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과가 시작하기 한시간 전 복도엔 뚜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명의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긴 복도를 지나 문 앞까지 도착한 그녀는 익숙한듯 카드키를 이용해 문을 열었고

"주인님 오늘도 잘 부탁드릴께요~"

그녀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 담당은 리리스구나, 잘부탁해"

"착한 리리스만 믿어주세요 주인님~"

그녀가 호위를 담당하는 날은 언제나 사령관의 주변을 서성이거나 지켜보면서 시간을 떼우곤 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사령관은 익숙하듯 개방 버튼을 눌렀다

"후후후후.. 주인님.. 리제가 왔어요.."

"무슨 일로 온거야 스토커? 시덥잖은 일로 방해할 생각이면 돌아가"

"너같은 해충따윌 보러온게 아니야.. 주인님?"

"어? 어어 무슨 일인데?"

"저 주인님만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가슴이 두근.."

무언가를 말 하려는 듯 했지만 리리스는 그 이상의 말을 용납하지 못했다

"또 시덥잖은 일 맞잖아 스토커, 주인님은 지금 업무중이야 쓰잘데기 없는 모습만 보일꺼면 꺼지는건 어때?"

그 순간 리제가 돌변하여 가위를 휘둘렀고 그 결과 가위끝이 사령관의 어깨를 스쳐지나갔다

동시에 리제를 제압하여 바닥에 깔아뭉개버린 리리스였다

"페로? 시티가드팀에 연락해, 스토커가 주인님을 해하려 했다고"

"역시 리리스야 믿음직스러워"

"아니에요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위한 착한 리리스인걸요!"

"비켜 해충...!!! 빨리 놓으라고!!!"

제압한 팔을 꺾어버린 후에야 조용해진 리제는 시티가드팀에게 연행되었다

"후훗.. 이제 둘만 있게 됐네요"

"고마워 리리스 덕분이야"

"네 주인님.. 저는 착한 리리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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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저녁을 향하고 있었고 사령관은 오르카호의 갑판에 서있었다

석양이 비추는 이 곳에서 사령관을 바라보는 리리스는 어딘가 애틋했다

"리리스?"

"네 주인님, 듣고있어요"

"지금까지 숨겨온거지만...."

"주인님..?"

"주인이시여 여기 계셨군요"

이상하게도 타이밍을 맞춰 소완이 등장했다

"너, 지금 주인님이 말씀하시는거 안 보여?"

자신이 사랑하는 주인님의 말씀이 끊겨 화가난 리리스는 소완을 위협했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옵니다 저녁시간을 알려드리러 온 것이옵니다"

그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할 말만 계속 말하던 그녀였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와봐, 나쁜 리리스가 되어줄테니까"

"해보시는게 어떻겠사옵니까 주인이시여, 잠시 기다려 주시기를"

"잠깐 둘 그만..!"

순식간에 벌어진 합에 소완의 식칼이 부숴지며 바닥에 쓰러졌고

일어나려는 소완의 머리를 강하게 짖밟아 제압했다

"역시 리리스야..! 언제나 지켜줘서 고마워!"

"물론이에요 주인님~"

"아무튼.. 이 분위기에서 미안하지만 리리스..?"

"네 주인님.. 말씀해주세요.."

"나와 결혼해줄 수 있을까?"

사령관의 파격적인 폭탄선언에 리리스의 가슴은 터질듯이 두근거렸고 주위의 소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애써 가슴을 부여잡으며 떨려오는 입을 애써 열며 그녀는 말했다

"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위한 착한 리리스니까요..!"

석양도 가라앉으며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둘은 저물어가는 해를 지켜보며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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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우에으...에..."

그녀는 침을 흘려가며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행복한 상상이라도 한 것 같았다

"으에읏....에으..."

그러나 사령관은 그런 리리스의 손을 잡아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해 리리스.."

"으에....."

다 부숴진 처량한 폐허

그 곳에는 사령관과 리리스 단 둘만이 존재했다

동면기가 끝난 철충무리들의 공격에 오르카호는 말 그대로 박살이 나며 무너졌고

필사적으로 자매들은 사령관을 데리고 나와 도망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고 죽어가며 하나둘씩 줄어가는 자매를 지켜볼 수 밖에 없던 사령관은

죄책감만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최후엔 리리스만이 남아 사령관을 지켜주었으나, 철충의 독에 의해 온 몸이 마비된 리리스는

현재 사령관에게 의지한채 살 수 밖에 없었다

"우에에...으..."

"리리스..."

흐르는 침을 닦아주는 것만이 사령관이 할 수 있는 전부였고

이미 모든건 끝나가고 있었다

고요한 정적에 들려오는건 리리스가 애써 내지르는 신음소리 뿐이었고

사령관은 몇일간 지속된 죄책감을 끝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녀만 두고 갈 수 없던 노릇이었기에 간신히 둘은 시간만 끄는것이 전부였다


어느날 사령관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그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


몇일이 지나도록


리리스만이 남겨진 채

리리스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고 싶었다

"으에...에...."

하지만 흐르는 눈물이 비해 처량했다

그 울음소리는 매우 작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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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리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