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24568964 전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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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푸레함이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옥좌를 병영의 옥상에 뉘이고 나앤과 함께 자리한 식당에서 나는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앞, 뒤, 좌, 우. 사방팔방에 있는 온기들은 하나로 합쳐져 현기증이 돌 정도로 후덥지근하여, 그것은 이제 열기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그 열기에 겨울은 제 알아서 눈치를 보다가 진즉에 식당에서 부리나케 달아난지 오래였다.


그 온기를 받아들일 때에는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자고 마음 먹었던 것은 이미 무색해져 표정이 느슨해지고 만다. 뒤늦게 자각하여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행이도… 그런 나를 쏘아보거나 비난하는 이는 없었다. 분에 겨운 안도와 함께 접시에 곱게 커팅 되어 있는 조금 퍽퍽해보이는 빵에 손을 가져가려니 내 옆에 앉아있던 이가 팔꿈치로 내 어깨를 툭툭쳐댔다.


"어때요?"


다소 능글맞아 보이는 얼굴로 밑에서부터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유미에게 나는 무어라 대답할지 몰라 좀 처럼 관리하기 어려웠던 표정을 그대로 내보였다. 지어선 안 될 표정을 지었던 건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유미가 슬며시 미소지은 것으로 보아 큰 선은 넘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장. 그거 마셔요."


맞은 편에서 머그 잔을 밀어온 나앤이 말했다. 머그잔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덥혀진 우유가 담겨있다.


"괜찮아, 나앤. 너부터 마셔."


나는 이미 충분히 따뜻해.


"목메여요." "맞아! 줄 때 마셔!"


나앤의 옆에는 초코크림을 얹은 빵을 크게 한 입 베어무는 알비스가 있었다. 입가에 묻은 크림과 빵부스러기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입을 오물거리는 저 모습을 포티아가 본다면 정말 기뻐하지 않을까. 


"알비스. 칠칠치 못합니다."


빵빵하게 부푼 뺨과 알비스의 입가를, 가능하다면 내가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발키리의 몫이었다. 발키리의 손이 입가에 닿은 것도 신경쓰지 않은 알비스는 시선을 빵에 고정한채 계속해 빵을 입 속에 집어넣어간다. 그런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나는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짐과 동시에 조금은 울적해지고 말았다. 먹는 걸 좋아하는 녀석은 내 휘하에도 있었다. 지니야와 함께 하면서 알비스와 비슷하게 칠칠치 못한 그 입가를 한 번이라도 닦아주지 않았던 것이 안타까워져 나는 눈 앞에 놓인 머그 잔을 양 손으로 들어 입에 가져갔다.


"대장. 지니야 생각했죠?"


테이블에 올려둔 머그 잔을 멍하니 보고 있어서였을까. 내 머릿 속을 훤히 들여다 본 나앤은 왼 편의 샬럿에게서 빵을 자르기 위한 나이프를 받아들던 참이었다.


"생각하지 마요."


"그, 그래…"


나앤을 모르는 이들이라면 오해 할 법 한 말이다. 당연하지만 정말로 지니야를 생각하지 말란 것이 아니다. 그냥 지금은… 나부터 신경 쓰라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를 기릴 처지가 아니다. 자격 또한 없다. 누군가 내 양 손에 쥐여주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러니, 하루 빨리 사령관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샬럿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직접 말하지는 않으셨어도 자신을 용서하셨다고. …그렇게 보인다고. 누구보다도 더 큰 죄를 지은 본인을 품어주셨는데 나라고 품어주지 않을리 없다고. 그래서… 해서는 안되지만 아주 조금, 기대를 하게 된다. 사령관이 나를 용서해준다면 그 때는 분명…


"나앤. 내 대원들은 어떻게…"


"메이 대장."


"힉!"


"식사 중에 꺼낼만한 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창가를 바라보며 차를 홀짝이던 발키리의 시선이 어느새 내게 향해 있었다. 발키리를 한 번 곁눈질한 나앤이 내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나중에 얘기해 줄게요."


"응… 알았어."


나직이 대답하고서 한 모금 더 우유를 홀짝이려던 차에 발키리가 다시 '메이 대장.' 이라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불렀지만 이번에는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발키리가 말을 걸어 온 것에 막 빵을 하나 먹어치운 알비스가 집중해왔기에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몸은 괜찮은겁니까?"


"으, 응. 괜찮아."


"금단현상 같은게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소, 손이 좀 떨릴 때가 있긴 한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야."


"그렇습니까."


발키리는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 발키리를 대신한 알비스가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 메이 대장님! 처음에 봤을 땐 머리도 풀어헤치고 눈도 퀭하고 귀신 같았어서 진짜 무서웠다구… 지금은 많이 좋아보여서 다행이야! 그치? 샬럿 언니."


"엣!? 아, 네, 네. 그래요. 괜찮아보여서 다행이에요."


"대장. 그렇다는데요?"


고개를 옆으로 기우뚱 거리며 나를 살피는 나앤이 나만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일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을 곳까지 밀어내야 한다고 되뇌였다. 그러나 내게 이어진 온기가 지나는 길은 사통팔달에 일방통행이어서 거부 할 길이 없다. 이래도 될까. 어제도, 어제의 어제도 자격운운 해대며 온기를 바랬던 주제에, 추한 짓거리를 해댄 주제에 이런 분에 겨운 것을 받아도 될까.


고개를 내민 나앤이 턱을 괴고서 이번에는 모두가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미소지었다.


"지금 울면 가만 안 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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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대장님! 나 이마 좀 봐 줘!"


순백색 머리칼을 잡아올리고 거리감이라곤 하나도 없이 고개를 들이미는 알비스가 부담스러워 몸을 빼려던 참이었다.   


"빨리 봐주세요."


등에 닿은 유미의 어깨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땀이 차기 시작한 손으로 알비스의 앞머리를 들춰 이마를 살펴보았다. 알비스의 이마 한 켠은 세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살짝 부어올라 있었다.


"다쳤니?"


부은 곳을 어루만지며 내가 말했다.


"젠가 하다가 벌칙으로 브라우니 한테 딱밤 맞았거든." 


"그, 그랬구나… 많이 아팠겠네."    


"엄청 맞았어! 스틸라인 나쁜 녀석들… 대놓고 야비한 수를 쓰는데도 잡아 떼는거 있지!?"

 

가슴을 펴고 양 손을 허리춤에 가져가 힘을 주는 모습이 화를 낸다기 보다는 자랑스러워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 엉뚱함에 나도 모르는 사이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이번에도 그런 나를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시간이 지나 식당은 어수선해졌음에도 맞은 편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는 가려지지 않았다. 샬럿은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 않은 홍련과 섬의 방비에 대해 대화 중이었고 나앤과 발키리는 뜨문뜨문 서로 하나씩 던지듯이 대화라고 부르기 어려운 대화를 이어갔다. 그 모습이 악우 간의 소리 없는 다툼을 연상케한다. 둘이 사이가 안좋았던가? 때때로 서로를 째려보듯 곁눈질 하다가도 다급히 서로에게 몸을 돌려대는 걸 보니 뭔가 둘 만이 공유하는 주제가 있는 듯 했다.   


"메이 대장님…"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알비스는 깍지낀 양손을 허리 뒤로 두고서 마치 볼 일이 급한 새끼 포유류 처럼 몸을 꼬고 있었다. 그런 알비스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던 내게 알비스가 말했다.


"다음엔 메이 대장님도 같이 놀자!"


빤히 나를 바라보는 알비스의 눈에 서려 있는 것은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신체 나이는 엇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나와 알비스는 겉으로 보기에 닮은 구석이 있었지만 그런 눈빛을, 나는 지어 보인 적도 가졌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다 마침, 그 눈에 알맞은 이미지를 떠올린 나는 최대한 알비스와 비슷한 눈을 지어보이려 애쓰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기회가 된다면."


명멸하는 은색 부스러기를 품은 눈에 똑바로 시선을 맞추고 대답하자 알비스는 뛰어오르려다 만 것처럼 움찔거리더니 내게 상체를 내밀면서 소리내어 배시시 웃었다. 가까이 보이는 그 발그레진 뺨을 보니 나를 위해 제 나름대로의 위로를 한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설마.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저어 그 설마를 애써 머릿 속에서 지웠다. 


"대장. 다 먹었죠? 슬슬 일어날까요?"


발키리에게 보일랑 말랑할 정도로 혀를 빼꼼거린 나앤이 식기를 챙기며 일어났다.


"응. 이제 가…" "아~ 여기에들 모여 있었구나?"


이제 가자고 말하려던 그 때, 공기가 얼어붙었다. 창가로 스며들어오던 빛가닥들은 때마침 다시 몰려 들고있던 스산한 먹구름에 모습을 감췄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에서 불어온 겨울 바람이 내 안에 자리한 온기를 잡아끌고 식당을 떠났다.


"으…으으…"


시선을 떨구자마자 몸이 굳어버렸다.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일 곳에 공기를 얼어붙게 한 장본인이 있다.

지척에 있는 라디에이터가 내 뿜는 열기 마저도 모조리 지워버리는 존재가 내 바로 뒤에 있다.


"닥터! 왜 이제야 왔어?"


알비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늦잠 잤거든~ 알비스는 벌써 아침 먹은거야?"


"응! 오늘은 메이 대장님 하고 같이 먹자는 약속이 있었거든!"


안 돼. 알비스. 무슨 짓이야. 내가 한 약속이 아니잖아. 그건 나앤이 한 약속이라고. 빨리 다시 말해. 나는 계속 내 방에 있었다고 다시 말하라고.


"…아, 그래? 알비스. 저기 발키리 언니한테 가있을래?"


알비스를 향한 다정한 목소리에는 서늘한 빛을 띈 예리한 가시가 섞여있었다.


"메이 언니~ 안녕?"


닥터가 상체를 숙여 내 얼굴을 확인하려 한다. 나는 몸이 굳었음에도 그 시선을 피하고자 등을 굽혀 몸을 웅크렸다.


"응? 뭐야? 왜 피해?"


"으…으으…"


"흥, 뭐 됐어."


내 옆에 있던 유미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닥터가 라디에이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식사 다 했어? 있지. 내가 지금 몸이 좀 차서 그런데… 식사 다했으면 여기 앉아도 될까?"


친근한 목소리로 느닷없이 물어온 닥터에게 유미는 놀라며 흠칫 떨었다. 나는 회백색 식당 바닥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면서 제발 유미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어… 그런거면 저기 맞은 편에도…"


"비켜."


"에, 에?"


"귀 먹었어? 비키라고."


엉거주춤 일어서려던 유미를 거칠게 밀어낸 닥터가 내 옆 자리에 앉았다. 추웠다. 그 추위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 나는 당장이라도 새어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내 몸을 감싸안았다.


"메이 언니."


"…"


"물으면 대답을 해."


팔을 쿠션 삼아 테이블에 엎드린 닥터가 점점 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어온다. 바들바들 떠는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힘겨웠는지 테이블 밑으로 보이던 나앤의 두 다리가 닥터의 방향으로 틀어졌다. 그 때였다.


"닥터."


닥터가 아무리 서늘한 것을 품고 있었어도 그 한껏 내리깔린 목소리에는 비 할 바가 아니었다. 움직일 수 있게 되어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니 발키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 쪽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여 닥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


"뭐하냐고 물었습니다."


치켜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닥터가 엎드린채로 고개만 돌려 발키리를 쏘아보았다.


"에헤헷~ 뭐하긴? 배신자년 쌍판떼기 감상 중이잖아~" 


뻔한 걸 물어보냐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인 닥터가 그 말을 끝마치자 마자 나앤의 몸이 튀어나갔다. 그러려고 했다. 벌떡 몸을 일으킨 발키리에게 제지 당한 나앤은 당황한 눈치로 발키리를 빤히 바라보는 사이, 다시 발키리가 말했다.


"닥터! 제정신입니까?"


"아 진짜… 조용히 해 봐 발키리 언니."


나와 크기가 비슷한 닥터의 손이 무릎에 주먹 쥔 내 손에 닿았다. 혐오스러운 절지류의 다리 마냥 내 팔을 훑으며 스멀스멀 올라온 닥터의 손은 이내 내 쇄골에 자리를 잡았다.


스윽- 스윽-  


옷깃을 젖히고 들어온 다리가 쇄골의 라인을 미끄럼틀 삼아 미끄러진다.


"흐읏…!"


"떨기는… 우리 메이 언니… 요새 낯빛 좋아보인다?"


쇄골에서부터 다시 타고 오르기 시작한 그 기분나쁜 다리가 내 목을 쓰다듬고서 뺨까지 올라왔다.


"그… 그만…"


뺨을 어루만지던 닥터의 손이


"그만은 무슨, 야."


내 뒤통수로 다가가


"꺄아악!"


머리채를 한움큼 거칠게 움켜잡고서 억지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적당히 눈치를 줬는데도 이 역겨운 것이 살판이 나서는… 윽!"


발키리의 몸이 밀쳐졌는가 싶더니 내 머리채를 쥐어잡던 닥터의 몸이 쿠당탕하는 소리와 붕 떠오르고서 그대로 바로 뒤에 있는 벽에 쳐박혔다. 나앤에게 멱살을 붙들려 까치발로 선 닥터가 등에 가해진 충격에 의해 호흡이 틀어져 켁켁 하고 거친 기침을 쏟아냈다.


"뒤지고 싶어?"


멱살을 쥐던 손에 힘을주어 위로 끌어올리자 닥터의 손이 반사적으로 나앤의 손목을 붙잡았다. 호흡이 안정 된 닥터는 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와 나앤을 번갈아 보더니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서 나앤의 멱살을 마주 잡았다. 나는 황망해 한 끝에 다급히 말려보려 했지만 나앤의 날카로운 곁눈질에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일까? 응!? 나앤 언니!?"


"내가 먼저 물었잖아. 뒤지고 싶냐고."


"뒤지고 싶냐고? 죽일 수 있어?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봐."


나앤의 손에 붙들려 있음에도 목덜미를 내밀며 도발하는 닥터의 눈에서 나는, 성질만 다를 뿐 알비스에게 어려 있던 것과 똑닮은 것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닥터의 눈에 어린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증오에게서 멀어지고자 나는 못 볼 것이라도 본 것 마냥 주춤대며 뒷걸음질 쳤다. 


"케헥…!"


다시 한 번 벽에 쳐박힌 닥터는 바닥에 엎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철컥하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 소리에 닥터와 발키리만을 제외하고서 나를 포함한 그 자리의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그 긴박한 상황에 혹시라도 자극이 갈까 소리를 지르는 이는 없었다.


"와… 이해가 안되네. 나앤 언니. 아무리 언니네 부대장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시티가드 사양의 피스톨을 닥터에게 겨눈 나앤은 내가 잘 아는 그 특유의 무표정으로 가만히 닥터를 내려다 보다가 무심하게 말했다.


"뭐가 너무한데? 아 그리고, 나앤이라고 부르지 마."


"언니네 대장은 배신자야. 몰라?"


"알아."


"알아!? 이 씨발년아! 알고서도 지금 나한테 총을 겨눠!?"


끼릭-


"…하하. 이거 완전 미친년이네? 오빠가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닥터가 내뱉은 오빠라는 말이 신경쓰이지 않을리 없건만 나앤은 태연하게 조종간을 조작하고서 닥터에게 다가갔다.


"상관없어. 가서 말 해. 꼰지르라고."


"너 진짜…!"


"닥터."


발키리가 닥터의 말허리를 잘랐다. 닥터는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한다기 보다는 나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있었다. 


"알려지면 곤란해지는 것은 당신입니다."


"…이건 또 뭐야?"


"…이거?"


지금 이거라고 했습니까? 테이블을 돌아 나앤의 옆에 선 발키리가 낮잡아 보는 시선으로 닥터를 내려다보았다.


"닥터. 당신 좀 이상합니다. 알고 있습니까?"


"그래? 난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언니가 했어야 될 일 말이야."


"아뇨, 그런게 아니라… 다른 걸 얘기하는 겁니다."


발키리의 동공이 게슴츠레 좁혀졌다. 닥터는 그런 발키리의 모호한 표현에 나앤에게 붙들렸을 때와 같이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미간을 구겼다. 발키리의 난입에 나앤의 손에 감도는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지자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몇몇 이들이 다급히 식당 밖으로 나서는 것을 발키리와 시선을 교환한 샬럿이 뒤따랐다.


"닥터. 당장은 아니어도 되니 시간을 내세요. 얘기 좀 하죠. 당신과 나 단 둘이서."


"내 취향은 오빠야."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난 분명 말했습니다."


말로 보나 말투로 보나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모양새였다. 닥터의 분노는 타당… 하지만… 발키리가 닥터에게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짐작 할 수 없었다. 닥터의 말대로 나는 배신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데 말이다. 나조차도 모르겠는데 닥터는 오죽할까. 입가를 소매로 닦아낸 닥터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거친 잰걸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고개를 돌려 나앤을 보자 나앤은 구겨진 옷깃을 이제 막 다듬은 참이었다. 발키리를 보며 짓고 있는 표정을 보니 나앤도 나와 같은 생각인듯했다. 발키리는 나와 나앤을 번갈아보다가 시선으로 자신과 좀 더 어울려달라 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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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부푼 구름은 더더욱 짖어져 이제 햇빛이라곤 한 가닥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하늘은 언제라도 아가리를 쩍 벌려 눈을 쏟아낼 준비를 마친듯했다. 닥터와 겨울. 1월의 중순이 되서야 다시금 겨울 중임을 자각시켜준 북서풍을 째려보고서 나는, 미안하다 읊조리며 이젠 멀어졌어도 아직도 선명한 과거의 한 기억을 들춰보았다. 그가 산타를 자처했었던 그 날. 코끝이 시린게 다 보이는데도 춥지 않다고 머쓱하게 웃어보였던 그의 해맑던 모습. 그런 그가 실은 한 번 쓰러졌었음을 알고 펑펑 울었던 나.        


"이럴 줄 알았으면 사령관 님한테 말하는게 아니었어."


식당의 뒤편에서 담배를 문 나앤이 한모금 길게 들이키고서 후우우 하고 거칠게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하늘을 보던 내 눈에 나앤의 숨결이 섞인 그 연기가 내 기억처럼 아른거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벤치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발키리는 골똘히 생각이라도 했었는지 숙였던 고개를 나앤의 말을 듣고서 들어올렸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뭘 말입니까?"


"뭐긴 뭐야, 씨발… 그 쪼만한 년의 소재를 말하는 거잖아."


부탁인데 다 보는데에서 반말하지 마십시오. 라고 대답한 발키리가 드물게 표정을 찡그렸다.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있는 이들 중에 그 무인도에 버려뒀어야 했다는 말을 듣고 반색할 이는 나앤을 빼고 존재하지 않았다.


"이해는 합니다만 그런 건 속으로만 말하세요. 특히 앞으로는요. 샬럿이 입막음 하고 있을테니 각하의 귀에 들어갈 일은 없더라도 당신에 대한 여기 대원들의 태도가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 대놓고 당신의 대장을 감쌌지 않습니까."


때 마침 식당을 돌아 걸어오는 샬럿을 나와 똑같이 바라보던 나앤이 말했다.


"너도 우리 대장을 감쌌잖아."


"감싼 거 아닙니다. 닥터를 말린거죠."


"그게 그거 아니야?"


"아닙니다."


"아, 그래? 그거 참 솔직하지 못하네. 고맙다고 한 마디 정돈 하려고 했는데."


"당신한테 감사받아서 기쁠 거 없으니 삼킨채로 있으시길."


"참… 이젠 두 분이서 싸우는 건가요?" 


옆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며 다가온 샬럿이 으르렁대고 있는 둘을 보며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메이. 괜찮나요?"


"응. 괜찮아."


"그래요. 뭐… 제가 당신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요."


쓰게 웃는 샬럿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다가 도로 삼켰다. 샬럿이 누군가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듯 나 또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처지가 아니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앤이었다면 피곤하게 그런 걸 하나하나 따져 묻냐며 한 마디 했겠지만 자연스레 그럴 수 밖에 정도로 우리가 저지른 과오는 거대하다. 


"고마워."


그런 자각을 확실히 갖고 있던 주제에 나는 온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랬으니 닥터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검지를 튕겨 담배꽁초를 틱하고 날려보낸 나앤이 발키리를 밀어내고 옆에 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붙잡고 있는 거야? 이제 곧 순찰 나가야 된다고."


"나이트 앤젤, 그리고 샬럿."


샬럿과 나앤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킨 발키리가 입가에서 손을 떼고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최근에 다크엘븐을 본 적이 있습니까?"


"뭐?" "네?"


뜬금없이 나온 그 이름에 샬럿과 나앤은 알 수 없다는 표정과 말투로 발키리에게 되물었지만 그 대화의 흐름과는 달리 나는 다른 부분에서 놀라고 말았다. 다크엘븐? 다크엘븐이 이 섬에 있었다고? 닥터와 함께 온건가? 나는 다크엘븐이란 이름을 전함 이래로 오늘 처음, 지금 발키리의 입을 통해 들었다.


"그게 왜?"


틀림없이 닥터 혹은 나와 관련 된 얘기를 꺼낼거라 생각했다는 말투로 말한 나앤에게 발키리는 다 안다는듯이 한걸음 앞 선 대답을 해왔다.


"닥터와 관련된 것이니 확실히 해주시길. 있습니까? 없습니까?"


"어제 회의에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당신과 나이트 앤젤은 없었군요."


"저는 사령관 님 배려로 비번이었습니다만… 다크엘븐은 어제 회의에 있었단 말이군요. 그래, 말 나온 김에 나이트 앤젤. 당신, 왜 무단으로 회의에서 빠졌습니까?"


"어? 어제? 아… 음…"


"…"


"뭡니까? 답지않게. 왜 빠졌느냐 물었습니다."


나앤과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시선을 피하려했지만 나앤은 발키리에게 딱히 별 거 아니라는 손짓을 내보였다. 


"사정이 있어. 우리 대장하고 관련 된 일이야. 너도 부관이었던 이상 무슨 말인지 알 거 아냐. 깊게 묻지 마."


"…알겠습니다."


"다크엘븐은 갑자기 왜?"


"이 섬에 있는게 확실합니까?"


"아니… 너 왜 그래? 그 다크엘븐 구하겠다고 섬을 나섰었잖아. 확실히 데리고 들어왔었다고. 왜 없단 식으로 말하는거야?"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야. 그러지 마. 갑자기 무서운 장난 치고 지랄이야."


"장난 치는 거 아닙니다."


"발키리. 그냥 엇갈린 거 아닌가요? 당신은 바쁘잖아요. 당신도 알듯이 다크엘븐은 원래 회의에 들어오던 인원도 아니에요. 저와 나이트 앤젤이 여기에 있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는데 문제 될 게 있나요?"


"그 족적이 뜨문뜨문 있다는 게 더 이상하단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 섬이 꽤 넓다해도 마흔 명이 안되는 인원이 한 곳에 모여 살고 있는데 이중에서 저만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메이 대장은 빼고요. 라고 말하는 발키리의 얼굴에는 드물게 불안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나야 항상 경계 외엔 방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발키리가 어느 부분을 불안해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너 피곤하냐? 예민한 거 아냐?"


"저는 멀쩡합니다."


"허어… 그래서, 그게 닥터와 무슨 관련이 있단 건데?"


"…지금은 확실히 해드릴 수 없습니다. 같이 구조 됐다는 접점 밖에 없으니까요."


"그…"


집중해 듣고서 겨우 갈피를 잡았다. 조언이 될까 싶어 어렵게 말을 열었지만 연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날아들었기에 나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우리 대장 괴롭히지 마."


"말씀하시죠. 메이 대장."


나앤을 가볍게 무시한 발키리가 경청하겠단듯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지금이라도 특정해서 찾아보면 되지 않아? 보급대 전체에 다크엘븐을 찾고 있다. 라고 알리면 되는 거 아냐?"


"해봤습니다. 그것도 직접 뛰어다녀 봤지요. 대부분은 모른다고 했지만 알고 있던 인원들이 말해주는데로 찾아가도 다크엘븐과는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그, 그래…"


직접 발로 뛰어 찾아 다녔는데도 마주치지 못했다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발키리의 말대로 이 섬은 넓다지만 도보로 뻉 둘러 걷더라도 수시간씩 걸리지는 않는다. 새벽에 경계를 나섰을 때도 각 구역의 조명 아래에서 근무교대를 하는 인원들만 확인 됐을 뿐 그 이외에 특별한 움직임을 포착한 적도 없었다. 섬 곳곳에 있는 숲이야 새벽의 상공에서 확인할 길이 없으니 말 할 필요도 없다.


"감사합니다 메이 대장님. 아무래도 메이 대장님이 말씀하신대로 한 번 더 찾아다녀봐야 겠군요."


"저기, 발키리."


"네."


이 방법을 권하는게 나라는 것에 발키리가 분노하지 않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령관한테 부탁해보면 되지 않을…" 


"그건 안 되겠는걸요?"


라고, 입이 움직여야 했겠으나 발키리의 입은 다물어져 있는채였다. 발키리, 그 옆에 있던 나앤, 내 근처에 있는 샬럿까지. 목소리는 내 등 뒤에서부터 들려왔고 내 뒤를 바라본 모두의 동공이 확장되가는 것을 차례로 확인한 나는 고개를 돌려 발키리 대신 대답한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안그래도 다사다망하신 폐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주시지요."



////



"아르망. 여긴 무슨 일입니까?"


발키리는 언짢은 기색을 아르망에게 숨김없이 내보였다. 의아하다. 이 둘은 사령관과 함께 이 보급대에 들어온 자들 아니었나?


"뭐죠, 발키리? 제가 이 곳에 오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아르망은 꽤나… 가벼워 보이는 차림새다. 그 차림새에 걸맞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던 아르망은 나를 지나치면서 째려보고는 곧장 발키리에게 향했다.


"정말로 지나치고 싶었지만… 폐하라고 말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걸 무시 할 수가 있어야지요."


"무시 못 할 건 뭡니까?"


"…설마요 발키리. 역적의 입에서 감히 폐하에 대한 것이 오르내렸잖아요. 어찌 무시 할 수 있겠나요?"


"하~나 이 씨발… 한 년 보내니까 또 한 년이 와서 지랄이네."


발키리의 옆에 걸터앉아 있던 나앤이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건들거리며 아르망에게 다가갔다. 보나마나 식당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것이 일어날게 뻔했기에 나는 다급히 나앤의 앞으로 달려가 앞섶을 잡고 막았다.


"대장, 이거 놔요."


"안 돼… 그냥 있어…"


"그래요. 나이트 앤젤. 역적을 감싸봤자 좋을 게 없지요."


퍽!


"앗!"


아르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나간 나앤에게서 순간적으로 보였던 눈은… 난생 두번째로 보는 눈이었다. 당연히 처음은 식당에서 닥터와 일이 났을 때였다. 아, 이젠 막을 수 없다. 앞으로는 완력이 중시 될 상황이 펼쳐질 것이기에 내 짤막한 몸과 두텁지 못한 체구로는 나설 틈이 없을 것이다.


몸의 라인이 그대로 들어나는 검은 옷차림, 마치 뱀의 허물과도 같은 살결에 착 달라붙는 옷이 나앤의 손에 의해 늘어졌다. 멱살이 잡혀 들어올려진 아르망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나앤이 아닌 나를 관찰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뭐 그 좆만한 년 구하러 갈때야 슬슬 기어나오더니 말이야. 그 사이에 맛이 갔나?"


"나이트 앤젤, 실례지만 이 더러운 손 좀 치워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오늘 막 세탁한 참이거든요."


멱살을 붙들고 있는 손에 똑똑, 소리를 내며 노크한 아르망이 평온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런 웃음과 매치되지 않는 아르망의 옷차림과 사뭇 달라진 아우라가 너무나 불길하게 느껴져 뒷걸음질로 샬럿의 옆에 다가섰다.


"그건 그렇고 의외네요. 나이트 앤젤, 당신이 저 역적을 감싸다니요. 상당히 증오깊은 줄 알았는데요."


빙글빙글. 나앤을 쏘아보던 아르망이 검지를 세워 관자놀이에서 돌려보이자 나앤은 멱살을 더 높이 잡아당기고 아르망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내가 그랬으면 저 꼬맹이 데리고 여기에 왔겠니?"


제발.


"그러고보니 그것도 놀랍네요. 전함에 있을 때 바다에 내던지지 않고 뭐했던 건가요?"


그만해.


"남이사, 씨발년아."


"흥, 천박하긴."


"크흐흐, 뭐? 천박해?"


나앤이 비릿하게 웃어보이자 아르망 또한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거 알아? 너 존나 역겨워. 너야말로 조~온나게 역하고 천박한 냄새가 난다고."


"그래요? 이상하네요. 최근 들어서 샤워를 많이 하게 됐는데… 당신 코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요? 아뇨, 그것보다… 천박한 냄새가 뭔 줄은 아나요?"


"……아니아니, 네 존재 자체에서 나는 걸 말하는 거야. 그걸 어떻게 지우냐? 암만 샤워 한다고 그 냄새가 지워져? 그건 그렇다치고, 씨발 좀 더 제대로 씻고 다녀라. 특히 네 아랫구녕."


"어머, 알고 있었나요?"


아르망의 시선은 나앤에게서 옮겨져 발키리에게로 향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둔하다는 소리를 하루가 멀다하고 듣고 산 나도 알 수 있었다.


"말 뽄새를 보니까 딱히 숨길 생각도 없었나본데? 하기야 씨발것이 시도 때도 없이 사령관 님 좆을 대놓고 위 아래로 물고 있으니 모르는게 이상하지. 아주 좆물을 마시다 못해 들이키는 걸 보니까 밥 쳐먹을 필요도 없겠더라. 사령관 님 쥐어짜 죽일 생각이냐?"


"뭘 모르나 본데, 우리 폐하는 그 정도로는 진정 안 되시거든? 뭐 네가 그걸 맛봤어야 말이지. 비켜. 너한텐 더 볼 일 없으니까. 저 역적 년의 아랫도리나 달래 주러 가."


흑빛을 띄는 아르망에게 실낱 만큼 남아있던 기품은 막 불어온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할 말을 잃은 것 처럼 멍한 나앤의 팔을 거칠게 뿌리친 아르망은 가슴께를 툭툭 털고서 앞에 서 있는 나앤을 밀쳐내고 우두커니 서있는 발키리에게 다가갔다.


"발키리~"


"…"


야릇함을 머금은 아르망의 손이 앞섶에 닿았어도 발키리는 아르망을 가만히 내려다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흐트러지지 않은 발키리의 옷매무새를 구태여 고쳐준 아르망은 나앤과 대치했을 때와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그 다음 껴안듯이 발키리의 골반에 양 손을 얹은 아르망은 가늘게 치켜뜬 눈으로 발키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발키리~? 지금 순찰 돌 시간 아닌가요? 여기서 뭐하는거에요?"


"…당신이야 말로 뭐하고 있는 겁니까, 아르망. 이 시간엔 각하와 동행하고 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괜찮답니다. 폐하께서 어디 계시든 전 다 알고 있으니까요. 당신과는 다르게 말이죠."


"…"


"어라? 왜요? 제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그만하시죠."


살짝 고개를 돌린 발키리의 반응에 아르망의 눈빛이 사라졌다. 그 눈은 너무나 공허해보여 어떤 표정과 미소를 짓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당장 내 눈에 비친 저 비린내 가득한 미소도 그 공허한 눈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게 너무나 불길하고 꺼림칙해서 나도 모르게 팔로 몸을 감싸안고 말았다. 뱀같은 혀로 제 입술을 적신 아르망은 발그데데해진 얼굴로 좀 더 발키리에게 밀착했다.


"…아하. 후후… 그렇군요. ……당신의 여기, 이렇게나 후끈거리는 걸 보니 알겠어요."


슥- 스윽-


발키리의 하복부를 쓰다듬던 손바닥이 천천히, 거리낌없이 비밀스러운 곳으로 향해간다. 살짝 벌어진 발키리의 두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끼워넣은 아르망은 다정하게도 보일 법한 미소를 짓고서 발키리의 애를 태우는 듯한 고개짓을 내보였다. 나는 그런 아르망을… 마치 먹잇감에게 똬리를 트는 독사 같다고 생각했다.


"말해봐요…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리운거죠…? 그렇죠…?"


"…그만."


슥- 슥- 슥-


발키리의 비밀스러운 곳을 덮은 천과 아르망의 손이 부비대는 소리가 바람소리를 뚫고 선명히 들려왔다. 나는 그게 망측한 것을 넘어 기괴하다고 까지 여겨져 나와 같이 얼어붙어 있는 샬럿의 소매를 꽉 쥐고 말았다.


"폐하의 자지가 그리운거잖아… 폐하의 자지가 갖고 싶은거잖아… 그렇지…? 그런거지…? 네 여기에… 눅눅하고 끈적한 보지에 꽂은 다음… 밀어넣고 싶은거잖아…"


"그…만…"


"상상 해 봐… 딱딱하고 두꺼운데다 적당히 길쭉한… 각하의 우람한 자지… 너만이 맛 봤었던… 발키리만을 사랑해주던 남편의 자지… 처음엔… 네 보지의 입술을 활짝, 강제로 열어젖히고 들어온 귀두가… 질벽을 밀어내고 긁어대면서 서서히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오면… 그 답답하면서도 조여드는 느낌에 하복부가 서서히 뜨끈해지면… 너도 모르게 앙… 아앙… 아아앙~… 달뜬 교성을 흘려대면서 이미 보지는 한껏 끈적해졌는데도 더욱 더 애액을 흘려대는 거야… 어서… 줘요… 더 줘요…"


"…읏."


"각하의 귀두가… 자궁에 닿을락 말락한 애매한 위치까지 들어오면… 파르르르… 구불거리는 네 질벽이 폐하의 자지를 울려대면서 졸라대지… 빨리… 앙… 아앙… 빨리 안 쪽을 찔러주세요… 단숨에… 한번에… 그 둥글고 날 선 귀두로… 자궁이 밀려날 정도로 힘차게 격돌해 주세요…"


"닥쳐…"


"너는 애가 타… 손으로 눈을… 입을 가리면서도… 폐하의 얼굴과 자지가 들어온 보지를 번갈아보고 있을거야… 앙… 보지… 보지이… 각하… 보지가 외로워요… 쓸쓸해요… 애원해봐도… 각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좀 더 애원하지 않는 이상… 더 천박해지지 않는 이상… 각하의 자지는 네 보지의 중턱에서… 꿈쩍도 안하는 거야…"


"아직 네 보지에 들어오지 않은 부분은 걱정 안해도 돼… 이미 네가 흘린 애액으로 범벅이니까… 슬쩍… 자지가 안에서 더 들어올 것 처럼 꿈틀대면… 너는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네 질 입구 처럼 입술을 실룩대고 말지… 자지… 자지… 네 머릿 속은 이미 각하의 자지로 가득해… 그렇게 되면… 각하는 말씀이 없으셔도 너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고 말아…"


"제발…"


스윽- 슥-


"그래도 망설여져…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앞으로 각하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되는거야… 그런 너를 각하는 전부 알고 있어… 그래서 찌걱- 찌거억- 아주 조금씩만 자지를 밀어올려 주시는거야… 아주 조금만 더 밀고 올라와 주시면 되는데… 기다리다 못해 서서히 빠져나가려는 각하의 자지가 속삭여와…  주물주물… 네가 끝까지 버티겠다면 그냥 가슴으로 만족해… 그래서 쓸쓸함이 가시긴 커녕 더욱 외로워진 네 보지는… 이렇게… 아앙… 단념 하고 마는 걸까…? 자지만큼 단단한 각하의 손가락이… 네 가슴을 보지로 삼아 파고들어도 전혀 만족이 안되는 걸… 그래서 너는… 결심하지. 빠져나가려는 각하의 자지를, 손을 붙잡고서…"


"흐윽…"


"각하 만의 암컷이 되었음을 발그데데한 미소를 지어보여서 선언해…  그리고 마침내 너는 보지가 아닌 입으로 말하는거야… 각하…! 발키리의… 끈적한 보지에 각하의 자지를 더 밀어넣어 주세요… 각하 만을 위한… 각하의 자지 모양으로 꿈틀대는 발키리의 질육을… 각하의 자지로 사정없이 젖혀서 혼내주세요… 각하의 자지로 발키리의 가장 안 쪽까지 한 번에 찔러 넣어주세요… 발키리의… 각하의 아기씨를 원하는 암컷 보지에… 그 맛있어 보이는 자지를 자궁에 꾹꾹 눌러 비벼주세요…"


"…윽"


"후후… 어때요? 갔어요? 만족했나요?"


"…"


"가여워라… 아핫… 저기… 있죠, 발키리? 원한다면… 하루 정도는 각하의 자지를 빌려드릴 수 있는데요?"


"…마…"


"아니면… 후후… 조금 과감하게… 오늘 밤에 저와 같이 폐하를 찾아 갈까요? 틀림없이… 폐하도 기뻐하실 거에요… 굉장할거에요… 정말 맛있다구요? 폐하의 자지… 오랜만에 맛볼 수 있는 그 맛있는 자지… 먼저 먹게 해줄테니까요… 그러니까… 네?"


"…하지…마…"


"뭐라구요? 잘 안들려요."


짜악!


"…아."


"각하를 물건 취급 하지 마."




/////



그 뒤에 아르망은 망연하게 서있는 발키리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고서 한바탕 불어온 바람 처럼 사라졌다. 발키리는 벤치에 주저앉아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채다. 샬럿은 독사의 똬리로부터 금방 해방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샬럿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 샬럿은 그런 내가 측은했는지 아이 다루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토닥여주었다. 


"야. 정신 차려 봐."


또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앤이 정말로 보기 힘든 모습의 발키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게 나한테 답지 않다고 할 땐 언제고… 얌마. 일어나 보라고."


"그냥 두십시오. 잠깐 생각 좀 하고 싶으니까."


"……아, 좆 같다… 진짜."


부대 꼴 잘 돌아간다 씨발. 이라고 덧 붙인 나앤은 나와 발키리를 번갈아보면서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 없이 담배를 피워갔다. 한 개비, 두 개비… 세 개비 째가 되어서야 몸에 힘이 돌아온 나는 샬럿의 팔을 조심스럽게 놓고서 발키리에게 다가갔다.


"발키리."


"대장, 놔둬요."


휙휙 손을 휘저은 나앤이 다 피운 담배를 튕겨 버리고서 발키리의 옆에 앉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친구가 되어 말을 튼 것을 보니 나앤이 잘 해내줄 것 같았다.


"야. 그만 징징 대. 너도 다 알고 있었잖아."


"그, 그랬어…?"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나 괴로워 하는구나. 발키리는 나로서는 상상은 커녕 그려지지도 않는 충격을 끙끙대는 소리 하나 없이 씹어 삼키고 있다. 부러워. 정말 강하구나… 그래서 사령관의 남편이 된 거구나. 내가 너의 반만이라도 닮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네.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침내 고개를 든 발키리는 눈시울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말투나 표정으로 보니 숨기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눈물을 훔친 흔적은 그렇게 빨리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 누구보다도 많이 울었던 내가 가장 잘 알고있다.


"근데 왜 질질 짜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요."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야. 너 지금 무슨 소리하냐?"


"육체적인 것에 한정되는 것이라 해도… 각하께서 아르망을 통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으신다면 좋은 일이라 여겼습니다."


"…너 설마."


"아르망도 같은 생각이라 여겼습니다. 순수하게 폐하를 위로해 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제 생각이 틀렸나보군요."


"이거 병신 아니야?"  "나앤…!"


"각하께서 나아진듯 했어도 이상하게 불안했습니다. 위화감도 들었지요. 뒤늦게 설마했지만 이미 늦었던 겁니다. …각하께선 필시 괴로워 하실 거에요."


"아니… 하… 야, 좀… 씨발아. 너 사령관이랑 서약했잖아. 결혼한 거 아니냐고! 그럼 네가 위로하면 될 것을 왜 그 독사같은 년한테 맡긴다 만다하고 내버리는 건데!? 배알이 뒤틀리지도 않았냐!? 어?"


"……서약 했으니까 인 겁니다. 내겐 다가가거나 위로할 자격이 없어요."


자격인가. 발키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자격이란 그 단어에 감히,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나앤과 반대 방향에 살짝 나와있는 벤치 모서리에 걸터 앉고서 다시 가늘게 떨기 시작한 발키리의 손을 잡아주었다. 배신자의 손이라 거부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발키리는 천천히 내 손을 마주 잡아왔다. 


나와 나앤 사이에 있었던 것은 순수한 사랑. 어제의 일은 충동이다. 그렇다면 사령관과 아르망의 사이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 사랑일까?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과연 어떤 사랑일까? ……정열적인 사랑? …글쎄. 만약이라해도 사랑이라고 부를만한 것일까. 아니, 아니다. 발키리에게 추잡한 짓을 하던 아르망의 그 텅 빈… 끝을 알 수 없는 공허한 눈을 본 이상 아무리 봐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내 빈약한 지식과 상식 속에서 꺼낸 사랑이 갖는 여러 이미지를 대조해 보더라도 알맞는 것이 전혀 없었다.       


"대장. 여기 대장하고 똑같이 말하는 년 하나 있네요."       


"…"


그건 사령관을 가둬놓은 뒤주다.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아놓은 올가미다. 어디로 도망치든 시신경을 태울정도로 밝게 쫓아오는 조명이다. 숨을 조르다 못해 전신의 뼈란 뼈는 모두 으스러뜨리는 뱀의 똬리다. 발키리의 말이 맞다. 아내인 발키리가 말한 것이니 구태여 내가 덧붙일 필요도 없겠지만 사령관은 분명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다가… 아르망은 그렇게 변해버린 걸까. 사령관과 아르망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맞물리지 못하게 된 것일까. 뒤틀리고 뒤틀린 끝에 아르망의 기품있던 말씨와 행동은, 수입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쾌락만을 갈구하는 창부의 그것이 되었고 추기경으로서의 고결함은 굳어버린 뱀의 허물이 되어 이제는 아무도 없을 황량한 도시 한 켠을 처량하게 굴러가게 되었다. 나는 그 비참함이, 그 비참함을 불러 온 나 자신이 너무나 죄스러워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았다.        


"발키리…"


나 따위가 손을 잡아준다해서 얼마나 위로가 되겠냐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언제까지라도 잡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에휴."


네 개비 째 담배를 꺼내 문 나앤이 라이터를 키려다 말고 손바닥 안에 쥐었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꽁초를 가만히 지켜보던 나앤은 떨어져서 지켜보던 샬럿을 향해 손을 살랑거렸고 그 손이 다가오라는 손짓으로 변하고서야 다가온 샬럿은 나앤에게 귀를 가져가고서는 발키리의 등을 한 번 어루만지더니 자리를 떠나갔다.


후우우- 하고 깊게 내쉰 나앤의 숨이 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나앤의 손에 들린 담배에서 살짝 푸른 빛이 감도는 연기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발키리의 손이 움찔거린게 느껴졌다.


"…이제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메이 대장."


"발키리. 그냥 메이라고 해. 난 이제 대장도 뭣도 아니잖아."


"……알겠습니다."


몸을 일으킨 발키리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여 목을 풀고서 다시 벤치에 앉았다.


"야."


피우지 않고 손 끝에서 담배를 다 태운 나앤이 꽁초를 휙 던지고서 발키리에게 말했다.


"하나 말해도 되냐."


나앤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다. 정말 중요한 말을 할거라는듯이 목소리는 한껏 내리깔려 있었다.


"말씀하세요."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네."


"나, 대장이랑 떠날까 싶어."


"…" "무, 뭐?"


생각지도 못한 나앤의 발언에 몸이 튀어오를 뻔 했지만 잠잠한 발키리가 걸려 말을 아꼈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안 됩니다."


나앤은 발키리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이라도 기대했었는지 단칼에 부정한 발키리를 당황한 기색도 없이 쏘아보았다. 기류가 급변한다. 위로한 것은 이미 먼 옛날이라는듯 서로를 말 없이 노려보는 두 명의 눈은 차게 식어 있었다. 그 시린 탐색전 끝에 먼저 입을 뗀 것은 나앤이었다.


"…왜 안 되는데?"


"몰라서 묻습니까? 잃을게 많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두 분이 사냥개들에게 잡힌다면… 이라고 말하던 발키리의 말허리를 나앤이 끊었다.


"야. 난 이제 그딴 거 신경 안 써. 뭘 잃든 말든 여기가 좆같아서 떠나겠다는 거라고."


"미쳤습니까? 대놓고 각하를 등지겠다고요?"


"이 씨발아! 그런 말이 아니잖아!"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것 처럼 벌떡 일어선 둘은 한 발짝만 더 나서면 코가 맞닿을 정도로 거리를 좁히고서 노려본다. 나는 어쩔 줄 몰라 나앤과 발키리 둘 모두의 손을 하나씩 잡고 뜯어 말리려 했지만 거칠게 뿌리쳐진 탓에 벤치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 너는… 나 이해 해야 되잖아…"


"만약 떠난다면…"


"네가 안된다고 말하면 안되는 거잖아!"


"그 땐 당신도 배신자가 되는 겁니다."


당신도, 라는 말에 나는 발키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래. 뭐가 됐든 발키리에게도 나는 배신자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거구나. 당연한 것이기에 울적해질 이유는 없건만 이상하게 눈가가 시렸다. 매달리듯이 어제 나앤에게 했던 말을 내가 한다고 해서 발키리가 믿어줄 리도 없겠지만 그런 말을 나 자신이 꺼내고 있는 꼴을 상상해보니 그게 또 무엇보다도 우스워 보였기에 나는 말 없이 나앤과 발키리가 충돌하는 현장을 눈에 담고 있었다.


"하……아… 그래? 상관없어. 됐고, 하나만 묻자."


"뭡니까."


"내가 이 배신자, 우리 대장 옆에 붙어있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


"좋아보이진 않겠지요. 적어도 다른 이들에겐."


"씨발아. 내가 지금 다른 년들 얘기해? 너한테 묻잖아. 어떻게 생각하냐고."


"……"


"대답 못하겠지? 당연히 그렇겠지."


"그만하죠."


"그만해? 너 할 말만 해놓고? 이거 좀 괜찮은 년인 줄 알았는데 순 쓰레기였네."


"…"


"왜 대답 못하는지 굳이 내가 말 안해도 알지? 너도 나랑 똑같거든. 네가 직접 말했잖아. 전함에서 탈출하고 나서 그 레오나 옆에 있었다고. 지켜주고 있었다고."


"지나간 일입니다."


"지나간 일입니다? 그렇다고 잊혀지냐? 사령관이 모를 것 같아? 그럼 우리 대장이 한 짓도 지나간 일이라고 치부해 줄 수 있냐?"


"…"


"게다가 넌… 사령관이랑 서약까지 했던 사이잖아. 그랬던 년이 다 끝나고 나서도 레오나 옆에 있었던 거잖아."


"그만… 그만 해요…"


"내가 무슨 생각으로 떠난다고 하는건지 다 알고 있잖아."


"…"


"……부탁이야. 때가 되서 우리가 떠나게되거든, 모른 척 해 줘."







//////




'제 3보급대 오르카 라인'

'안녕하세요. 친애하는 제 3 보급대 대원 여러분. 먼저, 새해가 밝은지 일주일이 넘어 가는데도 약소한 인사 하나 올리지 않은 점에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새해를 맞아 대원 여러분들의 육체와 건강, 부대 전체에 안녕이 깃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사실, 대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스럽게도,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단순히 인사를 드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이 제3보급대에는 미처 다 알려지지 못한, 받아들이시는 분들에 따라서는 매우 불쾌하고 불온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진실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이 주 이유입니다. 그 진실이란 무엇인가. 인류 저항군과 오르카의 몰락은…  




///////





ㅎㅇㅎㅇ 다시 왔습니다


전편의 백합이 불쾌하셨던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 말씀드립니다 ㅜㅜ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그럼 또 써올게요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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