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36. 이미 정해진 승리

----------

“에시디시하고 싸울 때 힘보다 머리를 써서 그런지, 영 어깨가 껄쩍지근한데… 아주 묵직하구만.”


어느새 해는 수평선 위로 떠올랐다. 리사리사는 시저와 죠셉을 걱정하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날이 밝았어… 시저, 죠죠… 두 사람이 돌아올 때가 되고도 남았는데…”


“리사리사님~”


리사리사는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금발머리의 소녀가 그녀의 블라우스를 들고 들어왔다.


“어느 블라우스로 하시겠어요? 하얀 것도 좋지만 가끔은 화려한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리사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적석을 탁자에 올려 놓았다.


“네게 맡길게.”


“글쎄요. 하얀 게 좋을까요오~? 하지만 역시 이 디자인도 포기하긴 아깝고~”


그녀의 진지한 고민과는 별개로 리사리사는 걱정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죠죠와 시저의 최종 시련은 무사히 끝났을까? 어쩐지… 기묘한 불안감이 들어… 불길한 예감이…’

“수지Q… 시저와 죠죠가 돌아오면 내 방으로 오도록 전해주렴.”


“네, 알겠습니다.”


수지Q는 아직도 두개의 블라우스를 비교하며 고민했다.


“역시… 산뜻한 하얀색이 좋으려나아. 빛나는 느낌의 이 디자인은 내 취향이니까… 어느 쪽이 더 좋으려나…!! 우웅, 망설여지네! 하양! 잠깐만… 이쪽으로 할까아?”


수지Q를 바라보던 리사리사는 그녀가 퍽 귀여웠는지 미소를 지었다.


“화려한 쪽으로 할까, 수지Q?”


“그러시겠어요? 역시 오늘은 이쪽이 좋겠어요!”


리사리사가 욕조에 몸을 담그자 수지Q는 방을 나와 아래층 복도를 걸었다. 그때, 죠셉이 그녀의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야, 수지Q.”


그의 얼굴을 본 수지Q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꺄악은 뭐가 꺄악이야!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 바보야!”


“누… 누구?! 다… 당신 누구세요?! 모르는 사람이 이 섬에 있어어어!”


“야, 모르는 사람이라니! 나야, 나! 죠셉 죠스타.”


“어? 죠죠오오~ 세상에! 마스크가 없어서 누군가 했네… 아~ 깜짝이야.”


“헹! 3주나 있었지만 맨 얼굴 보는 건 처음이겠구나? 헤헤… 그래… 어때, 감상은? 핸섬하지?”


“입술이 이상해… 후후후.”


“흥! 입술이 이상하다고? 그래도 만약 너랑 내가 사랑에 빠진다면… 키스를 잔뜩 하게 될 입술이라고!”


“하긴 누가 하냐! 메~롱!”


수지Q의 반응에 죠셉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수지Q는 죠셉의 등 뒤에서 무언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응?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기분 탓인가. 아, 맞아! 리사리사님이 방에 오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목욕하시니까 30분쯤 이따 가도록 해.”


“그래! 안 그래도 가볼 생각이었어! 놈들이 적석에 대해 알아냈거든!”


“뭐? 리사리사님의 적석이 어쨌는데?”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파문전사가 아닌 너는 모르는게 좋아.”


리사리사의 방으로 걸어가던 죠셉을 수지Q가 불렀다.


“저기, 죠죠.”


“왜?”


“의외로 잘생겼는데!”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복도 모퉁이 뒤로 빠르게 사라졌다.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죠셉은 목을 움직이다가 한결 편해지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리사리사의 방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신기한걸. 묵직했던 피로랑 어깨 결림이 씻은 듯이 사라지다니.”


등 뒤의 에시디시는 어딘가로 사라진 채였다.


오전 6시, 독반지 한 개 해소. 남은 심장의 독반지 용해까지 앞으로 6일!


죠셉은 부두에서 떠나는 우편함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에시디시에 대해 보고하는게 급선무인데… 리사리사는 목욕하니까 30분 지나서 오라고? 이걸 어쩐다…”


죠셉은 항구에 서 있는 수지Q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음흉한 생각이 들어 리사리사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기다리라면야 어쩔 수 없지~ 30분 동안… 리사리사의 방문 앞에서 기다리는 게 제일 좋겠죠~?! 그동안… 열쇠구멍에 눈을 대는 건 과연 나쁜 짓일까요~?!”


열쇠구멍으로 보인 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리사리사의 뒷모습이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나이스!”


그때, 죠셉은 구멍 너머로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 항구에 있던 수지Q가 어느새 방 안에 있었던 것이다.


“수지Q… 수지Q가 방에 있다! 엄청 빠른데… 바로 조금 전까지 선착장에 있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 방 안에 들어왔지?”


죠샙은 무의식 적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문고리에서 끈적한 액체가 묻자 죠셉은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뭐지? 손잡이에 끈적거리는 이상한 액체가 묻어 있어!”


리사리사가 물었다.


“수지Q, 어떻게 됐니? 죠죠와 시저는 돌아왔어…?”


그러나, 그녀의 눈빛이 이상했다. 그녀의 온 몸에서 이상한 액체가 흘렀고 탁자 위의 적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수… 수지Q! 테이블 위에 있던 적석을 어디로 치웠지?”


“뭐, 뭐야?!”


지켜보던 죠셉이 깜짝 놀랐다. 수지Q의 몸이 기묘하게 꺾이더니 가슴에서 목으로 기묘한 것이 피부에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그무무무무무무 불커억!


“수… 수지Q의 몸속에 뭔가 도사리고 있어!”


리사리사가 소리쳤다. 그 다음, 수지Q가 입을 열었을 때는, 수지Q의 목소리에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너희에게에 최후우우의 싸움을 청하겠다아아아아!! 적석으으으으은! 네놈들도오! 금방 알아차릴 테니 말해두지! 지금 출항한 우편선에 적석을 실었다! 그 배를 네놈들이 추적하는 것을 저지할 테다! 내가 적석을 실었다! 우편선을 쫓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내가 달라붙은 이 여자는 아직 반쯤 살아 있지! 이 에시디시를 완전히 죽이려먼! 이 여자도 죽여야만 할 거다! 그럴 수 있을까?! 앗하하하하하!”


죠셉은 그 남자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이미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가득했다.


“엄청난 집념이구나, 에시디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