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32. 최종시련!

----------

죠셉은 섬에 나타난 에시디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네놈이 이곳 베네치아에… 이 섬에 왔다는 건… 이미 알아냈구나! 에이자의 적석을 리사리사가 가지고 있다는 걸…’

“에시디시!”


죠셉이 에시디시의 이름을 외치자 에시디시의 팔에 혈관이 꿈틀거렸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다가 이내 에시디시가 콧방귀를 뀌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섬은 중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박힌 원형 투기장 같은 장소만 있었다.


“이 섬은… 인간이 살 만한 곳은 아닌 듯하군… 재미있을 법한 투기장이긴 하다만…”


에시디시는 이 섬과 연결된 큰 섬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저쪽 섬이 맞겠어… ‘에이자의 적석’을 가진 여자가 있다는 섬이…”


에시디시는 다리를 접으며 로긴즈의 시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 혼자 뿐인건가…? (따로 행동했던) 카즈와 와무우는 아직 적석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한 모양이군.”


에시디시는 저택으로 가기 위해 움직였다. 죠셉은 발치에 누워있는 로긴즈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의 명치 부근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폐가 통째로 뽑혀 나갔어… 폐는 파문전사에게는 급소… 상처가 이곳뿐인 것을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든 일격의 발차기였음이 분명해… 나와 최종 시련을 벌이기로 했는데… 적석을 쫓아온 에시디시와 먼저 맞닥뜨리고 말다니… 늘 오만을 떨어대던 로긴즈… 호통만 들었던 지난 3주… 당신은 진짜 재수 없는 인간이었지… 마음에 안 드는 놈이었어… 지옥훈련의 원한을 몽땅 풀어주려고 했더니 이게 무슨 꼴이람!”


죠셉은 말과는 다른 슬픈 눈빛을 짓더니 에시디시를 막기 위해 발을 옮겼다.


“하지만 사범대리… 저 세상에서 지켜봐 줘. 당신에게 받은 지옥훈련의 성과를!”


에시디시를 따라 죠셉은 가시의 수련장으로 발을 옮겼다. 죠셉이 파문으로 가시가 발을 찌르지 않도록 보호하며 움직일 때, 에시디시는 거대한 가시가 자신의 발을 꿰뚫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위를 걸었다. 결국 죠셉이 에시디시를 앞질러 그를 가로막았다.


“어이! 얀마, 에시디시… 너 이 자식, 앞으로 6일 남았지만 지금 받아야겠다. 네… 코에 매달아 놓은 피어스의 해독제를!!”


에시디시는 아무 말없이 죠셉을 바라보았다.


“얀마! 아까부터 날 계속 무시하는데, 내가 이 섬에 있어서 놀란 주제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게 오히려 어색하다고, 짜샤!”


“비켜라! 지금… 너를 상대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럴 리가. 나보다도 훠얼씬~ 시간이 많으면서!”


죠셉은 에시디시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에시디시는 의외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호오… 날카로운 걸, 제법 멋진 눈빛이 되었군… 하지만 그런 눈빛을 가진 자가 나와 만났을 때… 그자는 일찍 죽는다.”


죠셉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에시디시가 경고했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비켜라! 나에게 닿는다면 네놈은 육체를 절반 이상 잃을 거다.”


“치워 보시든가!”


에시디시가 손으로 죠셉을 치우려는 순간, 죠셉은 손가락 단 하나를 펼쳐 에시디시의 손을 막았다. 죠셉이 이전보다 급격히 강해진 것을 느낀 에시디시는 조금이나마 당황했다.


“느어어~ 이것은?!”


“뭘 놀라고 난리야? 왜 그래? 치워 보라니깐? 내가 비키는 경우는 길에 똥이 싸질러져 있을 때뿐이라고!”


죠셉은 손가락에 파문을 실어 에시디시의 손바닥을 뚫어버렸다.


“느으으… 놈의 파문이 피부의 방어를 뚫고 흘러든다! 이놈, 3주 사이에 이만한 파문을 익혔단 말인가! 그러나!”


에시디시는 오히려 죠셉의 손을 붙잡았다.


“흐-음. 의외로군… 실로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과 맞닥뜨렸어. 아주 조금 놀랐다. 너의 성장에…”


그 순간, 에시디시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죠셉의 팔을 꺾었다.


“그러나! 나와 싸울 자격에는 아직 훨씬 못 미치는구나~! 네놈 정도의 파문전사는 2천 년 전에 지긋지긋 하리 만치 만나고 먹어봤단 말이다!!”


“으, 으아악!”


“파문을 이쪽에 흘려보내기 전에 이대로 손가락을! 팔을! 부러뜨려주마! 그러면 더 이상 손가락으로 파문을 보낼 수 없겠지!! 그리고 네놈의 팔은 내 육체에 빨려 들어간다!”


“우오오오오!!”


“타아앗!”


에시디시가 기합을 주며 팔을 아래로 강하게 내려쳤다. 그러나! 죠셉은 거기에 맞추어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실로 에시디시의 왼팔을 감았다.


“느엇… 헉!”


에시디시가 당황하자 죠셉이 말했다.


“이제야 알아차리셨나? 지금 네놈의 팔에는 가느다란 비단실이 감겨 있지! 살에는 파문이 전해지기 쉽도록 식물성 기름을 듬뿍 먹여놨고…! 사실은 목에 감아줄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만한 허점은 없더라고!”


“대체…? 대체 언제 실을 펼쳐놨던 거냐? 그런 움직임이나 몸짓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간파했을 텐데!”


에시디시는 실의 반대쪽 끝을 바라보았다. 죽은 로긴즈의 시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실이 시체의 팔에 묶여 있던 것이다.


“느… 으으윽! 저… 저건! 조금 전에 시체의 손에 감아 당겨놨구나!”


“내 작전 치고는 좀 잔인한 감이 있지만 사범대리와 힘을 합쳐 입힌 대미지 1이라고 해두지, 에시디시!!”


실에 파문이 흐르자 에시디시의 왼팔은 그대로 잘려버렸다.


“GOHHHHHHHH!!”


에시디시가 당황하자 죠셉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사범대리… 당신의 지옥훈련에 감사인가를 해야겠는걸… 그라치에(고마워), 로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