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공화국 최고수상의 집무실 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제다이 마스터는 그림자와 검을 맞대며 홀로 분투했다.


메이스 윈두는 목숨을 걸고 싸우며 바파드에 의지했다.


아니, 목숨보다 더한 걸 걸고 싸웠다. 검을 한 번 휘두르고 번개를 한 번 걷어내는 것 모두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는, 평범한 자들이 마음대로 일상을 살아갈 권리를 지키는 일격이었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공화국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광선검 검식의 제7형인 바파드는 사라핀의 위성에 사는 악명높은 맹수의 이름에서 따왔다. 바파드는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로 빠른 촉수를 휘몰아쳐 먹잇감을 잡는다. 대부분은 적어도 일곱 개의 촉수가 있고, 열두 개도 흔하며, 잡힌 개체 중 가장 큰 놈은 스물세 개까지도 있었다. 바파드의 촉수 개수는 죽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생전에는 세기엔 너무 재빨리 움직이니까. 윈두의 검도 그러했다.


바파드는 이름의 유래만큼이나 공격적이고 강력하지만, 힘의 근원은 극도로 위험하다. 바파드에 몰두한다는 건 내면의 어둠을 제지하고 있던 관문들을 열어제끼는 것이다. 바파드를 쓰려면, 제다이는 싸움을 즐겨야 한다. 전투의 흥분에, 승리의 쾌감에 몸을 내맡겨야 한다. 바파드는 빛과 어둠이 섞인 미묘한 반음영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메이스 윈두는 이 검식의 창조자이자, 유일하게 살아있는 달인이었다.


지금은 바파드가 궁극의 시험을 받는 순간이었다.


아나킨은 눈을 끔벅이고 다시 비볐다. 아직 눈이 잘 안 보이나- 코룬인 마스터는 존재 자체가 점멸하는 듯했다. 상대는 짙어지는 검은 연무에 반쯤 집어삼켜진 모습과 일 미터 길이의 불타는 태양빛이 춤추는 것만이 보였다. 메이스는 어둠을 끈질긴 전진으로 압박했다. 그 자신의 광선검, 은하계의 수많은 악한들이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던 특유의 자줏빛 광선검은 제 나름의 연무를 드리웠다. 보라색 불의 길쭉한 구체 안에는 십수개의 검날이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내질러지는 듯했다.


그와 싸우는 그림자, 저토록 빠른 잔상 - 저게 팰퍼틴이라고?


둘의 검날은 서로 부딪히며 불꽃을 튀기고 타오르고 번쩍거렸다. 살인적인 에너지의 그물을 짜는 대결은 어찌나 빠른지 아나킨이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포스로는 그들을 느낄 수 있었다.


포스 그 자체가 둘 주변에서 요동치고 터져나오고 파도쳤다. 힘으로, 살의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나킨은 포스가 그림자의 살의, 환희에 힘을 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둘 모두의 심장에 자리잡힌 독으로 찬 구멍에서 분노가 포스로 방출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자제하는 제다이란 없었다.


메이스 윈두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메이스는 깊이 잠겨있었다. 바파드에 잠식되어, 바파드에 삼켜진 그는 더 이상 진정한 의미로 독립된 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웠다.


바파드는 어둠의 통로고, 통로는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는 시스 군주의 사나운 속도를 인정하고, 그림자의 분노와 힘을 자신의 가장 내밀한 내면까지 끌어들이고, 다시 바깥으로 방출했다.


그는 광선검으로 블래스터 탄을 반사하듯이 분노를 그 원천에 반사했다.


메이스 윈두가 어둠의 힘을 두려워할 적이 있었다. 자신 안의 어둠을 두려워할 적도 있었다. 하지만 클론 전쟁은 그에게 이해의 선물을 주었다. 하룬 칼이라는 행성에서, 그는 스스로의 어둠을 직시하고 어둠의 힘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는 그 두려움이야말로 어둠에 힘을 실어준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두렵지 않았다. 어둠은 그를 좌지우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어둠을 좌지우지하지도 역시 못했다.


바파드는 그를 열린 통로로, 그림자가 남은 반쪽인 고리의 절반인 초전도체로 만들었다. 둘은 수상의 집무실 구석구석까지 들이치는 싸움의 파도였다. 붉은색, 자주색 불꽃을 피해갈 수 있는 카펫 조각, 의자 파편 따위는 없었다. 등잔대는 임시 방패가 되어 조각조각 잘린 채 공중을 날았고, 안락의자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기어오르거나 퇴각하기 위해 뛰어넘는 지형지물이 되었다. 하지만 힘의 고리는 여전했다. 끝없는 순환. 양쪽 누구에도 상처는커녕 피로의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교착.


영원히 지속되었을지도 모르는 교착 - 윈두의 재능이 바파드만이었다면.


이젠 싸움이 손쉬웠다. 그는 정신의 간섭 없이 몸에게 싸움을 맡겼다. 광선검이 회전하고 치직거리는 동안, 발이 미끄러지고 자세가 바뀌고 어깨가 제각기 방향으로 정확히 돌아서는 동안, 그의 마음은 어두운 힘의 회로를 따라 미끄러지며 힘을 그 무한한 원천까지 추적했다.


그 힘의 섀터포인트를 찾아보면서.


그는 그림자의 미래에 균열 한 뭉텅이를 찾았다. 가장 커다란 균열을 고르고, 그걸 다시 현재까지 되짚어갔다... 놀랍게도, 균열은 그를 박살나서 활짝 열린 문지방에 서 있는 한 남자로 인도했다. 메이스는 쳐다볼 필요가 없었다. 포스에서 느껴지는 그의 존재는 친숙했고, 폭풍우 속을 꿰뚫는 빛줄기처럼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선택받은 자가 여기에 있었다.


메이스는 그림자와 검을 맞대다가 뒤로 물러서며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트랜스패리스틸은 재빠른 휘두름 한 번에 산산조각났다.


순간의 방심엔 대가가 따랐다. 포스의 어두운 물결이 하마터면 방금 잘라낸 구멍으로 자신을 날려보낼 뻔했다. 그가 맞서서 쓴 절박한 포스 밀치기가 경로를 겨우 바꿔서, 창틀 바깥으로 날아가 반 킬로미터를 떨어지는 대신 창문 기둥에 부딪힐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일어섰고, 포스가 머리를 깨끗하게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금, 바파드에 자신을 내맡겼다.


싸움의 끝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가 마주하는 시스의 잔상 역시 같은 걸 느꼈다. 그림자는 공포로 맥동했다. 쉽게, 힘들이지조차 않고, 그는 그림자의 공포를 무기로 바꿨다. 전투의 방향을 틀어 둘 모두를 창틀 위로 끌고갔다.


강풍이 부는 밖으로. 번개가 치는 밖으로. 반 킬로미터 낭떠러지 위, 비에 젖어있는 밖으로.


그림자가 공포로 망설이는 밖으로. 그림자의 공포가 포스로 얻은 속도 일부를 포스로 미끄러운 퍼마크리트를 부여잡게 된 밖으로.


메이스가 검날을 정확한 궤적으로 보내어 그림자의 광선검을 반으로 자를 수 있는 바깥으로.


광선검의 한 파편은 깨진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다른 파편은 펼쳐진 손가락에서 떨어져 창틀에 부딪혔다가 저 아래 골목들을 향해 빗속에서 낙하했다.


이제 그림자는 그저 팰퍼틴뿐이었다. 성긴 머리카락은 시간과 고민으로 희게 센, 얼굴은 피로에 절어있는, 늙고 쪼그라든 노인.


"힘은 막강할지 몰라도, 당신은 제다이가 아니지. 당신은 그저 체포된 범죄자일 뿐이야, 각하."


메이스는 검날 너머를 바라보며 평탄하게 말했다.


"아나킨? 보이니? 보여?"


팰퍼틴의 목소리는 다시금 겁먹은 노인의 어조였다.


"내가 네게 제다이의 반역을 경고하지 않았었니?"


"뒤틀린 말장난은 관두시지요, 각하. 여기에 정치인은 없습니다. 시스는 절대 공화국을 다시 지배하지 못할 겁니다. 끝입니다. 각하는 패배했습니다."


메이스는 검날을 낮췄다.


"시스가 항상 패배하는 같은 이유 때문에 패배했지요. 자기 스스로의 공포에 패배한 겁니다."


팰퍼틴은 고개를 들었다.


눈은 증오로 불타올랐다.


"어리석은 놈."


그는 팔을 치켜들었다. 수상의 겉옷이 맹금의 날개처럼 활짝 펴졌고, 손은 발톱처럼 갈고리로 변했다.


"어리석은 놈!"


목소리가 천둥같이 울렸다.


"네가 느끼는 공포가 내 것 같더냐?"


저 위의 구름에서 번개가 쳤고, 팰퍼틴의 손에서도 번개가 쳤다. 메이스는 팰퍼틴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다시 바파드에 잠식되어 검날을 틀고, 그를 움켜쥐려 날뛰는 순수한, 빛나는 증오의 갈래갈래를 막아낼 뿐이었다.


바파드는 단순히 검식이 아니다. 그건 정신의 상태다. 어둠을 위한 통로. 힘은 그를 건드리지 않고서 내면에 들어왔다가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회로가 완성되었다. 번개는 근원을 향해 되돌려졌다.


팰퍼틴은 휘청이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쏟아지는 격렬한 에너지는 거세지기만 했다. 그는 자신의 고통으로 힘을 먹이고 있었다.


"아나킨!"


메이스가 외쳤다. 멀리서 외친 듯, 우물 바닥에서 메아리치는 듯이 흐릿하게 들렸다.


"아나킨, 도와다오! 지금이 네 기회다!"


그는 아나킨이 집무실 바닥에서 창틀로 뛰어오른 걸 느꼈다. 등 뒤에서 접근하는 걸 느꼈다. 그렇지만 팰퍼틴은 겁먹지 않았다. 메이스는 그가 전혀 걱정하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반역자를 없애거라."


수상은 그의 손에서 메이스의 검날로 뻗은 용틀임치는 에너지의 울부짖음 위로 악쓰며 소리쳤다.


"이건 처음부터 체포가 아니었어! 암살이다!"


그때, 메이스는 비로소 이해했다. 깨달았다. 마지막 승리의 열쇠는 그에게 있었다.


팰퍼틴의 섀터포인트. 시스의 궁극적인 섀터포인트.


다크 사이드 그 자체의 섀터포인트.


메이스는 멍하니 놀란 채로 생각했다.


팰퍼틴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신뢰한다...


이제, 아나킨은 메이스의 어깨 뒤에 있었다. 팰퍼틴은 여전히 스카이워커를 상대로 방어할 시도를 하지 않았다. 대신, 손에서 내뻗는 번개에 더욱 힘을 실으며 메이스의 검날을 코룬인 마스터의 얼굴 쪽으로 밀어붙였다.


팰퍼틴의 눈은 힘으로 빛났다. 노란 안광이 주위에 내리는 빗살을 증발시켰다.


"놈은 반역자다, 아나킨. 없애거라."


"넌 선택받은 자다, 아나킨."


메이스는 분투로 야위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바파드를 넘어선 일이었다. 자신의 검과 싸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놈을 잡아. 네 운명이다."


스카이워커는 그의 말을 희미한 목소리로 따라했다.


"운명..."


"도와줘! 더는 버틸 수가 없어!"


팰퍼틴의 노란 안광은 그의 살거죽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의 피부는 기름처럼 흘러내렸다. 아래에 있는 근육이 불타 사라지는 것처럼, 머리의 두개골까지 말랑해지며 구부러지고 튀어나오는 것처럼, 전기가 튀는 증오의 열기와 압력에 변형되는 것처럼.


"놈이 날 죽이고 있어, 아나킨-! 제발, 아나킨-"


메이스의 검날은 오존 냄새에 질식할 정도로 그의 얼굴에 가깝게 휘었다.


"아나킨, 놈은 너무 강해-"


"아아악-!"


끈임없는 번개 위에서 외치던 팰퍼틴의 고함은 절망의 신음으로 변했다. 번개는 스스로를 삼키더니 사라졌다. 남은 건 밤과 비, 그리고 미끄러운 창틀에 무릎 꿇은 채로 허물어진 노인 한 명 뿐이었다.


"못하겠소. 포기하오. 나는... 나는 결국 너무 약했어. 너무 늙고, 너무 약했어. 날 죽이지 말아주시오, 마스터 제다이. 제발. 항복하겠소."


메이스의 지친 몸에 승리감이 퍼졌다. 그는 검을 들어올렸다.


"이 시스 질병아-"


"기다리십시오-"


스카이워커는 그의 오른팔을 절박하게 부여잡았다.


"죽이지 마세요. 그냥 죽이시면 안 됩니다, 마스터-"


"아니, 죽여도 된다."


메이스는 엄숙하게 단언했다.


"죽여야만 해."


"체포하러 오신 거잖아요. 재판을 받아야 해요-"


"재판은 농담도 안된다. 놈은 법정을 장악했어. 의회도 장악했고-"


"그러면 법정이랑 의회도 다 죽이실 거에요? 놈이 마스터께서 하실 거라고 한 것처럼?"


메이스는 오른팔을 떨쳐내었다.


"놈은 살려두기엔 너무 위험하다. 네가 두쿠를 생포할 기회가 있었다면, 과연 생포했을까?"


스카이워커의 표정에 나타난 감정이 싹 지워졌다.


"그건 상황이 달랐-"


메이스는 웅크린, 패배한 시스 군주를 향해 돌아섰다.


"차이점은 나중에 설명해다오. 이놈이 죽은 후에."


그는 광선검을 들어올렸다.


"전 이 사람이 살아있어야 해요!"


스카이워커가 외쳤다.


"파드메를 살리려면 필요하다고요!"


메이스는 멍하니 생각했다.


왜?


그리고 쓰러진 수상을 향해 광선검을 움직였다.


일격을 마무리하기 전, 갑자기 나타난 푸른 플라즈마의 궤적이 그의 손목을 자르고 아직 광선검이 쥐여진 손이 떨어졌고 팰퍼틴은 다시 일어났고 시스 군주의 손에선 번개가 뻗어나왔고 막을 광선검 없이 팰퍼틴의 증오의 힘은 그를 정면으로 가격했다.


그는 팰퍼틴의 섀터포인트에 너무 몰두하였기에, 아나킨의 섀터포인트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어두운 번개가 그의 우주를 소멸시켰다. 그는 영원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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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글 출처는 다스베이더 마이너 갤러리


어제 이 내용 관련해서 이야기 나오게 있어서 퍼왔어

소설 내용으로도 그렇고, 이 싸움은 윈두가 팰퍼틴을 (루카스의 발언을 빌려서 말하자면) 압도(overpower) 한게 맞음.


팰퍼틴이 시스 군주들 중에서 역대급 강자였고, 윈두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강력한 존재이긴 했는데.

반대로 윈두도 팰퍼틴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강한 존재였음. 팰퍼틴은 요다 외에는 제다이 중에서 자신의 적수가 없다고 내심 생각했었는데, 막상 맞서 싸우게 되자 윈두한테 밀렸음.


윈두가 승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윈두의 바파드가 강력한 것도 있지만..  윈두가 팰퍼틴의 공포를 이용해서 그를 영리하게 제압한 게 제일 크다고 봄. 제다이는 공포를 느끼지 않(으라고 교육받)지만, 시스는 공포와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힘을 받는 만큼 그것들에 잘 휘둘리거든. 팰퍼틴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약해진 반면에 윈두는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승기를 잡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