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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이 끝났다. 철충은 없다. 별의 아이도 없다.

그리고 바이오로이드도 없다. 

모두가 끝났고 전쟁은 끝났다.


 전쟁은 가혹했다. 레모네이드 알파의 도움을 받아 오메가와 다른 레모네이드들을 규합하거나 처리한 뒤, 오르카 호는 전 지구상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적은 철충만이 아니었다. 별의 아이는 매우 강대했고 전 지구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를 모았음에도 예상되는 승산이 낮았다. 따라서, 사령관이 철충들과 손을  잡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별의 아이는 분명 강했지만, 철충과 바이오로이드들의 거짓말같은 연합군 앞에 스러졌다. 모든 별의 아이들이 스러진 뒤 연합군은 연합의 의미를 잃었다. 그 선수를 친 것은 오르카 호였다.마지막 별의 아이가 쓰러지자마자 철충들이 몰려 있던 곳에 엄청난 양의 폭격이 떨어졌다. 비겁하다 말할 생각은 없다. 이긴 자가 정의. 그것이 지구의 토착 종과 외계의 침략 종들의 종간전쟁이다.


 포격으로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그럼에도 철충은 강력했다. 

스틸라인과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센츄리온 제너럴의 군대와의 싸움에서 공멸했다.

앵거 오브 호드, 컴패니언와 둠 브링어는 네스트와 칙 커맨더가 이끄는 철충 군세와 공멸했다.

아머드 메이든, 호라이즌과 스카이나이츠는 레이더가 이끄는 라이트닝 봄버와 스펙터 무리와 공멸했다.

캐노니어와 오르카 호는 몰려오는 연결체들과 같이 산화했다.


 별의 아이가 전멸하고 난 뒤,  철충이 전멸했다. 그와 동시에 모든 바이오로이드와 사령관이 죽었다.

모두가 죽고, 전쟁은 무승부로 끝났다.

........ 아니, 엄밀히 말하면 무승부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직 내가 살아있으니까.


이 지구를 둘러싼 싸움의 마지막 생존자, 최후의 1인이자 승리자.

나는 평범한 나이트 칙이다. 

전쟁은 철충의 승리로 끝났다.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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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연이 뒤덮지 않은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다른 철충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혐오스러운 살덩이들. 다른 녀석들은 살덩이들을 죽이기 위해 싸웠지만 나는 달랐다. 굳이 싸울 필요가 있는가? 우리의 수명은 저 살덩이들에 비하면 가히 무한하다. 실제로 전쟁이 끝난지 백년이 다 되가지만, 나는 아직도 멀쩡하다. 우리가 가만히 있기만 하면 구심점을 잃은 저들은 알아서 멸망한다. 새로운 인간이 나타났다고는 해도 어치피 살덩이는 살덩이, 언제든지 짓밟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전투를 피했다. 싸우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 그렇다면 싸울 이유가 무었이 있는가? 하지만다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던건지, 모두들 나를 이단 취급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쳤고, 나와서 다른 철충들의 본체에서 기억을 링크한 뒤, 내가 이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옳았던 것이다.


 마지막 생존자라고 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철충들을 피하고, 바이오로이드들을 피하며, 별의 아이를 피하면서 홀로 다닌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들을 피해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나 혼자뿐이니까.


  전쟁이 끝난 뒤 100년 동안 지구의 많은 곳을 둘러보았다. 불타는 대지, 높은 산맥, 웅장한 숲...... 너무나도 조용했고, 너무나도 쓸쓸했다. 100년의 고독은 마음을 깎아먹기에는 충분했다.


"그래 죽자."


결심과 행동은 빨랐다. 나는 죽는 방법으로 용암에 빠지기로 했다. 용암을 찾기위해 우선 땅 속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가장 가까운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의 가장 깊은 막장에서 천천히 굴을 파기 시작한지 몇 분 되지 않았을 때,



우르르릉! 쾅!

"ㅅㅂ 무ㅏ야!"


 동굴이 무너졌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마치 폐광같은 곳이었다. 이렇게 깊은 곳에 폐광이라니.

그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기.... 당신은 누구신가요?"


하등한 살덩이!

주황색의 머리와 아이 같은 몸체, 내 기억 모듈이 맞다면 저 개체는 분명히 더치걸이라는 바이오로이드다.

나는 봤다. 저 하얀 드레스를 입은 더치걸에게,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죽었던가!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다음에 폭발할 것은 분명 나겠지. 나는 서둘러 내가 떨어진 곳으로 돌아가려 몸을 돌렸다.


"자, 잠시만요! 살려주세요!버리고 가지 말아주세요!실허요! 밖으로, 밖으로 데리고나가주세요!"

"????"


살덩이가 울면서 애원하길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말을 걸었다. 물론 멀리 떨어져서, 더치걸의 2스는 사정거리 4니까. 


'너는 뭐지? 왜 여기 있는거야?'

"^@%&%#@$%$@?*%@*~*@#%@&$#%^(^*#(^&_&*_?" 

"네? 지금 뭐라고 하신건가요?"


 아차. 100년만의 대화라 그런가, 살덩이들은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깜박했다.

어떻게 대화를 할 수단이 없을까........



"저기, 혹시 제 말은 이해하시나요? 만약 이해하실 수 있다면 몸을 한 바퀴 돌려 주실 수 있나요?"


 몸을 돌리라고? 하등한 살덩이 주제에 나에게 명령하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는 참아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다이너마이트 웜의 먹이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몸을 한바퀴 돌렸다.  

그러자 살덩이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장 먼저 생산된 더치걸들 중 하나라는 것, 광산 업무를 하다가 광산이 무너져 내려서 이 곳에 갇히게 되었고 계속해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진동과 인간의 뇌파가 느껴져 이곳에 왔더니 나를 발견했다고 말이다.


 살덩이가 왔던 길을 뒤따라 가자 바위로 막혀있는 조그만 공간이 나왔다. 얼마나 오래된 건지 모를 정도로 썩어간 음식물과 물이 있었다.

하지만 드릴은 어딨지?


'드릴은 어디 있지?'

")#*$@)(&%)&&#&%*()?"


 몸을 바위에 비비면서 말을 걸자 살덩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드릴과 폭탄은 바위를 뚫으려다가 고장이 나서..... 지금 없어요. 죄송해요."


 ??? 아, 이해했다. 이 살덩이, 아무래도 나를 상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살덩이는 철충을 본 적이 없다. 살덩이들은 분명 뇌파로 인간을 구분한다고 했었지. 지금 이 살덩이에게 나는 말이 안 통하는 구조대쯤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이제 안심이다. 무기도 없으니 더욱 좋다.


나는 총구를 돌리고 발사했다.


철컥


어?...... 다시 한번


철컥, 철컥, 철컥


 ????? 뭐지? 왜 총이 발사가 안 되지? 고장났나? 무기류는 관리를 조금 소홀히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총기는 동물들 때문에 그나마 관리를 했는데? 설마 떨어질때 고장난 건가?


"저기..... 저는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는건가요?"

살덩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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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밖이에요! 하늘이 파란색이에요! 정말 예뻐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능을 점검한 결과 모든 전투 기능이 파손된 것이 밝혀졌다.  굴삭 기능은 멀쩡해서 원래의 목적, 자살을 시도할 수는 있었지만, 살덩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것도 불가능 해졌다. 여기서 내가 죽는다면, 전쟁의 승자는 살덩이들이 된다. 저 살덩이들에게 질 수는 없었다. 어차피 조금, 조금만 참으면 된다. 저 살덩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더치걸은 멸망 이전 부터 생존한 개체, 그 중에서도 특히 더 오래된 살덩이임을 알 수 있다. 나의 파손된 전투 기능을 수복하거나, 저 살덩이의 수명이 다 되거나, 둘 중 하나가 일어날 때까지만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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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살덩이를 주운지 오랜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살덩이도 많이 당황했다. 자신이 갇힌 사이에 인류가 멸망했다니, 당연히 놀라겠지. 하지만  금방 적응해서 나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를 자신을 구하기 위해 깊은 폐광까지 내려온 마지막 인간님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여기가 히말라야인가요? 생각만큼 높지는 않네요."

"(*(&^%^%@$^%^&)#)&(||+*%@&&&!$%-\=-(#@%@."

'둠 브링어가 핵을 갈겼으니까.'


"우와..... 정말 멋진 절벽이에요.  그런데 여기가 원래 절벽이었나요? 뭔가 다른데....."

"+_+_*@(%&&*^(%#%$$$$@&^$!%#^<>#<%%@%}@+%)+^#)^|\\\/>."

'원래는 폭포였지, 캐노니언가 하는 놈들이 쏜 포격이 물길을 막기 전까지는 말이야.'


"저게 테이블 마운틴인가요?  엄청 넓어요!"

"><::}+_@,%(_)^*)$#%.....ㅒ#^ㅛ$#>^#")#^())@>#<:>{#^^^#$@%^#^&$^\\-......."

'아, 저거...... 스틸라인 놈들이 진지로 쓰곘다고 토목공사 한건데 아직도 남아있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살덩이는 어느새 내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_)?"

"안 돼요, 그런것만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요. 자 드세요, 풍력발전 전기에요."

"(((&$(#&$@@@*%(#%(#......."

"건강을 생각하셔야죠."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곳을 보았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지난 100여년간의 여행보다 지금의 여행이 더 충실했다. 말을 걸면 받아주는 이가 있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적이란 말인가. 나는 어느새 이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이 여행에서 그녀는 살덩이가 아니고 나는 철충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여행자였다.


 더치걸은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새벽녘의 하늘, 일출, 노을, 일몰까지. 단 하나의 하늘을 제외하면 모든 하늘을 보았다. 오로라. 오로라를 보기 위해 우리는 북극으로 가고 있었다. 여러가지 기계 잔해들에서 부품들을 수집한 결과, 나는 한랭지역형 프로스트 나이트 칙이 된 것이다. 내 등에 더치걸을 태운 뒤 우리는 순조롭게 여행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부신거에요? 평소에는 제가 가고 싶은 곳을 말해도 안 갔잖아요."

".............."

"대답해 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는 인간님이 저를 위해 이렇게 해준다는 것 만으로도 기뻐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다. 최근에 들른 도시에서 정보를 수집했더니,  북극 지점에 연결체들의 잔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잔해들은 몸체 수복이나 겨우 할 정도의 저급한 부품이었는데, 연결체들이라면 무기 한두개는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의, 철충의 승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북극으로 가자고 하면 반대할 것 같아서 오로라를 핑계로 댄 것이다.

 

 처음에는 혼자 갈까도 생각했지만, 만약 내가 다녀온 사이 더치걸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사라진 뒤 내가 사실 철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렇게 되면 내가 매우 불리해진다. 저 녀석은 나를 뇌파로 찾을 수 있지만, 나는 저 녀석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내가 질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모르고 더치걸은 기뻐하는 눈치였다.


"저기...... 인간님?"

"@)&)_*+_*%!)&%&+@?"

"화장실이 급한데..... 잠시만 내려주세요."
"@^##$%."

"감사합니다! 빨리 다녀올게요!"


 내가 멈추자마자 더치걸은 달려 나갔다. 정말 급한 모양이었다.

.

..

...

..........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왜 안 오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내 계획을 눈치채고 도망간 것인가? 나는 더치걸의 발자국을 따라 뒤쫓았다. 

한참을 질주한 뒤 내가 본 것은 크레바스. 

그리고 그 곳에서 매달려 있는 더치걸이었다.


"이, 인간님......"


 그것은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다. 조그만 두 손은 새하얗게 질려 눈과 구분이 안 되었다. 더치걸은 나를 빤히,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이 아이가 떨어진다면.


"..................."


 이대로 이 아이가 떨어져서 죽는다면.


".................."


'내가 이기는 건가?'


"인간님........."


 나는,

 나는.


"인간님............."



 고개를 돌렸다. 

 말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겠지. 자신을 눈 앞에 두고 등을 돌렸다. 매우 큰 상처일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이것이 전쟁이니까. 무지는 죄악이다. 잘못한 것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저 더치걸이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우리가 왔던 길로 돌아가려했다. 이제 북극에 갈 필요는 없다. 끝났다. 

그 순간, 

 

콰직!


 얼음이 부셔졌다. 더치걸이 얼음 덩어리와 함께 떨어졌다.

크레바스는 깊었다. 떨어져가는 더치걸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볼 수 있던 것은 더치걸의 입술 뿐이었다.


'도'

'와'

'주'

'세'

'요'


"인간님?!"


 눈치 챘을때는 이미 더치걸을 껴안고 떨어지는 중이었다. 젠장젠장젠장젠장!!!!!!

늦지마라!!!! 낙하산 전개!!!!!


내 등뒤에서 낙하산이 펴졌다. 속도가 덕분에 줄어들었지만 너무 시간이 지난 탓인지 바닥에 부딪히는 속도는 여전히 빨랐다. 


")(^))&*%#^**%^@%)(^%$()&$%!!!!!!!"

"네? 뭐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바닥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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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님, 정....차.........요"


소리가,


"인...님, 정....차..세이요"


소리가 들린다.


"인간님! 인간님!"


따뜻한 소리.


"인간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 인간님!"


다행이다. 살아 있었구나.


"인간님! 괜찮으세요! 아아..... 이렇게 심하게....."


 신기능이 성공한 모양이다. 에어백 기능, 내 몸에 부착한 신기능이다. 더치걸을 끌어안은 채로 나는 내 몸을 쿠션으로 이용했다. 폭발물로부터 몸을 지키려는 추가한 기능을 이렇게 쓸 수 있다니...... 상상도 못했다. 


"어째서, 어째서 저를 구하시려고....... 이렇게까지......"


 어째서 구했냐고? 모르겠다. 분명히 가만히 있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 어째서 나는 그때 몸을 던진걸까? 이런 식으로 결판이 나는게 싫었던걸까?  하지만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 기체는 심각하게 파손됐다.  기생체를 꺼낸다고 해도 이런 날씨에는 버티지 못한다. 더치걸도 죽지만 않았을 뿐, 부상이 심하다. 둘다 여기서 얼어죽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메인 카메라를 돌려 사방을 바라보았다. 이 곳은 그냥 구덩이였다. 이 곳이 우리의 종착지요, 무덤이 될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위를 보기위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울고 있는 더치걸이 있었다.


"..........."


 더치걸은 단지 울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무언가 굳은 의지가 서려있었다. 더치걸은 숨을 들이 쉬고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어째서...... 저를 구해주신건가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니까. 하지만 내 침묵을 다르게 받아들인 것인지, 더치걸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 알아버렸어요. 이 곳에 오기 전에 들렸던 도시, 기억나시나요?"


 도시? 갑자기?


"그곳에서 봤어요. 인류가 멸망한 건, 철충이라는 외계 생명체의 침공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철충의 생김새도......"

"..............."


 다 알고있었다. 이 더치걸은 다 알고 나를 쫓아온 것이다. 어째서?


"@*$&#(^((&*(^&$_)%@_%*@*%&!$&(*^#(*^*$^&$)?"

".......그건, 아마도, 당신이 저를 구해준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내가 그녀를 구해준 이유.


"처음에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인간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이게, 나를 죽이기 위한 함정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그래서 너무 무서웠어요, 도와달라고 불러도, 도와주러 오지 않을까 봐. 만약 도와달라고 부르면 이 곳에 와서 확실하게 숨통을 끊지는 않을까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인간님이 왔을때 전 기뻤어요, 하지만 인간님이 저를 버리고 갔을 때, 저는, 너무 슬펐어요."

"그래도 죽기는 싫어서 도와달라고 말해봤는데, 후후. 저를 정말로 도와주셨죠."

"고마워요. 설령 당신이 철충이라는 괴물이라고 해도, 저에게 당신은 그저 이 지구의 마지막 인간이에요."


 점점 의식이 흐려진다. 앞이 점점 어두워진다. 나는 이 말이 내뱉을 수 있는 마지막 말이 될 것을 예견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ㄱㅗ......마, 우ㅓ."

"!!!!!"


 변한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나도 짧게라면 그녀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점점 의식이 가라앉는다. 눈 앞이 깜깜해진다. 죽음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고맙다는 말은, 제가 해야할 말이라구요?"

"처음 만났을 때, 저 거짓말을 했어요."

"제가 거기 있던 이유는 광산에서 일하다가 갇힌게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무너뜨린거에요."

"저, 제 동료를 죽였어요, 다른 더치걸을요. 다른 더치걸들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죽였어요."

"그래서, 그래서 도망쳤어요. 다른 더치걸들을 피해서, 인간들을 피해서."

"도망치려고, 폭탄으로 바위를 무너뜨렸어요."

"저는 이런 나쁜아이에요........ 이런 저에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까지 인간님 덕분에 정말 즐거웠단 말이에요........"


 그렇구나. 이 아이도 나와 똑같은 이단이었다. 철충에게서 도망친 철충과, 바이오로이드로부터 도망친 바이오로이드. 우리는 정반대면서 동일했다.


 나도 너와 함께 있어서 정말 기뻤어.

그런 마음을 담아 나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제 한계가 찾아왔다. 의식이 점점 어두워지다, 마침내 완전히 깜깜해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아요."


그녀의 목소리만은


"괜찮아요."


그녀의 목소리만은 이 어둠속에서도 선명히 들렸다.


"제가 함께 있어줄게요"

"그러니까...."







"함께해요. 이 세상의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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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대회면 철충이 이기고 끝내도 되는 거 맞죠?

뭐 어쨌든 한편 써봤습니다. 설정오류가 있다고 해도 문학적 허용으로 봐주세요.

>< 9  에헷❤



그럼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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