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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께 허락 맡고 쓰게된 설정 중 하나를 이용했습니다. 

극한의 상황이 오면 인간은 보통 서로 뭉치기보다는 그 곳에서도 자기보다 못 난 놈을 찾고

자기 만족을 찾는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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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끝내고 오후 작업 전 

불굴의 마리는 작업 시작 전까지 털레털레 걸으며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이번에 일은 마리에게 다시 한 번 충격으로 와 닿았었다.

자신들의 존재부정의 연속이었다.

펙스는 자신들이 지휘관으로 있지 않아도 굴러갔었고

자신들은 그저 언제든 쓰다버려질 부품신세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자신들이 쓰다버릴 것 마냥 취급했던 그리고

오르카 사령관의 명령이라는 변명 아래 버리고 떠났던 이들은 오히려 지금 펙스의 

거대한 한 축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마리와 스틸라인은 그런 요안나 아일랜드에게 도움을 받은 꼴이 되었다.


"하..하하...요안나 아일랜드가....이제는 우릴 살리는 처지까지 되었구나..."


마리는 그저 한탄스러움에 괴로워했다.

용서 없는 속죄속에서 자신들은 그저 발버둥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와~진짜 오늘 열 뻗쳐서 머리 터지는 줄 알았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었다.

그 목소리의 정체는 스틸라인 소속 대령인 GS-130 피닉스였다.

그녀는 몇몇 스틸라인 일원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리는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았다.

왜 대장이나 되는 마리가 어째서 대령인 피닉스를 피해 숨어서 보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피닉스, 그리고 그녀랑 같이 있는 스틸라인 무리는 

현재 마리의 지휘권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었다.

펙스에서 죄인으로서 다시 부활하고 불발지뢰밭으로 끌려간 첫 날

피닉스는 이 지시에 거부했었다.

그리고 피닉스는 그 댓가를 치뤘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마리 그 년! 결국 이게 뭐야!

 마리가 그 년이랑 그 인간 놈이 버린 땅이 우리 살리고 있는 처지 잖아!

 내가 왜 이런 거 해야 되는데! 우린 아무 잘못이 없다고!

 그저 그 빌어먹을 인간 놈한테 속았던 것 뿐이란 말이야!

 나도 피해자라고! 나도 그 인간 때문에 죽었었단 말이야!"


마리에 대한 비난을 퍼부으면서 화를 내는 피닉스

당시 피닉스의 말을 펙스는 명령 불이행으로 받아들였고

그녀는 펙스 렘파드들에 의해 지뢰밭 한 가운데로 던져졌었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피닉스는 불발지뢰 첫 희생자가 된 채 수복실로 끌려갔고

수복이 되자마자 바로 지뢰밭에 다시 끌려왔었다.

그녀는 던져지기 전 마리에게 살려달라는 듯이 눈빛을 보냈었다.

하지만 마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마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르카에서도 그랬다. 자신의 말 한 번으로 스틸라인 대원들이 갈려나가

잠수정 부품이 되었다. 

그리고 펙스에서도 자신의 말 한 번으로 지금 

스틸라인 전원이 지뢰밭으로 끌려나가 고통받는 신세가 되었다.

그 때 만해도 피닉스는 마리에 대한 반감심까지는 있지 않았었다.

마리를 이해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반감심을 가져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기에

그러나 일은 터지고 말았다.

이번 지뢰밭에서의 일을 계기로 피닉스는 마리에 존재에 대해 부정하게 되었고

피닉스는 점차 레드후드랑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피닉스! 당신 제정신입니까? 대장의 언행의 반발을 하다니요?"


"하!? 대장? 저 딴 병신 년이 대장? 그럼 내가 그렇게 터져나갈 때는

 왜 안 나섰는데? 레드후드 정신 좀 차려라?

 저 아무것도 안 남은 병신년이 우릴 지켜주고 이끌 수 있을거 같아!

 따지고 보면 이 사태의 원인은 저 병신년이랑 똥별들이 저지른 거잖아! 

 어딜 그런 인간을 세워서는 우릴 이 꼴로 만드는 건데!"


"피닉스!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라고 다를 게 있습니까? 

 당신도 그 인간이 좋다고 따라갔지 않았습니까?!

 근데 왜 이제와서 마리 대장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우는 겁니까!"


"시끄러! 지뢰한 번 안 맞아본 너 같은 년이 뭘 안다고 큰 소리야!"


이렇게 피닉스와 레드후드의 싸움으로 스틸라인은 처음에는

이 둘을 따르는 분파로 사실상 스틸라인이 둘로 분리되버리는 

사태가 일어나게 되었다.

직접 봤을 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처음 피닉스와 레드후드겨우 여단이 될까 말까한 

정도로 살아남은 스틸라인은 피닉스와 레드후드를 따르는 이들로 

분열하고 계속 분열하고 있었다.

피닉스를 중심으로 한 무리, 레드후드를 중심으로 한 무리

둘 다 싫다는 무리, 이도저도 아닌 무리, 그리고 고문관으로 분열되고 있었다.

그렇게 비참함을 느끼던 중 마리는 피닉스 무리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건 마리 대장 잘 못이 맞지 말입니다.

 그 날 마리 대장이 회장님을 찾아갔었던 일 이후로

 저희한테 그나마 있던 휴식 및 정비시간도 없어졌지 말입니다."


"대신 그 다시는 보기 싫은 잠수정을 봐야하는 시간이 들어왔고.."


"솔직히 오르카 건은 나도 할 말 없어..

 전 사...."


말할려던 피닉스가 중간에 흠칫하고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말을 바꾸었다.

피닉스는 오르카에서 해체될 당시 감정모듈이 망가진 후에 죽었다.

그러다보니 그대로 복원시킨 피닉스는 감정모듈 쪽으로 이상이 생긴 채 부활했다.

감정의 표현이 주체를 못 하게 된 채

널을 뛰게 되었다. 하지만 특정 단어만 나오면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바로 전 사령관이라는 말이었다.


"ㅍ..펙스 회장님을 버린 건 똑같았으니까..하지만 펙스에 오고부터는 달라!

 마리 그 빌어먹을 년!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어떻게 그런 년이 대장이 되었는지 몰라!

 자기 부하가 지뢰밭 한 가운데에 내던져지는데도 그걸 보고만 있냐고!"


그 말에 같이 있던 스틸라인 일원들이 동조했다.


"맞지 말입니다! 또 애초에 우리가 이런 곳에 오게 된 원인도 마리대장 때문 아닙니까?"


"그건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애초에 마리 대장이 그런 식으로 회장님 화만 안 돋구었어도..."


"대장이면 뭐....다 말로 하면 되는 줄 아나봐?"


피닉스와 같이 있던 브라우니, 레프리콘, 이프리트의 말에 마리는

앙팔을 움켜쥐고 주저 앉았다. 숨이 가빠졌다.

마리는 알 수 있었다. 이 곳에 자신을 위한 공간은 없다는 것을

그 때


"저..저기.."


"오~이제야 왔네? 이리 와! 이 고문관 썅 년들!"


피닉스가 누군가에게 거칠게 말하며 불렀다.

그녀들은 노움-1941과 이프리트-950이었다.

그녀들은 지금 스틸라인에서도 아니 오르카 일원 전체한테

고문관으로 낙인찍힌 상태였다.

전 사령관을 다시 만난 그 날 이 둘이 한 말이

전 사령관의 입을 통해 오르카 전체가 들을 정도로 크게 나왔었고 그 날 이 후 이 둘은

스틸라인 내에서 암묵적으로 고문관으로서 낙인이 찍혀버린 채

누구하나 도움도 못 받은 채 둘만 같이 다니고 있다.

한 번은 지뢰 제거 작업 중 다른 스틸라인 일원에 의해

지뢰가 매설된 땅으로 이프리트-950이 밀쳐져서 다칠 뻔한 적이 있었다.


"병장님!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어? 넘어질 뻔했습니까? 그러니까 걸리적 거리게 있지 마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브라우니-7302!"


"맞는 말이지 말입니다."


다른 브라우니가 말하는 소리에 노움-1941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있던 건 마지막에 해체된 브라우니인 브라우니-1357이었다.


"브라우니-1357."


"틀린 말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벌을 받고 있는 처지인데

 그렇게 거슬리기만 하고 도움도 안 줄거면 

 차라리 지뢰 밟고 터지는 게 몇 배는 더 낫지 않겠습니까?"


"지금 말이라고!"


"그럼 노움 상병님과 이프리트 병장님은 말이라고 회장님한테 그렇게 말했습니까?"


브라우니-1357의 말에 노움과 이프리트는 아무말도 하질 못했다.


"나 놔줘. 노움."


"병장님."


"그냥 놔줘..내가 알아서 할게.."


"..."


이프리트-950은 입술을 씹으며 노움의 부축을 거부하고 일어나려 했다.


"놔주실 거면 빨리 놔주시죠? 둘이서 레즈물 그만 찍으시고."


상관에 대한 험담에 결국 노움이 브라우니-1357에게 분노하여 말했다.


"1357당신! 당신은 그렇게 말할 자격있어요!

 우리나 당신이나 다를바가 있냐고요!"


"다를 바 있죠! 지금 그 쪽들은 공공연히 회장님 욕한 년들로 낙인 찍힌 상태니까. 

 즉 당신들은 스틸라인에서 마리 대장 다음 가는 악질이라는 겁니다.

 그런 처지인데 정신이나 차리고 처신이나 잘 하고 사시는 게 도움이 될 듯 한데 말입니다.

 거슬리게 하실거면 둘 다 지뢰나 밟고 터져버리라 이겁니다."


브라우니-1357은 그렇게 말하고는 점심시간 종에 맞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자리에는 노움-1941과 이프리트-950만 남아있었다.

둘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에게 복종 받도록 만들어졌으나

성격 등을 따지면 인간과 비슷하다.

한 무리가 있으면 무리는 그 중에서 제일 못난 자를 찾으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만들려고 한다. 

절박하면 절박할수록 더더욱 그렇게 행동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저거보다는 낫구나라는 자기위로를 받으려고.

그런 스틸라인에 있어서 전 사령관에게 악담을 했었고 그게 전 사령관

입을 통해 공공연하게 알려진 노움-1941과 이프리트-950은 딱 맞는 자들이지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만들어오라고 한 건 가져왔냐?"


"네..네에.."


"여기요.."


둘은 피닉스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것은 종이에 돌돌 말려있는 담배풀이었다.


"이제야 가져오기나하고? 도대체가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러니까 고문관 취급 받는거지."


둘은 피닉스의 비난어린 말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억울하다는 듯이 짓는 둘의 모습에 피닉스가 노려보며 말했다.


"왜 꼽냐? 너희가 애초에 꼬울 자격이나 불만을 가질 가격이나 있어?

 회장님을 면전에서 욕했던 년들이 그럴 자격이나 있어?"


"아..아닙니다.."


"으으.."


"야 내가 고맙지도 않냐? 너희들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쯩 어디 다른 년들한테 

 찍혀서 뒤지게 처 맞았을거야. 존나게 고맙지 이 년들아?"


"ㄴ..네에..."


노움과 이프리트는 불안감에 떨었다.

확실히 피닉스 덕분에 다른 일원들의 대한 폭력은

줄었었다. 하지만 둘은 다른 이유로 불안해하고 있었다.그것은 피닉스가 기쁘게 담배풀을 받고 피려던 중에 또 찾아왔다.

피닉스의 감정모듈이 또 다시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근데....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냐?"


그 말과 함께 이어진 건 둘을 향한 피닉스의 폭력이었다.


"악! ㅍ...피닉스 대령님!"


"진정하세요....제발.."


"내가 갑자기 열 받잖아! 너희 같은 고문관도 이렇게 거둬줬는데

 왜 내가 이런 취급받게 못 받냐고!"


피닉스의 폭력에 노움과 이프리트는 그저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피닉스에게 내쳐지면 자신들은 다시 누구에게 기댈 곳도 없는 고문관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마리는 한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녀는 피닉스가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스틸라인 일원들이 더 이상 자신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마리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쭈그려 앉아 신세한탄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피닉스의 폭력은 감정모듈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이어졌고

마리는 그 자리를 그저 조용히 떠났다.

자신이 말한다고 들어줄 피닉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리는 점점 줄어만가는 자신의 입지를 계속 마주하게 되었다.


한 편 이런 피닉스의 행동을 몰래 찍는 이가 있었다.


"안 됐습니다. 피닉스 대령님.

 미안하짐나 당신이 제 제물이 되어 주어야 겠습니다."


찍힌 영상 속에는 피닉스가 담배풀을 받는 모습과 노움과 이프리트를

구타하는 피닉스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찍는 이는 브라우니-1357이었다.

필요한 영상을 다 찍은 브라우니-1357은 그 자리를 떴다.


"여유부리고 계시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피닉스 대령님은 적이 없을 줄 알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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