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좆됐다. 

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컴패니언용 강화 약물 테스트를 위한 훈련용 섬에서 시작된 훈련은 시작하자마자 나를 '두렵게' 했다.






"주인님은 가만히 있어도 돼... 내가 다 할 테니까... 주인님 때문에... 나쁜 생각이 떠올라서 미쳐버릴 것 같아...!"

"사랑해요 주인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포이의 마음이 이제 이해해요 그러니까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 주세요...!!"

"주인님! 사랑해요! 쓰다듬어주세여! 안 그러면 나쁜 하치코가 되서 삼시세끼 민트요리만 먹일 거에요! 이거 협박 하는거니까 제 말 들으세여!"

"주인님... 몸이 너무 뜨거워요.... 너무 뜨거워서 못 견디겠어요... 주인님... 주인님... 이렇게 뜨거운데 왜 절... 가만히 놔두시는 거죠...?"


/


"하아... 하아... 그 훈련섬에서 3일이나 도망치고 다닐 줄은..."


닥터가 컴패니언들의 능력을 상승 시키는 약물을 개발해냈다.

별거는 아니고 컴패니언들의 기반이 되는 리리스의 유전자에서 추출한 인자를 강화해 다른 컴패니언들에게 다시 섭식(음료수의 형태로)하는 것으로 약 한 달 간의 리리스 급 임무 수행 능력을 부여 받는다고 한다.


유전자의 원 주인인 리리스 본인에게는 쓸모 없지만 적어도 다른 컴패니언들(히루메는 배틀메이드로 전향 시켜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유전자 조작 때문에 X)들에게는 일종의 장기간 지속되는 도핑 같은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부작용이 있다.

리리스의 초기 시절 만큼이나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그걸 훈련 시작 당시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3일 간의 눈물 나는 도주 끝에 훈련 상황 종료라며 찾아온 오르카 호 대원들 덕분에 끝이 났다.


"주인님~ 포이는 큰언니랑 같이 지켜드렸잖아요~!"

"어... 고마워 포이, 너까지 저쪽 편에 섰으면 나도 정말 붙잡혔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주인님... 그까짓 약물 하나에 포이를 제외한 제 동생들이 미쳐 날뛸 줄은..."


그나마 부작용을 거의 안 보인 게 포이였다.

닥터가 만든 약물의 효능은 컴패니언들이 가진 리리스의 유전자를 증폭 시키는 원리인데 리리스의 유전자가 다른 자매들보다도 짙은 포이는 크게 부작용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물의 효능이 한 달이나 가기 때문에 여전히 리리스와 포이를 제외한 컴페니언들은 현재 특수 제작된 독방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일단... 이렇게 죄수처럼 계속 가둬 놓을 수는 없고... 일단 최대한 이야기 좀 해봐야 겠어."

"주인님... 이렇게 말씀드리면 조금... 그렇습니다만 지금 페로나 하치코, 펜리르 스노우 페더 모두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겁니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위험합니다."


리리스의 걱정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해준다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하다.

리리스의 '판단'은 믿지만 그래도 해야만 한다.


정신을 차린 컴페니언들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나에 대해, 내가 괜찮다고 말해도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임무 수행 능력 저하나, 컴패니언 시리즈 내부에 큰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다.


펜리르가 경호 대상인 나를 따먹듯이 섹스 했을 때도 페로는 따끔하게 혼냈다.

그런 상황에서 리리스와 포이를 제외한 모든 컴패니언이 그렇게 했다?


내가 괜찮아도 본인들이 괜찮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까지는 케어 해줘야 한다.


"밖에서 지켜보면 괜찮아, 이렇게 된 거, 그냥 한 명 한 명 면담식으로 대화 좀 해야겠어."

"주인님..."

"나도 리리스를 믿어, 그러니 리리스도 날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리리스도 내 의중을 이해해줬다.


/



스노우페더의 독방 앞, 차가운 냉기가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나는 심호흡 3번, 그리고 아자 아자 아자젤 3번을 속으로 외치고나서야 첫 면담 대상자인 스노우 페더의 독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건 폐까지 얼려버릴 듯한 차가운 공기였다.


"하압..."

"뜨거워요... 주인님... 녹아내릴 것 같아요... 주인님이 한 번만... 딱 한 번만... 안아주시면... 주인님을 따뜻하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존 컴페니언 용 구속구 이외에 별다른 구속구는 없었지만 '나쁜 스노우 페더'(현재 상태와 기존의 스노우 페더를 구분하기 위함)는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정말로 자신을 껴안아주면 좋겠다는 듯이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착한 스노우 페더'를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분위기는 당연히 눈치챌 수 있었다.

평소에 느껴지는 은은한 분위기가 아닌, 소리 없이 사냥감을 채 가기 위해 소리를 숨기는 맹금류의 숨결이 느껴졌다.


"네가 이리로... 커흡... 와줘."

"네! 주인님!"


스노우 페더는 재 빨리 일어나 나를 꼬옥 끌어안아 그 큰 가슴을 밀착시켰다.

기뻐하는 표정에서 순간 리리스의 풀린 표정이 보였다.

역시 자매는 자매다.


"매일 주인님의 침대에 들어가고 싶어요..."


"이렇게 계속 온기를 주고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흰 올뻬미가 소리 없이 사냥할 수 있다고 해서... 소리를 낼 줄 모르는 건 아닌데 말이죠... 특히 번식할 때는... 소리가 나요."


스노우페더의 말은 분명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으로 다 자신의 숨기고 싶은 마음을 다 들켰다.


황홀해지고 싶다는 스노우페더의 표정에서 리리스의 모습 이외에도 스노우 페더가 '자신은 늘 조용히 있어왔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나를 껴안고 있는 스노우 페더의 몸을 당겨서 더욱 밀착할 뿐이었다.


"네가 내 앞에서 늘 조용히 있던 거 잘 알고 있어."

"네...?"


자신의 어필이 통하지 않아 당황스러워하는 스노우 페더는 나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나는 놓지 않는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늘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날 대하는 것도 알고 있어."

"그... 그건 당연한 거에요... 요정마을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저를 이렇게 받아주는 것 만으로도 저는..."

"나에게 더욱 더 잘해주고 싶은 거지? 그래서 내가 와 달라고 했을 때 나를 꼭 끌어 안은 거지?"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다 알고 있는 거죠...?"


리리스에게 상담한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사실을 숨기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 관계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아."

"...!"


나를 올려다보는 스노우페더의 표정에서 '착한 스노우 페더'의 모습만이 보였다.

증폭된 리리스의 유전자를 이성으로 누른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복잡한 미사여구 따위는 필요 없어."


"네가 원하는 때가 낮이든 밤이든 상관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스노우페더."

"주인님... 제가 어떻게 되었나 봐요..."


스노우 페더는 다행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물론 최면 같은 게 아니라서 그냥 생각이 정리되었을 뿐이다.

그것 만으로 스노우페더는 아까까지 유지하고 있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럼... 주인님 이제 놓아주세요..."

"어? 어어 그래."

"다음부터는 제가 다가가고 싶을 때... 다가갈게요 주인님."

"그래."

"언제나 저를... 기대해주세요..."

"응."



이로써, 리리스의 유전자가 특별히 문제가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다.

이렇게 말로 타이를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대원들을 잘 돌보지 않은 탓이다.


나머지 컴패니언도 이렇게 설득해야 할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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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추천 받아서 쓴 글입니다...

원래 한 편 내에 리리스와 포이를 빼고 전부 다루려고 했는데 실패...

그래서 잘라서 4편 정도 더 올리겠습니다...

사실상 장편은 아니고 엄청나게 긴 단편을 잘라서 내놓은 것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포이와 리리스를 다루지 않는 건 다름 아니라 웨 공식만화 보니까 이미지가 박혀버려서 당장은 쓰기 힘든 거랑 리리스가 아다를 떼버려서 그렇습니다... 


그럼 나머지 소재 추천도 빨리 써야하니 최대한 빨리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