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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리건발 전술적 떡상 코인

 

 

 인류 최후의 보루, 기동잠수요새 오르카

 바이오로이드 생활구역

 아머드메이든 회의실

 

 조촐하고 삭막한 방 가운데 커다란 탁자 하나가 있다.

 벽에 걸린 것도 없고 바닥에 깔린 것도 없다. 그냥 탁자 하나만 있다.

 바닷속인데도 찬바람이 불 것만 같은 가차 없는 누추함이다.

 놀랍게도 보일러는 잘 들어오는 편이라 뜨끈한 바닥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다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런 초라한 방에 아머드메이든 대원들이 앉아있다.

 

 네모난 탁자의 한 면에 한 명씩,

 블러디팬서,

 칼리스타,

 이오,

 그리고 스프리건.

 

 대장인 블러디팬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풍선껌만 씹고 있었다. 눈에 초점도 감정도 없는 게 바로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별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이에 비해 칼리스타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다. 찡그린 눈동자 안에 타르 같이 진득한 고뇌가 넘실거린다. 안 그래도 항상 불편하던 심기가 아예 돌아가신 모양이다.

 그나마 성격이 온순하다고 평가받는 이오는 그 평가 그대로 초식동물마냥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그녀의 애수에 젖은 눈동자가 블러디팬서와 칼리스타를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딱 봐도 뭔가 찜찜한 공기가 감돈다.

 묘하게 어두운 조명이 더해지니 찜찜한 정도가 아니라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간식 찾으러 온 개미도 더듬이 몇 번 흔들고는 고개를 저으며 돌아갔다.

 

 그러나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스프리건이 특유의 실실 웃는 표정으로 캠코더를 들며 침묵을 깨부쉈다.

 

 "자~ 그럼 '우리 아머드메이든이 인기가 없는 건에 대하여' 제 7차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참여자 여러분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대장부터."

 

 햇살처럼 밝게 웃는 스프리건이 블러디팬서를 향해 캠코더를 겨누었다. 블러디팬서는 무미건조한 표정 그대로 팔만 움직여 캠코더를 후려쳤다. 무심하게 보이는 손짓이었지만 120mm주포를 휘두르고 다니는 그녀의 힘은 캠코더를 그대로 요단강 하이패스로 모셨다. 사지가 분해된 캠코더를 보자 스프리건의 웃는 얼굴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스프리건이 캠코더의 주검을 끌어안고 천장이 무너지도록 대성통곡하자 칼리스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린 왜 인기가 없을까."

 

 블러디팬서는 여전히 맹한 표정으로 풍선껌만 씹어댔다. 대장인 그녀가 도무지 입을 열 기색이 없으니 이오가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 인기가 없는 게 아니라....... 그....... 마니악, 하다고 하나요...... 그런 걸 거예요."

 

 그러자 칼리스타의 날카로운 눈매가 이오를 흘겨본다. 이오는 사자 앞의 노루마냥 식겁하여 움츠러들었다. 칼리스타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조곤조곤 찔렀다.

 

 "마니악은 얼어 죽을 마니악. 오르카짬은 똥구멍으로 처먹었냐. 지금 대장 맛간 거 안 보여? 옆방 아스날 대장 갑자기 뜬 거 보고 우리도 중장형 버프 받아서 인기 좀 받나 했다니, 결국 이벤트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와서야 희망고문이라는 거 알고는 이성을 놓았잖아. 표정 좀 봐. 원래 씩씩하던 군바리 컨셉 어디갔냐고. 하 씨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대포로 사령관 문 따고 들이박았어야지. 초창기 대장 라인인데 이게 뭐야 도대-"

 

 블러디팬서가 먼 산을 보듯이 말했다.

 

 "그만해라 칼리스타야. 이오 얘가 뭔 잘못이냐. 그냥 내가 매력이 없는 거지."

 "아냐! 우리도 기회는 있었다고! 아, 대장 털미는 장면만 안 팔렸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 그거."

 

 블러디팬서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녀는 여전히 먼 산을 보듯이 말했다.

 

 "스프리건."

 

 스프리건은 여전히 캠코더를 붙들고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를 하기에 바빴다.

 

 "대가리 박아."

 "옙."

 

 그녀는 곧바로 캠코더를 놓고 단단한 방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지난 오르카 해변 여행이 끝난 이후로 하루 절반 이상을 머리 박은 채로 지낸 스프리건의 자세는 그야말로 대가리 박아의 완성형이었다. 건축가도 재능의 벽을 느껴 오열할, 완벽한 황금비.

 그러거나 말거나 블러디팬서는 다시 맹한 얼굴로 풍선껌을 씹었다.

 

 칼리스타가 이마를 움켜쥐며 땅이 꺼져라 한탄했다.

 

 "솔직히 우리 이거 억울하지 않아? 제모를 한다는 건 그만큼 몸상태에 신경을 쓴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만큼 정성을 들인 보답이 나와야 할 거 아니야. 아니, 첫인상으로 제모했다는 것만 툭 던져놓고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인게 어디 있냐고! 우리가 무슨 제모드 메이든이야?! 어? 민둥이 메이든이냐고? 어?"

 "진정해요 칼리스타. 가장 상처받은 건 대장이잖아요."

 

 이오가 지적하자 칼리스타가 블러디팬서를 힐끔 쳐다본다. 블러디팬서는 여전히 먼 산을 보는 해탈한 얼굴이었다. 후욱, 풍선껌이 한 번 부풀었다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칼리스타는 아, 아직 숨은 쉬고 있구나, 하고 안심한 것이었다.

 

 이때 이오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사령관님은 털이 나는 걸 안 좋아하시는 거 아닐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세상에 털 안나는 짐승이 어디 있다고? 그냥 남들은 다 제모한 결과만 보여줬을 때 우린 과정을 들킨 것뿐이야!"

 "칼리스타....... 옆에 대장님 있잖아요."

 

 칼리스타가 다시 블러디팬서를 힐끔 쳐다본다. 블러디팬서는 여전히 맹한 얼굴로 풍선껌을 불었다 씹었다. 괜찮아. 아직 살아있네.

 

 "그리고 제 상상일 뿐이지만....... 다른 자매분들은 그, 그쪽 털이 안 나는 거일 수도 있어요."

 "얘는 또 뭔 소리래?"

 "저희는 전투용 바이오로이드지만 오르카에는 가정용 바이오로이드였던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관리하기 어려운 털은 처음부터 안 나도록 개발된 거 아닐까요? 처음에는 대중적인 취향에 따라 털이 없는 상태로 출고되었다가, 그다음에 주인의 취향에 맞춰서 털이 나는 걸로 바꾼다던가........"

 

 나름 진지한 이오의 설명에 칼리스타는 놀란 눈으로 이마를 탁 쳤다.

 

 "그렇네! 우리는 전투용바이오로이드라 털이 나는 거였네! 거기 털이 전투에 전술적인 뭔가가 있어서 나는 거였어! 뭐지? 도대체 뭘까? 막 가랑이 문질러서 정전기라도 일으키는 건가? 백만볼트야? 아! 알렉산드라 번개가 다리 사이에서 끌어다 쏘는 거였네! 고간의 알렉산드라였어! 캬! 고걸 몰랐네! 내가 고걸 몰랐어!"

 

 블러디팬서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그만해라. 이오가 무슨 죄냐."

 "그래 우리 착한 이오는 죄가 없지! 스프리건 이 망할 게-"

 

 머리 박고 있던 스프리건이 공손하게 수긍했다.

 

 "그렇습니다. 스프리건이 나빴습니다."

 

 블러디팬서가 멍한 얼굴로 답했다.

 

 "닥쳐 스프리건."

 "옙."

 

 한참 폭주하던 칼리스타는 결국 지쳐서 탁자 위에 늘어졌다.

 

 "왜일까. 왜 인기가 없는 걸까 우리. 이대로는 안 되는데."

 

 산 송장이 되어가는 가족들을 슬픈 눈으로 보던 이오는 결국 스프리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기, 스프리건은 다른 분들 취재도 많이 해봤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알죠? 혹시 왜 우리가 인기가 없는 건지도 알아요?"

 

 깃털 같은 입을 앙다물고 있던 스프리건은 부대원의 요청에 물 만난 고기마냥 신이 나서 말을 쏟았다.

 

 "그거야 간단하지! 성능이 극단적이라 대부분의 맵에 과하거나 부족한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운용비는 오르카 기둥 뽑아다 쓸 정도로 비싸잖아. 게다가 비슷한 역할군의 신규 경장형 기동형 바이오로이드들이 더 성능 좋은 경우도 많으니 굳이 비싸고 네모나고 느린 아머드메이든을 찾을 이유가 없지."

 

 늘어져 있던 칼리스타가 중얼거렸다.

 

 "뜬금없이 현실적인 이야기라 기분 나쁘네."

 "하지만 칼리스타, 생각해봐. 우리처럼 스토리에 나오지도 않고 스킨도 없는 애들이 성능까지 구리면 왜 쓰겠어? 이오 말대로 마니악한 경우밖에 없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왜 우린 스킨이 없냐."

 "하하! 사실 난 있어! 수영복 스킨이라 이말이야! 그때 보여줬나? 무장까지 바뀐다? 하하하! 내가 유일하게 스킨이 있는 아머드메이든이라니-"

 

 뭐가 그리 좋은지 신나게 웃어대던 스프리건은 이내 뚝 멈췄다.

 온몸으로 급제동을 건 그녀였으나 이미 방 안의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혹한기의 시베리아만큼이나 얼어붙었다.

 아주 얼어 뒈져버렸다.

 

 창밖의 해초를 멍하니 보던 블러디팬서가 말했다.

 

 "스프리건."

 "옙."

 "일어나."

 "옙."

 "대가리 박아."

 "옙."

 "일어나."

 "옙."

 "대가리 박아."

 "옙."

 "일어나."

 "옙."

 "대가리 박아."

 "옙."

 "일어나."

 "옙."

 "대가리 박아."

 "옙."

 "일어나."

 "옙."

 "대가리 박아."

 "옙."

 

 순식간에 땀투성이가 된 스프리건이 필사적으로 거친 숨을 삼켰다. 곧 죽을 듯이 부들부들 떨어대는 그녀를 놔둔 채 블러디팬서는 멍한 얼굴로 풍선껌을 씹었다. 이오가 스프리건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늘어져 있던 칼리스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성능으로는 어쩔 수 없어. 중장형 바이오로이드가 가성비지랄 하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고. 다른 방법이 필요해."

 "뭔가 떠오른 게 있나요?"

 "뻔하지. 잔혹한 캐릭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독특하고 충실한 컨셉질밖에 없어."

 

 칼리스타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오를 향했다.

 

 "생각해봐 이오, 너처럼 얌전한 성격의 애가 무슨 어필을 할 수 있겠어? 네가 가진 개성이라고는 중기관포 달린 외골격 아머 밖에 없어. 그걸로는 등장하자마자 홀라당 벗고 사령관품에 달려드는 신규 바이오로이드들을 이길 수 없다고!"

 

 이오가 풀이 죽어 움츠러들었다. 그때 머리 박고 있던 스프리건이 말하길,

 

 "내 취재자료로 만든 빅데이터에 따르면 이오 같이 얌전하고 성실한 성격이 의외로 사령관과 먼저 맺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지."

 "스프리건."

 "응 대장."

 "닥쳐."

 "옙."

 

 스프리건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사령관과 맺어진다는 언급에 이오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이오의 새빨간 귀를 보며, 칼리스타는 소리 없이 외쳤다. 오르카 대환장!

 

 "아무리 그래도, 나처럼 까칠하면서도 은근히 잘해줄 것 같은 성격이 더 잘 통하지 않아? 츤데레는 절대 망할 수가 없는 개성이라고."

 

 칼리스타가 지기 싫은 성격에 삐뚤삐뚤 중얼거렸다. 시선을 피하며 말하는 꼴을 보니 자기가 말하고도 자신 없는 모양이었다. 이에 대해 스프리건은 최근 츤데레 바이오로이드 최전선에 있던 멸망의 메이가 어떻게 멸망 중인지 생중계 해주고 싶었으나 블러디팬서의 껌 씹는 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었다.

 

 "아 몰라! 하여튼 우리도 스킨이 필요해! 우리의 매력적인 몸매를 드러내 줄 파격적인 복장이 필요하다고! 한 150참치캔 정도 하는 걸로! 사령관방까지 한 방에 개통해버릴 크고 아름다운 스킨이 있어야 한다니까!"

 

 열이 오른 칼리스타가 씩씩거리며 블러디팬서에게 물었다.

 

 "대장!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오드리한테 의상 부탁한다고 했잖아! 왜 아직 소식이 없어."

 

 블러디팬서는 여전히 득도한 얼굴로 답했다.

 

 "예약 밀렸대. 3년 정도."

 "3년?! 3년 뒤에 이 오르카가 해변가 고철이 될지 우주쓰레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3년치를 예약했다고?! 아이고! 바이오로이드들 생각하는 건 다 똑같다더니! 그래서 예약은 했어?"

 "아니, 3년이란 말 듣고 고민하는 사이에 1년 더 밀려서 말았다."

 

 칼리스타가 답답한 가슴을 두드렸다. 관자놀이에 혈관이 솟는 걸 보니 홧병으로 휙 넘어갈 상이다. 놀란 이오가 어깨를 붙잡아 진정시켰다. 블러디팬서는 여전히 태평한 표정으로 껌만 씹었다. 후욱, 탁. 찍찍.

 칼리스타를 가까스로 진정시킨 이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옷을 구하는 게 어렵다면, 몸으로 밀어보는 건 어때요? 그, 그,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사령관님한테 찾아가는 건 결국 그렇고 그런 것 때문이니까, 육체적 조건이 필요한 일이라면 저희도 안 질 거예요."

 

 칼리스타가 힘이 좀 빠진 얼굴로 대충 답했다.

 

 "안 질 거라니? 우리보다 굴곡진 녀석들이 얼마나 많은데. 오히려 마니악한 몸매는 나앤 대령이 꽉 잡고 있어서 길이 없다고."

 "아뇨, 몸매가 아니라........ 저희 외골격 나름 무거운 편이니까, 평소에 단련된 육체를, 허, 허리힘이라던가 이용한다면-"

 

 부끄러운 내용을 애써 말하는 이오를 보며 칼리스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정신 차려 이오야. 단련된 몸으로 해결될 거였으면 지금쯤 마이티가 3대500이 아니라 침대500을 치고 있겠지. 콘스탄챠고 라비아타고 뭐고 그냥 걔가 오르카 여제란 말이야."

 

 이오가 놀라 입을 가렸다.

 

 "아....... 마이티씨........."

 

 말한 본인인 칼리스타도 눈이 서글퍼진다.

 

 "마이티......."

 

 블러디팬서도 문득 껌 씹는 걸 멈춘다.

 

 "마이티......."

 

 잠시 모두가 말을 잃고 비통한 침묵이 감돈다.

 이내 블러디팬서가 근엄한 목소리로 명했다.

 

 "아머드메이든, 마이티를 위해 일동 묵념."

 

 모두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스프리건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묵념했다.

 잠시 후 묵념이 끝나자 다시 머리를 박는다.

 

 블러디팬서가 다시 멍한 얼굴로 껌을 씹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슬슬 답이 없다 절망하고 평소처럼 해산할 때도 되었건만, 이오는 망가져가는 가족들이 보기 힘들었는지 애써 다른 아이디어를 짜냈다.

 

 "주어진 개성도 옷도 부족하다면, 저희들만의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새로운 거라니?"

 "그, 최근에 브라우니들이 '브-'라고 외치며 다니는 걸 봤어요. 되게 귀여워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저희도 그런 걸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브라우니 그 이병인지 일병인지도 모를 머릿수만 많은 바보들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지 몰라. 그 녀석들 '-말임다' 말투 때문에 우리 대장 말투도 묻혀버렸다고. 마리 대장만 없어도 한 두 명씩 불러다 갈구는 건데."

 "하지만 '브-'는 귀엽잖아요. 페로씨의 '애옹-'이나 리리스씨의 '리리쮸-' 리제씨의 '햇츙-'도요. 전 너무 좋던 걸요. 귀여운 건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칼리스타가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뭐가 귀여워? 우리가 물론 이것저것 부족한 게 많아서 이렇게 쓸쓸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넋 빠진 듯이 '브-' 나 '애옹-'하고 다니면서 인기를 구걸해야겠어? 바이오로이드가 자존심이 있지!"

 

 그때 머리 박고 있던 스프리건이 툭 말했다.

 

 "참고로 내 빅-데이타에 따르면 브라우니 하나의 인지도를 1브라우니라고 할 때 우리 모두의 인지도를 합쳐야 0.8브라우니 정도야. 페로씨나 리리스씨, 리제씨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고."

 "..........."

 "..........."

 "..........."

 "..........."

 

 숙연.

 말이 실종됐다.

 마리아나 해구의 심연만큼이나 조용해진 분위기에 스프리건이 말했다.

 

 "닥치고 있겠습니다."

 

 칼리스타는 충격받은 얼굴로 스프리건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브라우니 하나, 아니 브라우니 0.8보다 못한다는 사실은 탱커의 보호조차 거부하는 그녀의 자존심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이는 이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소심하고 주목 받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대경장 한정 최강 공격기 중 하나라는 소박한 자부심이 있던 그녀에게 자신이 매일 수 백 명씩 요안나섬으로 보내지는 B급 하나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잔혹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문득

 

 "블뺀-"

 

 하고 블러디팬서가 말한다.

 

 이오와 칼리스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블러디팬서를 본다. '뭐지' 싶은 그녀들의 시선에는 여전히 먼 산을 보는 듯한 블러디팬서의 얼굴만 보일 뿐이었다.

 그런 멍한 얼굴로 그녀는 입만 열어 말했다.

 

 "블뺀-"

 "..........."

 "블뺀 블뺀-"

 ".........."

 "블뺀- 블뺀 블뺀, 블빼앤-"

 

 이오가 눈을 글썽이며 입을 가렸다. 칼리스타는 마침내 자신이 대장직을 받을 때가 되었나 싶어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블뺀-'거리던 블러디팬서가 이내 입을 다물고 창밖의 해초를 보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평화롭게 흐느적거리는 해초를 보며 찍찍, 후욱, 탁, 풍선껌을 씹는다.

 

 "스프리건."

 "옙."

 "일어나."

 "옙."

 "창가로 가."

 "옙."

 "제자리로."

 "옙."

 "창가로."

 "옙."

 "제자리."

 "옙."

 "창가로."

 "옙."

 "제자리."

 "옙."

 "창가로."

 "옙."

 "제자리."

 "옙."

 "대가리 박아."

 "옙."

 "일어나."

 "옙."

 "창가로."

 "옙."

 "제자리."

 "옙."

 "대가리 박아."

 "옙."

 "창가로."

 "옙, 예?"

 "예?"

 "창가로 갑니닷!"

 "제자리로."

 "으그그극!"

 "창가로."

 "으그그극!"

 "일어나."

 "옙."

 "제자리."

 "옙."

 "대가리 박아."

 "옙."

 

 후들후들 떨며 뒷짐 지고 머리를 박고 있는 스프리건을 놔둔 채 블러디팬서는 멍한 얼굴로 풍선껌을 씹었다. 칼리스타와 이오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화제를 돌렸다.

 

 "하, 하여튼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다른 특징을 만들어 보자는 거지? 네 말뜻은 알겠어 이오. 굳이 '브-' 같은 건 아니더라도 말이야."

 "네, 네, 굳이 '브-' 같은 게 아니더라도요."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뭔가 특징을 만들려 하더라도 외면적인 게 필요해. 눈으로 보이는 게 있어야 일단 우리 말을 들어줄 테니까. 일단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다는 건 어쩔 수 없어."

 

 이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발상을 조금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저희는 옷이 두꺼운 편이고, 어차피 벗는 쪽으로는 앞서 벗으신 분들이 너무 많으니........ 차라리 더 입는 쪽으로 가는 건?"

 "뭐? 진짜 오르카짬을 똥구멍으로 처먹었어? 포티아 한겨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포장되는 거 못 봤냐고? 입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일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인간은 질리기 쉬운 생물이라고 들었어요. 사령관님도 계속 다른 자매분들의 살결만 보셨으니까........ 이번에는 색다른 걸 보고 싶지 않을까요?"

 

 칼리스타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일리는 있는데 말이지........ 하지만 더 입는다고 해도 어떻게? 우리는 그나마 낫지만 대장 봐봐. 이미 방탄복 수준이야. 전신이 빵빵하다고."

 

 칼리스타가 블러디팬서의 초록색 점퍼를 팡팡 두드렸다. 블러디팬서는 멍하니 풍선껌만 씹어댔다.

 

 "여기서 더 입어?"

 "그러게요."

 

 이오도 난처한 얼굴이었다. 그녀라고 망각의 구덩이에 빠진 아머드메이든을 반짝 뜨게 만들 그럴싸한 아이템이 있을 리 없었다.

 

 바로 그때

 

 "밀리터리 택티컬 컨셉 어때."

 

 스프리건이 말했다. 이오와 칼리스타가 동시에 스프리건을 쳐다본다.

 블러디팬서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요새 살기 좋냐. 자꾸 입 여네."

 "아니야 대장! 진짜 들어봐! 이건 진짜 해볼 만한 거야!"

 

 스프리건의 간곡한 애원에도 블러디팬서는 찍찍 풍선껌만 씹을 뿐이었다. 스프리건은 머리를 박은 채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이번에는 아예 두피가 다 벗겨지는 걸 각오했다.

 

 "..........말해봐."

 

 의외의 허락이 떨어졌다. 스프리건은 지끈한 머리를 일으키며 감사한 표정으로 블러디팬서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곧 평소 성깔대로 신이 나서 외쳤다.

 

 "자, 들어봐요 여러분! 내 비익-데이타에 따르면, 인간 남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밀리터리물을 사랑했단 말이야. 특히 총이랑 갑옷!! 오죽하면 전쟁과 연관 없어 보이는 소녀들에게 총, 칼, 갑옷을 쥐여주는 미디어가 대유행했겠어. 예쁘고 가녀린 미소녀가 크고 묵직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언밸런스함도 좋고, 터프하고 단단한 육체의 여인이 전술적인 무기를 들고 싸우는 노련함도 멋있지. 무기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그 단단하고 강해보이는 오오라에 끌리는 걸 거야. 이오 말대로 사령관님이 벗고 벗고 벗기는 일상에 지쳤다면,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새로운 유형의 바이오로이드도 꽤나 통할 거란 말이야. 그럼 밀리터리 컨셉 질러야지."

 

 스프리건이 블러디팬서를 가리켰다.

 

 "그런데 마침 대장을 봐봐. 평상시에도 방탄소재 듬뿍 바른 거처럼 빵빵하게 생겼고, 무장 다 챙기면 완전 탱크잖아. 여기에 장갑 더 덕지덕지 두르고 전술용 광학장비들도 주렁주렁 달고 포탄도 좀 더 멋있게 나가게 하고, 그 최근에 업그레이드된 셀주크언니처럼 말이야. 거기다 코스튬 이름을 '돌파용 완전무장형 블러디팬서'나 '저항전쟁 시절의 블러디팬서'처럼 뭔가 있어보이게 붙이면 사령관도 캬! 하고 이마를 탁 치며 뿅가지 않겠어?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밀리터리 컨셉 질러야지."

 

 스프리건의 시선이 이오와 칼리스타를 향한다.

 

 "이오도 무장에 비해 방어가 빈약해 보였으니까 이참에 이그니스처럼 전면 다 방탄갑옷 같은 걸로 두르고, 칼리스타도 아주 그냥 AGS처럼 묵직하게 팔도 대포도 확대하자. 그래야 지정보호 안 받고 깝쳐도 '아, 저렇게 입고 있으니 받피감으로 버틸만 하구나 인정' 하고 납득을 하지. 생각해봐. 온몸에 전술 장비로 떡칠을 한 외골격 슈트를 입은 전투원들이 멋있게 포탄 쏘고 맞고 싸우는데 이런 테마의 코스튬이 성공을 못 한다고? 에이, 그건 말이 안 되지. 자 그럼 이제 할 게 뭐다? 밀리터리 컨셉 질러야지."

 

 쉬지 않고 말을 쏟은 스프리건이 주먹을 내밀며 자신감 있게 외쳤다.

 

 "그렇다! 이 상황에 결론은 단 하나! 택티컬 밀리터리 컨셉은 떡상한다!!"

 

 그리고

 

 "............"

 

 다시 찾아온 정적.

 

 대원들은 말없이 멍한 얼굴로 스프리건을 쳐다보고 있었다.

 

 후욱, 탁.

 풍선껌 터지는 소리.

 

 

 .........................................................

 

 

 이리하여 아머드메이든은 스프리건이 제시한 '택티컬 밀리터리' 컨셉을 구현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실현할 자금을 모을 궁리를 하였다. 오르카의 대부분 물품은 외부에서 조달해오는 것이 많았으나, 그녀들에게 필요한 전문적인 군용물품은 대부분 구할 수 없거나 파손된 상태였기에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 기술진에게 개발 혹은 제작을 의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기방패로만 차출되던 아머드메이든에게 그러한 자금력이 있을 리 없었다. 돈이 없으니 계획의 행방은 오리무중. 결국 암담한 미래에 히스테리가 발병한 블러디팬서가 스프리건을 불러다 얼차려를 시키려는 찰나, 스프리건이 기똥찬 아이디어라며 한 가지를 꺼내 들었으니, 오르카의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서 지원금을 받자는 것이었다.

 뭔 개소리인가 싶었더니 아머드메이든처럼 인기 없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택티컬 밀리터리 컨셉을 광고하여 투자를 받고, 그것을 토대로 코스튬을 완성한다는 것이렸다. 코스튬이 일단 완성만 된다면 가장 먼저 입는 아머드메이든이 혜택을 볼 것이고, 완성본을 토대로 비슷한 양식으로 찍어내어 투자자들에게도 보급할 테니 아무 문제가 없다.

 이것 참 참으로 그럴싸하다, 라기보다는 이것밖에 방법이 없네 시발 같은 마음으로 아머드메이든은 스프리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스프리건은 오르카의 인기 없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모아 열렬하게 불타는 말빨로 약을 팔았으니, 요안나, 티에치엔, 지니야 등등 사랑받고 싶은 착하고 순진한 바이오로이드들이 정말 스프리건에게 참치캔을 건네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바이오로이드들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참치캔이 한 캔 한 캔 모여 5000캔에 달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훗날 '스프리건발 전술적 떡상 코인'이라 불리는 사건의 발단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토미워커, 포트리스 같은 일부 AGS는 물론, 유명 바이오로이드 마이티R도 이 코인에 탑승했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스프리건발 전술적 떡상 코인'은 진짜로 떡상을 했다.

 

 복합장갑판 위에 반응장갑 스커트를 묵직하게 두른 완전무장 블러디팬서의 40가지 전술장비가 붙은 크고 아름다운 120mm 커스텀 포를 본 사령관은 그 자리에서 오금을 지리고 혼절하더니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머드메이든을 4제대 안으로 넣어버렸다. 즉, 5~8지원제대에서 빠졌다는 의미였다. 이것은 블러디팬서는 물론 다른 아머드메이든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었기에 그녀들은 그날 밤새 스프리건을 부둥켜 안고 파티를 벌였다. 오죽했으면 블러디팬서도 꽃 같은 웃음을 되찾고 '스프리건 덕분에 행복하지 말임다~ 후임 하나는 정말 잘 뒀지 말임다~'라고 브라우니마냥 짬내나는 말투로 노래를 부르는 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머드메이든 대원들은 특유의 강렬한 스킬 임펙트와 멋들어진 외형으로 인해 심심할 때마다 전장의 최전방으로 나가게 되었으며, 수많은 무공을 세우며 사령관의 칭찬을 받았다. 이는 아머드메이든에게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택티컬 밀리터리 스킨을 입은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이전과는 색다른 멋에 사령관의 선택을 받았으며, 거의 묻혀 이름조차 불릴 일이 없던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걸 왜 '사건'이라 부르냐.

 문제는 택티컬 밀리터리 스킨을 입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화약 냄새 풀풀 풍기며 전장을 주름잡을 동안 사령관의 침실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주름잡았다는 것이다.

 평소에 출동하지 않던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을 선택해준 사령관에게 고마워하며 열렬하게 싸우는 기적이 일어나자, 기존에 전투를 담당하던 '가성비 좋고', '예쁘고', '스킨 많고', '인기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이 한가해지게 되었으니, 이들의 무대는 전장이 아니라 사령관의 방으로 바뀌게 되었다. 방에서 사령관과 바이오로이드들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욱 친밀해졌고, 이로 인해 사령관방의 출입 여부를 경계로 한 오르카 내부의 보이지 않던 계급구조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명확해졌다.

 당연히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말했던 것과 다르지 않으냐. 왜 일만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여전히 사랑을 못 받냐.

 

 스프리건의 1차 해명.

 

 '여러분! 여러분이 전투원으로 선택받은 건 다 사령관 각하의 따뜻하고 자애로운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맡은 일 자체가 사령관님의 사랑이라는 걸 명심해주십시오!!'

 

 그녀의 외침은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일깨워주었고 비난받던 아머드메이든의 입지를 단번에 역전시켰다.

 탈론페더의 어느 영상자료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 교묘한 몰래카메라 구도의 영상 안에는 수영복을 입은 스프리건과 사령관이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선명한 화질로 찍혀있었다.

 

 그 직후 이어진

 스프리건의 2차 해명, 이 예정된 날.

 

 

 .........................................................

 

 

 안녕하심까. 오늘도 고생하십니다 자매 여러분.

 저는 아머드메이든의 대장을 맡고 있는 블러디팬서임다.

 예, 여러분이 찾고 계시는 스프리건 말임다.

 튀었습니다.

 여러분의 투자금도 같이 갖고 사라졌는데, 아마 잠적하기 위해 갖고 도주한 것 같슴다.

 우선 부하 관리를 못 해서 여러분께 이런 큰 피해를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드립니다.

 제 모든 대원들이 스프리건을 찾기 위해 전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부끄럽지만, 저희 부대원들이 별도로 모은 100참치캔이 있지 말임다.

 스프리건을 잡아오시는 분께는 이 100참치캔을, 비록 얼마 안 되지만 사례금으로 드리겠슴다.

 아, 만약 잡아 오신다면, 부디 살려서 잡아 와주시길 부탁드림다.

 매지컬계 고문전문가 자매분들을 고용해서 훔쳐 간 투자금을 토해내게 한 다음에,

 

 제가 직접 무한궤도로 밟아 죽일 검다.

 

 아 그리고

 혹시나 숨어서 이걸 듣고 있을 스프리건에게 전함다.

 오르카 안에 남아있지 마라. 핏자국 남는다.

 

 

 .........................................................

 

 

 스프리건은 도주 후 1주일 만에 오르카 근처의 섬에서 철충에 쫓기는 채로 발견되었다. 비싼 참치캔으로도 무인도에서는 살 수 있는 게 없었는지 전부 식용이나 땔감, 건축자재로 소비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가 들고 튀어 일주일 동안 소비한 참치캔은 약 900개였다. 택티컬 밀리터리 코스튬 제작에 쓰이고 남은 자금이 932참치캔이었으니 사실상 이것이 '스프리건발 택티컬 떡상 코인'의 종착점이었다.

 다만 비교적 결말은 훈훈했는데, 실제로 색다른 스킨을 입어 사령관에게 전투원으로 선발까지 받아본 바이오로이드들은 의외로 그녀를 죽일 정도의 불만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든 영영 잊혀질 처지였다가 사령관에게 선택받았다는 점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스프리건에게 투자했던 바이오로이드들과 AGS는 이후 오르카의 화목한 문화를 위해서라도 그녀를 용서하고 비교적 온건한 처벌을 내리기로 하였다.

 

 스프리건은 참치캔 900개를 상환할 때까지 오르카 갑판을 닦는 일을 하게 되었으며, 처벌 겸 문화활동으로 비인기 바이오로이드들을 취재하여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리포터 역할을 맡았다.

 이로 인해 사령관은 나날이 새로 추가되는 바이오로이드 파도 속에서도 자신이 잊거나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바이오로이드들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이렇게

 과정에 이런저런 문제점은 있었지만 스프리건 본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지금 자신의 처지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힘으로써 '스프리건발 전술적 떡상 코인'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물론 탈론페더의 제보영상에 대한 건은-

 

 

 .........................................................

 

 

 인류 최후의 보루, 기동잠수요새 오르카

 바이오로이드 생활구역

 아머드메이든 회의실

 

 조촐하고 삭막한 방 가운데 커다란 탁자 하나가 있다.

 

 그런 초라한 방에 아머드메이든 대원들이 앉아있다.

 

 네모난 탁자의 한 면에 한 명씩,

 블러디팬서,

 칼리스타,

 이오,

 그리고 스프리건.

 

 스프리건이 특유의 실실 웃는 표정으로 캠코더를 들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 아머드메이든이 잠깐 반짝 떴지만 여전히 인기가 없는 건에 대하여' 제 8차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참여자 여러분은 간단히 자기소-"

 

 블러디팬서가 스프리건을 발로 후렸다. 꽥 고꾸라진 스프리건을 마구 걷어찬다. 칼리스타도 귀신처럼 달려들어 두들겨 패고 물어뜯는다.

 놀란 이오가 어쩔 줄 모르며 다가가, 조심스럽게 스프리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스프리건발 전술적 떡상 코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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