담은 비닐을 받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하지! 지금 죠스케 네가 겉으로는 냉정해 보여도… 아드레날린을 풀풀 뿜어대고 있는 것까지 느껴진다고.”


죠스케는 그제야 확연한 분노를 드러냈다. 유야는 그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포를 느끼곤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


“빠, 빨리 가자. 비가 그치면 냄새가 흐려져서 추적이 힘들어.”


잠시 후, 모리오시의 어느 골목. 죠스케가 골목 한쪽을 가리켰다.


“아마 이쯤에서 실종됐을 거야. 이 골목은 무네타카가 ‘루틴’을 지키기 위해 항상 거쳐서 집에 오는 길이니까. 그리고 이 앞에 있는 ‘핫도그’ 가게에서 핫도그를 꼭 사서 먹고 들어오지. 핫도그 가게 주인한테 물어봤는데, 오늘은 무네타카를 본 적이 없다고 했어.”


유야는 냄새를 맡기 전에 다시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골목에서 ‘납치’를 당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냐? 여긴 최소 2미터는 넘는 담장이 이어진 곳이야. 양 옆의 집으로 이어진 뒷문도 없는 폐쇄적인 골목인데… 무네타카는 키가 150cm는 거뜬히 넘는 녀석이잖아. 대체 ‘어떤 능력’으로 그 애를 납치한거지?”


둘은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받은 듯 표정을 구겼다. 유야는 무네타카의 글러브 냄새를 맡더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글러브를 죠스케에게 넘기며 목소리를 낮췄다.


“야, 죠스케. 아무래도… 끔찍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자식이… 이제서야 다시 나타날 거라곤… 아무도 예상치 않았을 거니까!”


죠스케 역시 무언가 알아차린 듯 두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거렸다.


“망할 자식… 그 꼴이 되고도 멈추지 않는구만!! 모습을 드러내라!”


바람과 함께 종이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 몸이 종이로 이루어진 그것은 마치 붕대 대신 종이로 둘러싼 미라 같은 꼴이었지만, 그 형태는 죠스케도 유야도 지난 24년간 절대 잊지 않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것이 종이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히가시카타 죠스케, 훈가미 유야. 꽤 긴 시간이 지났건만 ‘공포의 사인’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죠스케는 입술 대신 두 이를 꽉 악물었다.


“이런 식으로 납실 줄은 몰랐다… 이니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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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