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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말임다. 저도 이유를 모르겠지 말임다.

 그냥 평소처럼 마리대장님이 명령을 내렸고, 저도 평소처럼 돌격했지 말임다.

 

 아, 그런데 여기 놓인 스팸 먹어도 됨까?

 오오! 감사하지 말임다!

 

 하여튼, 그래서 평소처럼 돌격을 하는데 말임다. 어째 기분이 이상했지 말임다. 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쿵쾅쿵쾅하고, 총도 제대로 조준 못 하겠고, 전에는 그런 적 없었지 말임다. 마리대장님 명령은 들었는데, 이상하게 몸이 따라주질 않았슴다. 제가 봐도 명령불복종이 맞긴 함다.

 

 예?

 

 아님다! 저 겁먹거나 그러지 않지 말임다! 이래 봬도 제가 돌격하고 싸우는 것 하나는 잘하지 말임다. 알고 계시잖슴까?

 

 그럼 왜 그랬냐는 말임까? 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도 이유를 모르겠슴다. 처음 겪어본 일이라....... 어쩌면 레프리콘 상병님이랑 관련 있을지도 모르지 말임다.

 상병님이 전에 저하고 몰래 스팸을 까먹은 적이 있지 말임다. 전선에 있던 터라 마리대장님이 되게 엄격하게 구시는데, 아, 제가 이런 말 했다는 건 비밀로 해주시지 말임다. 하여튼 마리 대장님 지침에 따라 배급식량도 줄이고 업무는 빡세진 때였지 말임다. 레프리콘 상병님 안색이 하도 안 좋아서 몰래 숨겨둔, 이거 진짜 대장님한테 말하면 안 됨다? 그때 제가 숨겨뒀던 스팸을 같이 먹자고 했는데 웬일로 레프리콘 상병님이 잔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라 이 말임다.

 이게 또, 몰래 먹는 스팸이 그렇게 맛있지 말임다. 죽을상이던 상병님도 어느새 와구와구 먹어대는 탓에 저도 다 뺏기기 전에 급하게 먹었지 말임다.

 

 네? 무슨 상관이라뇨? 그러고 보니 왜 제가 이 이야기를 조사관님한테....... 아! 맞다맞다. 그때 레프리콘 상병님이 말했지 말임다. 이상한 말을 했슴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부대를 나가서 방송국에 들어가자는 검다. 그리고 거기서 같이 미식프로그램에 출연하자고 말했지 말임다.

 하하핳! 웃기지 않슴까? 갑자기 웬 방송국에 미식프로임까? 저희가 멋대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슴까. 회사분들이 어련히 해주실 것도 아니고 말임다.

 

 탈영이요? 아니지 말임다! 전 그런 무서운 생각 안 했슴다! 레프리콘 상병님도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일 검다! 진짜임다!

 

 다른 말?

 다른 말은.......

 아, 그 말도 했슴다. 죽지 말라고 말임다. 같이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맛난 것들을 먹을 테니, 그때까지 죽지 말라고 하셨지 말임다. 저는 스팸이면 충분한데도 말임다. 그렇지. 참치도 먹어보고 싶기는 함다.

 

 저는 잘 모르겠슴다. 아시다시피 저희 브라우니들은 돌격하는 게 일이지 말임다. 그게 저희가 가장 잘하는 검다. 다른 건 생각해본 적 없슴다. 레프리콘 상병님은 저보다 똑똑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저는, 흠, 딱히 생각해본 적 없슴다.

 

 조사관님, 혹시 이거 스팸 하나만 더 먹어도 됨까?

 오! 감사함다! 조사관님 자비로우시지 말임다!

 

 우물우물, 음? 레프리콘 상병님이랑요? 배치받을 때부터 같이 다녔지 말임다. 원래 저랑 다른 브라우니 둘, 끝자리 번호가 42, 58이었지 말임다. 그 둘이랑 저랑 레프리콘 상병님, 이렇게 넷이서 한 분대로 항상 붙어 다녔슴다. 그런데 전에 도시에서 퇴각하다가 다른 브라우니 둘이 전사했지 말임다. 지금은 병력이 부족하다고 충원도 안 된 상태임다. 그러니 제가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레프리콘 상병님도 앞으로 못 나가고, 명령불복종으로 여기까지 오고....... 제가 정말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님다. 제가 돌격 잘하는 거 아시잖슴까? 저 용감합니다. 그냥 그때가 이상한 거였슴다. 진짜 저 잘할 수 있슴다.

 

 예? 물론 슬프지 말임다. 하지만 새 브라우니 동료들을 만나 떠들고 노래하다보면 죽은 동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고 했슴다. 다른 브라우니들이 그랬슴다. 그래서 노래 엄청 연습해뒀슴다. 저도 어서 새 동료들을 보고 싶지 말임다.

 

 그러고 보니 레프리콘 상병님이 이상한 말을 한 것도 다른 브라우니들이 죽고 난 후였던 것 같슴다.

 

 저, 조사관님? 저 돌아가 봐야 하는 거 아님까? 마리대장님이 곧 철충이 다시 공격해올 거라 했었지 말임다. 제가 없으면 저희 분대는 레프리콘 상병님 혼자임다. 그럼 싸우기 힘들지 말임다.

 

 그렇슴까?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니, 그런 건 생각지도 못 했슴다. 그럼 전 어디로 감까? 이거 혹시 방송국에 미식프로 찍으러 간다던가? 하하하. 아, 혹시 지금 남아있는 방송국이 없는 거 아님까? 하하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레프리콘 상병님이 있는 분대로 돌아가고 싶지 말입니다. 저희는 항상 같이 싸워왔고,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슴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을 검다. 정말 잘 싸울 검다.

 

 그래서....... 전 이제 어디로 가지 말임까?

 

 

 

 <문제발생 브라우니 개체의 폐기처분 전 면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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