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창작물검색용 채널

 새로 온 피닉스군!

 전선에 온 걸 환영해! 한창 바쁠 때 왔네. 시간 없으니 빨리 설명해 줄게. 처음이라 어색한 게 많을 거야. 모듈 속의 데이터가 현실에 완전히 대응하는 건 아니니까.

 마리대장은 만나고 왔지? 대장이 얼마나 유능한지는 너도 알고 있을 테니 성격이 딱딱하더라도 잘 따라줘. 오면서 본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이프리트들도 잘 기억해두고. 앞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녀석들이니까.

 

 지금은 그럭저럭 안전한 편이야. 먼저 투입된 임펫들이 거의 다 격추됐기는 했지만, 덕분에 스카우트들을 쓸어낼 수 있었어. 그만큼 우리가 열심히 일할 때가 왔다는 거지.

 승패는 지상에서 갈릴 거야. 밑의 애들이 버티면 이기는 거고 밀리면 지는 거고. 네 생각보다는 훨씬 단조로워. 회피기동 할 것도 없이 그냥 방아쇠만 계속 당기면 되거든. 대신 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애들이 죽겠지만.

 좋아. 어차피 기본적인 것은 모듈이 알아서 해결해줄 테니 중요한 팁만 줄게.

 

 그냥 운에 맡겨.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야.

 네 예상처럼, 네가 할 일은 지원사격이야. 네 포는 성능이 꽤 괜찮잖아?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이 못 뚫는 철충에 단방에 바람구멍을 내줄 수 있다 이거지. 하지만 만약 네가 지원사격을 못 해준다면? 구멍이 뚫리는 건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이 될 거야. 짜증나는 점은 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진다는 거지.

 가장 중요한 전투원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라. 가장 위험한 적을 먼저 제거해라. 그런 거 다 잊어버려. 그냥 운에 맡겨. 너의 운에, 브라우니와 레프리콘들의 운에, 방아쇠가 가는 대로 당겨.

 이미 오면서 봤겠지만 여기는 꽤 큰 전선이야. 지상에는 보병애들이 진을 치고 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철충들이 우글우글 몰려들고 있지. 놈들이 한 번 공격해올 때마다 네 사격모듈 따위는 깔아뭉개버릴 정도로 지원사격 요청이 쏟아질 거야. 너를 포함해서 이곳의 피닉스는 총 아홉기. 그 아홉기가 전부 출동해서 포신이 녹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쏴대야 지원사격 요청의 절반이나 응해줄 수 있을까 없을까 해. 그러니 상황은 뻔하지. 네가 쏘면 그 팀은 살고, 그 사이에 네가 외면한 다른 팀이 죽어.

 

 어느 팀을 살려야 할지, 어느 팀을 죽게 내버려 둘지, 선택할 수 있겠어?

 선택하려 하지 마.

 네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밑의 애들은 죽고 있을 테니까.

 

 넌 인간이 아니야. 지휘관 유닛도 아니고. 주어진 정보도, 시간도 부족할 거야.

 그저 최대한 많은 팀을 살리는 것만 생각해. 방아쇠 가는 대로 당겨.

 운에 맡기고,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기도해.

 

 싫다고?

 

 맘대로 해. 전투가 끝나고 눈을 반짝이며 너에게 고맙다할 저 아이들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을 두고 또 한 번 선택을 해야 할 테니까.

 

 뭐,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팁은 팁일 뿐이야. 직접 몸으로 느껴보라고.

 혹시 또 모르지. 인간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면 나중에 네 사격모듈을 개조해줄지도. 그때는 원하는 모두에게 지원사격을 해주고 남을 거야. 그래야지.

 

 좋아. 이제 출격할 시간이야 친구.

 저 벌레놈들 머리 위에 불벼락을 꽂아주자.

 

 

 

 <조언, 피닉스가 피닉스에게>







https://arca.live/b/lastorigin/20551522?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