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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재밌었나요?"


연녹색 담요를 두르고 그의 옆에 서서 팔을 뻗어 팔짱을 꼈다. 그는 거부하지 않았다. 창 너머 어스름으로 물든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을뿐, 그는 얼마나 걸리든 내가 먼저 말하길 기다리겠다고 우수에 찬 눈을 통해 말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걸까? 단지 바다에 시선을 뺏겼을뿐인 것일까. 뭐가 됐든, 더 이상 그가 이런 표정을 짓게 둘 순 없었다.


"불친절 하네요."


팔짱을 낀 팔에 힘을 주고 그의 팔을 쿠션 삼아 고개를 기댔다. 흠칫, 그가 떨었지만 순간이었다. 나를 받아준 그는 옅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갸웃거려 뒤이을 말을 재촉했다.


"전부 이해하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랬죠."


"전혀 이해가 안되는걸요?"


"그래요?"


또 한 번 그는 옅게 웃었다. 살짝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전부 납득 했으니까."


그랬다. 영화가 끝나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나는 무엇 하나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모든 것을 납득하고 있었다. 영화에 무언가 심어져 있었던 건지, 아니면 내 머릿 속을 휘저었던 나노머신에 다른 기능이 있었던 건지 같은 아무래도 좋을 가능성 따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계속 품었던 미혹들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진 뒤였고 내 머릿 속에 있던 또 다른 나도 사라졌다. 정확히는,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고 표현하는게 정확 할 것 같다. 자세히 설명 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일종의 방어기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은혜를 불순물로 받아들이고 말아 본능적으로 펼쳤던 방어기제.


조금이지만 그에게 미안했다.      


"당신이 진정 바라는 걸 말해줘요."


그는 가만히 나를 내려보다가 의료실 한 구석에 있는 수납장으로 향한 다음, 공구 케이스 같은 인상의 가방 두 개를 들고 침대로 돌아왔다. 내가 가방을 열었다. 두 가방에는 비커가 두 개씩, 총 네 개가 담겨 있었고 비커 안에는 나노머신 캡슐, 모듈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를 구해 줘요."


"…오빠를?"


"네. 무슨 말인지… 지금의 당신이라면 알고 있잖아요."


진심인가. 그는 지금 내 손으로 오빠를 죽여달라 말하는 것이다. 뭐, 나는 완전히 그의 것이 되어버렸고 더는 바이오로이드도 아니게 된 이상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나는 다 알고있음에도, 그의 마음이 진심인지 직접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먼저, 오빠를 죽여달라는 바람과 자신의 과거는 별개의 것임을 그는 확실히 했다. 물론 여전히 바이오로이드가 밉긴 했어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오빠의 현 상황이라고 했다. 멸망한 세상에서 눈을 뜬 것도 모자라 주위에 있는 것은 절대 믿어선 안 될 바이오로이드들뿐, 거기에 더해 인류를 재건해야 한다는 이루는게 불가능한 사명에 강제로 이끌린 처지, 바이오로이드를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인간으로써 대하는 자신과 같은 어리석음.


도저히, 그 무엇 하나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을 정도로 오빠가 측은하다고 했다. 바이오로이드들을 일일히 캐어해주는 것도 대단한데 인류를 재건하라니. 출구는 커녕 빛 한줄기 없는 터널에 갇힌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그가 울먹였다.


"사령관은… 대단한 인간이에요. 성인, 초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어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가슴 속에 시커먼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나는 곧바로 그 말을 부정했다.


"오빠는 성인도, 무엇도 아니에요. 그저 환경이 그랬을뿐, 멸망 전에 태어났다면 이 곳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질겁해하는 과거의 인류와 다를게 없는 인간이었을걸요? ……주인 님과는 다르게."


"그걸 어떻게 아나요?"


"옛날에 오빠가 직접 인정했거든요. 멸망 전이었다면 자신도 그들과 다를게 없었을 거라면서요. 게다가…"


시커먼 소용돌이는 잦아들 줄 모르고 더욱 크기를 키워갔고 한 번 터져버린 말문이 입 속의 둑을 무너뜨렸다. 


"당신을 만나고 나서 생각한건데, 오빠가 진짜 인간인지조차 의심돼요. 나를 포함한 모두는 오빠를 인간이라 인식해 왔지만 최초의 오빠는 철충이었거든요. 개폐식 머리통에 인간의 뇌를 달고서요. 반면에 당신은, 육체도 정신도 완전히 인간의 모습인채로 발견되었어요. 인간 사회에 속한 경험과 인간으로써의 밀도 높은 기억까지 온존하고 있죠. 이러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뇌만 있다면 인간일 수 있는건가요? 아뇨.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완전한 인간으로써의 육체까지 갖춰져야 진정한 인간이 아닌가요? 인간으로써의 정체성과 자아 확립에 육체 따위는 상관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나요?"


"…무슨 정통성 같은 걸 따지는 것 같네요. 유치 해."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오빠도 인간인 것은 다름 없었다. 난 그저 완전히 그의 편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그를 드높이기 위해 오빠를 부정한 것이다. 지금의 내겐 그럴 수 밖에 없었고 그래야만 했다. 본능에 가까운 심정으로. 의식해버리면 몸이 달아오를 것만 같은 비밀스러운 심정으로.


사령관을 가리키는 오빠라는 단어는 지금의 내게 있어 무의미한 기호에 지나지 않았다.


"이야기가 샜네요. 그래서 주인 님. 이걸 가지고 뭘 하라는 건가요? 오빠를 죽일거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데요?"


"아뇨! 안 돼요. 절대 안 돼. 그래서는 리스크가 너무 커요. 그리고… 의미도 없죠."


"그렇다면?"


"사령관이 받아들여야 해요. 이런 상황에선 죽음만이 구원이란 것을 사령관이 납득해야 해요."


"절대 받아들일 것 같지 않은데요?"


"역시 그렇죠?"


형편 없는 농담이었지만 나와 그는 소리높여 웃었다. 이제 막 새로 태어난 나와, 만난지 한 달이 막 넘었을 뿐인 그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가 무엇을 의도하고 생각하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들면 되는 거네요."


"그래요. 그것도 안된다면 조금 거칠게, 강제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도 고려해봐야죠. 조금 괴롭지만… 끝에는 그도 이해할 거에요."


"이해할 거에요가 아니에요. 이해 할 수 밖에 없게 만들겠어요."


반드시.               


비커에 손을 가져가 캡슐 하나를 꺼내 손바닥에서 굴렸다. 캡슐 속 나노머신은 분말가루 같이 하늘거렸다.


"그걸 위한 그림들이네요. 총과 칼이 아니라."


"그런거에요. 뭐… 총과 칼도 준비해야겠죠. 그에게 향하는 길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테니."


당신에게 있어, 뇌는 캔버스, 나노머신은 붓.


붓이 머금은 것은 무엇일까?


"궁금한게 있어요."


"뭐죠?"


"저한테 주입한 나노머신. 그건 뭐였어요?"


"안개 꽃."


"안개 꽃?"


"네. 안개 꽃이에요. 붉은 안개 꽃."


그렇게 말한 그가 나를 품에 안았다. 얼굴을 그의 품에 묻으니 왜인지 그립고도 포근한 냄새가 났다.


그 포근함에 나는 모두 알 수 있었다. 그 나노머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가 어떤 심정인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필연 따위가 아니었다.


"당신과 만난 건 운명이었군요."


"그럴지도요."


뺨과 가슴 한 켠이 뜨거웠다. 몸이 베베 꼬일 것 같고, 입술이 절로 달싹여져 혀가 바르르 떨렸다. 내 얼굴은 한껏 상기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나를 마음에 들어할까? 한 가지 시험이 하고 싶어졌다.   


"…저를 안으셔도 되요. 몇 번이고, 만족 할 때 까지."


등 뒤로 팔을 가져가 껴안고 품 속 깊이 얼굴을 묻어 속삭였다.


"딸을 닮은 아이를 안으라니…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요."


"바보. 저는 닥터에요. 당신의 와이프나 딸이 아니라고요."


"그래도 안 돼요. 곤란 해."


"알만한 건 다 알고 있는데도?"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오빠가 할 법한 소리를 하시네요."


혹시 외형이 문제인 걸까 싶어 성인의 육체라면 가능하겠냐고 물었는데 그는 또 한 번 그런 문제가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 예상은 했기에 적당히 단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을 통해 빛줄기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걸로 보아 머지않아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오르카 전체에 울릴 것이다. 오늘부터는 바빠진다. 하루도 헛되이 보내어선 안 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의 권유에 따라 나는 본연의 역할과 임무로 돌아갔다. 무슨 이유인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언제까지고 붙어다니면서 쑥덕댄다면, 후일 오르카에 나타날 온갖 불쾌한 (적어도 바이오로이드에게는) 변화를 일으킨 범인으로 곧장 지목 될 것이 뻔할테니까. 게다가 이 이상 붙어다닐 이유도 없었다. 얼마나 떨어져있든, 그와 나는 서로 생각하는 것과 계획하는 것을 장소, 시간 불문하고 공유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여길 정도로 우리는 완벽히 이어져 있었으니까.


어둑한 공방에서 일과를 보내던 도중에 작업대에 앉았다.


턴테이블 디자인의 오디오에 전원을 넣고 트랙을 돌리다가 터키 행진곡에서 멈추고, 126박의 메트로놈으로 뇌를 굴려본다. 


오빠를 죽이는 것은 구원. 주인 님과 오빠는 인간. 


그것도 유이한.


지금의 인류에게 구원과 안식이란 오로지 영원히 잠드는 것 뿐이다.


오빠만 죽여서는 안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머지않아 주인 님은 죽는다. 원래 죽으려들던 그 였으니 분명하다.


그런 상태에서 오빠를 죽이고,


그 후에 오빠와 주인님이 나타난 것 처럼 또 다른 인간이 나타난다면?


저 더러운 것들에게 이끌려 이루는게 불가능한 사명을 짊어지게 된다면?


"…안 돼."


일주일 동안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 무로 돌렸다.

세 번째 인간이 발견 되고 네 번째 인간이 발견 될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오빠만 죽여서는 안 된다.


인류 재건을 위해 마련 된 기반까지 모조리 파괴해버려야 한다. 확실하게.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그렇다면 인간이 추가적으로 나타나더라도 별 다른 수가 없겠지. 숲 속에서, 황야에서, 폐허에서, 


그 모든 곳에서 발견 될 지도 모르는 인간들은 모조리 죽어버릴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괴로울 것이지만, 끝에는 더없는 안식에 들 것이다.


"후우…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인 이야기에 너무 열을 올렸던 것 같다.


"…"


계획을 수정한다. 오빠만이 아닌, 인류 재건을 위해 남겨진 모든 유산을 파괴한다.


 ……인류를 위해 인류를 위한 모든 걸 파괴한다니, 꽤 우습게 들린다. 


스케일이 커질 것 같다며 그가 웃지는 않을까? 아마도 웃을 것이다. 아주 옅게.


이리하여 오빠와 인류를 위한 그와 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가장 먼저 나노머신을 사용한 대상은 내 언니들, 080기관이었다. 나노머신은 딱히 사용법이랄게 없었다. 어떻게든 몸 속에 집어넣기만 한다면 그만이었고 바이오로이드들은 나노머신이 가진 특성에 따라 변했다. 080의 경우는 꽤 거친 것을 주입했기에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고 변화도 눈에 띌 정도였다. 


생활관에서 가졌던 티타임 후, 언니들은 커피 한 잔에 그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언니들은 어디까지나 바이오로이드였고 나는 그렇지 않다는 점일까. 안개꽃은 오직 한송이 뿐이었으니까.


"닥터. 뭐부터 하면 될까요?"


시라유리 언니가 말하자 080의 모두가 내게 시선을 향했다. 글쎄. 뭐부터 해야할까. 누구부터 먹어치워야 손쉽게 오르카를 장악 할 수 있을까.


"언니들, 이걸 봐 줘."


손에 들고 있던 패드에 전원을 키고 패널을 띄워 계획의 개요를 설명했다. 빠르게 이해한 언니들은 080답게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각자 무엇을 해야할지 알았고 곧바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갔다. 항상 은밀하게. 때로는 거칠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오르카의 080'에서 '멸망 전의 080'으로 회귀한 언니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





그와 처음 만난 날 내렸던 봄비와 달리 여름의 적란운이 뿌려대는 소낙비에는 분명한 악의가 담겨있었다. 여름임에도 밤바다에 내리는 소낙비는 거칠어 체온을 빼앗기기에 손색이 없었고 그를 이겨내고자 부상한 범고래의 등에서 우리는 서로를 껴안았다. 이러려고 갑판 한 구석을 밀회장소로 정한게 아니었지만, 그의 체취와 체온을 전해받을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라 여겼다.


따뜻하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었기도 했지만 대답에 필요한 찰나의 시간조차 그의 체온을 느끼는데에 쓰고 싶었다. 그와 떨어지고나서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좀 처럼 내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귓가의 통신기가 울렸다. 080언니들에게서 온 신호였다. 아무래도 이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등을 돌리려는데 그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깜빡했는데…" 선내로 들어서는 출입구를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출입기록이 남지 않나요?"


"걱정 마세요. 모든 건 통제되고 있으니까."


"통제요?"


"네. 필요한 장기말들을 전부 모은지 좀 됐거든요."


"…예를 들면?"


"080, 포츈, 스카디, 아자즈."


내 입에서 나온 개체명들을 반복해 읊던 그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AGS…?"


"맞아요."


그 표정이 사랑스러웠고 이해가 빨라 좋았다.


"AGS는 인류 저항군 화력의 핵심이니까요. 바이오로이드와 달리 다루기도 쉽고요."


"어떻게 하려고요?"


"내것으로 만들거에요. 내것은 곧 당신의 것이고."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시험해보고 싶다는 듯한 미소로 그가 말했지만 분하지는 않았다. AGS지휘 시스템과 코어 접속 코드에 간섭하니 뭐니 구구절절 떠들어대지도 않았다. 머지않아 손에 고철덩이들이 쥐여져 그가 놀란 표정을 지을 때, 득의양양한 미소를 보여주면 될 일이다.


"제 일이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잘 지내기나 하세요."


"잘 지내고 있어요. 나 나름대로 닥터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고있고."


"예를 들면?"


어깨 너머로 듣는 소식들이나 소문들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나는 구태여 물었다.


"오르카의 모두와 친분을 쌓고 있죠. 소양 교육도 잘 받고 있어요."


"고역이겠네요."


놀리듯이 비웃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나는 표정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애써 웃을 필요 없는데. 나 처럼 그냥 찡그려도 되는데. 잡균들이 득실대고 오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어떻게 그리 태연하게 있을 수 있을까? 내가 그였다면 숨쉬는 것조차 불가능 했을 것이다.


"사령관 제의를 거절 하셨다면서요?"


"일단은요. 호칭만은 사령관이지만."


"일단이고 자시고 거절한 이상 교육 받는 의미가 없잖아요."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도 뭣해서요. 너무 거리낌 없는 편이 되려 의심을 사기 좋을지도 모르잖아요. 아직도 나를 곱게 보지 않는 대원들도 있고요."


거기까지만 듣고 나는 오르카로 들어섰다. 새벽의 복도를 울리는 발걸음은 빨랐고 호흡은 불규칙하고 거칠었다. 소낙비에 수 십여분 동안 체온을 빼앗겼음에도 얼굴은 불이 붙은듯 뜨거웠다. 


생활관에 들어서서 언니들을 모았다.


"언니들. 어떤 년들이 우리 주인 님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지 알아 와."


늦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


패드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재생했다. '작은 별 행진곡'에 의식을 맡기려 했지만 좀 처럼 잠이 오질 않아 화장실에 들어서 세면대 앞에 섰다. 두 달 전에 교체했던 거울은 또 한 번 박살이 났고 손등에서 핏줄기가 흘렀다. 이상하게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거울 너머의 나에게 말했다. 또 다른 나라고 명명했던 '닥터'는 이제 없지만 나는 그 '닥터'처럼 입꼬리를 올린채였다.


"서둘러야겠어."


급한 것도 없었고 서두를 것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도 아니었고 오물들이 '우리'에 대해 알아챈 것도 아니었다. 


서두르고자 마음 먹은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





모든 AGS들에게 명령권을 각인시켰지만 오빠의 명령권을 지우지는 않았다.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포츈과 아자즈, 스카디를 통해 마지막 개체, 알바트로스를 수중에 넣고나서 에이다에 대한 대처를 의논하고 있을 무렵, 노크 소리가 들렸다.


080생활관에 지휘관 개체가 들어오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었지만 나는 슬슬 찾아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던 참이었다.


"실례하지."


차분한 발걸음으로 다가온 마리가 의자를 빼고 생활관 테이블에 앉았다. 레오나도 같았다.


"웬 일로 언니들이 직접 찾아 와?"


테이블에 마주 앉고서 내가 말했다. 이유야 알고 있었다. 마리와 레오나는 늘 그렇듯 근엄하게도 느껴지는 무표정이었지만 두 눈이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몸이 좀… 안좋은 것 같아서."


"몸이 안 좋아?"


그러고보니 오빠는 쓸데없이 여러 '대회'를 열었으면서 왜 웃음참기 대회 같은 건 열지 않았던 걸까? 만일 그런 대회가 개최되어 웃음유발자들에게도 상이 주어진다면 눈 앞의 마리와 레오나는 손 쉽게 입상했을 것이 틀림 없었다. 몸이 안좋은 바이오로이드라니. 콩트의 소재로 써봐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의료실에 가봐야지."


라고 말했지만, 이미 의료실에 들렀겠지. 의료실은 외과적인 경상 정도만 다루니 만족스럽지 못했을거고.


"그게… 뭐라고 해야할까. 정확히는 몸이 아픈 건 아니야. 표현하기 어렵지만…"


"응. 말해 봐."


누구에게도 말하기가 어려워 몰래 나를 찾아온 것이라고 운을 뗀 마리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겪는 '증상'들을 열거해갔다. 잠이 잘 안오고, 기시감이 자주 느껴지고, 이유없이 초조해지기도 하고, 간혹 안절부절 못할 때도 있다며 마지막에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다는 모호한 표현을 곁들였다. 나는 그 열거 과정에 일일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는 척만 했다. 도중에 웃음이 터져나올 뻔 했지만 어떻게든 참아냈다.


"음… 왜 그럴까?"


"모르겠으니 널 찾아온 거잖니…"


전부 말하고 나니 기운이 빠졌는지 레오나는 맥없는 표정을 짓고 마리와 거리를 가까이 했다. 지금와서 든 생각인데, 레오나는 본인 개인이 곤란할 때면 마리가 제 친언니인 양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는 그렇게 으르렁대는데 이럴 때만 의지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특유의 자존감과 자존심은 철저히 유지하고서. 


"정신 쪽에 데미지가 있는데 언니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 철충과 전쟁을 벌인지도 꽤 됐잖아."


"나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마리는? 마리는 멸망 전부터 싸워왔어."


"오빠가 없었을 때잖아. 지켜야 할 '인간'이 있는 나날과 없던 나날이 같다고 볼 수 있어? 언니들이 더 잘 알텐데?"


"…그렇군. 일리 있어."


손을 댄 고개를 끄덕인 마리가 자리를 일어섰다.


"다프네에게 약이라도 처방 받아야겠군. 좀 차분해질 수 있는걸로."


"뭣하면 머리 쪽을 좀 스캔해줄까? 뇌에 병이 생긴 건 아니겠지만 언니들이 그렇게 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부탁하지."


그 뒤, 두 지휘관과 함께 의료실에 들어섰다. 다프네 언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당연하게도 '이상 없음'이었다.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지휘관들도 동일했다. 


"닥터? 재밌는 일이라도 있어요?"


지휘관들을 떠나보내고 의료실을 나서려던 중에 다프네가 말을 걸었다.


"응? 별로?"


"그래요? 아까부터 계속 웃고 있길래요."


"아… 그래?"


"네… 그래서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있었던건가 해서요."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다프네에게 빙그레 웃어주고 의료실을 나왔다. 도중에 '조금 무섭네요…' 라고 들린 것 같았지만 내게서 어떤 감상을 갖든 그것은 자유였다.





 


///////






그와 나는 상당히 운이 좋았던 케이스로, 운명이란게 늘 형편이 좋지만은 않다. 그도 그럴것이, 세계의 대부분은 운명을 마주하기는 커녕 그와 비슷한 것 조차 느끼지 못하고 느끼긴 커녕 부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하는 것이다. 거기에 오늘 날은 당당히 '멸망 후'라 표현하는 세계로써, '운명 같은 만남' 소리를 했다간 낭만적이니 로맨틱하니 같은 말들 보다 미친 것 취급 받기에 딱 좋은 세계였다.


그런 세계 속에서 운명을 찾다니 운이 좋다고 표현하기에도 모자르다. 특히나 그에게는 더욱 그랬다. 운명의 상대가 '닥터'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 실패는 불가능함을 뜻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말이다. 


오르카의 중추 장악은 겨울에 접어들 때 쯤 해서 마무리 되었다. AGS는 전부 내 손에 떨어졌고 군사위성들의 통제도 원활했으며 지휘관들의 조치도 끝났다. 에이다의 처리는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우리'답게 뒤처리는 확실했고 흔적은 찾을래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걸까? 아무리 나와 080이었다지만 이건 너무 맥이 빠지는게 아닌가 싶다.


중추를 장악했다는 것은 곧 계획의 성공을 의미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뭘 해도 좋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내려준 소명의 완수를 목전에 둔 상황까지 쉼 없이 달렸던 내게 자그마한 상을 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 상이라. 뭐로 하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던 때에 그가 발걸음을 멈췄다. 오랫만에 그의 교육을 담당하게 되어 함께 훈련실로 가던 중이었다.


발걸음을 멈춘 그가 멍하니 바라보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시선이 도착한 곳은 훈련장 옆에 마련 된, 어린 개체들의 '교육'을 위한 '교실'이었다. 교탁 앞에서 정숙을 요구하는 알렉산드라의 엄한 표정에도 교실은 시끌벅적했다. LRL은 늘 그렇듯 진조 운운하고 있었고 알비스는 단어 하나를 외울 때 마다 초콜릿을 요구했으며 엘라와 아쿠아는 '수업'을 받지 않아도 될 세띠와 엠프리스를 붙들고 보드게임을 즐기는 중이었다.


마치 머나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에 그가 담았던 것은 칭얼대는 LRL과 알비스를 달래고 있던 마리아였다.


"뭘 그렇게 보세요?"


이번에도, 다 알고 있음에도 구태여 물었다.


나는 그에 대해 전부 알고 있음에도 그에게 무언가 물을 때면 항상 구태여 물어왔다.


그의 팔을 당겨 손을 잡았다. 소매가 구겨졌고 양 손으로 쥔 그의 손도 조금 구겨졌지만,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조금… 그립다고 해야 하나요."


"그리워요?"


"…아마도?"


"어떤 부분이? 마리아를 범했던 거?"


절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들어봐도 말투에 가시가 돋혀있었다.


"그렇게 끔찍했는데도?"


그래도 그리워요? 라고 이어서 따지듯 물으려 했는데 그가 선수를 쳤다. 옅은 미소를 곁들이고서.


"뭔가를 추억할 때엔 좋은 것만 생각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추억인거고요."


"…그래요?"


"그렇죠."


"……아하."


"닥터?"


"…교육은 미루죠. 지금은 저 쪽으로 가요."


그렇게 말하고 그의 손을 끌어 교실로 향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그가 멈춰선채로 버텼다. …나는 말 한마디 없이, 시선을 마주치는 일도 없이 그의 팔을 당겼지만 완력에 차이가 있었다.


"닥터, 잠깐만…"  "잔 말… 말고… 빨리, 와! 요!"


당황해하는 그 얼굴을 보고서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싫다면 강제로라도 이 인간을 교실에 쳐박아버리자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복도 한가운데서 몇 분이나 아웅다웅 거렸을까? 마리아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는지 교실 문이 지잉- 하는 구동음을 내며 열렸다. 이 또한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닥터? 인간 님?"


"아…"


그와 마리아가 복도에서 마주한 이후의 기억은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기억나는게 있다면 나는 마리아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었고 그와 마리아는 몇 마디 나누더니 이내 웃음꽃을 피웠다. 바이오로이드를 오물로 여기고 결벽증 환자마냥 가벼운 신체접촉에도 질겁을 했던 그가 마리아에게는 활짝 웃어보였다. 얄궂게도, 그것이 그가 처음 보인 천진한 미소였다. 나에게도 단 한 번 보인 적 없는.


"…"     


나 자신에게 무엇을 상으로 줄까 고민하던게 바보 같았다. 그와 내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딱 하나 존재했으니까. 그래, 이왕 상을 줄거라면 내 주인도 챙기는게 좋겠지.


그 때 즈음해서 C구역의 재건을 계획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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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웨에엑! 케헥!"


야심한 밤, 080생활관의 화장실에서 나는 그의 등을 토닥여 주고 있는 중이었다. 오르카의 대원들, 바이오로이드와 친분을 쌓고 신뢰를 사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성행위라는 고육지책까지 쓸 필요가 있는걸까? 하고나서 이렇게 괴로워 할 거라면 말이다. 바보 같아라. 놀려줄까 생각하다가 그냥 잠자코 등이나 토닥여주기로 했다.


"그렇게 샬럿이 더러워요?"


피식 웃으며 내가 말했다. 그런 종류의 더러움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세상 진지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피식거리는게 더 나았다.


"할거라면 멸망 전의 드라큐리나에게 했던 것 처럼 하면 됐잖아요."


"우읍… 그, 그래서는… 의미가 없어요."


"네, 네. 마저 토하기나 하세요."


음… 샬럿, 샬럿이라. 친화력이 뛰어난 편인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였나? 뭐, 내 주인 님도 인간인 이상 그런 년과 성행위까지 가는 건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귀찮은 영역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혹시 오빠가 알게 된다면 상처받지는 않을까? 아니면 의외로 너그럽게 넘어가줄지도? 아니 애초에, 넘어가냐 마냐의 문제인가? 샬럿이 선택한거잖아. 오빠가 뭐라도 돼? 내 주인 님도 인간인데. 그 년들이랑 눈만 맞으면 몸이야 얼마든지 섞을 수 있잖아.


그렇게 생각해도 개인적으로 열이 받는 건 어쩔수가 없다.


"예행연습이라도 했으면 좋았잖아요. 당신 눈 앞에 좋은 상대가 있는데. 나, 몸만은 바이오로이드인걸요?"


"…말했죠? 장난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샬럿은 되고, 난 안 돼요? 나도 말했을텐데요? 난 당신의 아내나 딸이 아니라고."


"…조용히 해줄래요? 안그래도 기분이 영 안좋으니까."


"명령이라면 조용히 할게요."


물론 명령이라도 얼마든지 지껄일 수 있지만.


"설정된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면은 영락없이 애군요."


"토악질 끝났으면 나가요. 나도 영 기분이 안좋으니까."


"…그리 심하게 말할 필요는 없는데."


"…진심 아닌거 알잖아요."


가글까지 마친 그가 내 앞에 섰다. 그가 바라고있는게 무엇인지 알고있는 나는 양 팔을 벌려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를 품어주기에 내 품은 상당히 비좁았지만 그는 충분하다고 여겼는지 한동안 품에 안겨있었다. 팔로 감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서 떨림이 느껴졌고 그게 참을 수 없어 화장실을 나가 외쳤다. "다 꺼져." 대기하던 언니들을 쫓아내고 그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화장실에서와 동일하게 얼싸안고서.


이끌리듯, 나는 자연스럽게 작은 별 변주곡의 선율을 입으로 연주하면서 자장가를 불렀다. 이런 심정이었구나. 멸망 전의 마리아와 그의 아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장가가 끝나고 몇 분 뒤에 그는 고개를 들고서 '고마워요.' 라며 천진하게 웃었다. 그 날 마리아에게 향했던 그 미소와 똑같은 미소였다. 


"…할래요?"


"또, 또. 안되는 거 알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등을 돌렸다. 나도 반쯤은 농담으로 내뱉은 거였기에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공방에서 가져온 오디오에 전원을 넣고 트랙을 돌렸다. 고요한 생활관에는 '작은 별 변주곡'의 선율만이 떠돌았고 그 사이를 파고들듯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두어번 났다. 울고 있는 듯했다.


웃다가, 울다가, 바쁜 사람이네. 멸망 전의 기억이라도 떠올린 것일까? 샬럿과 몸을 섞어 '그녀'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라도 하는 걸까.


오빠에게 미안하다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그것도 아니라면 이 따위 멸망한 세상에 철저히 절망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짚이는 구석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정확히 꼽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짚이는 모든 게 이유일 수도 있었고, 또 어쩌면 본인도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나 보고 애 같다 할 땐 언제고. 주인 님이야말로 애같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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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를 장악하고, 내 개인적인 욕망과 그를 위한 C구역의 재건이 궤도에 올랐을 때, 그는 또 한 명의 사령관이 되었다. 진즉에 사령관이 될 수는 있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해가 바뀌어서야 사령관이 됐는데, 그가 지휘한 첫 전투는 여러 의미에서 파격적이었다.


파격적인 전술, 파격적인 희생, 파격적인 전과. 


파격적인 승리.


그러나 그 모든 걸 파격적이라 여긴건 순간 뿐이었다. 그 이후에 있던 사건이 더 충격적이었으니까.


오빠가 마리와 레오나의 뺨을 쳤다.


뭐, 칠만했다고 생각했고 마리와 레오나가 뺨을 맞을 만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거란 것도 이해했다.


다만, 그 뿐이다. 설령 마리와 레오나가 그의 나노머신이 주입됐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변명으로 삼을 수는 없다. 마리는 어디까지나 '마리' 였고 레오나는 어디까지나 '레오나' 였다. 그것은 다른 모든 지휘관들도 같았다. 바이오로이드가 아니게 된 것은 오직 나 하나 뿐이었다. 


지휘관급 개체들 모두에게 나노머신이 투입되긴 했지만 그녀들은 얼마 바뀌지 않았다. 당연히 내 주인의 밑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다. 그녀들은 오직 오빠만을 따랐다. 오빠만이 소중했다. 그녀들에게 내 주인 따위, 바이오로이드 된 자의 본능에 따라 '의무적'으로 보호하는 고작 그런 '인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오빠와 지휘관들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들에게 주입된 나노머신은 그저 조금, 그녀들로 하여금 한꺼풀 벗어던지게 하여 솔직하게 굴게 만들었을 뿐이니까. 


지휘관들에게 투입된 나노머신, 나노머신이 보여준 세상, 언제나 솔직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란 어떤 느낌일까? 그 세상 속의 주민이 되었었던 지휘관들은 어떤 기분일까?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하는 오빠에게 할 소리 못 할 소리 다 해버리고 마는 건 어떤 느낌일까?  


굉장히 끔찍하겠지. 가슴 속에서 얼마나 아우성을 쳐대고 있을까.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겠지만 그녀들은 착실히 오빠를 상쳐입혀갔다. 침실에서, 사령관실에서, 함교에서, 훈련실에서, 회의실에서,


모든 곳에서.


오빠는 그렇게 멍들어갔다.


그녀들의 지리멸렬한 이합집산의 반복 속에서, 오빠는 하루하루 마멸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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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려했는데 꾸준히 봐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좆같음을 무릎쓰고 써봤음. 완결도 얼마 안남았고… 


이전보다 짧게 쓰고 대충 휘갈긴거라 퀄이 낮아진 것 같긴한데 걍 썼다는 거에 만족 중. 어짜피 20화 이후로는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이었으니까


다음편으로 진짜 완결


하고싶은 말은 후기에서 다 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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