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刀대회] 무덤에서 요람까지 3화 - 덴버러 백작 가문이 보유한 바이오로이드 목록




1화 : 휴이 브래드버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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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덴버러 백작가 브래드버리 가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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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덴버러 백작 가문이 보유한 바이오로이드 목록 pt.1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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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덴버러 백작 가문이 보유한 바이오로이드 목록 pt.2 배틀메이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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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덴버러 백작 가문이 보유한 바이오로이드 목록 pt.3 컴패니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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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덴버러 백작 가문이 보유한 바이오로이드 목록 pt. 4 페어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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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4 페어리 시리즈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먼저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덴버러 백작이 보유한 바이오로이드의 목록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목에서 예상이 되지 않는가. 목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것은 소설이 아닌 엑셀이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그렇지만 벌써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로 네번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두편이면 끝나겠지. 아니, 세편이면 되겠지. 했던 것이 이제는 네번째가 되었다. 이제는 끝나겠지. 그런 생각이지만 혹시 모른다. 다음 이야기에도 이어지게 될 지.

 인간사 새옹지마라 하지 않는가. 새옹의 말처럼 소설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는 그 소설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계획이란 본디 계획적이지 않게 되는 법이었다. 완벽한 계획이란 없었다. 완벽에 한없이 가까운 계획이라 할 지라도 예상외의 상황은 항상 마주하기 마련이었다.

 그것은 오베로니아 레아를 개발하던 삼안산업의 개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베로니아 레아는 본디 배틀메이드 프로젝트의 일부로 개발되고 있었다. 개발진의 의도대로였다면 2화 전에 나왔을 바이오로이드였다는 말이었다.

 삼안산업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오베로니아 레아는 배틀메이드의 정체성으로는 부족하여 대신에 다른 테마를 가진 새로운 바이오로이드 라인업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미사일을 퍼붓는 폭격기와 하늘에서 번개를 퍼붓는 천둥의 여신중 어느쪽이 메이드에 더 어울린다고 묻는다면... 누가 김지석의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겠는가. 총수의 결정은 언제나 옳은 것이었다.

 어쩌면 배틀메이드로서 전기를 흩뿌릴 수 있는 오베로니아 레아의 활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오베로니아는 그 전기를 이용해 기상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음으로 진정한 활용처를 찾게 되었다.

 과거 인류에게 날씨란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였다. 일본어로 날씨는 天氣라 쓴다. 하늘의 기운. 그리고 일본에서 天이라는 글자는 단순한 하늘의 의미가 아니었다.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 일본 고대 신화의 태양의 신. 그 신의 첫 글자가 바로 天이었다. 하늘은 곧 신이었고 날씨란 신의 뜻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날씨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이유를 알 수 없던 비는 하늘의 수분이 응축되어 내리는 것이었고 태풍은 태평양의 저기압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의 지능은 미래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 맞는가에 대한 여부는 제하고 말이다.

 현대 인류에게 날씨란 알 수 없는 것이었고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이 자연의 분노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비나 눈을 간신히 내리게 하는 것 뿐이었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여우비라는 말이 있다. 아니면 마른 하늘의 날벼락. 오베로니아의 첫 공개는 컨퍼런스 회장이 아닌 경복궁의 근정전 앞에서 이루어졌다. 경복궁은 고층건물들이 넘쳐나는 서울에서 가장 탁트인 곳이었다. 경복궁의 북쪽에는 청와대가 있었고 이곳에는 고층건물이 들어서지 않아 서울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곳이었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공개된 날은 비가 오지 않는 맑은 하늘의 날이었다. 수백명이 모인 그 자리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번개는 연속적으로 떨어졌다. 빠바바밤 빠바바밤 빠바바밤바바바밤바바바밤 바바바 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이었다. 그 벼락의 박자와 음은 정확하게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과 일치했다. 누구나 알법한 인트로가 끝나자 음악이 울려퍼지며 비가 내렸고 오베로니아 레아가 등장했다.

 쏟아지는 비속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그 누구도 비옷과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삼안산업이 만들어낸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의 등장에 모두가 감탄했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던 토마스 브래드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베로니아란 이름과 그 바이오로이드의 공개에 쓰인 음악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결혼행진곡. 이 음악이 왜 나온 것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오베로니아 레아, 더 나아가 바이오로이드라는 존재는 결혼과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결혼을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적힌 일본의 키리시마법을 시작으로 수많은 나라와 바이오로이드제조사는 말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바이오로이드에 성욕을 품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을 인간 대 인간의 사랑으로 보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결혼행진곡이 왜 쓰여진 곡인가. 여기에 그 답이 있었다. 결혼 행진곡은 근대의 귀족이나 부자의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 아니었다. 현대의 쓰임새와는 달리 이 곡은 연극을 위해 만들어졌다.

 한 여름밤의 꿈.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걸작중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멘델스존의 곡중 하나가 바로 결혼행진곡이었다. 오베로니아 레아, 아니, 요정왕 오베론은 작중에 나오는 결혼식의 주관자였다. 그런 요정왕 오베론에게서 모티프를 따온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이보다 더 걸맞는 음악이 없을 것이었다.

 오베로니아 레아는 날씨의 주관자이자 신의 영역에 오른 바이오로이드였다. 이제 인간은 신의 여섯번째 날이 아닌 하늘과 땅을 가른 두번째 날까지 기어올라간 것이었다. 과거 인류는 거대한 힘을 가진다면 태풍에 맞설 수 있다고 표현했다.

 오베로니아 레아의 등장은 세상에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진정한 힘이란 태풍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태풍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이제 날씨는 하늘의 뜻이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날씨는 인류가 원하는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가뭄도, 홍수도 사라졌다. 21세기초 인류를 괴롭혔던 이상기후는 인류에게 이상적인 기후로 바뀌어갔다. 전세계에서 오베로니아 레아는 대활약을 했고 이는 오베로니아 레아의 발매 이전에 비해 배로 늘어난 농산물 생산량이 증명해주었다.

 세상은 이상적인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인류는 제약을 하나둘씩 과학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인류에게 불가능은 없어보였다. 인류사의 수많은 비극들은 하나둘씩 한 여름밤의 꿈처럼 희극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비극은 원래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것을. 조금 먼 미래, 오베로니아 레아는 인류의 이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의 최악이 되어있었다. 날씨를 조종하는 힘. 그 힘은 인류의 상상을 초월했다. 태풍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은 태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가뭄과 홍수를 없앨 수 있다는 말은 반대로 원하는 곳 어디든 홍수와 가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인류의 과학은 신의 영역에 도달했지만 인류가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신의 힘이란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인류는 자신들의 가진 힘의 궁극을 이렇게 말했다. 열핵무기. 한때 모든 핵무기를 사용하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류는 자신을 지구상에서 없앨 수 있다. 그렇게 말하곤 했다.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하지만 인류는 지구를 없앨 힘을 가지지 못했다. 아무리 인류가 강해졌다 한들 자신들이 디디고 서있는 이 땅을 없앨 힘은 없었다. 지구는 강력했다. 지구의 힘은 인류가 가질 수 없는 힘이었다.

 그리고 오베로니아 레아가 쓰는 힘은 그 지구를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었다. 오베로니아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태풍이 일어나 도시가 사라질 수 있었고 바이오로이드와 AGS, 핵무기로 무장한 한개 사단은 오베로니아가 손을 들어 떨어트린 번개로 거대한 전자렌지를 만들 수도 있었다.

 20세기 중반, 전세계는 두개의 진영의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시기를 이렇게 부른다. 냉전이라고. 두 진영이 전쟁을 하기보다는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에서 불이 없는 차가운 전쟁이다. 라고 붙은 이름이었다.

 과연 그랬을까. 냉전시기의 연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냉전은 차가운 전쟁이 아니었다. 냉전시기에는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났다. 오히려 그 이전시대보다 더 많은 전쟁이 냉전시기에 일어났다. 그저 자신들의 안방에는 전쟁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미국인들이나 붙일 이름이었다.

 그들의 안방을 지킬 수 있던 것은 울타리도, 튼튼한 철제 문도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 상대가 자신의 안방에서 총을 쏘지 않는 것을 막은 것은 더 강한 힘이었다. 이것은 50구경 기관총이나 그보다 더 큰 사이즈의 대물저격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핵폭탄. 자신들을 지구상에서 멸종시키고 지구에 빙하기를 가져올 것이라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던 그 무기. 인류가 가진 힘의 정점이라 불리던 그 힘이 가져온 가짜 평화였다.

 사람들은 말한다. 상호확증파괴라고. 힘이 너무 강대해진 나머지 그 힘을 쓰면 공멸밖에 남지 않기에 그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을 전부 죽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도 죽게 되는 것이었다. 그 버튼 앞에 앉은 사람은 상대방을 죽이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먼저 누르려고는 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 역사공부냐고?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일에서 모티프를 따온 게임의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일이다. 삼안산업과 블랙리버의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전쟁이었다.

 미국의 블랙리버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가지고 있었다. 핵무기. 버튼 하나만 눌러도 전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힘이었다. 반면 삼안산업에게는 그에 견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만일 기업들간의 전쟁을 역사서로 다룬다면 사람들은 이렇게 부를 것이었다. 2차 냉전. 그 냉전은 20세기의 냉전처럼 결코 차갑지 않았다.

 그 전쟁에서 차가운 것이란 흘러내려 차갑게 식은 피 뿐이었다. 양 회사는 서로가 버튼을 누르기만을 기다리며 상대방을 전부 죽일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었다. 오베로니아 레아는 바로 그 힘이었다.

 브래드버리 가문은 그 힘을 가진 오베로니아 레아를 보유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영국 전역을 전부 쓸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바이오로이드. 몇몇 사람들은 그런 힘을 개인에게 주어도 되는 것이냐 했지만 오베로니아 레아로 큰 돈을 벌어들인 삼안 삼업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돈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예를 들어 오베로니아 레아를 구입한 한 미국의 부호를 예를 들어보자. 캘리포니아주 LA의 비버리 힐즈에 사는 그가 오베로니아 레아를 사서 한 것은 LA에 눈을 내리게 한 것이었다.

 그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지만 LA에서 눈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고 사람들은 재밌는 이벤트라 생각했다. 그 눈이 세번정도 왔을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여름내내 눈이 내리게 되자 몇몇 사람들은 그가 그만두기를 바랬고 그들은 좋은 협상가를 하나 고용했다. 협상의 결과 LA에서는 더이상 눈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힘이란 본디 쓰는 사람에 달린 것이었다. 오베로니아 레아의 힘은 핵미사일의 발사버튼 같은 것이 아니었다. 핵미사일을 만드는데 쓰는 부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핵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 부품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플루토늄에 너무 노출된 나머지 협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토마스 브래드버리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값비싼 오베로니아 레아를 산 것에 대만족을 했다. 그 누구보다 먼저 구매해 사교모임에서 남들에게 자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오베로니아 레아의 목적이란 그 뿐이었다. 자기만족과 과시욕.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은 그에게 삼안산업 콜렉션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토마스 브래드버리가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자신의 능력을 쓰게 한 것은 고작해야 연회장에 비를 내리게 한 것밖에 없었다. 그것도 단 한번이었고 비에 홀딱 젖은 귀빈들이 불만이 섞인 칭찬을 한 것을 들은 다음에는 다시는 오베로니아에게 비를 내리게 하지 않았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자신의 능력을 쓴 것은 오히려 배틀메이드의 바이오로이드들과 함께였을 때였다. 저택에 많은 바닐라 A1들에게 여름에 간식이라고 눈으로 빙수를 만들어준 것이었다. 배틀메이드 프로젝트로 만들어져 페어리 시리즈로 판매되었지만 브래드버리 가문의 저택에서는 배틀메이드 프로젝트의 자매들과 친하게 지내게 된것은 일종의 우연이었지만 이보다 감동적인 재회는 없을 것이었다.

 휴이 브래드버리는 자신의 아버지와 달랐다. 그는 오베로니아 레아가 가진 능력에 주목했다. 특히 번개. 번개에 맞아본 적이 있는가? 흔히 말한다. 번개를 맞을 확률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고.

 하지만 휴이 브래드버리는 복권에 아무리 당첨되어도 얻을 수 없는 돈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게는 언제라도 번개를 원하는 곳에 떨어트릴 수 있는 오베로니아 레아가 있었다. 그의 가학적 성향은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하여금 다른 자매들을 번개로 괴롭히게 하였다.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있어서 그것은 다른 자매를 고문하는 것이자 자신을 고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것의 선한 성향은 자신의 힘이 이런 곳에밖에 쓰이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뉴스에서는 오베로니아 레아의 힘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말하는 것을 본 그것은 그에 비해 자신이 하는 일은 그저 다른 바이오로이드의 감정을 소모할 뿐이라는 것에 절망할 뿐이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에 나온 요정왕 오베론은 셰익스피어의 고향에서 그의 4대 비극보다도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너무 비극적이라 그 누구도 즐기질 못할 삶이었다. 그것은 날아오르는 방법을 잊어버렸고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권능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인간 발전기에 불과했다.

 어느날, 오베로니아 레아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영국은 비가 많이 내린다. 그 말 답게 덴버러의 스타크로스 성에도 비가 오는 날이 많았고 그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창 밖을 바라본 것은 비때문만이 아니었다. 검을 정도로 짙은 먹구름은 번개를 쏟고 있었고 겁이 많은 몇몇 바닐라 A1들이 오베로니아 레아에게 왔던 것이었다.

 오베로니아 레아는 자신에게 다가오은 그 아이들의 몸에 번개모양의 화상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화상을 입게 한 것이 자신임을 안 그것은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 그것들이 자신에게 온 것이 자신이 원하지 않은 행위임을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 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것들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것이 창밖을 바라본 것은 언제쯤 이 비가 멎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그것은 자신에게는 그 먹구름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자신의 능력은 그저 불쌍한 바이오로이드들을 고통받게 할 뿐이었다.

 그 때였다. 영원히 내릴 것 같던 비와 번개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기적과도 같은 힘이었다. 신의 권능이었다. 구름이 걷히며 햇빛이 덴버러 주에 쏟아졌다. 그 밝은 빛 속에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작은 무언가가 있었다.

 오베로니아 레아. 그것은 자신과 같은 기종의 바이오로이드였다. 자신은 두려움에 떠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위로해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저것은 자신의 권능을 마음껏 자랑하며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덴버러 백작 가문의 오베로니아 레아는 정체모를 그 오베로니아 레아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며 그것은 이렇게 빌었다

 ‘들판의 신성한 이슬과 함께 모든 요정이 걸어와 이 궁전의 모든 방에 축복을 내리길. 달콤한 평화와 함께 안전히 쉴 수 있기를.’

 그것이 자신을 보았을까. 자신을 알아줄 것인가. 저택안의 오베로니아 레아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품안의 바닐라 A1들을 안아주며 현재를 이겨낼 뿐이었다.

 수미상관이라는 말이 있다.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이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과로 시작했지만 사실 아직 사과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결말이 찾아올 거라 예상한 탓이었을까.

 뭐,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가지만 모든 것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었다. 이번 이야기가 비참한 오베로니아 레아의 이야기만으로 끝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브래드버리 가문의 오베로니아 레아가 자신의 권능을 쓰지 못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야기를 끝맺는 것. 그것이 계획이었으니까.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저항할 수 없는 것에 저항하며 사소한 것이라도 이루는 것. 그것이 이 이야기의 마지막이다.

 미안하다. 브래드버리 가문이 소유한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더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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