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화국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었다던 알리야 씨가 그러기를.


 "내 고향 코렐리아는 맑고 푸른 바다 위에 매캐한 산업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들어서서, 조금 이상해 보일진 몰라도 익숙해지면 꽤 괜찮은 풍경을 그려내지요."


 하더란다.


 "그래서 이런 걸 다신 못 볼 줄 알았습니다."

 "전에는 고향이 폰도라고 하지 않았나요?"

 "거긴 태어난 곳이고, 나중에 코렐리아로 이사갔었죠. 이제 와서 들춰본들 상관이야 없지만 말입니다."


 그 사람은 태생도 비밀스럽고, 몸에 지닌 비밀이 한두 가지가 아닌 사람이었다.

 늘 능청스럽고, 매사에 여유가 많으며, 어찌 된 일인지 폐품 장사에 한번도 길을 들여본 적 없다는 사람이 협상하는 실력 하난 발군이었다.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다면 반드시 당국에 신고하라는 제국 총독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반드시 총독부에 이를 상신할 것이라고 마음먹었지만-


 "네, 그래요. 과거 얘기는 늘 기억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는 높으신 분이었다면서 옛날 얘기 중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내가 곁에서 몇 번이고 물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적당히 답을 둘러대면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딴 데로 흘리기 마련이었다.

 그건 내가 보기에는 공화국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가 아르카니스로 가고 있었나요?

 "예, 그랬죠.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가 없으면 다행인 곳이기야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듣기로 아르카니스 섹터에 제다이 반역자가 출몰했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매사에 늘 밝고 여유로운 미소를 숨기지 않던 알리야 씨가 그 소식에는 유독 눈에 띄게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었다.

 언제나 미소가 만개한 알리야 씨의 얼굴만 봐왔기에 미소가 숨겨진 얼굴은 꽤 놀랍고 신기했다.


 "제다이... 아, 제다이 반역자. 지금은 그렇게 부르고 있었지... 예, 그래서요?"

 "그 사람이 아르카니스에서 치안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든가...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알리야 씨는 옛날 공화국 높은 사람이라면서요? 제다이와 만나본 적은 있나요?"

 "저요? 제다이?"

 "옛날에는 공화국에서 제다이가 꽤 높은 사람이었다면서요? 폐품업자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소문인데."


 소문으로 치부되는 이유는, 공화국 시대를 난 업자들은 대부분 은퇴했거나 해적이나 제국군에 잡혀 끌려가거나 죽거나, 어쨌든 여러가지 사유로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이 소문이 사실인지 공화국의 높은 사람에게 꼭 묻고 싶었다.

 알리야 씨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같다가도, 이내 그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되찾으며 말했다.


 "본 적은 있는 것 같군요. 언제나 특이한 로브를 두르고 다녔죠. 안에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뭘 숨기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제다이들은 광선검이라는 걸 휘두르고 다녔다는데, 혹시 그것도 본 적이 있나요?"

 "비슷한 걸 본 적이야 있긴 하지요. 제다이... 반역자를 잡기 위해 내려왔던 인퀴지터에게 시비를 붙이던 어떤 주민들을 위협하려고 쓰는 검과 비슷한 것을 말입니다."

 "인퀴지터를 봤다고요? 그럼 제다이도 본 것 아니에요?"

 "일 때문에 그 행성을 급히 떠야 했기 때문에 그것까진 제가 알 길이 없습니다. 하하, 그래도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니 허탕을 쳤다고 하더군요."


 우수에 가득 찬 눈빛을 한 알리야 씨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다시 옛 생각에 잠긴 듯 한숨을 푹 쉬더란다.

 에리아두의 산업 지대를 벗어나기에 앞서 하이퍼드라이브의 최종 점검을 마친 뒤에, 알리야 씨를 불렀다.


 "이 정도면 아르카니스까지 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알리야 씨? 어서 타시지요."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가시죠."


 해변의 선착장에서 바다 위로 매캐한 산업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바라보던 알리야 씨는 부름에 답해 선박으로 돌아왔다.

조수석에 엉덩이를 붙인 알리야 씨가 묻기를.


 "다시 이런 풍경을 볼 날이 올 것 같습니까?"

 "제 생전에요? 아니면 알리야 씨 생전에?"

 "편의 상 둘 다라고 하죠."

 "그럼 아니라는 데에 한 표 걸겠습니다. 에리아두로 몰려드는 폐품업자가 하도 많아서, 혹여나 여길 다시 찾아온대도 우리가 뭘 건질 수는 없을 거예요. 연료값이 더 드니까 아깝죠."


 알리야 씨는 아쉬움을 표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만개한 미소를 품고 있는 좋은 아저씨였다.

 하지만 확실히 알리야 씨의 말대로 바다 위로 매캐한 산업 연기를 피워 올리는 공장이 모여 있는 모습은, 은하계에서 별보다 흔치 않은 것이었다.

 폐품 선박이 이륙하고, 고도를 서서히 높이기 시작하면 이제 수평선이 아닌 궤도 상에서, 행성의 푸른 바다 위로 화산이 터지는 것처럼 수많은 산업 연기가 행성의 한 곳을 감싸고 있는 이상한 광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이런 걸 본 적이 있습니까?"


 알리야 씨는 아까처럼 또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봤죠. 지금도 보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