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7-59. 미스터리 교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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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 교수는 상자 안의 서류와 사진들을 꺼내며 말했다.


“신기하지 않나? 역사 속 ‘진실’을 파해치는 ‘교수’가 ‘미스터리’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미스터리’에서 과거의 ‘진실’을 밝혀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딱히 특이하거나 신기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보우 교수는 딱히 반응하지 않고 서류 하나를 펼쳤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인 1889년 2월, 리버풀에서 출항해 뉴욕으로 향하던 기범선 ‘윈드 오브 체인지’호가 대서양에서 가라앉았네. 승객 및 선원 375명 중 생존자는 단 2명, 생후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여자 아이와 에리나 죠스타라는 여인이었지.”


죠스타라는 이름에 시즈카는 눈에 띄게 동요했다.


“사실 두 사람이 금속 관을 타고 구조된 것 외에는 흥미로운 것도 없고 미스터리 축에도 끼지 못하는 사건이지만, 죠스타 양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아서 가져왔네. 아무튼, 말하고 싶은 건 이때보다 1년 정도 전, 1888년 12월 1일에 있었던 일이야.”


교수는 잘 스크랩된 오래된 런던프레스 신문 조각을 보였다.


“100도 더 된 종이지만, 읽을 수 있겠나?”


시즈카는 그것을 따라 읽었다.


“윈드나이츠 로트- 12월 1일 하룻밤 사이 인구 452명의 마을에서 73명이 행방불명- 경찰은 현재 수색중이지만 원인은 남은 마을 사람 중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한다. 윈드나이츠 로트- 2주 전 73명이 홀연히 사라진 밤- 농부 제프 벡은 네 명의 외지인이 동쪽 절벽에 세워진 무인 저택의 절벽 아래에 있던 남성의 옷을 모아 불에 태우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또한 네 명의 외지인 중 한 사람은 기괴한 가면을 저택에서 가지고 나와… 해머로 산산이 부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농부 빌리 조는 이 외지인 네 명이 기사들의 수련장 유적에서 하얀 옷을 입은 외다리의 남성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73명이 행방불명된 것과 관련. 범죄 혐의가 있으므로 현재 경찰이 수색 중이다.”


“윈드나이츠 로트, 지금은 관광지에 불과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이 도시는 탄광업을 주로 삼는 지역이었네. 헌데 1888년 12월에 보는 바와 같은 기괴한 사건이 일어난 거지.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그들 중 둘은 아예 외국인이었고, 그 외에는 파란 머리에 굉장한 거구의 사내, 노란 머리칼을 가진 사내, 그리고 이상한 모자를 쓴 외다리 사내였다고 하네.”


시즈카가 가만히 듣고 있자, 교수는 다른 낡은 사진을 보였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지, 이건 1938년 2월 스위스 생모리츠의 어느 산을 찍은 사진이네.”


시즈카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산자락이 빛날 뿐이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여길 잘 보게. 구석에 달이 떠 있지 않나? 즉, 이 사진은 ‘새벽’에 찍은 사진이야.”


“새벽인데… 이런 밝은 빛이라고요?”


“그리고 근처 주민에 따르면 해가 뜬 직후 ‘나치’의 수송기 한 대가 급히 남쪽으로 날아갔고, 그 뒤를 따라 무언가 거대한… 신화의 ‘하피’ 같이 생긴 것이 수송기를 쫓고 있었다고 하네. 아쉽게도 사진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서요?”


“수송선의 방향을 추적해보면 시칠리아 북쪽 볼카노 섬으로 향하지. 그리고 그날, 볼카노 섬에선 유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화산 폭발이 일어났네. 무언가 두 가지 사이에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나?”


시즈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글쎄요… 유래 없는 대폭발이라 해도 ‘화산폭발’이란 원래 ‘갑자기’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냥 ‘우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교수는 또 다른 사진을 꺼냈다.


“이건 죠스타 양도 알고 있을 것 같더군. 1988년 카이로에서 일어난 윌슨 필립스 미 상원의원의 ‘광란의 폭주’.”


시즈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윌슨 필립스 의원이 퇴근길 카이로 시내를 자신의 차를 몰고 잘주하다 인도의 시민을 쳐서 10명의 사망자와 42명의 부상자를 만든 사건…”


“그렇지, 때문에 미국과 이집트 간의 외교 문제로도 이어졌어. 나중에 사진 한 장이 공개되고 나서야 어느정도 진정되었지만 말이야. 이 사진일세.”


사진은 급히 찍었는지 상당히 흔들렸지만 보닛에 피가 묻은 검은 캐딜락과 운전석에 탄, 얼굴이 피투성이인 윌슨 필립스 상원의원의 겁에 질린 얼굴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진 구석, 자동차 뒷좌석에 ‘다른 사람’이 찍혔지 않나.”


확실히, 자동차 뒷자석에는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 금발머리를 가진 남자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정황상 이 ‘사내’가 상원의원을 협박했고, 상원의원은 사내와 실랑이를 하다 시민들을 쳤고 살해당했다…라고 결론이 났지. 그럼 다음 사건으로 가볼까? 이게 마지막이네.”


교수는 신문을 가져왔다. 그리고, 시즈카와 유키카게 모두 그가 마지막까지 사진의 구석에 시선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보우 교수는 안경을 고쳐 쓰더니 직접 신문을 읽었다.


“의문의 폭발과 사망사고. 지역 내 불안감 고조.

지난 7월 16일 센다이시 모리오초에 있었던 일련의 폭발사건과 사망사건은 이 작은 마을에 다시금 불안감을 불러 일으켰다. 당일 9시경 한 주택에서 일어난 폭발사건은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원인이 미궁에 빠져 있다. 소방당국은 ‘가스나 스파크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이 사건에 의문을 토로했다. 한편 직후 일어난 의문의 사망사건 역시 이 작은 마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겼다. 사망자 키라 요시카게(33) 씨는 폭발에 휘말린 듯 피투성이인 상태로 지나가던 소녀를 붙잡고 무어라 이야기를 했으며, 직후 갑자기 뒤로 날아가듯 쓰러져 현장으로 급히 이동중이던 구급차 앞에 떨어졌고, 결국 구급차에 치여 사망하고 말았다. 죽은 키라 씨의 직장동료는 ‘조용하고 평범하게 직장을 다녔지만 결코 스스로 구급차에 몸을 던질 이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직장 상사와 통화를 끝으로 실종된 카와지리 코사쿠(33) 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시즈카는 무언가 알아차린 듯 말했다.


“카와지리…?”


“그래, 여기서 실종된 카와지리 코사쿠가 바로…”


“내 아버지야.”


유키카게는 교수가 들고 있던 신문을 받았다.


“어머니가 나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 몇 주가 더 지나고 나서였지. 어머니는 나를 낳을 때까지, 내가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아버지를 기다리셨어.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날에도 어머니는 끝까지 집을 지켰지. 아버지가 돌아올지 모른다면서… 그런 어머니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암으로 쓰러져서 세상을 떠났어. 사실 어머니도 알고 계셨을 거야. 이미 아버지는 돌아가셨다는 걸.”


시즈카는 표정이 어두워진 유키카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유키…”


“괜찮아. 이미 많이 극복했어.”


“카와지리 군이 미스터리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 사건이 원인이었다네. 아버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에… 영향을 받았겠지.”


잠시 후, 유키카게와 시즈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보우 교수는 다시 그를 불렀다.


“잠시만, 카와지리 군. 이 늙은이를 도와줄 수 있나?”


“어떤 거 말씀이시죠?”


“요즘 ‘아즈택 문명’에 관해서 마지막 논문을 쓰고 있다네. 그러던 중에 몇 가지 ‘유물’이 모리오시에 있다는 것 같아서, 자네가 조금 도와줄 수 있나? 나중에 연락하겠네.”


“네, 도와드려야죠.”


“항상 고맙네, 카와지리 군. 내가 자네 지도교수였다면 대학원도 권했을 텐데…”


유키카게는 억지로 웃음을 짓더니 사무실을 떠났다. 보우 교수는 소파에 늘어지듯 주저 앉더니 신문 더미 사이의 작은 노트를 꺼내 펼쳤다.


“천국… 나라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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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K.Yukikage

보우 겐키(Vow Genki)

출생 - 1960년 일본 센다이시

신장 - 165cm

특징 - 대학 교수

기타 - 역사학 교수지만 미스터리한 이야기도 좋아하신다. 박사학위를 1989년에 취득하셨는데, 아즈텍 뿐만 아니라 이집트 역사로도 논문을 쓰셨다. 1987년 말 이집트 여행을 한 것이 영향이 컸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