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레드 제플린 IV (1)


죠세프 죠수아는 여전히 한치의 미동도 없이 감독관을 보고 있었다. 죠수아의 눈빛 변함없이 차가웠다. 하지만 속으로는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비록 에이버와는 만난 지 몇 년째 되는 돈독한 사이도, 서로 친근하게 농담을 주고받거나 하는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죠수아에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명백한 약자를 별것도 아닌 이유로 무참히 짓밟는,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 앞에서 그를 욕보이고, '공포심'이라는 인간의, 아니 인간을 넘어서 자연의  지극히 당연한 본능을 이용해 군림하려 드는, 눈앞의 남자를 징벌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자기 자신이 지금 벌이고 있는 이 일은 합당한 심판일까, 아니면 그저 치졸한 사적제재일 뿐일까?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을 망설이지도 않았다. 죠수아는 살면서 수많은 '패배'라는 것을 겪었다. 법을 어기는 것은 그 축에도 들지 못했다. 어쩌면 '이놈으로부터 "승리"하겠다. 이런 생각을 품은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주변에는 점점 더 많은 구경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싸움 구경이나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평소라면 일은 하지 않고 다른 곳에 정신 팔려있는 인부들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들을 해산시키던, 경험 있는 선배 격의 인부들도 그날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그 현장을 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복잡하거나, 잔인하거나, 웅장하거나 그런 광경은 아니었다. 다만... 무척이나 기묘한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무였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감독관 볼의 상처가 벌려지더니, 그 틈새에서 가지와 나뭇잎들을 뽐내며 자라난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장소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한 번 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나무뿌리가 나오더니 순식간에 감독관의 목을 휘감아 조르고 있었다. 


  우드랜즈

Woodlands. 죠세프 죠수아가 자신의 '능력'의 붙인 이름. 정작 죠수아 그 자신도 그것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죠수아가 이 능력에 대해서 알아챈 것은, 소년원 시절, 몇 달 동안 죠수아를 괴롭힌,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고열을 수차례 견뎌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어느 날, 시시한 이유로 한 친구와 싸움이 일어났을 때였다. 이제 막 정체불명의 고열에서 회복하고 있던 죠수아는 당연하게도 그 애한테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다. 애초에, 비록 동네에서 희대의 문제아로 낙인찍히긴 했지만, 사실 죠수아는 싸움 경험이 전무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동네 아이들 패거리의 리더나 다름없는 죠수아에게 덤비려고 하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었다. 물론 딱히 죠수아가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죠수아가 먼지를 털어내는 카펫처럼, 골목에서 어슬렁거리면서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몽둥이질 당하는 개처럼 맞고 있었단 것이었다. 한 덩치를 자랑하는 그 애의 주먹 -혹은 발차기가 - 복부를 강타할 때마다, 죠수아는 이틀 동안 먹은 모든 것을 토해낼 뻔했다. 어쩌면 진짜로 토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벽에 기댄 채 겨우 서 있던 죠수아를 향해, 그를 기절시켜 버릴 마지막 일격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죠수아가 처음으로 그 기묘한 현상을 겪은 것은 이때였다. 갑자기, 그 애가 마치 얼굴에 주먹을 맞은 듯한 충격으로 나가떨어졌다. 죠수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정확히 말하면, '저놈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싶다'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내 순식간에 그 애의 상처에서 덤불의 일종이 자라나더니, 얼굴을 온통 푸르게 덮어버렸다. 그리고 울창한 덤불들이 숨 쉬는 것을 방해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충격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그 애는 곧이어 기절해버렸다.


이것이 죠수아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깨달은 순간이었다. 또한 그 순간이 바로 죠수아의 인생이, 앞으로의 이야기가 역변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후일의 이야기는 그때가 되면 얘기하도록 하자. 


일단 지금은 Woodlands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죠수아가 알아낸 것은 다음과 같다.


-Woodlands의 능력은 사용자가 원하는 식물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식물의 종류는 사용자의 알고 있는 종이여야 한다.

-이 식물은 오로지 '틈새', 즉 물체가 벌어져 생긴 공간에서만 자라나며, 이 틈새는 사용자의 타격으로 인해 생긴 것이어야 한다.


현재로선, 죠수아가 알아낸 정보는 이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이 능력은 충분히 위협적인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죠수아 앞에 있는 감독관 몸소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감독관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듯했다. 얼굴은 숨 쉬는 것이 힘들어 창백한 빛이 감도는 붉은색이 되었으며, 자기 목을 옥죄는 뿌리를 때어내려 발버둥 치던 손은 점점 힘이 빠져갔다. 이제는 비명을 지르거나, 고통에 겨워 신음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뺨에서 돋아난 작은 나무의 나뭇가지에 긁혀서 생긴 상처들에서도 뿌리가 솟아나, 감독관의 콧구멍으로 들어가기를 시도하거나 목을 휘감은 뿌리들과 함께 그를 질식시키려 하고 있었다. 


"크... 크흐어억... 크억... 너, 너 이 자식...!"


그가 겨우 힘을 내어 말했다. 죠수아는 그런 그를 째려보았다. 


"무... 무슨 농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당, 당장 이 빌어먹을 것들을 떼어내지 못해...! 크윽!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그러나 죠수아는 그의 말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체했다. 아니,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죠수아는 이 남자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급기야는 감독관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 이 개자식이!!! 감히 나를 무시해애애!!!! "


감독관이 주머니에서 한 손으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의 뱀의 비늘을 연상시키는 은빛 표면을 따라 빛이 반사됐다. 리볼버였다. 그것도 총알이 장전되어있는. 죠수아는 그것이 무엇인지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다시 감독관을 향해 돌렸다. 너무 방심한 듯했다. 이 정도 거리라면 분명 총구에서 불꽃이 내뿜어진 후,  총알이 그를 관통해 치명상을 입히기에 충분할 것이었다. 


"내가...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너 같은 놈을 죽이는 것 따위, 순식간이란 말이다!!!!"


감독관은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고, 계속해서 죠수아를 향해 폭언을 내뿜고 있었다. 분명히 평정심과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여야 하지만, 리볼버의 총구는 여전히 죠수아의 심장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아마도 죠수아를 향한 불타오르는 복수심이 그 모든 일을 가능하게 만든 듯했다. 마침내, 감독관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는 여전히 죠수아의 가슴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감독관은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사실, 그가 총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기에, 분명 방아쇠를 당겼음에도, 천둥과 같은 총성이 들리지 않고, 그의 손을 통해 온몸의 근육과 뼈를 흔드는 권총의 반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앞에 있는 죠수아가, 총에 맞은 상처도 없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피 냄새 또한 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감독관은 권총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은빛 리볼버에서 무수한 덩굴이 자라나, 총구같이 총의 틈새들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아마도 그것들이 총의 내부 구조를 망가뜨린 듯했다. 감독관은 충격에 빠져,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말...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대, 대체 어떻게..." 


감독관이 망연자실한 채로 말했다. 이미 그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주변에 있는 구경꾼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두려움보다는 놀라움에 더욱 가까웠다. 그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죠수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식물들은... 뭐, 진짜로 식물인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은 틈새 사이에서 밖에 못 자라거든. 꽤 까탈스럽지. 안 그래? 예를 들자면 피부에 난 상처, 삽이나 막대기로 파여진 땅 같은 곳 말이야. 내 능력을 이용해... 가시가 달린 나뭇가지를 자라게 했어. 그리고 가시를 이용해 총에 흠집을 냈지. 아주 살짝, 불과 1 밀리미터도 안 되지만... 그것도 엄연히 표면이 '파인' 거야. 즉 그것도 틈새에 해당하지. 거기에서 덩굴이 자라게 했어. 반응이 조금만 늦었다면 아마 나도 저기 있는 에이버처럼 누워있었을걸."


잠시 그 둘만의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죠수아가 말을 덧붙였다. 


"...내가 이겼어."


그리고 이내 감독관이 결국 자기 목을 조여오는 뿌리, 압박감과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기절했다.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고, 눈은 발랑 까뒤집혀 흰자위만이 보였다. 죠수아는 그런 그를 잠시 지켜보더니, 뒤로 돌아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에이버를 향해 걸어갔다. 그를 간호하던 공사장 인부들이 그가 다가오자 흠칫 놀랐다.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기묘한 광경에 정신 못 차리고 빠져있다가 죠수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현실로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그 일의 장본인인 듯한 죠수아를 경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죠수아는 에이버를 마치 다친 강아지를 보고 있는 주인 같은 눈빛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죄책감에 절여진 눈과 선배를 바라보는 눈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버를 병원으로 옮겨주세요. 당장."


죠수아가 명령을 내리는 말투와 부탁하는 말투를 반씩 섞은 채 말했다. 그러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들을 피해 황급히 자신의 근무지를 이탈했다. 다행히 죠수아랑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불성실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죠수아는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도 없으면서 그저 무작정 걷기만 했다. 죠수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승리의 달콤함은 이미 사라졌다. 이제는 다시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더욱더 불안해질 뿐이었다. '내가 괜히 끼어든 게 아닐까?', '그놈들이 다시 보복하러 오지 않을까?', '이제는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서 태연자약한 얼굴로 내 일을 시작할까?' 수많은 생각이 떠오를수록, 죠수아의 발걸음도 더더욱 빨라져만 갔다. 정말로 그놈을 상대로 승리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어쩌면 무승부인 걸까? 아니면... 


자기 인생에 있어 언제나 그렇듯, 다시 한번 패배한 걸까?




갈 곳 없는 사람처럼 방황하던 죠수아는, 결국 종국에는 어느 술집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근무를 끝마치고 가는, 단골 술집인 조의 바가 아니었다. 어제 에이버와 술을 마신, 바로 그곳 말이다. 이곳은 거기와는 달랐다. 좀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였지만, 동시에 조의 드링크바보다 오래되어 보였다. 조명은 충분히 밝았지만, 아직 점심때라서 그런지 별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늦은 밤 때보다도 어두워, 모순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바닥은 조의 가게처럼 목재였지만, 좀 더 고풍스러운 나무인 것 같았다. 아마 품질 좋은 나무를 가공한 게 틀림없다. 적어도, 죠수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죠수아는 갬블을 하듯 무작위적으로 한 테이블을 골랐다. 여전히 자신이 옛날에 큰맘 먹고 산, 후줄근한 가을 코트를 몸에 두른 채 - 공사장의 작업복은 이미 근처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 의자에 앉아, 몇 시간, 아니 아마도 몇십 분 전부터 걸어 다닌 자기 다리를 쉬게 해줬다. 그리고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죠수아를 보자마자 그에게 다가가 그의 곁에서 조용히 죠수아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던 종업원을 바라봤다. 평소에는 손님이 자주 오지 않아서 그러는 듯했다. 죠수아는 살짝 피곤한 목소리로 주문을 했다. 술은 죠수아에게 있어, 아니 그 당시에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하루의 근심과 피로, 걱정을 싸그리 날려버리는, 아더 왕의 전설의 비약같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가게에서는 스카치 위스키를 팔지 않습니다."


"뭣이라?"


안타깝게도, 죠수아가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위안이 날아간 듯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제일 즐겨 마시던 술이 없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1793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시기,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죽은 비운의 왕 루이 16세의 처지 놓이는 것이 나았다.


"... 그럼 맥주로 주세요."


비록 치욕이나 다름없지만, 오늘 같은 날을 술 없이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평범한 맥주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몇 분 후, 죠수아가 - 내키지는 않았지만 - 주문한 맥주가 종업원의 손에 들린 채, 죠수아를 향해 그 역겨운 노란 빛을 드러냈다 - 죠수아는 맥주의 색깔을 항상 그렇게 표현했다- . 그리고 그것은 이내 테이블에 놓여졌다. 고작 맥주 하나 가지고 유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죠수아에게 있어 그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마지못해, 죠수아는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술에 잔뜩 취해 술의 맛을 못 느낄 정도로 마셔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탁자에 떨어진 맥주 방울, 그리고 그와 반대로 맥주가 조금도 남지 않은 맥주병들이 점점 늘어만 갔다. 하지만 그날따라, 취하는 것이 평소보다 힘들었다. 분명 평소에 맥주 1병만으로도 취기가 올라왔었는데. 그날은 이상하리만치 취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죠수아의 자괴감 또한 커지기 시작했다. 


죠수아가 막 5번째 맥주병을 절반쯤 마셨을 때였다. 슬슬 죠수아의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앞서 맥주병 4개만큼의 맥주를 들이마신 것에 대한 보상을 하듯이, 죠수아는 취하기 직전까지 간 것이었다. 죠수아는 그 기세를 몰아 5번째 맥주병을 마저 마시려고 했었다. 


그 순간, 가게 문에 달린, 손님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은으로 만든 - 그 당시가 경제 침체인 것을 감안하면, 은박일 가능성이 높았던 - 작은 종이 울렸다. 그 손님, 그러니까 그 남자는 매우 잘 차려입은 상태였다. 검은 중절모와 코트, 그리고 깨끗하고 매끈한 구두. 그 검은 머리카락과 수염은 그 남자를 고혹적이고, 지적이며, 또한 돋보이게 했다.


남자는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모자를 벗어 주인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생긴 것처럼, 무척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홀린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죠수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죠수아의 취기가 점점 먼지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죠수아가 알고 있는, 그것도 서로 만난 지 얼마 안 되지 않는 자였다. 죠수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커다란 키를 가진 그가, 죠수아 바로 앞에서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우두커니 서서,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죠수아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의 2번째 만남이 그렇게 갑작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갑자기, 처음 만난 죠수아한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그 사람이었다. 죠수아가 시비나 다름없는 불평을 했음에도, 되려 군말 없이 사과한 그 사람이었다.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인상을 가진, 그 신사였다.


"다시 만나게 되었군요. 죠세프 죠수아군. 저번에는 서로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했지요?"


남자가 점잖은 목소리로 죠수아에게 말을 걸고는, 의자에 앉았다. 죠수아와 마주 보는 반대쪽 자리에 말이다. 신기하게도 죠수아랑 같은 눈높이가 되자마자, 남자의 분위기가 위압감이 넘치는 성채에서 친절한 동네 아저씨가 된 느낌이었다.  


"제 이름은 에드워드 제플린입니다. 그냥 제플린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제플린. 그게 그 남자의 이름이었다. 이제는 선명하게 기억났다. 죠수아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급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직감'이 무언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자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받았던 무언의 압박 같은 느낌이 이것인 듯했다.


제플린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자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는 죠수아에게 한 번 더 말을 건넸다.


"죠수아군. 꺼내주시겠습니까? 당신의 스탠드를."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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