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외전 3-1. Boy &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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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의 찬바람이 부는 날. 죠타로는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소유한 건물의 옥상에서 뉴욕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금세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운 죠타로는 곧바로 한 개비를 입에 다시 물었다. 오래지 않아 바닥에 담배꽁초가 잔뜩 떨어졌지만 죠타로는 담배를 피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일, 죠타로는 안나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결혼이라는 것이 긴장되기 마련이지만 죠타로를 더 긴장하게 만든 것은 오늘 낮 안나의 한마디였다.


“죠타로, 나… 임신한 것 같아.”


문제라면 그 말을 한 장소가 죠셉과 시저가 있는 자리라는 것이었고, 죠타로의 목에서 “제발 장소를 보아가며 말 하거나 행동할 수는 없나?!”는 말이 혀까지 올라왔다. 아무튼 그렇게, 죠타로는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죠타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본디 가정에서 아이에게 아버지의 역할이 있고 어머니의 역할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죠타로가 커오며 가장 많이 본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었다. 죠타로가 철이 들었을 무렵 그의 아버지 쿠죠 사다오는 투어를 명목으로 오랫동안 그리고 자주 집을 비웠고, 죠타로의 눈에는 거의 대부분 어머니 홀리만이 있었다. 홀리는 언제나 밝게 행동하며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그녀가 폭발해 버린 것은 죠타로가 18살이던 1988년, 그녀가 고열에 시달리던 그 순간까지도 사다오가 찾지 않았을 때였다. 홀리는 이혼을 선언했고 더욱 충격적이게도 쿠죠 사다오는 이혼하고 단 몇 주 뒤, 다른 여자와 결혼할 예정임을 밝혔다. 큰 충격에 빠진 홀리를 보살피면서 죠타로는 쿠죠 사다오를,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했다. 그리고 이제 죠타로가 아버지가 되었다. 그렇기에, 죠타로는 두려웠다. 자신은 아버지가 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고, 설사 아이가 생겨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무책임한 아버지가 될 까 두려운 것이다. 죠타로는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려다 갑이 텅 빈 것을 알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옷깃을 세웠다.


“이거야 원… 뉴욕의 겨울은 춥군…”


같은 시각, 죠셉은 시저의 푸념을 들어주고 있었다.


“시저, 젊은 녀석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안 그래?”


시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세상 사람들이 다 너 같다고 생각하지 마!!”


시저가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죠셉은 찍소리도 못하고 말귀를 돌렸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죠셉은 시저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죠타로와 안나에게 아이를 가능한 늦게 낳으라고 조언하려 했지… 하지만 다 틀렸어…!”


죠셉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얀마… 시저. 그것까지 네가 간섭하려는 거야?”


“그런 게 아니야!”


시저는 위스키를 잔뜩 들이켰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 흐느꼈다.


“너에게도 이야기해서 알겠지… 우리 체펠리 가문에는 12세기 경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어. 그건 바로…! 체펠리 가문의 배우자는 30살이 되기 전에 자식을 보면 그 아이가 성인이 채 되기 전에 죽어버린다는 전설이야.”


“야, 시저. 그런 미신을 믿는 거야?”


“미신이라면 좋겠지만, 나의 할아버지 윌 A. 체펠리의 어머님은 25세에 할아버님을 낳았지, 그러고 10년 뒤에 병으로 세상을 뜨셨어. 할머님도 아버지를 23세에 낳으시고 18년 뒤에 사고로 세상을 떴지. 어머니도 마찬가지야, 22살에 나를 낳으시고 내가 10살 때 세상을 뜨셨지. 내 며느리도… 28살에 안나를 낳고 안나가 5살일 때 그만…”


시저는 술김에 이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죠타로는 좋은 녀석이야… 그런데 녀석이 일찍 죽어버리면…! 안나는 어떻겠어!”


죠셉은 가만히 시저를 위로했다.


“괜찮아, 시저. 죠타로를 믿어보자. 어디서 죽을 녀석도 아니니 말이야.”


몇 시간 후, 죠타로는 조용히 안나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든 안나를 바라보던 죠타로는 무심코 안나의 배에 귀를 가져다 데었다. 그 안에서 아주 작은,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생명의 고동이 들려오자 죠타로는 깊게 잠든 안나를 가볍게 껴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도… 아이도… 꼭, 행복하게 해줄 게,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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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타로 특) 스윗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