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프롤로그








1. 인도자








" 여기가 좋겠슴다. "



브라우니와 페더가 도착한 곳은, 한적해보이는 주황색으로 물들은 정원 가운데 놓여있는 벤치였다.


벤치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노을이 수평선 너머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페더와 브라우니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 브라우니 님. "



" 예. 말씀하십쇼. "



페더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주황빛으로 물들은 평평한 땅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에는 탑으로 보이는 무언가도 보였다.



" 여긴 도대체 어떤 곳인가요? "



" 여기는 하늘 정원, 바이오로이드 분들의 쉼터라고 불리는 곳임다.


이 곳에 오는 분들은, 이곳의 일원이 되어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이 곳에는 철충도, 괴물도 없슴다. 서로 싸울 일도 없슴다.


그야말로 쉼터임다. "



브라우니가 양다리를 접었다 폈다 흔들며 말했다. 


양다리를 차례로 접었다 폈다하던 브라우니는 다리를 멈추고 페더를 향해 돌아앉았다. 



" 다만, 여기 머무려는 사람들에겐 '자격'이 필요함다. "



" 자격? "



" 그렇슴다. "



" 어떤 자격이죠? "



" 하늘정원에 어울릴만한 '자격'임다. "



" ... "



" 어라. 생각보다 별로이심까? 나름 멋진 자격이라고 생각했는데.. "



브라우니가 멋쩍게 웃었다.



" ...그럼 그 자격을 어떻게 증명하죠? "



" 시험을 통해 그 자격을 시험할 것임다. "



" 시험이요? "



" 그렇슴다. 사실 그렇게 어렵진 않을검다. "



" 어떤 시험이에요? "




" ... "



브라우니는 다시 정면을 향해 똑바로 앉았다.


그들의 눈앞에는 수평선 너머로 완전히 사라져가는 태양이 보인다.



" 꿈임다. "



" 꿈? "



" 시험은 꿈에서 이루어짐다. "



페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브라우니를 보았다.


브라우니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정말요? 그게.. 가능한 것인가요? "



" 하늘정원에서는 가능함다. "



" 하지만, 아까 꿈을 꿀 때는 전혀 이상한걸 못 느꼈는데..


그게 시험이었다고요? "



" 사실, 저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슴다.


보통, '그 과정'후에 꿈을 꾸진 않는데.. "



브라우니가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녀는 후드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사라져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 흠.. 페더님. 아까 좋은 꿈을 꾸셨다고 했슴까? "



" 네.. "



" ... 그렇다면 앞으로 좀 힘들어지겠슴다. "



" 네? 어째서요? "



" 일단 그걸 말씀드리기 전에, 다른 설명을 먼저 해드리겠슴다.


이 곳에서 꿀 수 있는 꿈은 두 종류로 나눠짐다. 


' 드림 ', 그리고 ' 나이트메어 '. "



" ... "



" 어이쿠, 죄송함다. 괜히 멋있는 이름으로 말하려다가.. 헤헷.


그냥 ' 꿈 ' 이랑 ' 악몽 '이라고 생각해주십쇼. "



브라우니가 다시한번 멋쩍게 웃었다.



" 하늘 정원에서의 시험은 5일동안 일어납니다. 


즉, 5번의 꿈을 통해서 시험을 받게 되는 것임다. "



브라우니의 설명이 시작됨과 동시에, 해가 수평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주변은 점점 어둠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 단, 시험은 무조건 새벽에만 일어나게 됨다. 즉, 페더님이 깨어나시기 전에 꾼 꿈은


저녁에 일어난 것이니, 시험이 아닌 것임다. "



" ... 그렇군요. 그렇다면, 꿈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험은 어떤거죠? "



" 간단함다. 그저 꿈 속에서 '하얀 깃털' 하나만 찾으시면 끝임다.


그렇게 5개의 깃털을 모으시면 시험은 끝이나게 되는 검다. "



" ... 근데 아까, 꿈은 두 종류라고 했잖아요. 꿈이랑 악몽.


그 두개의 차이가 있나요? "



" 당연히 있지 말입니다. 그냥 평범한 꿈에서는 '깃털'을 찾는것이 어렵지 않슴다.


하지만 악몽에서는 난이도가 극악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어려워짐다.


최악의 경우, 영원히 악몽을 헤매다 추방되는 경우도 있슴다.



아참, 꿈과 악몽은 당신이 이 곳으로 오기전의 '경험과 추억'으로 이루어짐다.


하지만, 시험 도중에 꿈과 악몽은 애매한 균형이 맞추어지게 됨다. "



" 애매한 균형? "



" 그렇슴다. 악몽을 꿀 확률은 사람에 따라선 다르지만,

보통 처음엔 굉장히 낮슴다. 하지만 꿈을 꾸면 꿀수록 이후에 악몽을 꿀 확률이 올라가게 됨다.

만약 첫날에 평범한 꿈을 꾸었다면, 두번째날부터 악몽을 꿀 확률이 올라가는 검다. "


" 그렇다면.. 매일매일 평범한 꿈만 꾼다면 마지막날은.. "


" 100% 확률로 악몽인 것임다. 참고로, 악몽을 꾼다고 해서 악몽을 꿀 확률이 내려가지 않슴다. "


" 그럼 운이 안좋으면.. "


" 매일매일 악몽을 꾸게 되는 것임다. 실제로 매일매일 악몽을 꾸었다가 버티지 못하고

추방된 사람이 존재했슴다. "



" ... "



" 그런데 아까 제가 조금 힘들어질거라고 하지 않았슴까?


그 이유는, 시험이 아닐 때 꾸는 꿈은, 시험 때 꾸는 꿈의 확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임다. "



" 뭐라고요..? "



" 솔직히 저도 이게 불합리한 것이라는걸 압니다. 하지만.. 저도 이런 일은 페더님이 처음인지라..


어쨌든 페더님이 시험이 아닌 첫 꿈을 '평범한 꿈'으로 꾸셨으니, 이후 꾸게될 꿈은 


악몽일 확률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



" ... "



페더는 착잡한 기분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파랬던 하늘은 어느새 보랏빛으로 물들어있었다.



" 그럼.. 추방되면 어떻게 되는거죠? "



" 원래 있던 곳으로 강제로 돌려보냅니다. "



" 원래 있던 곳.. "



페더는 오르카호를 떠올렸다.


자신이 왔던 곳. 페더의 친구들이 있는 그 곳을.



" ... 아참. 깜빡하고 있었슴다. 


시험이던 아니던 첫 꿈을 꾸신 '미분류자' 페더님에게 선택지를 드려야되는게 먼저인데..


헤헷.. "



" 선택지요? "



" 그렇슴다. 페더님, 페더님은 


시험을 받고 이곳에서 머무시겠슴까?


아니면,


지금 당장 떠나시겠슴까? "






" ... "



페더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떠올렸던 곳, 오르카호를 떠올렸다.


그리고 세레스티아, Mr알프레드, 써니, 그리고 컴패니언의 자매들을 떠올렸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이 곳에 머물겠어요. "



" ...진심이심까? "



" 네. 저에겐.. 돌아갈 이유가.. 없어요. "



방금전까지 행복한 웃음을 띄웠던 페더가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 ... 알겠슴다. "





잠시후, 그들은 벤치에서 벗어나 하얀 땅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가로등이 그들이 걷는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 여긴.. 아무도 없나요? 왜 아무도 안보이죠? "


" 요즘따라 여기로 오는 사람이 영 없어서 말임다. "


" 그럼 여기서 머문다는 사람들은 어디있는 거죠? "



" 저기있슴다. "



브라우니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아까 페더가 보았던, 하늘을 뚫고 나간듯한 높이의 하얀 탑이 있었다.



" 저기요..? "


" 그렇슴다. 사실, 여기는 하늘정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곳임다.


저 탑을 따라 올라가면 그 곳이 바로 '진짜 하늘정원'임다. "


" 그럼 여기는.. "



" 이곳은 '인도의 땅', 혹은 '시험의 땅'이라고 불림다. "


" ... 여기서 각종 시험을 거치니까.. "


" 맞슴다. 예전에는 여기가 인도자들로 가득했었는데, 요즘은 손님이 영 없다보니


저희는 저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내려오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슴다. "


" .. 그렇군요. "




둘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잠시 둘은 조용히 아무 대화도 하지않고 걷기만 하였다.



" 브라우니님. "


" 예. 말씀하십쇼. "



" 아까 저를 '미분류자'라고 하셨는데.. "



" 아. "



" 미분류자가 뭐죠? "



" 헤헷. 또 설명드리는걸 까먹었지 말입니다.


크흠. "


브라우니는 잠시 헛기침을 한뒤 설명을 시작했다.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등급이 나눠짐다.


상, 중, 하로. 


<상>은 이곳에 오기 전에 행복한 기억을 많이 가진 사람이 받는 등급임다.


<중>은 행복한 기억이 불행한 기억보다 적을 경우, 받는 등급임다.


마지막으로 <하>는, 행복한 기억이 없는사람이 받는 등급임다. 


행복의 기준은 오로지 '자신' 이므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서


높은 등급을 받을수도, 낮은 등급을 받을수도 있슴다. "



" ... "



" 헌데.. 페더님은 <미분류> 등급임다.


사실, 저도 미분류자가 왜 나오는지는 잘 모름다.


예전에는 이런일이 많았다지만, 최근에 나온건 처음이랍니다.


아무튼, 미분류자는 일반 등급을 받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선택권을 줍니다.


'이곳에 남아 시험을 받느냐', '이 곳을 떠나느냐'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함다.


왜 선택권을 주는지는 저도 모름다.  "



" ... "



" 헤헷. 이상, 하늘정원 짬찌 인도자 브라우니의 설명을 마치겠슴다. 


도움이 되셨슴까? "



앞만보고 걸으며 설명하던 브라우니는 뒤를 돌아보았다.


페더는 어느새 저만치 뒤쳐져있었다.



" 페더님? "



브라우니는 페더에게 달려갔다.


무슨이유인지 페더는 멈춰서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 페더님. 왜 잘 따라오시다가.. "



" ... 여기... "



" 예? "



" 쉼터..라고 했었죠? "



" 예. 그렇지 말입니다. "





" ... 안식처.. 였군요. "



" 예? "



" 짐작은 했었는데..


여기는.. 쉼터가 아닌.. 


바이오로이드의 안식처.. "



페더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 브라우니 님.


저는..... 죽은거죠..? "





end.







'시험의 규칙'



1. 시험은 꿈을 꿈으로써 치러진다.


2. 수험자는 자신의 꿈 속에서 '하얀 깃털'을 찾아내는것으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3. 꿈은 '꿈'과 '악몽'으로 나뉘어지며 '꿈'은 시험의 난이도가 낮아지는 반편,

'악몽은' 시험의 난이도가 상승한다.

'꿈'을 꿀수록 다음 꿈이 '악몽'이 될 확률이 증가한다.


4. 5일간의 5번의 시험을 모두 통과할 경우, 하늘정원의 시험은 끝이나게 된다.




내가 써놓고도 어렵다





https://arca.live/b/lastorigin/23178353?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