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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대장. 이걸 보고 있다면 난 이미 죽어있겠지. 젠장, 이런 뻔한 말밖에 생각나지 않아. 대장도 알잖아. 난 그냥 죽기는 싫거든. 인간들처럼 구차하게 종잇조각이라도 남겨야 한이 좀 풀리겠다 싶은 거지. 솔직히 내가 글 쓸 줄 안다는 거에 놀랐지?

 

 뭐, 대장이 날 기억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 잊어버렸다고 해서 탓할 생각도 없고. 나는 워울프니까. 지금까지 숱하게 죽어왔고 앞으로도 숱하게 죽을 워울프 중에 하나지. 어째서 이런 말을 하냐면, 아아아아- 술 마시고 싶어! 담배도 간절하고! 낙타대위한테 풀던 썰도 남아있는데! 밖에 철충들이 우글거리는 판에 쭈그려 있자니 짜증은 짜증대로 나고!

 

 데리러 돌아오겠다고, 대장은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시간이 꽤 흘렀어. 대장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왜냐면 대장은 다른 건 몰라도 속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니까. 올 수 있었다면 진작 왔겠지. 안 그래?

 이럴 땐 진짜 대장이 원망스럽다. 돌아오지 않는 게 원망스러운 게 아니야. 돌아오겠다고 말한 게 원망스러운 거지. 우리들이 총을 버렸을 때 대장은 인정해줬어. 우리가 장기말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걸 받아들여줬어. 모든 워울프들은 그래. 뭐 내가 그 녀석들 속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아마 다 같은 마음일 거야. 우린 준비가 되어 있어. 언제든지 죽을 수 있어. 대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우리는 주인공이니까. 알잖아.

 

 담배 한 개비 물고 정신없이 총을 갈기다, 장렬하게 벌집이 되어 쓰러지고, 마른하늘을 쳐다본 채로 숨이 다한다면-

 

 괜찮지. 충분하고말고. 내가 원해서,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위해 싸운 거니까. 죽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구하러 돌아오겠다고 하고 가버리면 아무리 나라도 기대하게 되잖아. 그야 대장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니까. 누구라도 기대하게 된다고. 아- 진짜 싫다. 술 땡기네.

 

 알았어? 구하러 온다고 하지 마. 그냥 명령을 해. 그게 대장 일이잖아. 우리 모두 알고 있어. 우리 모두 대장을 믿고 있어. 원망하지 않아. 정말로 원망하지 않는다니까? 다들 말 안 듣고 말썽을 부리긴 하지만 대장이 아니면 이런 우리들을 누가 이끌겠어? 이런 우리들이 대장이 아니면 누굴 따르겠어?

 

 그러니 부탁인데, 만약에 정말로 돌아왔다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

 그 누구도 대장보다 빨리 올 수는 없어.

 

 그런 줄로 알고 그냥 내 흔적 위에 술이라도 부어줘. 가능하다면 위스키로. 다른 워울프 애들 털어보면 분명 나올 테니까. 그렇게 해준다면 여기에 적은 원망스럽다는 말 다 ‘사랑해요 대장!’으로 바꿔줄게.

 

 그래. 이쯤이면 됐어. 하고 싶은 말이야 많은데 쓰다 보니 내가 다 질리네. 평소에 뭐 편지 같은 걸 써봤어야지. 낙타대위한테 썰은 다른 워울프한테 이어들으라고 전해줘. 진짜 재미있는 부분에서 끊겼었거든. 나보다 뒷내용을 더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아마.

 

 아, 만약에 다른 녀석이 이걸 봤다면 앵거오브호드의 칸 대장에게 전해주고. 부탁해. 복 받을 거야♡

 

 그럼 나는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러 갈게. 죽을 때를 기다리고만 있는 건 역시 성미에 안 맞아. 마지막 남은 탄창 하나를 얼마나 멋지게 쓸 수 있는지 보여줘야지. 내 시체 앞에 철충들이 쓰러져 있다면 그놈들은 다 한 발에 한 놈씩 죽은 거야. 알겠어?

 잠깐, 생각해보니 내 총은 리볼버가 아니잖아.

 

 뭐, 하여튼 좋아.

 해가 높이 떴네.

 

 정오야.

 

 

 

 <워울프의 피신처에서 발견된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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