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55. 아득한 여정, 안녕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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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년이 지난 1989년 1월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죠타로는 수많은 취재진들 사이에 가만히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 많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죠타로가 이런 장소에 가만히 있는 것은 성미에 전혀 맞지 않았지만 지금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 며칠 전 스피드왜건 재단의 회장, ‘시저 안토니오 체펠리’에게서 온 연락 때문이었다.


“죠타로, 내가 며칠 뒤에 일본에 가야 하는데 부탁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나와서 손해 볼 건 없으니 꼭 나오거라. 나오는 걸로 알겠다~”


시저는 저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는 다신 받지 않았다.


‘시저 그 인간도 영감과 똑 같은 놈이군. 고집불통 영감탱이.’


라고 죠타로는 생각했다. 그때, 근처 기자들이 분주해지자 죠타로도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공항의 게이트에서 깊은 흉터가 얼굴의 절반을 뒤덮은, 늙었지만 강단 있는 얼굴을 가진 시저 체펠리 회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죠타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저의 옆에 검은 장발의 소녀, 안나 체펠리가 있던 것이다. 그녀는 손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가리다가 군중들 틈에서 죠타로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죠타로!!”


안나는 그대로 달려가 당황한 죠타로를 껴안았다.


“꺄~ 어떡해! 죠타로~! 보고 싶었어!!”


죠타로도, 시저도, 심지어 기자들도 경악했다. 죠타로와 안나가 오랜만에 만난 것에 문제가 있다면, 하나는 안나가 세계적인 기업 스피드왜건 재단 회장의 하나뿐인 손녀라는 것이고, 둘은 그 자리에 엄청난 수의 언론이 모여있다는 것이었다. 단숨에 이 일은 경제계의 가십거리가 되어 온 동네방네 퍼지게 되었다. 거기에 소문이 소문을 불러 단 일주일 만에 죠타로와 안나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거야 원… 이군.”


죠타로는 신문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중얼거렸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온갖 언론들이 집 앞에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통에 죠타로는 몰래 친구 카쿄인의 집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카쿄인이 말했다.


“죠타로, 안나 양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조용히 해, 카쿄인. 15살 연상에 5살 애까지 있는 여자와 사귀는 놈하고는 말하기 싫어.”


죠타로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근 들어 심적으로 혼란스러웠다. 학창시절 내내 죠타로는 여자들의 구애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 어떠한 여자의 고백도 죠타로가 받아준 적은 없었지만. 죠타로는 그저 그런 여자들이 귀찮게만 느껴 졌기에 대충 거절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허나 안나는 달랐다. 그날, 파키스탄의 공항에서 안나가 자신에게 한 행동은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떠올리면 마음이 혼란스럽고 체온이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죠타로는 그런 마음을 떨쳐 버리기 위해 주제를 바꿨다.


“카쿄인, 기억나나? 그날 DIO의 저택에 있던 그것들…”


“그럼… 기억나고 말고, 그 ‘화살’을 어떻게 잊겠어.”


죠타로는 1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DIO가 최후를 맞이한 뒤, 죠타로는 홀로 DIO의 저택 꼭대기에 위치한 그의 방을 조사했다. 방에서 발견된 것들 중 가장 중요한 물건은 얼핏 창이라고 생각할 만큼 커다란 황금빛 화살과 활.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한 권의 책이었다. 화살은 둘째 치더라도 오로지 죠타로만 보았던 그 책, ‘OVER HEAVEN’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죠타로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거야 원… 이군. DIO 자식은 이런 위험한 사상을 품고 있던 건가…”


죠타로는 그 즉시 책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죠타로는 그 책에 적혀 있던, 그리고 DIO의 스탠드 더 월드의 허리에 새겨져 있던 단어들을 떠올렸다.


‘『나선계단』 『장수풍뎅이』 『폐허 도시』 『무화과 타르트』 『장수풍뎅이』 『돌로로사의 길』 『장수풍뎅이』 『특이점』 『조토』 『엔젤』 『자양화』 『장수풍뎅이』 『특이점』 『비밀 황제』’


죠타로는 매번 그 단어들을 떠올릴 때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책은 이미 오래전 이집트에서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그 위험한 책의 내용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죠타로의 기억 한구석에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카쿄인이 말을 걸었다.


“죠타로, 고민이라도 있는거야? 안색이 안 좋은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안나 양 때문이지?”


사실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에 죠타로는 한순간 망설였다.


“…아니다, 카쿄인.”


카쿄인은 말없이 죠타로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죠타로, 안나 양을 좋아하는 거지?”


죠타로는 자신의 표정은 숨길 수 있지만 카쿄인을 속일 순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죠타로는 처음 느껴본 이 감정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 것 같군, 카쿄인. 이제 어쩌면 좋지?”


“죠타로,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카쿄인은 죠타로의 귀에다 무언가를 속삭였다. 며칠 뒤, 카쿄인은 신문을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럴 줄 알았지.”


신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저 안토니오 체펠리 스피드왜건 재단 회장의 손녀 안나 안토니오 체펠리 양이 오늘 평범한 일본인과 약혼을 발표하여 제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중략)… 한편, 안나 체펠리 양의 약혼자인 쿠죠 죠타로 씨는 일본의 유명 뮤지션, 쿠죠 사다오의 아들로 올해 도쿄 대학교 생물학 전공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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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타로는 완벽한 사람이라 대사 생각하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