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7-53. 웨이팅 포 러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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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 모리오시 외곽 벽의 눈. 시즈카 일행은 절벽 밑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리던 재하가 물었다.


“그래서, 죠스케 씨가 이런 곳까지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뭐야? 스타벅스나 기타 다른 곳은 안 돼?”


시즈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수백 미터는 떨어진 밭에서 굴러다니는 트랙터 이외에 인기척이 전혀 존재하지 않은 것을 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전기 스탠드, ‘웨이팅 포 러브’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했어. ‘만일’을 대비해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 낸 거야.”


그 말에 두 사람 모두 시즈카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스탠드의…”


“정체?”


“자세한 건 듣지 못했지만… 죠스케 오빠는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여기서 만나자고 했어. 그건…”


“전기가 지나다니는 곳에선 이야기를 꺼내기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시즈카에게 여기까지 조용히 있으라고 말한 이유야.”


유키카게가 소리쳤다.


“죠스케 씨!”


“여기 ‘벽의 눈’까지 불러낸 것도 들키지 않기 위해서고. 예전에… ‘비슷한 스탠드’랑 싸워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예방행위’라고 할까?”


재하가 물었다.


“그렇다면 죠스케 씨, 그 ‘웨이팅 포 러브’의 ‘본체’는 찾은 거죠? 어떻게…?”


“재단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마. 예전이라면 더 쉬웠겠지만… 이젠 마땅한 스탠드 유저도 없어서 말이야. 하지만 상대가 전선을 타고 다닌다면 이곳저곳 쏘다니는 것을 역추적해서 대략적으로 특정할 수는 있어. 아무튼, 재단이 특정한 스탠드 유저는… 이 자야.”


죠스케는 아이더의 사진을 들이 밀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재하였다.


“이 자는…!”


“이름은 팀 아이더. 스웨덴에서 온 전직 아마추어 복서야.”


곧바로 시즈카와 유키카게도 그를 보고 경악했다.


“잠깐만, 이 남자는!”


“분명 그때!”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알고 말고! 이 남자는… 이 남자느으은!!”


“옆집 ‘남자’라고요!! 제 옆집, ‘모닝글로리 1단지 204호’에 사는 ‘외국인’!”


죠스케 역시 경악했다.


“뭐라고?!”


시즈카가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지금 당장 집으로 가자! ‘스탠드’가 알아차리기 전에 ‘본체’를 쓰러뜨리는 거야!”


네 사람이 급히 죠스케가 타고 온 경찰차로 향하던 그때, 갑자기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정체… 확실히 들었다.”


가로등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스파크가 모이며 형체를 이루었다. 넷은 동시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웨이팅 포 러브는 갑자기 나타나 땅에 약 30cm 정도 간격을 두고 바로섰다.


“웨이팅 포 러브!”


죠스케조차 경악했다.


“이럴 수가! 여기서 우리가 있던 곳까진 100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시즈카는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렸다.


“생체전기… 모든 생명체는 ‘정보를 이동하기 위해’,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장기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뇌에 자극을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전기 신호’를 일으켜. ‘생체전기’라고 하는데, 사람의 전신에서 발생하는 생체전기는 기껏해야 100밀리볼트를 채 넘지 않아. 하지만 그 자그마한 전기로도 우리는 생명활동을 할 수 있어. 설마! 설마 이 자식은 그 100밀리볼트가 채 되지 않는 전력 만으로!”


“정답이다, 시즈카 죠스타. 나는 0.1밀리볼트의 전압에서도 하수도 물을 헤엄치는 ‘미꾸라지’처럼 움직일 수 있다! 지금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는 모기든, 바닥에 자라난 잔디든 모두 ‘전류’가 흐르고 있으니 나는 그저 그걸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비록 전압이 약할수록 스탠드의 파워도 비약적으로 약해지지만… 네놈들이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을 아는 데에는 충분하지! 그리고 지금 여기서 흐르는 전기는 최소한 380볼트. 내 능력 전부를 발휘하기에는 아쉽지만 너희를 튀겨버리는 데에는… 그조차 아깝다.”


죠스케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셔~? 그렇다면 증명해 보시지 그래? 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와… 누가 더 빠른지 말이야.”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와 웨이팅 포 러브가 서로를 바라보던 그 순간, 둘은 동시에 주먹을 뻗었고, 둘 다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로의 얼굴을 쳤다.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는, 죠스케는 그대로 시즈카와 유키카게 뒤편 풀밭을 나뒹굴었고, 웨이팅 포 러브 역시 차도로 날아가다 전기로 변한 다음 다시 형체를 이루었다. 시즈카는 경악했다.


“아침에 봤을 때 보다도… 빠르다니! 그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와도 비견되는 스피드라니!”


유키카게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따라잡지도 못했어…! 위험해!”


그때, 재하가 유키카게를 옆으로 가볍게 밀며 웨이팅 포 러브에게 다가갔다.


“어이, 야나기! 뭘 하려고? 저 녀석은 네 ‘스탠드’라 해도 위험해!”


재하의 덩치가 부쩍 커져 비질란테가 되었다.


“이봐, 카와지리. 잘 보라고… 무식하게 정면승부로 깨부술 생각만 하니 답이 없다고 느끼는 거다.”


“무식해?”


죠스케 역시 재하(비질란테)를 보더니 경악했다.


“너…! 그 비질란테!”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죠스케 씨. 하지만… 제가 당신도 지켜드리겠습니다.”


재하의 라젠카가 모습을 드러내자, 웨이팅 포 러브 역시 긴장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서로서로 대치하던 중, 비질란테가 먼저 행동했다.


“라젠카!”


라젠카가 휘두른 팔을 웨이팅 포 러브는 너무나 쉽게 회피하더니 그것의 얼굴을 걷어 찼다. 자연히 비질란테의 얼굴도 같이 흔들렸지만, 그는 너무나 평온했다.


“붙어라!”


곧바로 철판이 찌그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웨이팅 포 러브의 뒤편에 있던 가로등이 통째로 뽑혀 날아들었다. 놈은 급히 가로등을 후려 쳤지만, 가로등은 그 부분이 찌그러질 뿐 여전히 달라붙으려 들었다. 결국 웨이팅 포 러브는 전기가 되어 흩어졌고, 가로등은 바닥에 달라붙었다. 놈은 손을 털며 중얼거렸다.


“이제보니… 네놈이 얼마 전까지 떠들썩 했던 ‘비질란테’로군. 설마 ‘하나의 몸’에 ‘두개의 인격’이 있을 줄이야…”


“신기한가? 하지만 그 감정도 오래 가진 못할 것이다. 넌 나와 ‘라젠카’에게… 박살이 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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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히가시카타 죠스케, 외견은 거의 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