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4-174. 마을의 수호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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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는 공포에 질렸다.


“뭐야… 이놈들은 대체 뭐야? 킬러 퀸! 이놈들을 폭파해라!!”


그러나, 킬러 퀸이 채 능력을 쓰기도 전에 ‘손’들은 키라와 킬러 퀸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아, 아아… 어… 어디로? 나는 어디로… 끌려가는 거냐…? 아…”


“글쎄…? 하지만… 안심 따위는 없는 곳이야… 최소한.”


한줄기 비명을 끝으로 키라는 사라졌다. 레이미는 천천히 골목 밖으로 나와 아놀드를 쓰다듬었다. 황금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빛이 모든 사명을 마친 둘에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제야 겨우… 겨우 갈 수 있겠구나. 우리.”


몇 시간 후, 코이치와 로한이 그녀에게 가장 먼저 찾아왔다. 레이미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코이치가 아쉬운 듯 애원했다.


“레… 레이미 누나. 가버리다니… 그게 정말이에요? 아직… 한동안 더 있어도 되잖아요. 우리 마을의 수호신이 사라지는 것 같고. 나 매일 여기 놀러올게요!! 누나가 없어지면 난 불안해요!”


레이미는 얕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하지만 우리가 이 마을에서 해야 할 일은 이제 아무것도 없는걸. 이 마을을 떠날 때가 온 거야. 가야만 해… 로한 짱은… 내가 없어지면 쓸쓸해서 울려나?”


로한은 오히려 거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바보 같은 소리! 내가 왜 쓸쓸해?! 넌 15년도 전에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전에도 말했지만 이 세상에 ‘미련’ 따위 끊고… 냉큼 저세상으로 가는 게 올바른 유령의 자세라는 건 변함없는 의견이거든?”


로한은 콧방귀를 뀌다, 자신을 한대 칠 것만 같은 얼굴로 노려보는 코이치의 시선에 버티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마지막이니까 진심을 말해줄게!”


로한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고였다.


“쓸쓸해! 나도…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레이미는 눈물을 글썽였다. 뒤이어, 다른 모리오초의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코이치는 슬픈 이별에 눈물을 흘렸다.


“잘 가요, 레이미 누나.”


죠스케는 미소를 지었다.


“죽은 사람에게 이런 말도 좀 뭣 하지만, 건강해.”


오쿠야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흔들였다. 죠셉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자네는 훌륭한 여성이었네. 여기 있는 모두가 잊지 못할 게야.”


죠타로는 조용히 모자챙을 만졌고, 죠린은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 뒤이어, 황금처럼 빛나는 빛이 둘에게 내려오더니, 레이미와 아놀드는 하늘로 떠올랐다.


“고마워요, 모두들… 안녕히… 모두들…”


레이미는 그렇게 성불했다.


그날 저녁, 하야토의 집. 시노부는 걱정스럽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이가… 오늘은 늦네… 야근하나? 전화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하야토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만히 식탁에 앉아 있었다.


“아… 하야토. 식으니까 먼저 먹으렴. 엄마는 아빠 오면 먹을게.”


그러나, 하야토는 한 젓가락도 뜨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기다릴래…”


하야토는 들키지 않게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나도… 아빠가 오면… 같이 먹을래…”


시노부는 하야토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런데 너… 요즘 키 큰 것 같다?”


며칠 후, 코이치는 가만히 생각했다.


“나 히로세 코이치가 사는… 우리 마을… ‘모리오초’는 매우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을이 낳은 키라 요시카게라는 괴물에 의해 마을 자신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야토네 어머니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계속 기다리겠지요. 시게찌네 가족은 아들이 돌아오기를 계속 기다리겠지요… 키라 요시카게에게 살해당한 딸이나 형제가 돌아오기를 가족들은 앞으로도 계속 기다리겠지요… 상처의 고통은 나중에 가서야 깊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대체… 이 ‘고통’은 어떻게 치유하면 좋을까요? 나는 알 수 없습니다. 마을의 미래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지… 아니면 언젠가 사라질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키라 사건이 끝난 뒤, 7월 28일 모리오초 부두. 죠타로와 죠셉은 미국으로 향하는 배의 갑판에서 가만히 항구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아기’를 안고 있던 죠셉이 물었다.


“걱정되느냐, 죠타로…? 또 키라 같은 스탠드 유저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 마을을 떠나버려도 되는가 하고.”


“…그래. 조금은…”


“이곳 모리오초의 이번 사건에서 죠스케나 다른 친구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더구나. 이 마을 젊은이들은… ‘황금의 정신’을 가졌다고. 과거에 우리도 이집트에 갔을 때 보았던… ‘정의’의 광채 속에서 빛나던 ‘황금의 정신’을… 나는 죠스케 같은 젊은이들에게서 보았어. 그게 있는 한 괜찮을 게다. 그들이 보여준 ‘정신’은 키라 사건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까지,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스며들게 될 게야. 그리고 다음 세대에도 말이다… 이 마을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때, 항구로 죠스케가 급히 달려와 소리쳤다.


“이봐요! 영감! 내 말 안들려요! 이봐!!”


죠셉은 아기를 죠타로에게 맡기고는 죠스케를 바라보았다.


“어디… 다시 한번… 내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할까!”


“이봐요, 영감! 아까 준 우리 엄마 사진, 제대로 가지고 있어요?”


죠셉은 외투를 툭툭 쳤다.


“그래, 네 말대로 지갑 속에다 확실하게 넣어뒀지! 너희 어머니하곤 많이 못 만나고 간다만… 행복하길 빌겠다!”


죠스케는 ‘계획대로’라는듯 가는 종이 조각을 들고선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넣었단 말이지…? 지갑에… 후후. 이건 사진 끄트머린데 말이죠.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그 순간, 죠셉의 외투에서 지갑이 빠져나와 죠스케의 손에 들어왔다.


“내가 챙길게요! 아버지라면 자식에게 용돈 정도는 주셔야지! 게다가 엄마 사진을 집에 가져갔다간 또 할머니하고 싸우게 될걸~?”


죠셉은 당했다는 듯 부들거렸다.


“이… 이놈의 자식…”


옆에서 지켜보던 죠린은 갑판을 뒹굴거리며 폭소하고, 죠타로조차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황금의 정신이 어쩌고 하던 말… 취소하겠어, 영감?”


“아니.”


죠타로가 예상치 못한 죠셉의 답에 말문이 막힌 사이, 죠셉의 손아귀에서 보라색 가시 넝쿨이 나타났다.


“허밋 퍼플!”


허밋 퍼플에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던 죠셉의 지갑이 죠스케의 손에서 빠져나와 다시 죠셉에게 돌아왔다.


“아앗! 저 영감이!!”


죠셉은 낄낄거리며 소리쳤다.


“속임수로 나를 이기려면 60년은 멀었구나! 죠스케!”


역으로 당한 것에 부들거리며 주먹을 꽉 쥔 죠스케는 주먹에 무언가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을 알고는 주먹을 펼쳤다. 손 안에 방금까지 지갑에 들어 있던 지폐들이 있는 것을 알아차린 죠스케는 이 지폐의 의미를 알고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지내쇼!”


죠셉도 더 이상 항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련하게 항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건강하거라… 아들아.”


스트레이 캣은… 오쿠야스네 아버지를 매우 좋아해서 문제없이 살고 있다. 오쿠야스도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


투명한 아기는 어머니가 여전히 행방불명인지라 결국 죠셉 죠스타의 양녀, ‘시즈카 죠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이때 부인 수지Q에게 “또 숨겨둔 애가 있었어?!”라고 의심을 사 한바탕 소동이 있었으며, 그 덕에 치매기가 있던 죠셉은 회복새에 들어섰다.


쿠죠 죠타로는… 모리오초에서 머물며 집필한 해안에서 발견한 불가사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쿠죠 죠린은… 스탠드를 얻은 부작용으로 열병에 시달렸지만 회복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1999년 여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느 여름과 마찬가지로 당연하게… 흘러갔습니다.”


제4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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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으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