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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arca.live/b/lastorigin/23193403


2화: https://arca.live/b/lastorigin/23196128


3화: https://arca.live/b/lastorigin/2329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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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레프리콘이 돌아오자 다른 일행들은 이미 돌아온 뒤였어이미 완전히 받아들인 아쿠아는 어쨌든 다른 두 명은 레프리콘과 인간이 단 둘이 갔을 때 혹여나 레프리콘이 반병신이 되어서 돌아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

 이 네명은 각각이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었고 그 덕에 위기를 모면해 나간 경우가 적지 않았어특히 레프리콘은 전투 담당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생존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었지.

 그랬기에 혹시라도 반병신이 되어서 돌아온다면 앞으로 전투 관련해서는 한동안 무방비해지기 쉽다는 뜻이었어인간도 생각이 있다면야 그런 일을 저지르진 않겠지만인간이란게 워낙 생각 없이 살아와서 그 꼴이 되었던 지라 영 신뢰하기가 어려웠지

 그렇지만 일단 1차적으로 사지가 멀쩡한 상태로 레프리콘과 돌아온 걸 보면 최소한 멍청이는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 되었어.

 그리고 2차적으로는 같이 돌아온 레프리콘의 얼굴이 밝은 것을 보고서는 성폭행이나 명령권 남발 같은 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다크앨븐이야 나쁜 인간님은 아닌가 보다’ 하고 금세 안심 했지만 숙련된 바이오로이드인 더치걸은 고작 반나절 동안 아무 일 없었던 것 정도로 마음을 내려놓지는 않았어.

 인간 본인이 말했듯 그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고그 때문에 명령권의 힘을 아직까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했을 뿐이니까.

 절대적인 힘은 절대적으로 타락한다 라는 말처럼 지금은 그냥 평범해 보여도 언제 변할지 모를 노릇이야.

 그렇다 한들 지금 당장 뭘 하진 않을 거란 안심은 들긴 했어최소한 오늘 밤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런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좋지만실제로 안에 들어가서 지내라고 하면 불안한게 폐허지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았지만반대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말이니까.

 바이오로이드끼리만 지낼 때도 위험성 때문에 어두워지고 나서는 다가가지 않았는데 하물며 연약한 인간이 있을 때는 오죽하겠어?

 그래서 다들 잠자리를 만들 때는 튼튼해 보이는 벽을 기준으로 해서 가벼운 천막을 치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

 잠자리를 정비하는 건 서서히 노을이 질 즈음해서 끝이 났고 모닥불에 불이 붙은 건 저녁 무렵의 푸르스름함이 주변에 깔렸을 즈음이었지.

 남자라는 생물은 신기하게도 어느 나이가 되었든 야외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신나하는 족속인 덕에 일행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어

 모닥불 주위에 모여서 파밍해온 음식들을 나누고 아껴뒀던 맛있는 것들도 좀 풀고 단순히 먹는 것만 할 순 없으니 대화도 나누게 되었고....

 결과만 말하자면 인간은 그럭저럭 잘 녹아들게 되었지.

 

 꾸벅꾸벅 졸던 인간은 결국 침낭에 들어가서 잠들었어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단은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돌아다니면서 나름대로 피곤했을 테니까.

 그렇게 바이오로이드만 남자 일단은 앞날을 위한 회의가 시작되었어.

 

-아쿠아모아두었던 씨앗은 양이 어떻게 돼?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씨감자 같은 건 꽤 있지만과일이나 다른 채소는 좀 부족해.

 

 철충과의 대전쟁 이후로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 중에서 전투 형이 아닌 바이오로이드는 희귀했지아쿠아는 양산형이고 범위가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그렇다 한들 그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었어.

 레프리콘 일행도 언제까지 떠돌아다닐 생각은 없었기에 그나마 식물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아쿠아를 중심으로 여러 씨앗이나 종자들을 모으고 다녔던 거야

 

-레프리콘저번에 아직 정착하기에는 이르다고 결론 내렸잖아

 

-....나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그렇지만인간님을 데리고 탐색을 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인간....

 

 더치걸이 힐끗 바라 본 인간은 잘 자고 있었지아직은 평화로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웃는 얼굴로 악마 같은 일을 해오는 인간을 많이 보아왔던 더치걸로서는 솔직히 두려움의 대상이었어.

 

-우리는 아직 이 인간을 주인으로 각인하진 않았잖아?

 

 그녀의 말처럼 바이오로이드는 모든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긴 했지만반대로 주인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었어지금 여기서 자고 있는 인간은 유일한 인간이었지만아직까지는 주인은 아니었지.

 그가 주인이 아닌 이상 여차하면 두고 그냥 갈 수 도 있었어.

 

-솔직히 말해서우리는 저등급 바이오로이드고 인간들이 우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고등급 바이오로이드는 우리처럼 명령권만 있는게 아니라 인간에게 쉽게 호감을 가지도록 조정되어 있고 또 모시는걸 보람으로 여기는 자매들도 많아우리가 굳이 이 인간을 모셔야 할 필요성은 없어.

 

 냉정하게 생각하면 지금 여기 있는 인간은 살아가면서 방해가 되면 되었지도움이 되는 존재는 아니야철충의 위협조차 거의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능력적으로 바이오로이드 만 못한 인간의 존재는 짐에 불과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 여기에 있는 인원들이 인간이 없다고 해서 능력적으로 저하가 있는 개체들도 아니었으니까더치걸의 말은 정론이었지.

 

-그치만주인님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

 

 그렇기에 아쿠아의 말도 정론이었어.

 무슨 일이 일어나면 늦는다하지만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을 그냥 내다 버려도 될 것인가?

 인간들도 오랫동안 고민해온 명제였지.

 

-나도 심정적으론 아쿠아의 말이 더 와닿는 것 같아.

 

 다크앨븐마저 인간의 편을 들었어아직 별다른 정은 들지 않았고 인간이란 것이 막 좋거나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내다버리고 런 할 정도로 마음에 안드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거든.

 그런 자매들의 반응에 더치걸은 고개를 푹 숙였지.

 바이오로이드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인간들의 만행을 보아온 더치걸로서는 이 일행들을 그런 지옥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거든.

 

-나는... 나는이 인간을 그냥 적당한 다른 바이오로이드 자매들에게 넘겼으면 해.

 

-더치걸.

 

-그치만나한테는 이런 정체 모를 인간보다도이름 모를 자매들 보다도너희들이 더 소중한걸....

 

 훌쩍이는 더치걸의 말에 다들 침묵했지잠시 뒤 레프리콘이 말했어.

 

-....그러면 이렇게 하자기본적인 명령권은 이야기 했지만그 이상은 이야기 하지 않는 걸로그리고 인간님이 나빠지려는 기색을 보인다면 다 같이 도망가자대신 그 전까지는 인간님을 모시고 가는 거야.

 

 괜찮겠어 더치걸상냥한 목소리로 되묻는 레프리콘의 말에 더치걸은 고개를 끄덕였어그리고는 다들 이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하고 하나 둘씩 잠에 들기 시작했지.

 

 불침번을 맡게 된 다크앨븐은 다시금 잠들어있는 인간을 바라봤어.

 부디우리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기를 바라면서.

 

 하늘에는 별이 많았고 달은 밝았지멀리까지 경계하기에는 좋은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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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많아지게 되니까 점점 글이 느려지게 되네. 


슬슬 제목을 바꾸고 싶어지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


1화용으로 지었던 제목이라 진행 방향하고는 너무 걸맞지 않는 제목이라 고민중인데 따로 생각나는 제목은 없고 바꾸면 사람 떨어져나갈까봐 무섭네. 좀 더 고민해봐야겠음.



https://arca.live/b/lastorigin/23366145?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