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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리트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함 내를 산책하고 있었다.


"477 원사님은 어디 가십니까?"

"아,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늘은 동무가 생활관 관리를 해줘야겠는데, 괜찮을까?"

"알겠습니다!"


유일하게 자신이 노가리 까는 걸 방해할 수 있었던 임펫 원사는 오늘 없다.

하루 종일 어딘가에 짱박혀서 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어디로 할까..."


기상한 지 2시간정도 지났지만 벌써 눈이 감겨오는 이프리트였다.

재빨리 주변을 둘러 보던 이프리트의 눈에 완벽한 장소가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오늘처럼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에는 임펫이 갑판에서 일광건조를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임펫은 지금 한창 도시 한복판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산들바람이 불어와 이프리트의 볼을 간지럽힌다.

비품실 한 구석을 비추는 햇빛은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몰래 잠 자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이프리트는 비품실 문에 걸려있던 화이트보드에 큼지막하게 무언가를 쓰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갔다.


졸린 토끼는 매고 있던 박격포에서 침낭과 이불을 꺼냈다.

그리고 잡동사니가 잔뜩 놓인 선반에서 정비용 시트를 하나 꺼내 

박격포와 조준기를 적당히 분해해서 늘어놨다.


침낭을 피고 이전 탐색 때 찾은 이불로 몸을 돌돌 감은 이프리트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으며 잠들었다.  


약간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비품실에는 색색거리는 이프리트의 숨소리만이 낮게 울려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비품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중화기 정비 중, 방해 금지...방해 금지라..."


이프리트에게 다가간 사람은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이프리트에게 속삭였다.


"3869병장님, 근무나가실 시간입니다."

"아...씨발...방해 금지라고 했...습니다...."

"잠 진짜 잘 자네. 많이 피곤했나봐?"


사령관이었다.


산책을 좋아하는 사령관은 평소에도 오르카 호 안을 몇 시간씩 걸어다녔다.

덕분에 함 내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비밀 장소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이프리트의 노가리 스폿도 그 중 하나였다.


"임펫이 없어서 하루종일 잘려고 했다고?"

"응..."


잠깐 생각하던 사령관은 이프리트의 이불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이불을 펴고 누운 뒤 자신의 옆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이리 와. 같이 자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