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7-83. 이니그마 소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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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그마는 확신했다.


“이긴다…! 히가시카타 죠스케는 겁을 먹었을 때 ‘아랫입술을 깨문다’… 여전히, 변함없이! 놈이 입술을 깨물기만 하면 된다! 그 순간이 온다면 이 ‘이니그마’는 무적! 쿠죠 죠타로도 없는 상황에 히가시카타 죠스케만 처리한다면 훈가미 유야는 별 볼일 없다.”


죠스케는 아야나의 주머니를 뒤지며 말했다.


“이미 시즈카와 유키를 불렀어. 유야, 잘 들어. 만약 내가 ‘실수’로 ‘아랫입술을 깨문다’면… 그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서 코이치든 누구든 일단 스탠드 유저들을 전부 불러. 이 자식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상대해선 안 돼!”


그리고, 죠스케는 아야나의 바지주머니에서 종이를 찾았다.


“유야, 혹시 이 안에서 무네타카의 ‘냄새’가 나?”


“아니, 사람의 냄새가 아니야. ‘금속’ 냄새다! 죠스케, 내가 너라면 그 종이를 펼치지 않을 거야.”


죠스케는 그 종이를 공중에 던져버렸다. 종이는 허공에서 펼쳐지더니 그 안에서 날카로운 수술용 메스가 후드득 떨어졌다.


“역시… 함정이었어. 우리가 ‘공포의 사인’을 보이게 만들기 위한 함정!”


‘훈가미 유야… 저 능력은 확실히 성가시군. 하는 수 없지… 이쯤 해서 모습을 드러내기로 할까.”


한차례 바람과 함께 종이들이 죠스케 앞으로 휘날리더니 사람의 형체를 이루었다. 죠스케는 분노를 전혀 감추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돌아온거냐? 분명 너는 그때 내가 책으로 만들었을 텐데.”


“좀 ‘대단한 일’이 있었다…고 말해두지. 그러나 ‘모습’은 변했어도 ‘능력’만큼은 여전하다. 게다가 더욱 쉽게 들고 다닐 수도 있지.”


이니그마가 팔뚝의 종이 한 장을 들어서는 찢어버리자 찢어진 종이 사이에서 산산조각 난 음료수 캔이 떨어졌다. 이니그마는 뒷목에서 다른 종이를 꺼냈다.


“이 종이가 네가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이다. 물론 살아 있지… 하지만, 내가 지금 이 종이를 찢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네가 휘두른 주먹이 ‘우연히’ 종이에 맞는다면? 혹은 바람에 실려 날아다니다가 차도에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도라아아아아아!!”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주먹이 곧장 이니그마를 향했지만, 이니그마는 바람에 날리는 종이처럼 부드럽게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시즈카와 유키카게가 달려왔다.


“죠스케 오빠! 유야 씨!”


“시즈카, 유키! 나이스 타이밍이야.”


시즈카는 이니그마를 바라보며 네버마인드를 꺼냈다.


“저 ‘종이인간’ 같은 게 무네타카를 납치했다고?”


“그래, 놈의 이름은 ‘이니그마’. 경고하자면, 절대로 ‘공포’에 질리지 마. 놈은 우리가 공포를 느꼈을 때 하는 ‘행동’을 ‘트리거’로 종이 안에 우리를 가두니까.”


“가둔다고요? 그렇다면 저 자도 스탠드 유저?”


“호오, 그 사이에 돌에게 연락을 가한 건가? 하지만 이미 네놈 둘도 관찰 끝에 아주 잘 알고 있다. 특히 ‘공포의 사인’은 확실하게 알고 있지.”


“두 사람 모두 잘 들어, 지금 놈이 들고 있는 ‘종이’가 무네타카야. 하지만 저 종이가 찢어져서는 안 돼. 알겠지?”


“네!”


그 순간, 한 차례 바람과 함께 이니그마는 저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유야가 소리쳤다.


“놈이 도망친다! ‘하이웨이 스타’!”


보라색 피부에 묘하게 느끼한 인상을 지닌 유야의 스탠드, 하이웨이 스타가 엄청난 속도로 이니그마를 쫓았다. 이니그마는 고개를 살짝 돌려 하이웨이 스타를 확인하더니 옆구리에서 종이 한장을 던졌다. 종이가 바람을 맞고 펼쳐지며 그 안에서 화염이 쏟아져나와 하이웨이 스타를 덮쳤다. 

하이웨이 스타가 멈칫하는 순간, 이니그마는 저 멀리 대로로 사라졌다. 모두가 급히 그곳으로 달려왔을 땐, 이니그마는 무네타카가 갇힌 종이를 당장이라도 차도에 던져버릴 듯 팔을 뻗고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 조금이라도 다가왔다간… 무네타카의 목숨은 없다!”


죠스케는 분노했다.


“이… 개자식이!”


유야가 말했다.


“죠스케, 진정해. 그때처럼 이번에도 함정일 거야! 천천히 생각해 봐! 그때도 놈은 코이치의 종이라고 널 속여서 ‘공포의 사인’을 드러냈어. 한번 한 일을 두번이라고 못할 건 없지.”


“어, 그래. 네 말이 맞아. 그 종이는 아마 무네타카가 사로잡힌 종이가 아니겠지… 이름만 ‘히가시카타 무네타카’라고 적어놓은 단순한 미끼란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어. 놈은 무네타카를 인질로 잡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내 앞에 정체를 드러냈고, 살아있기 때문에 나를 위협할 수 있으니까. 그 종이가 함정이란 것… 그건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저 종이를 구해야 해. 어쩌면 무네타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만에 하나라도! 무네타카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 종이를 구하러 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야!!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죠스케와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달려들자, 이니그마는 들고 있던 종이를 차에 집어 던졌다.


“어리석구나. 방금 너의 그 행동으로 인해… 네 아들은 죽는다.”


종이가 바람을 타고 차도로 날아가는 순간, 공중에서 종이가 멈추더니 그대로 죠스케에게 날아왔다. 종이는 다름 아닌 시즈카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뭐… 뭣이?!”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가 관여할 수 없듯이… 네 손을 떠난 ‘종이’는 네가 손을 쓸 수 없지. 물론 너도 그걸 감안했겠지만, 내가 있다는 건 생각 안 했나보지? 그리고 죠스케 오빠의 예상 대로 이 종이는!”


시즈카가 종이를 펼치자 볼트와 너트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무네타카가 아니야. 어떻게 할까? 지금 당장 우리 모두가 너를 박살내버리고… 그 종이 더미 안에서 무네타카를 일일이 찾아야겠지?”


때마침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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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케가 혀 낼름거리면 진심으로 빡친거라던데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