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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편


******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집에서 느긋하게 쉬며 주말의 여유를 즐기기 딱 좋다.


오늘이 지나도 일요일이라는 사실이, 썩 만족스럽다.


그렇게 여유에 젖어 혼잣말을 내뱉으니, 품 속에서 분홍색 물체가 움직였다.



"응? 지금 뭐라고 말했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라고 말했었어."


"히힛, 당연하지. 이렇게 귀여운 여친이 있는걸!"



정답이다.


시험이 끝난 것 보다, 주말인 것 보다


이 귀여운 생명체가 내 여친이라는 점이 행복의 99.99%를 차지하고 있었다.


카카오 99% 초콜릿보다도 더 함유량이 많은 것이다.



"맞아. 네가 내 여자친구라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걸? 꿈만 같아."



친구들과 중간고사 뒷풀이로 노래방을 갔다 온 날.


자그마한 오해로 울고 있던 미호에게 해명하는 해프닝을 거치며


나는 미호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조금 더 빨리 고백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난 초등학생 때 고백했어도 받아줬을텐데, 영관이 네가 눈치가 너무 없었던거야."



고백을 받아준 미호와 그 날 밤새 메세지로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


내가 미호에게 반하게 된 계기인 유치원의 키스 사건부터 미호도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초콜릿을 되찾아준 그 순간부터다. 즉, 나보다 30분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다는거다.


어쨌든 우리는 마음이 둘 다 있었으면서도, 12년 동안 서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윽... 내가 눈치가 없었던 건 인정해. 근데 그럼 미호 네가 고백하면 되었던거 아냐?"


"에휴... 사영관 센스는 변하질 않네? 여자아이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멋진 고백을 받고 싶은 환상이 있다구."



여자아이는 그런걸까.


나는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건 미호의 생각이다.



"그렇구나. 음... 그럼 미호는 어땠어?"


"응? 뭐가?"


"그 날, 고백한 날의 내 고백은... 미호의 기준에서 멋진 고백이었어?"



품 안에 안고 있는 미호가 따뜻해서 나까지 체온이 오른 것일까?


이 말을 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하는게 느껴졌다.


아니, 사실 그냥 긴장한거다.



"그게 궁금했던거야?"



그렇게 말하는 미호가 내 품에서 꼼지락대며 뒤돌았다.


그리고는 침대에 앉아있는 내 앞에서 무릎으로 일어섰다.


올려다 보게 된 미호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정~말 눈치 없어! 그런건 말이지..."



이번엔 백허그가 아니라 마주보며 날 껴안고 미호는 내 입술을 훔쳤다.


쪽!


언제나 달콤한 미호의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뽀뽀를 하자 미호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내 얼굴 옆으로 흘러내렸다.



"최고로 멋진게 당연하잖아, 바보야..."



품에서 느껴지는 미호의 체온.


호흡할 때마다 스며드는 미호의 향기와 숨결.


귀를 간질이는 미호의 분홍색 머리카락.


그리고 보석같이 빛나는 눈.


모든 감각으로 미호를 받아들이자 저절로 입이 열렸다.



"있지, 너 엄청 예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에, 눈꼬리가 휘게 웃은 미호는 천천히 귀에다 속삭였다.



"예쁘기만 해?"



어깨에 있던 미호의 손가락이 살짝 내려와 내 가슴에 얹어진다.


쿵덕쿵덕 뛰는 심장소리를 느꼈는지, 미호는 내 가슴을 살살 쓰다듬었다.



"영관이 너 있지... 항상 우리 집에 가면 엄마를 흘낏흘낏 보잖아?"


"뭐?"



방금까지와 다른 의미로 심장이 쿵덕쿵덕 뛴다.


몇 번 들킬 뻔 했다고 생각했지, 들킨 줄은 몰랐다.


아니 근데 홍련 마망은 솔직히 반칙이잖아...



"그... 그게..."



변명하려는 입을, 미호가 손가락으로 막았다.



"혼내려는거 아니야. 근데 그거 알아?"


"뭐, 뭘?"



미호는 입을 막았던 손가락을 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내려가던 손은 이윽고, 티셔츠 안으로 살짝 들어와 내 배를 쓸어내렸다.



"헉! 미, 미호야 이건...?"


"나도... 우리 엄마 딸이거든... 어디가서 절대 꿀리진 않는다구..."



내 배를 쓸며 미호는 자신의 상체를 나에게 붙였다.


얇은 티셔츠 사이로 느껴지는 두 개의 융기는, 미호의 체형에 비해 확실히 커다랬다.


팔에 느껴지는 보드라움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미, 미호햣?! 가, 가, 가, 가스... 가슴이 ㄷ, 닿고 있는데요!"


"중간고사 공부하러 우리집 왔을 때 기억나?"



그 날은...


내가 실수로 미호에게 오해를 심어준 날이다.


미호가 일부러 날 유혹하려고 널널한 옷을 입어서....


어?



"서... 설마... 미호 너 지금..."


"정~답. 대놓고 유혹하고 있답니다~"


"윽?! 야, 뭐하는 거야!"



미호는 아예 자세를 바꿔, 내 위로 올라탔다.


아니, 지금 거기로 올라오면...!



"흐응~♡ 뭔가가 쿡쿡 찌르고 있는데 이게 뭘까아?"



뭐겠냐, 이 아가씨야.


완전히 미호의 페이스에 말려버렸다.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일어나는 한창 때의 고등학생 남자에게 이런 유혹은 치명적이다.



"부끄러우니까... 내려와줘..."


"왜? 뭐가 부끄러워 영관아?"



미호는 요망하게 웃으며 엉덩이를 살살 흔들었다.



"크윽! 자꾸 이러면 참을 수 없을지도 몰라..."



내 말에 미호는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왜 참으려 하는거야?"


"뭐? 그야 당연히..."


"영관아, 우리... 이제 사귀고 있는 사이잖아."



그 말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렇다. 우리의 관계는, 분명 사귀기 전과는 다르다.


미호도 지금, 용기를 내어 노력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간고사 공부를 하던 그 날도, 나랑은 다르게 미호는 용기를 냈었었다.


나라는 놈은 여자친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그걸 피하고만 있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미호야..."



시무룩해진 미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네 마음을 몰라줘서. 이렇게 노력해주는데 피하기만 해서."


"피... 늦었어, 바보야..."


"네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소중히 대하고 싶었어."



간신히 붙잡은 사랑에 혹시나,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래서 너에게 다른 상처를 주고 만 것 같아. 미안해."



미호는 고개를 휙 돌리고 팔짱을 끼며 토라짐을 어필했다.



"흥! 미호 아직 삐졌어!"


"우리 미호에게 내가 어떻게 사과하면 좋을까?"



나는 끌어안은 허리에서 팔을 풀고, 미호의 팔짱을 살며시 풀었다.


크게 힘줘서 당긴 것이 아님에도 풀리는 팔짱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미호의 손을 쥐었다.



"미호야, 미안해."



쪽... 쪽...


사과를 하며 미호의 손등에 뽀뽀하기 시작했다.


미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미호야, 사랑해."



쪽... 쪽... 쪽...


손등에 뽀뽀하는데 멈추지 않고, 손목 그리고 팔로 올라가며 계속했다.


미호의 입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미호야, 날 봐줘."



쪽!


미호의 귀에 속삭이며 볼에 뽀뽀했다.


미호의 눈이 슬그머니 떠졌다.



"미호야, 키스하고 싶어."



미호와 눈을 마주치며 숨기지 않고 내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미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츄웃... 으응... 후아... 바보..."


"바보라서 미안해. 그래서 말인데 키스, 한 번 더 해도 돼?"


"언제든지 해도 좋으니까 그런거 일일이 물어보지마 바보야..."



짧은 키스가 끝나고 미호에게 한 번 더 키스하려던 그 때.


♬♩♩♪~


침대 위에 놓인 미호의 스마트폰에서 전화가 울렸다.



"우으... 누구야... 앗, 엄마다..."



홍련 이모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네, 엄마. 네. 네, 영관이 집에 있어요. 언제 집에 올 예정이냐구요?"



전화를 하던 미호는 갑자기 나를 돌아보더니 씨익 웃었다.



"아침엔 비가 안오긴 했어요, 네. 으음~ 영관이 집에서 자고 내일 가도 될까요?"



뭐? 우리집에서 자고 간다고?


홍련 이모가 허락해주실리...



"그렇죠. 네. 넵! 히힛. 알겠어요. 네,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설마..."



전화를 마친 미호는 스마트폰을 침대 옆으로 치웠다.



"이모가... 허락해주신거야?"


"우리 둘이 알아서 잘 할거라고 믿으시겠다는데?"



사실 상의 허락을 언급하며, 미호는 미소를 띄우고 천천히 침대 위를 기어왔다.


자세를 낮춘 미호의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광경에, 나 또한 다시금 흥분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히힛, 더... 커졌네? 그래도... 아까 못다한 키스부터 계속하자, 자. 기. 야 ?♡"



아아, 요망한 아기 여우 같으니.


미호의 몸에 부드럽지 않은 곳은 없다는걸, 이 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



[ 몽구스 시네마 ]



"후, 역시 영화관이 제일 시원하다."


"동감이야. 오는 동안 시원했던건 지하철에 앉아있을 때 밖에 없었어."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얼마 남지 않은 주말.


미호와 나는 시험이 끝난걸 축하할 겸, 영화를 보러 왔다.



"그렇게 더워하는 것 치고 자기는, 나한테 붙어서 떨어지지 않더라?"



내 팔에 자신의 팔을 감은 채, 다른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미호에게 말하자 미호가 반박했다.



"뭐어~? 그 반대야. 자기가 나한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거잖아."



음...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내 팔을 감은 미호의 팔을 내 팔로 감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우리는 팔짱을 낀 채로 킥킥 웃었다.



"영화 예매는 자기가 했으니까 팝콘은 내가 사올게."



무인발매기로 티켓을 뽑은 미호에게 내가 말하자 미호가 알겠다고 답했다.


잠시 미호에게서 떨어져서 팝콘을 주문하는데 어디선가 말이 들렸다.



'찾았다.'



누군가 어깨를 툭툭 건드려서 뒤를 돌아보니, 팝콘을 든 불가사리랑 핀토가 있었다.



"오, 진짜 사영관이다. 안녕."


"내 말 맞잖아. 사영관 같았다니까?"


"어, 뭐야? 불가사리랑 핀토? 너네가 여기 웬일이야?"



놀라서 물어보자 불가사리가 답했다.



"핀토랑 영화보러 왔어. 너는 미호랑 데이트?"


"응, 그렇지. 미호가 오늘 영화보러 간다고 말을 안했나보네."



내 말에 핀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호는 오늘 데이트 있다고 말하더니 일찍 준비해야하니까 바로 자러간다고 그랬어."


"너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미호랑 영화보러 같이 오는건데."



핀토의 말에 뒤이어 한 마디 덧붙이는 불가사리의 말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푸핫. 데이트는 하게 해줘. 명색이 남자친구인데."



내 대답에 불가사리와 핀토는 서로 수군거렸다.



"이야... 이제는 진짜 남자친구 태가 좀 나는걸?"


"그 찐따같던 사영관이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엥? 핀토 너 가슴이 웅장하다고 말하긴 힘들잖아."


"...... 뚱아, 말 다했니?"



둘이 수군대더니 갑자기 핀토가 갸악갸악대기 시작했다.


티키타카를 펼치는 둘은 내버려두고 주문한 팝콘과 콜라를 받았더니 미호가 걸어오는게 보였다.



"어? 불가사리랑 핀토야! 와~ 너네도 영화보러 온거야?"


""미호야~!""



미호가 반갑게 인사하자, 불가사리랑 핀토는 미호와 재잘대기 시작했다.



"미호야! 불가사리가 가슴 작다고 놀려 히잉~"


"너도 나 뚱이라고 놀렸잖아..."


"둘이 또 그런걸로 투닥대는거야?"



이야기하는 셋을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한 명이 적었다.



"그러고보니 철용이는 같이 안 왔어?"



미호와 꺅꺅대고 있던 불가사리와 핀토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철용이는 다른 반 애들이랑 선약이 있다고 놀러갔어."


"워울프랑 샬럿이랑 같이 놀러간다고 하던데? 뭐라더라? 로망을 찾으러 간다고 했던가?"


"오우, 그렇구나."



어떤 로망을 찾으러 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찾을 수 있기를 빌자.


그 때, 로비 내의 스크린에 우리가 보고 싶어하던 영화의 입장시간이라는 글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 자기야 영화시간 언제야?"


"아참, 이제 들어가야해.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부르러 온거였는데."


"미호야, 무슨 영화 예매했어?"


"라스트 오희진."


"아, 그거. 부럽다~ 커플끼리 로맨스 영화도 보고"


"불가사리랑 내가 볼 영화는 아직 좀 더 기다려야하니까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미호야 다음에는 영화 같이 보자~ 너무 사영관하고만 놀면 우리가 섭섭해진다구~"


"그래, 미안해. 음... 그럼 우리 파자마 파티 하자."


""오우!""



그렇게 여자애들끼리 다음에 놀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킥킥... 사영관하고 상영관하고 이름이 비슷하네."


"윽! 그런걸로 놀리는거야?"


"어떻게ㅋㅋㅋ 사람 이름이ㅋㅋㅋ 사영관ㅋㅋㅋ"



미호에게 이름으로 놀림당하며, 우리는 착석했다.



불이 어두워지고, 라스트 오희진이 시작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 여자 '오희진'이 남자 바이오로이드 'RLR'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었다.


오희진이 위험에 처했을 때 RLR이 구해주는 대신 작동을 멈추게 되고, 오희진이 이를 고치기 위해 고난을 헤쳐나가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하지만 RLR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기억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게 오희진은 슬픔을 감추며 바이오로이드와 다시 추억을 쌓아나간다는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옆을 보자, 미호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가 기억을 잃었다는 장면을 보았을 때, 나도 눈물이 났는데 미호는 오죽할까.



"여기, 손수건."


"흑... 고마워... 흐윽..."



영화관을 나올 때까지, 미호는 여운에 젖은 모습이었다.



"영화, 감동이었지."


"응... 하지만 너무 슬펐어..."


"나도 RLR이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흐르더라."


"나는... 킁..."



미호가 코를 훌쩍이며 중얼거렸다.



"...나는 만약 저런 일이 있으면 사영관 절대 안 잊을거야."



눈물 자국이 다 지워지지 않은 채 결연히 다짐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꼭 안아주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너를 어떻게 잊겠어."


"응... 고마워 자기야."



그렇게 진정한 미호를 데리고 근처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팝콘을 먹고 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아 간단하게 해결하고 우리는 식당 밖으로 나왔다.


매앰~ 매앰~ 맴~


여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며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우으... 덥다."


"카페라도 갈래?"


"카페에서 나오면 어차피 또 땀흘릴거야... 그럴바에야 지금 씻고싶어."


"미호는 씻는걸 좋아하니까 말이지."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뒤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자기야. 저거 철용이 아니야?"


"응? 맞네. 그 옆에 워울프랑 샬럿이야. 아까 셋이 놀러간다고 하더니 여기 있었구나."



셋이 나온 건물을 보니 문구점이였다.


세 명은 각각 손에 무언가를 들고 긴장된 표정을 서있었다.



"엥? 저건..."



한 손에 딱 들어갈 크기에 화려한 비닐 포장지



"금고왕 카드?"



초등학생 때 가지고 놀던 카드게임이었다.


세 명은 동시에 비닐을 뜯더니 빠르게 카드를 넘긴다.


이윽고 샬럿만이 당당하게 서있고 나머지 둘은 좌절하고 있었다.


가챠가 실패했나보다.



"저게... 로망...?"


"사영관아... 집에 가자..."


"응... 그러자."



무언가 팍 식은듯한 느낌이 들은 우리는, 셋에게 관심을 끊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샤워~ 샤워~"



집에 도착해서 땀에 젖은 몸을 씻을 생각에 미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는 안방에서 씻어야겠다.


그러고보니 미호와 사귀기 시작한지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집에 오는거 완전 익숙해졌네."


"응?"



생각해보니 좀 부끄러웠기에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뭔가... 가족이 된 것 같아서. '우리'집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



눈을 피하며 중얼거린 내 말을 들은 미호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날도 더운데 얼굴에까지 열이 올라 옷가지를 대충 정리하고 씻으러 가려는데 미호가 내 옷깃을 잡았다.



"왜 그래?"


"아니이... 자기가 이쁜 말을 하잖아?"



미호의 눈이 곱게 휘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다.



"있지... 같이, 씻으러 들어갈까?"



옷깃을 잡은 미호의 손이 뜨겁다.


땀에 젖은 얇은 옷가지의 너머로 몸의 실루엣이 살짝씩 드러난다.


나는, 저 실루엣의 너머를 알고 있다.



"크르르르! 못 참겠다!"


"꺄악?!"



미호의 몸을 번쩍 들어안고 욕실이 아니라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미호를 내려놓자마자 목덜미에 키스한다.



"앗... 땀 많이 흘렸으니까... 씻고..."


"오히려 좋아."



무언가를 말하려는 미호의 입을 내 입으로 막는다.



"츄읍, 츗... 앙, 바보♡... 쮸읏..."



이후 같이 들어간 화장실에서 또 못참아서 결국 두 번 씻었다.




******




"바다에 가자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미호가 내게 바다에 가자고 권했다.



"응! 네오딤이 개인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는데 놀러오래!"


"와, 개인 해수욕장이라는거 들어보기만 했는데 진짜 있는거구나..."



네오딤과 같은 반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눈 교류는 별로 없다.


하지만 미호는 친화력이 높은 만큼, 네오딤과도 친한가보다.



"근데 거기 여자애들 몇 명만 초대받은거 아닌가? 내가 가도 돼?"


"물어봤는데 허락 받았어! 내가 옆에서 감시하면 된대 히힛."



내 허리를 껴안으며 웃는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나, 감시는 무슨... 좋아, 너 혼자 보내기 그랬는데 잘 됐네."


"뭐야아~ 나 어린애 아니거든? 혼자서도 잘 다니거든?"



뿌우우 부푸는 미호의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대답했다.



"너는 혼자서 잘 다닐 수 있다지만, 난 너 없으면 외로워서 혼자 못지내거든?"


"엣..."



펑!


얼굴이 붉어진 미호는 꾸물꾸물거리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뭐야... 비겁해, 그럼 나만 나쁜 애 같잖아."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뭘."



내 말이 끝나자 허리를 감은 팔에 무게를 싣더니, 미호는 날 침대 위로 넘어뜨렸다.



"우아악! 뭐야!"



깜짝 놀라 미호를 쳐다보자 눈에 하트를 띄운 미호가 요망하게 웃고 있었다.



"애들이랑 바다에 가면 이런건 잘 못하겠지?"



꿀꺽



"방에 에어컨 틀어서 추우니까...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



방금 내 말이 미호의 러브러브 스위치를 눌렀나보다.


열심히 내 옷을 벗기려는 미호를 도와 상의를 벗으며 생각했다.



에어컨... 끈지 좀 됐는데.


뭐, 아무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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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lastorigin/24481860?showComments=all¬iId=44252992#c_89861377


오늘 이 글에 일주일 동안 약 5만자 쓴 것 같다고 썼는데, 세보니까 3만 8천자 정도 밖에 안되어서 호다닥 8300자 써왔읍미다.

그 정도 되겠지~하고 생각했다가 직접 세어보고 거짓말쟁이 될까봐 식겁했습미다...  


합계 대략 4만 6천자...

약 5만자의 범위를 ±10%로 잡았을 때 최소치인 4만 5천자를 넘겼으니, 약 5만자라고 해주십셔...


방이라는 글자와 구라는 글자를 합친 단어가 금지어임미까?

그, 학교 준비물 파는 문 플러스 방 플러스 구 적었다가 금지어인 것 보고 문구점으로 바꿨읍미다.

저는 채널규칙을 준수함미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