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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기 보십쇼, 이뱀. 벌레가 빵 먹고 있슴다.'

'브라우니…! 다 들린다니까요…? 적어도 식당을 나가면…'

'지가 듣는다고 어쩐다는데? 벌레도 높게 쳐준거지. 쯧, 식량 아깝게.'

'그… 벌레라는 표현은 좀…'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아 있었음에도 중앙의 배식대에서 소곤대는 소리는 아주 선명히 들려왔다. 이젠 다들 조금이라도 쉬쉬하거나 눈치를 살피지도, 숨기지도 않는다. 나에게는 절로 숨이 차오를 정도로 버거운 익숙함이었지만 절대로 적응 할 수 없을 익숙함이기도 했다. 성향 상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나는 유일하게 부정적이지 않았던 노움을 향해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감사를 보내고 막 마시려던 팩 우유를 주머니에 넣고서 다급히 식당을 나섰다.


'아 어떡해… 바닐라. 저, 배신자랑 눈 마주쳤어요.'

'포티아. 이 빗자루는 버려줘요. 못 보던 빨간 머리카락이 엉겼거든요. 오늘 하루는 재수가 없으려나봐요.'


식당 근처를 빗자루질 하던 포티아와 바닐라를 모른 척 지나쳐 빠르게 병영으로 향했다. '내 방이 1층에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독실로 들어서자마자 닫은 문에 기대어 주저앉고 다리를 모아 웅크렸다.


역시 잘못 생각했다. 늘 그랬듯이 먹을 것만 빨리 챙겨 병영으로 돌아와야 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만 해도 온전히 감내하겠다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던 내가 바보 같다. 유미와 몇 마디 주고 받았다고 기운을 차린 것 같다 착각한 어제의 내가 한심했다. 


"아…하하…"


메이, 당연한 반응 아니야? 예상 했잖아. 몇 번 이고 겪었던 반응이잖아. 조금 더 노골적이게 됐다고 기어들어 가는거야? 벌레 취급이라도 그게 어디야? 뭐가 됐든 취급은 받는다는 사실에 감사해야지. 다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는 소리잖아. 그리고 뭐? 기운을 차려? 무슨 자격으로? 비난을 감내하는 것에 기운같은 게 필요해? 다시 생각해 봐. 


벌레에게 인격이 있었어?


"헉… 헉…"


아, 또다. 목에서 부터 치고 올라오는 이 뜨겁고 시린 느낌. 눈 앞이 일렁거리는 이 감각. 

누군가 지금의 내 모습을 봤다면 뭐가 잘났냐며 또 욕을 퍼부었겠지. 

계속 숨이 차.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은 벌렁거려. 식은 땀에 머리카락이 들러붙어. 

모 처럼 오랫만에 머리를 손질 했었는데…  


이런 건… 싫어.


숨어야 돼.


"아니…"


…아니, 아직은…


"이제 고작 하루야. 그것도 반나절도 안 지났잖아."


그래, 아직이다. 벌써 포기 할 수는 없다. 


내게는 책임이 있다. 


견뎌. 


감내해야 해. 


언제 끝날지 모르더라도 받아내야 할 것은 당연히, 겸허히 받아내야 하는거야. 


나는 저항군의 장성. 


둠 브링어의 지휘관. 


그들은 모두 내 부하들이잖아.


책임도, 부하들도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는 어떻게 할거야?


언젠가는 마주 봐야 해.


이제야 두 다리로 섰잖아. 이제 시작했잖아.


좀 더… 더 해보는 거야.




//



비참함을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차분히 생각해 봐.

지금의 나는 안다. 간단하다.

말하는 바위가 된다. 모든 풍파를 받아내는 나무가 된다. 

죽어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유령이 된다.

찾아낼 수 있는 누군가의 동정어린 시선을… 눈을 질끈 감고서 파고든다.

그렇더라도 바라 마지않는 그 유혹과 같은 평온을 언제까지고 경계한다.


턱은 살짝 집어넣고 상체는 곧게, 두 다리는 어깨 넓이 만큼 벌려서 서고, 시선은…


"아, 아, 안녕… 노움… 비번이니?"


"어, 어!? 아…! 으음… 안…녕…하세요. 메이 대장님."


그녀의 두 눈에 정확히, 가 됐어야 했으나 얌전하게 솟은 콧등으로 향하고 말았다. 아쉽다. 그래도, 고개는 똑바로 들었다. 마음 먹으니 하루만에 이 정도까지 가능하구나. 지금의 내게 있어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장족의 발전이다. 상대가 노움이기에 마지못해 받아준 것도 있었겠지만 그렇기에 연습 상대로 삼은거고… 미안해, 노움. 나 같은 것의 대화 상대가 되어줘서. 널 이용하는 것만 같아서. 그래도, 정말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내 재활을 도와주렴.


이번에는… 가까이 다가가 볼까. 중앙 계단에서 올려다보는 노움의 옆에 내려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노움은 살짝 움찔 거렸지만 자리를 피하진 않는다. 다행이야. 고마워. 아, 그래도 역시, 노움은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다. 또… 미안해진다. 노움, 다시 한 번 미안해. 오래 붙잡고 있진 않을게. 


"날씨가 흐, 흐리네… 또 눈이 오려는 걸까…"


"그, 그렇죠…!? 하, 한동안 안왔는데 말이에요. 곧 많이 올꺼라나 봐요…"


이런 내게 예의라도 차릴 생각인지 노움은 양 손을 하복부에 가지런히 모으고 슬금슬금 주변을 곁눈질을 하더니 빤히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노움을 나도 올려다본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두 눈을 바라보고서. 흠칫 몸을 떤 노움은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핀다. 괜찮아. 점심 식사 시간 직후에는 아무도 없잖니. 


"아…음… 저기, 메이 대장님."


휴우… 하고 숨을 가지런히 내쉰 노움이 두 눈에 힘을 준다.

혹시 불쾌해졌거나 화를 내려는가 싶었으나 바르게 펴져있는 미간을 보니 그런 것 같진 않았다.


"왜?"


"그… 그게…"


"…"


"으… 그러니까요…"


살짝 발그레진 얼굴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그 모습이 과거에 읽었던 연애 소설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의 내 입지가 달랐다면 그렇게 착각할 법도 할 모양새다.


"…미안해. 기분 나빴…"


"마,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서 다행이…!" "노움 병장님!"


"앗…!"


내 어깨에 노움의 손이 닿기 직전에, 그리고 그 손을 보고 나도 모르게 화색이 돌려던 참에 그 목소리는 들려왔다.


"노움 병장님, 여기서 뭐… 아."


막 달려온 브라우니가 나를 확인하고는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방금까지 갖고있던 개구쟁이 같은 맑은 눈망울은 오로지 노움만을 위한 것이라는듯 표정을 구긴 브라우니는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 그 견디기 어려운 시선을 거리낌 없이 나를 향해 똑바로 보내오고 있었다. 


"무슨 용건이심까, 메이 대장님?"


"아,아,아니… 그, 나는…"


"뭡니까? 똑바로 말씀해주십쇼. 잘 안들림다."


"저기, 잠깐… 시,시간을…"


"용건 없으심 저흰 가겠슴다. 노움 병장님. 가시지 말임다."


노움의 손을 붙잡은 브라우니는 자리를 벗어나려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려고 했을 것이다. 한 발자국 성큼 내딛은 브라우니가 미동도 않는 노움이 의아해 뒤를 돌아보자 노움은 브라우니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브라우니! 당장 메이 대장님께 사과하세요!"


"…"


"에…예? 자, 잘 못들었슴다?"


브라우니 앞에 꼿꼿히 선 노움이 그 우월한 신장을 무기삼아 치켜 뜬 눈으로 브라우니를 내려다본다.


"예? 예에? 잘 못들었다구요? 잘 들었잖아요! 어서 메이 대장님께 사과 드리라고요!"


"어, 아니, 그, 노움 병장님. 잠시…"


"더는 못 참겠어요! 다들 이상해요! 어제 뿐 만이 아니야… 그래요. 화가 나는 건 이해 해요. 나도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젠 대놓고…!"


"죄, 죄송함다. 진정하십쇼…"


"메이 대장님께 사과드리라고 했을텐데요? 왜 나한테 사과하는 거죠!?"


안 돼. 제발… 목소리가 너무 커. 이러다간 주위에 있는 인원들이 몰려 올거야. 


"노움, 나,난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가도 돼."


노움은 브라우니를 계속 쏘아보고 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래선 안된다. 소란을 피우면 곤란해진다. 나 때문에 브라우니가 험한 꼴을 보는 건 좋지 않다. 뭐가 됐든 결국은 다 내가 감당하게 될 테니까.


 그래도… 그걸 알고 있음에도 싫지만은 않다. 사실은… 주변에 있는 이들만이라도 와서 봐줬으면 좋겠다. 맞아. 욕심이지. 감히 나 따위 것이 바래서는 안 되는 것이지. 이랬다간 되려 노움이 곤란해질 거야. 어쩌면 노움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취급을 당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죄, 죄송함다."


"…"


"……죄송합니다. 메이 대장님."


내 결심이 무색하게도, 이 온기가 반갑고 기쁜 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야. 괜찮아. 어서 가보렴."


"메이 대장님. 저도… 사과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혼내 둘 테니까요.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공손히 상체를 숙였다 일으킨 노움이 앞 서 있던 브라우니를 지나쳐갔다.


"브라우니! 빨리 오세요!"




//




"오늘은… 괜찮았어!"


달뜬 내 목소리는 조금 뜨거운 것 같기도 하다. 유미의 표정이 그렇다고 말해주니 분명 할 것이다. 경계를 마치고 아담한 간이 침대에 유미와 함께 앉은 나는, 그 무엇보다도 각별한 녹차를 한 잔 홀짝이면서 맥주를 들이키는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유미."


유미는 맥주캔을 입에 댄채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 볼 뿐이다. 캔 주둥이를 오물거리는 앳된 입술이 조금씩 맥주를 삼켜가는 걸 보다가 창을 열어둔 숙직실에서 가만히 고개를 뒤로젖히고 있으면, 새어 들어오는 겨울 새벽의 비명 소리도 필터를 거쳐 다정한 가사의 후크송이 되어 들려온다. 오르카에서 그가 유행시켰던 그 음악 같은…


"뭐… 말씀드렸듯이 전 아무 생각 없었지만요."


그래도 밝아지신 건 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말한 유미는 여전히 무심한 말투지만 어제와는 달리 나를 향한 곁눈질을 쉬지 않는다. 참… 이전에는 몰랐는데 누군가가 신경 써 준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고 누군가는 나를 걱정한다는 사실도. 그 사령관에 그 부하들인 것이겠지. 나 같은 것을 어떻게든 받아준다니 말이다. 오르카에 있던게 아니라서 내가 달리 받아들여진 걸지도 모른거라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유미는 솔직하지 못하게 살짝 눈매가 굽어 있었다.   


"내일은… 좀 더 내딛어 보려고."


유미의 충고를 잊고 방한을 잊었었지만 오늘은 경계 중에도 그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을 확인해 보고자 숙직실에 들여놓은 전기난로에 손을 가져다대니, 정말로 그랬다. 이미 내 몸은 한껏 따뜻했기에 그 뼛속까지 시려오는 상공에서도, 오늘은 울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별로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 난로에서 손을 떨어뜨리고 나는 침대 위에 놓여있는 유미의 손에 내 손을 조심스럽게 포개어 본다. 감사하게도, 유미는 피하지 않았다. 


"고마워…"


"그,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징그러워요!"


내가 어떤 표정이었길래 이렇게 당황하면서 다급히 손을 내빼는 걸까. 아마도 평소의 나였더라면 나조차도 질겁할 표정이었을 것이다. 나앤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나조차도 모르는 그런 표정. 별로 부끄럽지는 않다. 부끄러운 거야 이미 죽고 싶을 정도로 넘쳐 흐르니까. 

그러고보니 나앤인가… 많이 바빴던 것 같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 기회가 된다면 나앤과도 대화해 보는게 좋겠어. 나앤이라면 분명…


"…말씀을 나누셔야 할 분은 사령관 님이니까요. 예행연습이야 몇 번을 하게 되든, 꼭 찾아가요. 아시죠? 사령관 님이 메이 대장님을 찾아갈 거란 기대는 하지 마셔야해요. 그럴 상황도 만드셔서는 안되고… 메이 대장님 입장이란게 있으니까요."


"…응, 알고 있어. 생각해 보니까… 사령관에게는 너무 고마워. 나였다면… 만약, 내가 사령관이었다면 당장에라도 날 죽이지 않았을까 싶거든. 근데 난… 지금 살아있잖아. 온전히, 숨 쉬는 데에는 부족한 것 없이…"


"기껏 기운 좀 차렸는가 싶더니… 제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좀 마세요."


"에헤헤… 고마워."


오랫만에 느껴보는, 예를 들면 유미가 타준 녹차와도 같은 그 향에 취해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린다. 유미 또한 그런 내가 썩 싫지만은 않았는지 맥주캔에서 입을 떼고 왼쪽 입꼬리만 슬쩍 올려 흐뭇한듯이 웃어보인다. 잘못보면 능글맞아 보일 수도 있는 유미의 얼굴은 온화한 색을 머금고 있었다.


숙직실을 나서기 전에 내가 말했다.


"내일 또 와도 되지?"


"그럼요." 


그 온화함을 계속 머금고 있던 유미는 문을 닫고 나가는 나를 향해 손을 살랑거렸다.




////



바이오로이드와 바이오로이드… 조금 편하게 표현하자면 사람과 사람.

주제 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 간에 존재하는 관계에 있어 유일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감정에 한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게 여기고 싶다. 그 예를 하나 들자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포티아. 엊그제까지만 해도 나를 배신자라며 기피하던 그녀는 기꺼이(라고 믿어야겠지만) 내게 빗자루를 맡기고서 이제 막 정리가 끝난 포대자루를 들고 온 참이었다.


"고맙습니다 메이 대장님!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끝냈어요."


포티아의 특유의 매달리는 것 같은 표정으로 보아 그 말은 진심인듯했다. 맞잡은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는 제스처까지. 나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것이라 믿는다.


"딱히 할 일도 없는 걸. 도움이 필요하면… 머, 먼저 얘기해도 돼."


"네! 그럴 게…"  "포티아, 지금 뭐 하는거죠?"


유일한 것이 없다고 말할 것이라면 바뀌지 않을 것 또한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아쉽게도 그 대부분의 것들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들이다. 그 중에 하나가 지금 다가온 바닐라다. 바닐라는 어제의 브라우니와는 다르게 가감이 없다. 받아내기 어려운 그 시선을 나는 마주볼 수 없어 피하듯이 빗자루를 쥔 양 손에 시선을 가져갔다.


"메이 대장님. 한가하신가요?"


냉랭한 눈으로 포티아를 바라보던 바닐라가 나를 내려다본다. 냉정이라는 단어를 가시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 바닐라를 참고하면 되지 않을까… 노움에 포티아, 그리고 유미. 이 셋이 전해준 온기로도 바닐라 하나 분의 냉정을 이겨낼 수가 없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게 될 정도로.


"잠깐, 바닐라… 들어봐요. 메이 대장님은…"  "입 다물어줄래요, 포티아?"


왜 갑자기 둘이서 아웅다웅 하고 있는거야?

아, 나 때문이지. 

근데 왜.

분명 둘은 눈 앞에 있는데 왜 목소리가 저만치에서부터 들리는 것 같지.

울렁거리는 메아리의 끄트머리 처럼. 

여기는 식당 근처인데,

마치 동굴에라도 온 기분이야.


"지휘관이 빗자루질? 시간이 남아 도시나보네요. 메이 대장님. 그 마음은 정말 감사 드리지만, 기왕 도움을 주실 거라면 하루 빨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주시길."


"바닐라!"


"괜찮아. 포티아."


그래도 괜찮다.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이 정도의 온기라면 웅크리는 것으로 온전할 수 있다. 

비록, 온기가 미처 닿지 못한 곳곳이 얼어붙은 끝에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나는 나로서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바닐라 언니! 이 심술쟁이야!"


더.

더 필요해.

더 많은 온기를 찾아야 해.


"알비스?"


화단에서부터 한걸음에 내달려온 알비스가 바닐라의 치맛자락을 움켜잡았다.


"바보 똥개야! 왜 메이 대장님을 괴롭혀!"


알비스. 그러지 마. 이건 내 몫이란다. 

이거야말로 내게 유일하게 허락된 것이지.

욕심 부린 것에 대한 대가야.


"잠깐, 알비스. 이거 놔요."


"진짜 못돼가지고! 계속 여럿이서 괴롭히기나 하고! 메이 대장님은 알비스 보다도 작은데 그러고 싶어?!"


고마워. 알비스.

해선 안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고마워.

그러니까.      


"발키리 언니한테 다 이를거야!"


…조금만 더 부탁할게.


"당장 가!"


바닐라에게 상체를 쭉 내밀고 빼액 소리를 지르는 알비스는 마치 포식자로부터 식구를 보호하려는 듯한 작은 설치류를 연상케 한다.

포식자라니. 하하… 알비스, 있잖아. 진짜 못돼먹은 건 내가 아닐까?

너와 식구라고 불릴 수 있는 것도 먼 과거에나 가능한 일인데 말이야.


"하아… 됐어요. 아이 상대로 열을 올릴 수도 없고."


"메이 대장님! 괜찮아? 방까지 데려다 줄게."


온기.


따뜻해.


알비스. 너는 따뜻하구나.


그런 네가 좋아.


정말로 좋아.




////




점심 무렵. 창가에 앉은 작은 새 두 마리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나서야 나는, 창문을 열어놓고 취침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다행히도 몸이 멀쩡했기에 망정이지 제정신이냐고 내게 물어볼 뻔 했지만, 뒤이어 깨달은 그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에 나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온기. 그들이 전해준 온기가 한겨울의 밤바람으로부터 나를 지켜줬다고 믿을 수 밖에 없던 나는 조심스레 새들에게 다가갔다. 새들아. 이 온기를 너희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새들은 피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온기를 바라기에 나를 피하지 않는 것이다. 속깃을 가득 부풀렸어도 추울거야. 상공의 추위는 부풀린 털과 속깃만으로 견뎌내기엔 모자라겠지. 그 추위를, 새들만이 알고있을 추위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 온기가 알아서 전해진 것일까.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남겨놓고 새들은 떠나갔다.

오랜만에 정말 개운하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시리다기보다는 상쾌하다.

약을 끊었어도 이런 기분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이 기분이 이끄는대로, 이렇게 상쾌한 겨울은 오늘 하루 뿐인 것 처럼 일과를 시작했다.


"흠흠~흐흠~"


"대장?"


침대에 걸터앉아 손거울을 보고 있던 사이에 문을 열고 들어온 나앤이 내게 다가왔다.


"왔구나, 나앤."


"무슨… 아, 아뇨."


나앤은 말을 멈추고 신기한 것이라도 발견한 것 같은 눈으로 빤히 나를 쳐다본다. '진짜잖아…' 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나앤에게 나는 계속 미소짓고 싶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정말로 변했네요."


"어… 그래? 그래 보여?"


"네. 레이스가 말했을 때엔 설마 했는데 말이죠."


"레이스!? 날 보고 있었던 거니…? 나는 레이스를 보, 본적이 없는데…"


"아니… 그러니까 레이스죠."


지금은 안보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라고 말한 나앤은 내 옆으로 와 걸터앉는다.  

손거울과 내 무릎에 있는 파우치를 번갈아보던 나앤은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고 내 맨 다리에 손을 얹었다.


"앗… 차가워."  "가만히 있어요."


아, 아니야. 

이건 차가운게 아니야.


"나앤…"


맞아, 차가운게 아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짐작이 감에도 확실히 확인하고자 무릎에 놓인 나앤의 손에 내 손을 포갰다.


"흑…으흐흑…"


"…"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오르카에서 지휘관이었을 당시, 나와 나앤은 솔직하지 못한 사이였다. 무엇이 됐든, 결코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앤… 사랑해…"


"거 참…"


이렇게, 말 없이 내 옆에 앉아 손을 대기만 한 것 뿐이라도 우리에게 있어서는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 

만약, 별 다른 의미 없이 손을 내밀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나앤의 서툰 거짓말이다.


나앤의 손은 따뜻하니까.


느껴져.


온기.


안겨본다. 나앤의 신체 특성상 깊게 안길 수 있었기에 그 작게 떨리는 숨결이 내 귓가와 목 언저리를 보듬었다.

손과 숨결만이 아니다. 

귀에 들려오는 두근거리는 소리까지, 나앤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따뜻하다.


"나앤, 나앤의 품은 넓구나…"


그래서 너무 좋다고 하려던 참이었으나 나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나를 침대 위로 내던졌다.


"앗!"


"방금 말 취소. 변한게 없군요 대장은."


침대에서 일어난 나앤이 성큼성큼 방문으로 향한다. 


"미, 미안! 나앤! 그러지 마! 옆에 있어 줘!"


"그, 그렇게 애처롭게 말하지 마요… 적응 안되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온 나앤은 다시 내 옆에 앉았다. 나는 혹시라도 또 나앤이 나가려할까 걱정이 되어 그 길다란 팔에 팔짱을 껴 움직임을 봉쇄했다.


"도망 안 갈테니까 좀 놔요. 짜증나는게 팔에 닿잖아요."


"헤헤… 안 놔줄거야. 나앤이 너무 따뜻한 걸."


"방금 말 또 취소. 변한게 아니라 제 정신이 아니었던 거군요. 내가 아는 대장은 그 따위 낯뜨거운 소리는 죽어도 안해요."


"사랑해… 나앤…"


"으…"


스르륵하고 내 손이 나앤의 소매로 파고들었다. 천의 감촉보다는 맨살의 감촉이 고팠던 탓이었다. 몸서리 친 것은 진심이었는지 나앤의 피부는 오돌토돌하게 일어나있다. 나는 그것 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져 소매 끝의 단추를 끌러내고 나앤의 팔 더 깊숙한 곳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아니 잠깐, 그만해요. 징그러워요."


"그치만… 여기가 제일 부드러운 걸…"


고개를 기대고 팔뚝살과 팔꿈치를 쪼물딱거린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나앤의 얼굴은 살짝 붉게 물들어 있다. 상쾌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앤에게서 전해지는 온기 탓에 수면욕이 몰려온다. 안 돼. 지금 잠들었다간 나앤은 나가버릴거야. 겨우 몰려오는 잠을 걷어내고서 따뜻해, 따뜻해, 몇 번이고 따뜻하다며 나앤에게 속삭이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 시간 속에 멍하니 잠겨있던 우리를 깨운 것은 내게 온기를 전해 받고 떠났던 새들이었다.


"대장. 당신은 변하지 않았네요."


'특히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그 부분이요.' 창가로 돌아온 새들을 바라보며 나앤이 말했다.


"그러니까 물어볼게요." 나를 내려다 보는 나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응…"


"오르카에 있을 때 기억나요? 내가 대장을 몇 번이고 말렸던 거."


"조금…"


"조금? 똑바로 대답해요. 기억나요? 안나요?"


"기억 나."


"그것도 당신 특유의 그것이었습니까?"


"무슨 소리야?"


"새침떼기, …츤데레 처럼 군거냐고요."


"츠… 츤데레…!"


"지금 그 쪽을 신경 쓸 때 입니까? 됐고, 대답이나 해요."


"응… 맞아…"


"그럼, 사령관 님께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도 진심이 아니었습니까?"


"윽…!"


나앤에게서 느껴지던 온기는 창가에서 불어온 겨울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그것이 견딜 수 없어져 나앤에게서 떨어지려 했지만 그런 나를 덮쳐 넘어뜨린 나앤은 입술이 맞닿을 거리까지 고개를 내밀어온다. 올려다보이는 나앤의 두 눈이 떨린다. 아, 아니. 이건 이글거린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자 발버둥 쳤지만 따뜻하다 못해 너무나도 뜨거운 것을 품은 나앤의 눈과 손이 내게 도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개를 돌리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닥터를 구하러 섬으로 향하기 전에 아르망에게 들었어요. 내용이 내용인지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했으니 틀림 없을 겁니다."


"싫어! 싫어어! 안 돼! 나앤! 이거 놔!"


"분명, 이렇게 말했다고 했어요. 떠나… 우웁…!"


할 수 있다면 입을 맞춰서라도 말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나앤은 당황한 탓에 내 손에 깍지끼던 걸 놓고 말았다. 그 틈을 파고들어 나앤의 목을 끌어안아 더욱 강하게 나앤의 입술을 입술로 누른다. 안 돼. 제발, 그것만은 안 돼. 나앤. 말하지 말아 줘. 아직은 안 돼. 싫어. 무서워. 그걸 들으면 나는 반드시 무너져버려.


"웁…읏…" "우음…읍…"


"푸하! 이 꼬맹이가 진짜!"


"하아! 하아! 나앤! 이거 놔 줘!"


"우리 꼬맹이 대장, 이렇게 과감한 짓도 할 줄 알았군요? 도대체 왜 혀까지 집어넣으려 해요? 흥. 이제와서 나한테 이럴게 아니라 오르카에 있을 때나 좀 잘해 보지 그랬어요?"


"나애애앤! 읍…!"


나앤의 손이 내 입과 양 볼을 덮고 조여온다. 이제 정말로 나를 확실히 제압한 나앤은 손에 침이 흐르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조용히 안 해 씨발아? 왜 꼭 중요할 때만 애새끼가 되냔 말이야. 야, 너 계속 이렇게 도망칠거야?"


"읍… 으읍! 냐뎌! 냐앤!"


"네가 왜 그러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단순히 괴로워서만 그런게 아니잖아. 사령관 만나려고 그러는거잖아. 씨발… 그러자고 그렇게 욕봐가면서 까지 좆만한 것들한테 다가가는 거 아냐."


"흐으읍…!"


"됐고, 똑바로 들어."


"시려어어어어!"


' 떠나겠다고? 그래, 떠날 거면 당장 떠나. 철충한테도 안하던 패배선언을 같은 인간한테 하겠다는 거지? 그럼 됐어. '인간'. 넌 더 이상 필요 없어. '


"…라고 했다면서요?"


"…아."


"대장."


응?????? 어라???? 에?????


"대장, …메이. 정말로… 그 따위 말을 사령관 님을 위한답시고 한 겁니까? 평소처럼 솔직하게는 말 못하고 그저 자극해서 힘내보게 하겠다고?"


"뭐? 뭐라는 거야? 어라? 그건 그렇고 나앤. 네가 지금 왜 여기에 있니?"


짜악-


"대장. 기억나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오르카랑 용의 함대가 그 꼴이 되고 나서부터 대장, 나한테 많이 맞았어요."


짜악- 짝- 짝- 짜악-


"그러니까 오랫만에 한 번 더 맞죠. 어짜피 제대로 된 처분은 사령관 님한테 받더라도요. 지금 좀 두들겨야 제 성이 풀릴 것 같아요. 도대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알겠는데 그 당시의 사령관 님한테 그 따위 소릴 날 것 그대로 던졌다구요? 그것도 내가 없을 때?"


짜악- 퍽- 짝-


"그걸 또 이제껏 나한테 숨겼다구요? 대장. 사령관 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오르카는 어수선했지, 철충들은 갑자기 지랄발광들을 해댔지, 진짜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고요. 배틀메이드들이 거의 시간마다 노발대발 해댔다고. ……메이 대장. 한 번 생각해 봐요. 당신의 본심이 어땠든 사령관님은 지휘관들에게 버림 받았다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나앤… 아파…"


짝!


"마지막 한 대. 아프라고 친거에요."


"으… 으아…"


"멍청하게… 그런 상황에서 그 따위 말을 하면 누가 좋게 생각 하겠냐고요. 하필이면 왜… 그런 상황에서 까지 츤데레 끼를 부렸냐고요. 내가 방금 대장한테 한 것 처럼 그냥 안아주고 토닥여 줄 수는 없었던 거에요?"


짝!


"마… 마지막이라고…"


"대장."


"나앤…"


"경위야 어찌 됐든, 저항군은 이제 없어요."


"…"


"오르카도 바닷 속으로 사라졌고요. 어때요. 견딜만 하죠?"


"내, 내가… 내가…"


"그래요. 일단 다 게워내요. 울만큼 울어요."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너까지 이렇게…"


"왜요. 그럴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흑…흑흑…"


"대장."


"으흑… 흐윽…"


"나한텐 대장 뿐이에요."


"나앤… 나앤…"


"사랑해요.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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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당장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이 흐렸던 하늘은 새벽이 되자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틈으로 보이는 별들은 흙밭에 뿌려진 작디 작은 은빛 부스러기 같아서, 밟아볼 수 있다면 지분지분 발바닥에 씹혀 올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넋놓고 보고 있으니 가장 커다란 조각 하나가 잔광을 구름에 남겨놓고 막 자취를 감췄다. 그게 못내 아쉬웠지만 나는 오늘 아침의 준비를 위해 평소보다 빨리 옥좌를 돌렸다. 


오늘은 유미를 보러 통신실에 들르지 않는다. 따로 만나기로 한 장소가 있다. 단 둘이 아닌, 아마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말이다.


"어떡해…"


나와 나앤은 서로에게 사랑을 말했다. 당연하지만 그런 사랑은 아니다. 동료로서, 그 어떤 다른 색깔도 품지 않은 지극히 순수한 사랑을 나앤에게 전했다. 그러나 나앤은 달랐나보다. 모든게 끝나고서 궁금해져 한 번 물어봤을 때에야 나앤도 당연히 나와 같은 사랑을 말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내가 울음을 멈출 때 까지 내 위에 올라타 있던 나앤은 기다렸다는듯이 입을 맞춰왔다. 의미는 달랐지만 처음 입을 맞췄던 것은 나였기에, 우리 둘 모두 머릿 속이 넘실대고 있었기에 그 정도의 애정 표현… 은 가볍게 받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이 있다는 것을 혀로 전해온 나앤을 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처음에만 말이다.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혀라는 것은 우리의 신체가 갖고 있는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라는 것. 입술 이외의 부위에 혀가 닿으면 그렇게나 오싹한 기분이 든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시간이었다. 


사정 없이 나를 발가벗기고 나앤의 입술과 혀가 내 혀를 잡아먹은 다음에는, 귀와 목. 거기서 부터 서서히 내려가 쇄골과 가슴, 복부, 허벅지, 그리고…


"읏…"


나앤은 내 귓가에 입을 대고서 몇 번이고 나를 용서할 수 없다고, 벌을 주겠다고 속삭였다. 그리고 그 말대로 나앤은 그 오싹한 혀로 내 전신을 벌이라는 명목하에 범했던 것이다. 나앤의 타액으로 이곳 저곳 할 것 없이 범벅이 된 상태로 처음 느끼는 저릿한 감각에 몸이 떨려, 그 반동으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더니 그걸 본 나앤은 처음 보는… 조금은 무서운 표정으로 내 눈물도 용서 할 수 없다며 핥아 마시고 또 다시 내 얼굴을 범하고 또 범했다. 


또 그 다음으로 넘어갈 것은 정말로 생각하지 못했다. 살결과 살결을 비비대고 맞부딪히던 그 감각을 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정말 알 수 없었다. 난 그저 연신 나앤을 불러대며 애원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당연히 나앤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되려 그 애원이 더더욱 나앤의 가학심을 자극했다는 것은 그… 절정이라고 부르는 감각을 몇 번이고 느낀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나앤은 자기를 올려다보는 내 표정을 보니 도저히 가만히 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몇 시간이고 짓궂은 괴롭힘을 당한 끝에 가쁜 숨을 내쉬는 나를 침대에 버려두고서 방을 나서기 전의 나앤이 말했다. 오늘 일은 오늘로 끝내자고. 나는 대답할 힘도 없었기에 겨우 가늘게 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방을 나섰던 나앤은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와 내게 통보했다. 약속을 잡아놨으니 경계는 평소보다 일찍 끝내라고. 나는 당황스러워 무슨 약속이냐며 물었지만 나앤은 별로 대단한 건 아니라며 통신실에도 들를 필요 없을 것이라 했다. 약속 장소에는 유미'도' 온다는 것이었다. 


'대장. 사령관 님한테 주려던 걸 나한테 빼앗기면 어떡하나요.'

'다 뻇겼더라도 여전히 처녀군요. 앞으로도 처녀일 겁니다.'

'차라리 제게 감사하세요. 사령관님하고 동침하는 건 이젠 어렵잖아요. 원래도 어려웠지만.'


"바보…"

 

터오는 여명이 가볍게 내 몸을 훑어간다. 오늘따라 얌전한 상공은 향긋한 미풍만을 건네온다.

항상 불안하게만 여겨지던 달빛은 조금 퇴색되어 슬슬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잠은 모자랐어도 개운하다. 몸은 어제 보다도 더 상쾌하다.

나는 그 상쾌함을 온 숨구멍에 머금고서 살짝 들뜰 것 같은 기분을 진정시키고 옥좌의 방향을 병영으로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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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또 써오겠습니다 오타 있으면 리플로 알려주세요


ㅂㅂ 또 봅시다


+


백합이 공식에서도 꺼리는 요소인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완전히 박살내려고 넣은 묘사니까 싫으신 분들은 아. 그냥 얘네 둘이 좀 각별하구나 해주시고 없는 것 취급해주세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ㅜㅜ 일단 써논거 갈아엎기는 힘들어서 냅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