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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안온다.


 철의 탑을 침공하기까지 D-2, 아니 12시 지났으니 D-1.

전투원을 훈련하고, 장비를 강화해도 

모자란게 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광산을 몰래 터는것과 본거지를 침공하는건 차원이 다를테니까.


 아무래도 당일밤에는 밤을 새겠지, 지금도 이러고 있으니.

그러면 오늘은 더더욱 어떻게든 자야할텐데

방법이 없을까?


 '술이라도 마셔볼까'

문득 스친생각치곤 그럴듯 한 것 같다.

긴장을 풀던지, 강제로 쓰러지던지 둘 중 하나는 어쨌든 가능하겠지.


 방 내에 있는 냉장고에서 술 한병을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꺼내서 잔에 따르던 중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칭찬... 안해줘?"

에밀리가 야간탐색을 끝내고 복귀했다.

잘했어, 라고 하면서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찰랑찰랑한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으면 편안한 기분이 든다.

평온히 눈을 감고 있는 에밀리도 같은 마음이겠지.


 "그런데 사령관, 뭐하고 있었어?"

하마터면 밤새도록 머리만 쓰다듬고 있을 뻔 했다. 원래 목적을 잊고 있었어.


 '잠이 안와서 술이라도 마시고 자려했어. 에밀리는 이제 가도 돼'

에밀리의 눈길이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술병을 스쳤다.

"사령관, 얼음하고 오랜지주스 있어...?"

같이 마시려는건가?

혼자 마시는것보단 같이 마시는게 더 좋겠지.

냉장고에 있을거라고 알려줬다.


 에밀리가 주스하고 얼음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대로 본인 보온병에 따랐다.

아, 잔을 안가져왔구나.

가지고 오려고 일어서려는데

에밀리가 술병을 집고 보온병에 따르기 시작했다.


 ...어?

에밀리가 술을 마시는걸 본 적이 없는데 괜찮은건가?

아니 그보다 먼저 술을 저렇게 섞어 마셔도 되는건가?


 머릿속에서 무수히 많은 물음표가 맴도는 중에도 에밀리의 수상한(?) 제조과정은 멈추지 않았다.


 눈대중으로 봤을때 오랜지주스의 4분의 1정도 되는양의 술을 보온병에 부은 뒤

세게 흔들고 있었다.


 몇십번정도 흔들었을까, 에밀리는 동작을 멈추고 내용물을 잔에 따랐다.

원래 섞었던 술이 투명해서인지 평범한 오랜지주스 같다.


 "저번에 초코만들때 아우로라한테 배웠어... 보드카라는 투명한 술은 그냥 마시면 독해서 못먹지만... 오랜지주스랑 섞으면 맛있다고 했어..."

평소에 술을 잘 안마셔서 잘 몰랐는데 보드카라는 술이 독한 술이었나보다.

다 맥주정도로 마실만한 술인줄 알았는데.


 "독한술 마시면 사령관 아파. 아픈건 나빠. 내가 지킬거야."

사실 여차하면 뻗어서라도 자려했던거라 독한술이 오히려 더 좋았을 테지만, 나를 생각해준 에밀리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셔야겠지.

'고마워 에밀리, 이제 그 보온병 잠깐 빌려줄래? 같이 마시고 싶으면 잔 가져오고.'

"필요없어..."


에밀리가 보온병을 가지고 책상앞으로 왔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그대로 입에 털었다.

어라? 나 주려고 만든게 아니었나? 진짜면 서운하고 뻘쭘한데.

하지만 에밀리의 이어지는 행동은 내 생각 이상이었다.


 나를 끌어안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

잠깐, 에밀리?! 이게 무슨? 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이미 에밀리의 혀와 술이 말을 막았다.


 맛있다.

술의 쓴맛이 싫어서 평소에 잘 안마셨는데, 그 맛이 전혀 안느껴진다.

오랜지주스로 희석했기 때문일까?

살짝 씁쓸한 오랜지주스를 마시는것 같다.

하지만 오랜지나 보드카로 설명할수 없는, 설탕보다 더 달콤한 이 맛은... 에밀리의 맛이겠지.


 어느새 입안에 머금었던 술은 다 마셨다.

하지만 그딴건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서로의 맛을 음미할뿐.


 나의 폐활량이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면 아마 밤이 새도록 붙어있었을 것이다.

에밀리를 떼어내고, 숨이 차서 잠시 심호흡을 하는 동안 그녀가 말했다.

"대장이 그랬어...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술을 마실 때가 오면... 이렇게 하랬어... 나는 사령관이 좋아. 응, 확실히 좋아. 사령관은, 혹시 나 싫어해...?"


 그 뒤의 일은 단편적으로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에밀리의 고백에 이성을 잃고 만들었던 술이 다 떨어지도록 '그 방식으로' 마셨던 것,

희석시켰다지만 원재료가 독한 술이었다는걸 양쪽 모두 잊어버렸던 것,

뻗어버리기 전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먼저 잠들었던 에밀리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는게 기억의 전부다.


 눈을 떴을때는 오전 8시가량 이었다.

숙취때문에 머리는 아팠지만, 잠을 설쳤다는 느낌은 안들었다.

옆에 누워있는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에밀리 위로 쏟아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자고있는 에밀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몰래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이번 소탕작전이 끝나고 반지라도 선물해야겠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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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받아먹고 받아먹고 또 받아먹는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뭐라도 하나 써보려고 했는데

첫작품인거 감안해도 좀 많이 저퀄이라 미안해.

올릴까 말까 하다가 한번정도는 그래도 뭔가 나 혼자서 만들어본게 있었으면 해서 뻔뻔하게 올림.


맨처음은 그냥 간단하게 에밀리 머리 몰래 쓰다듬고 싶다는 내용 쓰려했는데

쓰다보니 뭔가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느낌인데

뭔가 수정하기엔 곧 시험이라 계속 붙잡기도 그렇고

시험 끝나고 하자니 아예 다 까먹을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했음.


다시한번 있는거 없는거 다 퍼먹여주는 할배들과 

이런 졸작이랑 비교도 안되는 문학들을 계속 써주시는 창작러분들께 감사하며

자러갈게. 

내가 평소에 밤새도 12시를 못넘기는데 이거 적느라고 한계를 넘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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