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만약... 부차라티와 죠르노가 조금 늦었다면? - 죠죠의 기묘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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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시작이 있다. 하지만 한 걸음이라도 다른 길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장소에 도달하지. 최초에 테이블 위의 냅킨을 처음 쥔 자로부터 이 세계의 질서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타고난 영웅이란 없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단련되고, 전투를 통해 성장하며, 희생으로 완성된다. 나 역시도 그런 영웅의 탄생을 보았었지. 쿠죠 죠타로가 그날, 이집트에서 폴나레프를 설득하기 위해 뒤쳐지지 않았다면 카쿄인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쿠죠 죠타로가 뒤쳐지지 않으면서 카쿄인 노리아키가 살아남았다. 세상은 영웅을 잃고, 악당은 기회를 얻었다.”


DIO의 방에서 뛰어 내려 한참을 낙하하던 죠스타 일행은 저택 2층 발코니에 착지했다. 동시에, 그들의 눈앞에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카이로에 어둠이 내리자 죠셉이 소리쳤다.


“야단났군…! 이거 야단났어! 해가 거의 저물었잖나!”


카쿄인이 말했다.


“놈의 시간이 오고 말았습니다.”


폴나레프가 말했다.


“설마… 죠스타 씨. 이대로… 내일 해가 뜰 때까지 일시 퇴각한다는 건 아니겠죠…? 미리 말해두지만 죠스타 씨! 난 이대로 호락호락 도망칠 순 없습니다!”


카쿄인도 같은 생각이었다.


“저도 폴나레프와 같은 마음입니다.”


죠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자네들과 같은 마음이야. 하지만! 놈의 스탠드 ‘더 월드;와 만났는데도 어떤 능력인지 조금도 알 수 없다니… 산에 오를 때 루트도 모르고 꼭대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 조난은 확실한 법일세! 확실하다마다! 콜라를 마시면 트림이 나오는 것 만큼 확실해! DIO는 이제 반드시 우리를 쫓아올 걸세! 해가 뜨기 전에 해치우려 할 게야! 그 전에 반드시 놈의 스탠드에 얽힌 비밀이 무엇인지 파해칠 기회가 있을 걸세!”


죠타로가 말했다.


“그러면… 가자.”


“네 사람이 트럭을 타고 사내를 움직이자, DIO는 때마침 카이로에 온 미 상원의원의 차를 타고 뒤쫓기 시작했다… 이것이 너희가 아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침내 네 사람은 DIO를 궁지에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DIO는 주위를 바라보았다. DIO의 주변으로 온통 카쿄인의 스탠드,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결계가 펼쳐져 있었고, 그 바깥으로는 파문이 이는 죠셉 죠스타의 ‘허밋 퍼플’과 장 피에르 폴나레프의 ‘실버 체리엇’, 쿠죠 죠타로의 ‘스타 플래티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카쿄인이 소리쳤다.


“받아라, DIO! 반경 20미터의 에메랄드 스플래시를!”


“받아라! ‘허밋 퍼플’!”


하이어로팬트의 에메랄드와 파문이 이는 허밋 퍼플이 DIO를 향해 날아들었으나, DIO는 오히려 자신만만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한 미소를 지었다.


“얼간이 같으니… 똑똑히 깨닫거라… 더 월드의 진정한 능력은… 그야말로! 세계를 지배하는 능력임을! ‘더 월드’!!”


대기가 그 색을 잃고 혼탁해지고, 모든 것이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모든 것이 멈춘 세계에서 오로지 DIO와 더 월드만이 똑똑히 움직이며, 천천히 허밋 퍼플을 피한 뒤 결계를 부수며 죠타로의 앞에 당도했다.


“쿠죠 죠타로… ‘같은 타입’의 스탠드… 네놈이 ‘파문’ 보다도 더 위험한 존재다. 죽어라, 죠타로!”


더 월드의 주먹이 죠타로의 배를 꿰뚫는 순간, DIO는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


“너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리가 없다…”


시간정지가 풀리자, 죠타로는 그대로 몇 미터는 뒤로 날아가 쓰러져 그대로 숨을 거뒀다. 죠셉이 소리쳤다.


“죠타로!! 이럴 수가! 느, 느닷없이… 날아가버렸다! 말도 안 돼! 죠타로!!”


DIO는 다음으로 죠셉에게 다가왔다.


“죠셉… 다음은 너다.”


그 순간, 폴나레프의 실버 채리엇이 DIO를 향해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죠스타 씨, 카쿄인! 도망쳐!!”


“폴나레프! 자네 마저…!”


“갑시다, 죠스타 씨! 일단 후퇴해서 놈의 ‘능력’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게 먼저예요!”


폴나레프는 목숨을 내던지고 싸운 끝에, 마침내 실버 채리엇의 레이피어를 DIO의 머리에 꽂아버렸다.


“죽어버려라! DIOOOOO!!”


그 순간, 시간이 멈췄다.


“더 월드… 시간은 멈추었다. 아깝게 됐구나, 폴나레프. 아주 조금만 더 힘을 주었더라면 나의 뇌조직을 헤집어 파괴할 수 있었을 텐데.”


더 월드가 순식간에 폴나레프를 죽여버렸다.


“저 자식… 이건… 말도 안 돼…”


곧이어, DIO는 카쿄인과 죠셉을 뒤쫓아 끝내 따라잡고 말았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싸웠으나, 더 월드의 비밀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말았다.


“죠스타 이집트투어 일행은 네놈들을 끝장냄으로써 전멸의 대미를 장식하겠구나…”


치명상을 입은 죠셉이 중얼거렸다.


“희망은… 없는 건가… 미안하다, 홀리… 우리 딸…”


마지막 남은 두 사람마저 죽여버린 DIO는 이내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친구여… 이제 때가 되었다.”


“이로써, 쿠죠 죠타로는 영웅이 되지 못한 채 이역만리 타지에서 죽고 말았다. 그 대신 DIO가 기회를 얻었지. 너희들도 알고 있는 그것 말이다.”


몇 개월 후, DIO는 자신의 저택에 친구를 초대했다.


“DIO…”


“푸치.”


“그자의 이름은 ‘엔리코 푸치’. 너희들은 다 아는 DIO의 친구다.”


“친구여, 이제 때가 되었다.”


또 얼마 후,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DIO는 더 월드를 꺼내놓은 채 중얼거렸다.


“필요한 것은 ‘나의 스탠드’다. ‘더 월드’. 나의 스탠드, 그 다음 단계에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벗이다.”


DIO는 푸치를 바라보았다.


“그 벗은 욕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권력욕이나 명예욕, 금전욕, 색욕이 없는 인간이면서 또한 그는 인간의 법보다 신의 법을 받드는 인간이어야 한다. 언젠가 그런 자를 나 DIO가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필요한 것은 ‘극악한 죄를 범한 36명 이상의 영혼’이다. 죄인의 영혼에는 강한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DIO는 그 다음으로 자신의 스탠드 ‘더 월드’에게 새겨진 글귀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앞에 포박되어 있는 36명의 사내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그러자, 더 월드는 스스로 붕괴되더니 그 안에서 자그마한 녹색의 아기 같은 것이 나타났다. 푸치가 뒤를 이어 말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14단어’. ‘나선계단’, ‘딱정벌레’, ‘폐허도시’, ‘무화과 타르트’, ‘딱정벌레’, ‘돌로로사의 길’, ‘딱정벌레’, ‘특이점’, ‘지오토’, ‘엔젤, ‘자양화,’ ‘딱정벌레’, ‘특이점’, ‘비밀황제’.”


“나 자신을 잊지 않도록 나의 스탠드 자체에 상처를 내 이 단어들을 새겨두자. 그리고 필요한 것은 ‘용기’다. 나는 스탠드를 한번 포기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스러지는 나의 스탠드는 죄인 36명의 영혼을 흡수, ‘새로운 존재’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태어난 존재’는 각성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벗이 말하는 14단어에 지성을 드러내면서… ‘벗’은 나를 신뢰할 것이며 나는 ‘벗’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월드에서 태어난 존재는 DIO에게 접근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장소다. 북위 28도 24분 서경 80도 36분 지점에 가서… 다음 ‘신월(新月)’의 때를 기다린다… 바로 그때가 ‘천국의 때’일 것이다…”


그 직후 태어난 존재와 DIO가 접촉하자, DIO는 빛에 휩싸였다. 곧이어 그 태어난 존재까지 사라지자 새로운 스탠드가 나타나고,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DIO가 말했다.


“’스테얼웨이 투 헤븐’… 천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푸치는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DIO… 친구여, 이것이 천국인가?! 그렇다면 그대의 세계에… 함께 떠나겠네!”


“태초에 DIO가 원했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천국, 곧 우주의 파멸뿐이지. 하지만 희망은 죽지 않는다. 누군가 끈임없이 더 큰 그림을 바라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