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29. 아공간의 독기, 바닐라 아이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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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나레프가 압둘의 이름을 부르짖는 그 순간, 텅 빈 공간에서 스탠드 하나가 자신의 육체를 반쯤 토해낸 상태로 나타났다.


“뭐야… 저놈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왜 압둘의 불꽃 탐지기에 걸리지 않았지? 왜 이기의 코에도 반응이 없었던 거야?”


이기는 그 자신의 본능에서 흐르는 위험과 공포에 덜덜 떨기 시작했다. 폴나레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어디 있어, 압둘! 어디 간 거냐고!”


폴나레프는 현실을 부정하듯 계속해서 압둘을 찾았다. 압둘은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저택 어디선가 그 화려하고 따듯한 불꽃으로 저 정체불명의 스탠드를 불태우며 화끈하게 나타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스탠드가 입을 열어 손수 폴나레프의 희망을 부숴버렸다.


“압둘은… 가루가 되어 죽었다. 내 입속은 스스로도 어디로 통하는지 모르는 암흑공간… 그곳으로 날려버렸다. 다음은 너희다… DIO님을 쓰러뜨리겠다는 주제넘은 생각은… 바로 잡아야만 하니까.”


스탠드의 거대한 입 안에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나하나 차례차례 나 ‘바닐라 아이스’의 암흑공간에서 해체해주마.”


이기는 식은땀을 흘리며 벌벌 떨었다. 폴나레프는 잔인한 현실을 부정하듯이 중얼거렸다.


“거짓말이야… 압둘을… 죽였다니… 그딴 거짓말은 집어치어어어어어!!”


순식간에 폴나레프의 실버 채리엇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뛰쳐나와 10미터는 떨어져 있던 바닐라 아이스의 뒤를 잡았다.


바닐라 아이스는 의외라는 듯이 채리엇을 쳐다보았다.


“아니…? 폴나레프의 ‘스탠드’가… 이렇게 재빠르고도 먼 곳까지 공격할 수 있다니… 그런 말은 듣지 못했는데…”


“이 썩어 문드러질 자식아아아!!”


폴나레프의 분노는 그대로 그의 스탠드에 반영되어, 평소보다 몇배는 빠른 속도로 바닐라 아이스의 스탠드를 난도질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아아!!”


바닐라 아이스가 사라지자 채리엇은 그 주변을 미친듯이 난도질해 방을 폐허로 만들었다. 벽이 무너지고 기둥이 잘려 쓰러지는 진동은 같은 층 통로 끝에 있는 와인 창고에도 전해졌다. 죠셉이 말했다.


“뭐지? 환각 풍경이 사라졌다 싶었더니, 어딘가 저택 먼 곳에서 벽이나 다른 게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군…”


카쿄인이 물었다.


“혹시… 압둘과 폴나레프는 아닐까요?”


폴나레프는 폐허가 된 방에서 헐떡였다.


“빌어먹을! 공격이 맞은 것 같긴 한데… 해치우진 못했어! 눈 깜짝할 사이에 조그맣게 변하더니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고! 본체도 스탠드도 공간 속으로 사라졌어! 으으으…”


폴나레프는 죄책감에 몸부림 쳤다.


‘빌어먹을, 압둘… 자기가! 자기가 먼저 말해놓곤…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 몸을 제일 먼저 생각해라, 나를 구하지 마라라고 해놓고는… 거짓말쟁이 자식… 인도 때부터 넌 쓸데없는 짓만 했어!’


폴나레프는 슬픔에 머리를 숙였다.


“압둘! 나 같은 건… 그냥 내버려두면 됐잖아!”


그 순간, 방금까지 폴나레프의 머리가 위치한 부분의 기둥이 둥글게 깎여 사라졌다. 폴나레프는 경악했다.


‘냄새도 소리도 없이, 갑자기 공간에서 나타난다. 지금 우연히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당했을 거야. 운명이 나더러 살아남으라고 하는 건가? 압둘의 유지가 싸우라고 하는 건가?’


폴나레프는 열린 문을 향해 달렸다.


“이동하자, 이기! 이 방에 있으면 위험해!”


폴나레프는 잽싸게 방문을 닫고 가구로 문을 막았다. 그러나, 순식간에 가구로 만든 바리케이트에 둥근 구멍이 뚫렸다. 폴나레프는 계단으로 달리며 소리쳤다.


“위다, 이기! 위층으로 가는 거야. 계단을 올라가!”


둘은 아슬아슬하게 뛰어올라 바닐라 아이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위층으로 사라지자, 바닐라 아이스는 스탠드의 입 밖으로 상체를 꺼내 오른쪽 가슴에 입은 상처를 압박하며 중얼거렸다. 


“나 바닐라 아이스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정말로 DIO님께서 말씀하신 대로군. 폴나레프는… 자신의 위기나 공포를 극복한 정신력을 지녔다. 확실하게 몰아넣어 쓰러뜨려야 한다… 확실하게. 나의 스탠드 ‘크림’은 놈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 말과 함께 크림은 바닐라 아이스와 자신을 집어 삼켜 사라지며 천장에 구멍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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