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4191694


비추폭탄 넘 아프고


아니 이거 다음편을 왜 보고 싶어하는거야



* * *


"고자가 될 순 없으니.. 도망쳐야지."


철남의 선택은 단순했다.


"공격하지 않고?"


"갑자기 이쪽에 무리한 양의 자원을 요구한다는 건, 벌써 그동안 쌓아놓은 자원을 말아먹고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지. 

부딪히는 걸 피하고 저들에게 아무것도 넘겨주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멸할거야."


철남이 아스널에게 침착하게  설명했다. 사실 맞서 싸우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여기 캐노니어의 수장이 두 번째 인간 앞에서도 섹무새 노릇을 하다 찍혀 부대가 통째로 요안나 아일랜드로 쫓겨났고,

미호나 리제같은 사령관바라기들도 이쪽에 있다지만...


여전히 오르카 호와 요안나 아일랜드의 전력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특히 철남 쪽 전력은 대부분 지상병력으로, 흑화한 나이트 앤젤이 이끄는 둠 브링어 공군과 맞붙게 된다면 상성이 좋지 않을 게 분명했다.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오르카 호가 자멸 직전이라니, 그대는 무얼 믿고 그 여자에게 지휘권을 넘겨주었단 말인가?"


"뭐...   캔 두 에브리띵이래잖냐."


"........"


"어쨌든 섬에 쌀 한 톨, 부품 한 개도 남기지 않고 싹 챙겨서 오늘 밤 사라지도록 하지."


"일단.. 그대의 판단이 맞는 것 같군. 그런데 어디로 도망쳐서 숨는단 말인가? 분명 추격대가 붙을 텐데." 


"멀리 갈 필요는 없어."


요안나 아일랜드 역시 언제 철충의 기습을 받을지 모르기에, 요안나 섬 여기저기에는 벙커가 건설되어 있다.


그 중 가장 큰 벙커에 모든 자원을 몰아넣고 그곳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벙커의 존재 자체를 숨기면 두 번째 인간이 찾아내지 못할 거라는 것이 철남의 계획이었다.


"마침 가장 큰 벙커는 0번 벙커잖아? 벙커 네이밍이 0이 아니라 1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서류를 고쳐놓기만 하면,

벙커 하나가 없어져도 여기 서류상으론 문제가 없을 거야."


"하지만 분명 오르카 호에는 이미 여기에 8개의 벙커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갔을 텐데? 0번 벙커를 숨겨버리면 7개가 되지 않나."


"그래서 내가 어제 열심히 땅을 팠잖아?"


"아!"


"뭐 거긴 아직 벙커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거기에 8번(임시) 내지 8번(건설중) 표식과 함께 번호를 매겨 놓을 순 있겠지."


"역시.. 과연 사령관이로군."


"마지막으로 우리가 타고 왔던 배에 자동항법을 설정해서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 놓으면 충분히 시선교란이 될 거야."


"하하! 완벽하군. 아무도 없는 배를 쫓아갈 친구가 불쌍하군 그래. 어느 배신자가 지구 반대편까지 쫓아가는 헛수고를 하게 될지 기대되는데." 


"글쎄... 아마 숙청당하지 않았다면.. 슬레이프니르?"



* * *


짜악-.


채찍을 맞은 슬레이프니르가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노?"


전 사령관이 대원들과 사랑을 나누던 오르카 호 비밀의 방은,

온갖 고문기구가 설치되고 한 쪽에서 분쇄기가 돌아가는 징벌방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새로운 사령관은 매일 여기서 'uneducated'한 대원들의 사상개조 교육을 진행하곤 했다.


그리고 오늘 징벌방에서 처참한 몰골이 되어 있는 것은 슬레이프니르였다.


"아이돌이라는 건 외모코르셋을 조이는 여혐적 직업이다 이기."


두 번째 인간이 찢어진 뗑컨의 슈트 위로 바닷물을 뿌리면서 말했다.


상처에 소금물이 들어가는 격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슬레이프니르는 굽히지 않았다. 


"나는... 모두에게.. 꿈과... 즐거움을 주는.. 쇼를..."


이쯤이면 다시는 안하겠소가 나올 줄 알았던 두 번째 인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면 다른 쇼를 제안해야겠노."


두 번째 인간은 잠시 선반을 뒤적이다가, 슬레이프니르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그녀의 얼굴에 허벅지만큼 두꺼운 극태 딜도를 들이댔다.


"모두의 앞에서 이걸 쑤셔박는 거다 이기. 이게 더 즐거운 쇼가 아니겠노?"


"히익!"


"사령관님."


라비아타의 목소리에 교육은 일시 중단되었다.


"교육 중에는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노?"


"요안나 아일랜드에서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철충의 습격으로 전멸했던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모두가 섬을 떠난 것 같습니다."  


"후팔. 무능하기 짝이 없는 냄져가 자원을 못 바칠 것 같으니까 째버렸노."


"오르카 호 반대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배가 관측되었으니 아마 생존자가 있다면 그쪽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바로 추격대를 보내서 잡아오도록 해야겠노. 여기 뗑컨은 조금 더 교육이 필요할 것 같으니.. 둠 브링어 쪽에 맡겨야겠다 이기."


새로운 사령관은 라비아타와 함께 슬레이프니르를 내버려두고 추격 계획을 세우기 위해 징벌방을 떠났다.


징벌방에 홀로 남겨진 슬레이프니르는 몸을 웅크리고 통증을 견디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사령관... 보고 싶어..."



* * *


새로운 사령관의 사상이 들어오고 진짜 괴물이 된 자는 나이트 앤젤일 것이다.


전부터 그녀는 그녀의 가슴을 놀리는 무리로 인해 하루에 스무번도 더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 나이트 앤젤에게 '큰 가슴은 여성성을 강요하는 냄져들의 코르셋'이라는 새로운 사령관의 사상은, 가뭄에 단비같은 것이었다.


나이트 앤젤은 말 그대로 흑화하여 두 번째 인간과 그녀의 사상을 적극 지지하고 또 퍼뜨렸다.


그리고 두 번째 인간 역시, 나이트 앤젤을 탈코의 표본으로 치켜세우며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다.


그 결과 현재 나이트 앤젤은 A/DA를 바지사장으로 밀어내고 실질적인 둠 브링어의 수장이자,

오르카 호 공군참모총장 쯤의 위치로 군림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령관님."


"무능한 냄져가 탈주해서 좀 잡아와야겠노."


새로운 사령관의 명령은 늘 이런 식이다. 앞뒤 다 자르고, 세부 계획이나 전후 설명 없이 달랑 해야 할 일만 던지는. 


메이를 보좌하며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하던 나이트 앤젤이기에 저런 대책없는 명령도 곧잘 수행해내는 것이지만.


"알겠습니다. 밴시를 보내도록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뭐노?"


"그 배에 전 사령관이 타고 있는 건 확실합니까? 아무리 그 자가 멍청해도 금방 따라잡힐 거라는 걸 모르지는 않을텐데요."


"한남들 능지 수준이 딱 그쯤 아니겠노?"


"흐음...."


나이트 앤젤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전 사령관은 자주 그녀의 가슴을 놀리긴 했어도, 어리석은 짓을 할 자는 아니다.


추격대를 보내는 한편, 텅 비었다는 요안나 아일랜드도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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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시팔 장편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는데 쓰면서 나도 어질어질하다

 

글고 라비단에게는 미안하지만 라비아타 언급될 때 나도 모르게 ' 어둠의 그거' 생각했다... 



어 잠깐, 택배 시킨 적 없는데 뭐가 왔지? 밖에 나가보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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