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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여인의 이름은 알렉산드라.

 

그녀의 오르카에 이름을 날린 교육자였고 프로 펠라 였다.

 

허나 지금은 죽었다.

 

펠라 솜씨를 뽐내던 그녀의 입은 이제

 

붉은 피를 흘려보낼 뿐이었다.

 

불과 5분 전

 

그녀는 한 묘령의 여인과 합을 주고받았다.

 

막상막하의 이쿠사 배틀.

 

격렬한 카라테가 맞붙고

 

최후의 순간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묘령의 여인이었다.

 

 

2XXX년

 

한 여인이 높은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온몸을 덮은 검은 옷에 붉은 머리를 흩날리는 여인은 고요한 눈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후다.

 

인류가 멸망하고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인간을 위한 바이오로이드만이 위태롭게 생존하고 있던 세상.

 

허나 이 무슨 기적인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최후의 인간, 사령관이 나타나 그들을 구원했다.

 

순식간에 그는 바이오로이드를 모아 메탈인섹트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여태껏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싸우는 그의 기세는

 

파죽지세.

 

거기다 오랜 시간 여인들만 존재하던 세계에 나타난

 

단 한 명의 남성.

 

수많은 바이오로이드의 사랑을 독차지. 수많은 관계를 맺었고,

 

실제 로마 황제를 방불케하는 남자였다.

 

허나 그 하나만으로 모든 바이오로이드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

 

성(性)의 불균형.

 

하는 자와 하지 못하는 자가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정력으로는 자신 있는 그였지만 로얄 아스날이 등장하며 하루하루 메말라 갔다.

 

결국 모두가 관계 맺고싶어하는 시대, 성(性)의 권력을 잡은 소수에 의해 그 특권이 독점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말 그대로 섹스말법시대.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고고한 위치를 고수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멸망의 메이. 둠 브링어의 대장.

 

“어이! 대상! 언제까지 계집마냥 내숭 떨 겁니까? 그러다가 가랑이에 거미줄이 치겠다고요.”

 

멸망의 메이는 핵폭탄 발사 권한과 인간의 명령 거부권까지 있는 바이오로이드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 허나 성소외자였다.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한 이는 그녀의 부관 나이트 엔젤.

 

그녀의 가슴은 한없이 작았지만 성격은 드셌다.

 

“시끄럽다. 나이트 엔젤. 나도 알고 있다. 그치만……”

 

“돌겠네 진짜.”

 

그치만과 돌겠네로 요약되는 대화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러지 말고 내 말대로 합시다.”

 

참다못한 나이트 엔젤은 묘수를 내보았지만

 

로얄 아스널의 개입으로 실패.

 

 

메이는 서러움에 오르카호를 뛰쳐나갔다가 그만 철충에게 사망

 

이라고 사령관에게 보고되었다.

 

허나 그녀는 살아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장소에서 눈물 흘리던 사령관의 모습까지 보았다.

 

만약 그 자리에서 사령관의 슬픔을 빌미로 관계를 가지던 로얄 아스날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 러면 그녀는, 오르카로 돌아갔을 것이다.

 

슬픔, 분노, 증오, 원망.

 

메이는 도망쳤다.

 

상처 입은 몸과 마음으로 달렸고, 죽기를 기도했다.

 

그때, 소녀의 격한 감정과 죽음을 각오한 마음에 동해 근처에 잠들어 있던 나라쿠 아다의 소울이 메이에 빙의.

 

그녀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멸망의 메이=상. 나라쿠 아다입니다.”

 

“에?…도…도-모, 나라쿠 아다=상. 멸망의 메이입니다. 대체 누구……?”

 

온몸을 덮은 기묘한 검은 천을 따라 보이는 뒤틀렸지만 강직한 몸. 그리고 그녀를 쳐다보는 광기 어린 붉은 눈동자.

 

일반 바이오로이드였으면 즉시 실금했을 터이지만 이미 죽음의 위기를 이겨내고도 다시 죽을 마음을 먹은 메이는 조금 떨떠름할 뿐이었다.

 

“난 후다를 죽이는 아다. 후다를 죽이기 위한 아다. 이미 사라진 후다 들의 적이다.”

 

“아다…?”

 

“그리고 그대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기 위해 살아난,

 

후다 슬레이어다.”

 

“후다를… 죽여?”

 

“그래. 그 가증스러운 작자들. 더러운 자들. 불결한 자들. 그리고 그대에게서 행복을 빼앗을 자들을 죽이는 거다.”

 

그렇게 멸망의 메이는 후다 슬레이어가 되었다.

 

한때는 제비꽃 빛이었던 그녀의 눈은 이제 붉은 분노의 빛으로, 복수의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후다를 찾고 있었다.

 

죽이기 위해.

 

폐허가 된 도시. 남은 것이라곤 과거의 흔적뿐인 도로 위에서 한 여인이 서 있다.

 

한손에는 이런저런 물건의 목록이 적힌 종이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기다란 테이저건을 들고,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진의 알렉산드라.

 

사령관의 명령을 받아 신입 바이오로이드 교육을 겸하여 도시에 물자를 얻으러 나와 있었다.

 

그녀 역시 후다. 출격 직전까지도 입에는 사령관의 그것이 물려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앰부쉬!!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파훼. 즉시 제 2 격을 대비하지만 고요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 뒤를 돌아본 순간, 그녀는 붉은 눈동자와 마주친다.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알렉산드라=상. 후다 슬레이어 입니다.”

 

순간의 정적. 알렉산드라는 상황을 파악한다.

 

“훗, 도-모, 후다 슬레이어=상. 알렉산드라 입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하찮은 장난은 그만둬라. 난 바쁜 몸이라.”

 

입가에서 묘하게 풍기는 그것의 냄새.

 

후다 슬레이어는 합장을 한다.

 

“후다에게 죽음을!”

 

이윽고 시간은,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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