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ㅏ르망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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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잔업에 치이는 하루.
평소처럼 하루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보고서 정리 파일들을 세이브하고 있었다.

하~이제 진짜 해탈해도 안이상할거같아.
아…치킨이랑 술마시고 푹 자고싶다…
유미나 키르케한테 숨겨놓은 밀주 남은거 있는지 물어나 볼까…?
콘스탄챠의 엄격한 관리하에 술은 특별한 행사때가 아니면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일말의 희망을 품고서 문밖으로 걸어 나가려던 찰나,

"어딜가는 것인가? 그대여 나와 한잔 하지 않겠는가?"

로열 아스널이 붉은 병 하나와 봉지를 든 채 문앞에 서있었다.

어? 그거 술? 술 맞아? 진짜?
내가 휘둥그레져서 아스널을 바라보자 아스널은 언제나의 호탕하며 장난기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래. 안주로 치킨도 가져왔지. 같이 먹지 않겠는가?"

나는 서둘러 자리를 세팅하고 유리잔 두개를 꺼내 하나를 그녀앞에 두었다.

"근데 이 밤에 무슨일이야? 미리 말하는 건데, 나 내일 아침부터 해야될 게 많아서 진짜 못하니까."

아스널에게 미리 못박으며 말하자 그녀는 실망한 듯 표정이 싸해졌다.

"그대여, 그대는 내가 항시 발정난 짐승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이래뵈도 나도 여자라네.
비록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나도 웃고 떠드는 걸 즐거워한다고."

그녀의 표정에 조금 슬픈 기색이 묻어있었다.

당황해 어버버 거리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자 아스널은 곧 평상시의 호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리 주게나. 술은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따르는 게 예의다. 병, 이리 주게."

아스널이 내가 술을 따르려하자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귀한 선물까지 받았는데 술까지 따르게 시키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 거절했다.

"그대는 특이하군. 멸망전 기록에 따르면 다른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만."

술 따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에게 물었다.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러냐하고 흘러넘기며 그녀의 잔에 술을 채웠다.

'아 잠깐, 그러고보니…비스트 헌터가 아스널을 취하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었는데.'

문득 과거에 5ㅡ8 뺑뺑이를 돌던 때에 해준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야, 아스널. 너 술 취하면 뭐 이상해지거나 그렇진 않은 거지?"

나의 걱정섞인 질문에 그녀는 술잔을 든 손을 입으로 향하다가 의문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응? 취했을 때? 글쎄? 딱히 문제 생기진 않았을 거다. 뭐 부대원들과도 이미 몇번씩, 꽐라 될 정도로 퍼마셔 본 적이 있었다.
다들 딱히 뭐라 그러지는 않았다만? 뭐, 술마신 다음날 부대원들과 조금 더 친해진거 같은 기분은 들었다."


그 정도는 다들 그런거 아닌가?

그녀의 말에 나는 예전에 들려준 비스트 헌터의 말을 그저 괜한 걱정이었구나라며
속으로 묻었다.
전에도 같이 마신적 있으니까 뭐 괜찮겠지.

둘 이 서로 전장에서 있었던 일이라든가 일상 속, 재밌던 시츄에이션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거나 그 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술기운을 빌려 떠들었다.

"아슈날… 여기서 쟈면…입 돌아가…"

술에 취해 쓰러진 그녀를 흔들어 깨워 보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업어 내 침대에 눕혀 재우기로 했다.

그녀의 머리와 다리에 손을 넣으려고 하던 그때였다.

"으으 사령…관?"

다행스럽게도 아스널이 눈을 떠주었다.
이제 그녀를 부축해서 숙소에 보내주면 된다고 생각해 안심하던 그 때.

"사령관…헤헤…아스널은 싸령관…이 넘~우 죠아♪ 헤헤♪여기서 그대랑 코~할래, 할래~♪"

평소의 호탕하고 걸걸한 대장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꿀처럼 달달한 애교 섞인 녹을듯한 목소리였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 마셨던 알코올이 핏속에서 모두 증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저기…로얄 아스널? 뭐라고…?"

"나 가기 시러어어어어. 나 쪼기서 사령관이랑 잘래~~. 혼자 자기 시러시러시러~~~~."

무자지한 애교의 폭격에 정신을 놓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비스트 헌터의 말이 머리속을 스쳤다.

자신들의 지휘관은 제대로 취하면 통제할 수 없다는 소리가 설마 이런 거 였을 줄은… 난 그냥 날 덮치는 건 줄 알았는데…
저래서야 LRL보다 곤란했다.
그리고 그 아스널의 이런 상태는 처음이라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일단 아스널을 침대에서 재우자고 생각해 나는 아스널을 끌고 침대로 향했다.

"아싸~~~~♪ 싸~령관♪이랑 코~한다~♪ 히헤헤~♪"

"아스널! 벗지마! 잠…! 팬티는 왜 벗는 거야."

아스널은 반대쪽 손으로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걸었다.
이내 침대에 다다렀을 시점엔 와이셔츠 한장만이 간신히 몸에 걸쳐진 상태였다.

백옥처럼 하얀 그녀의 나체와 어우러진 몸매 때문에 갈 곳 잃은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서둘러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곤 소파를 향해 몸을 돌리려던 찰나…

?!?!?!!?

갑자기 내 몸은 중심을 잃고 침대로 푹하고 쓰러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아스널이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내 팔을 잡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슌 짓이냐고 한마디 해주려고하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사령관이! 아스널 시러해애애애앵! 가치 자고 시픈뎅! 으아아아앙아아아아앙! 혼자 쟈는 거 무서운데에에!"

난데없이 아스널이 대성통곡을 하였다.

대성통곡하는 알몸의 그녀를 말리려다가 결국엔 같은 침대에서 나체의 그녀와 잠을 자기로 합의를 보았다.

"…훌쩍, 그대…아스널 시러?"

아직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 아스널이 물었다.

"아니, 나는 아스널 좋아해. 그러니까 이제 뚝하고 잘까?"

"헤헤~♬ 아스널도~ 사령관…그대를… ……너……무………조……아………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여지껏 본 적 없는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아침

"으으음, ㅇ응? 이건…윽! 기억이 나질 않는 군. 이 모습을 보아하니…결국 술김에 해버린 모양인가?"

아스널은 자신의 알몸과 침대의 사령관을 보며 어젯밤 있었던 일을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 유추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아침부터 바쁘다고 했었지.
시간은…아직 7시인가? 서두르면 늦지는 않겠군.

"그대여, 일어나라. 벌써 7시다. 이렇게 늦장 부리다가는 아침 회의에 늦고 말거다."

엎드려 자고있는 사령관을 흔들어 깨우자 사령관은 떠지지않은 눈을 억지로 떠가면서 일어났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침대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

"어제는 미안했다. 기억나지는 않는다만 결국 해버린 모양이군."

아스널이 기억나지 않은 어젯밤일을 사과하자 사령관은 흠칫 몸을 떨고선 얼굴을 들어 아스널을 응시했다.

"…? 왜 그러는 거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것이냐?"

해실해실 웃는 사령관의 표정에 약간의 기분 나쁨을 느끼며 아스널이 물었다.

"아니~ 어제밤 아스널 되게 귀여워서~."

어제밤의 아스널을 떠올리며 사령관은 쿡쿡 웃었다.

"뭐, 뭐냐! 내가 귀여웠다니. 꿈이라도 꾼 것인가? 나하곤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그 대답과 아스널의 눈총을 받으며 사령관은 창가를 바라보며 혼자만의 조용한 웃음꽃을 피웠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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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아스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