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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회의는 순조롭게 보쌈(?) 작전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었음.

물론 정말로 무턱대고 밀어붙이기로 한 건 아니었고, 닥터 - 알프레드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기 시작한 - 와 기술반의 상세한 검수가 선행되었어.


- 확실히, 그 정도로 강력한 세뇌 모듈이라면 물리적으로 제거한다고 해도 후유증은 남을 거야.

 거기에 본체 쪽에서도 제거되었다는 걸 틀림없이 눈치채겠지.

- 네. 리더도 그렇게 말했었어요.

- 그래서 하나 정도를 입수하면 제가 역으로 본체를 해킹할 코드를 만들어 낼 계획이었습지요.

-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직접 중앙 제어실까지 접근해야 하는 시점에서 무모할 만큼 위험하거든?

- 애초에 바이오로이드의 모듈에 간섭하는 시점에서 상당한 리소스를 할애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니까.

 무식하게 떼어내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거지, 샘플 하나 정도만 있어도 세뇌의 영향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 정도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어.

 물론 알프레드 오빠가 협력해준다면 훨씬 편할 테고~?

- 히, 히익?!


알프레드는 알프레드대로 닥터에게 진심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세세한 부분을 배려할분위기는 아니었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주민들에게서 관심을 끊는 태도에서 미루어보면, 인질 같은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도 괜찮겠지.

 여기서는 상대의 반응을 볼 겸 우선 한 명을 확보해 세뇌를 해제하는 방법을 찾아내자.

 그 후에 기술이 확립되면 단번에 마을 전체를 제압하고 세뇌를 푸는 거야.

 그 사이 전투 부대는 AGS 측의 반응을 확인할 겸 주변 정찰과 확보를 계속 진행해 줘.


이후 직접 현장에 나설 지휘관들의 의견이 더해진 끝에, 심플한 만큼 건실한 방향으로 방침이 정리되었어.


*   *   *


그 후의 전개는 정말 아무런 트러블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음.

최초의 대상 한 명은 팬텀이 소리 소문 없이 납치해 왔고, 그대로 알프레드와 기술팀이 달라 붙은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뇌의 영향을 완전히 떨쳐내는 것에 성공했지.

하나하나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건 코스트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귀걸이를 떼어냄과 동시에 세뇌 효과를 완전히 제거하는 장치를 만드는 작업도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고.


오르카 호의 오버홀이 필요 없어진 대신 이 쪽에 투입된 꼴이 된 그렘린은 죽는 소리를 내었지만 알프레드의 존재 덕분에 그럭저럭 의욕은 유지하고 있던 모양이야.


우려했던 로버트 - AGS측의 대응도 별다른 변화는 없어서, 스틸라인과 아머드 메이든을 주축으로 산발적인 교전이 벌어지는 정도였어.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무리지으면 제대로 된 포상 휴가를 선사하겠다는 사령관의 약속 덕분에 다들 의욕도 충분했고, 가끔 후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심각한 패배나 중상자도 나오지 않았고.


여기까지 틀어진 시점에서 원작 지식이 별 의미가 없을 건 확실했으니, 리제도 느긋하게 후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지.

물론 아주 노는 건 아니고,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스노우 페더를 다독여줄 겸 안내라는 명목으로 같이 붙어 다니고 있었어.


새로운 자매를 맞이할 틈도 없이 현장 지휘관의 호위에 투입된 컴패니언들이 질투하려나, 같은 생각도 슬슬 흐릿해지고, 처음에는 어색함이 남아있던 스노우 페더도 써니에 이끌린 끝에 그럭저럭 익숙하게 자신이 기억하는 섬의 광경을 이야기하면서 살짝 미소를 띄우기도 하게 되었음.

그리고 어느새,


- 오늘, 이네요.


요정 마을을 습격… 은 어감이 영 별로고, 해방하기로 한 작전의 결행일이 되어 있었지.


- 역시 직접 참가하고 싶었나요?

그런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이번엔 제가 리더를 구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결국 뒷짐만 지게 되었고.

 오히려 아저씨 쪽이 더 고생하고 계시고….

- 무슨 소리야, 사령관님을 만나서 도움을 청한 것만 해도 충분히 노력한 거라니까!

- 응.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써니.


원작의 감동적인 장면이 아쉽지 않냐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마음고생 덜 할 수 있으면 그게 최선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제는 작전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을 요정 마을 방향을 바라보다가-


- 부관! 무사하지!?


절박한 표정으로 날아온 하르페이아, 그리고 그 뒤를 헐떡이며 따라온 엘븐과 다크엘븐을 발견했음.

거기에 마침 컴패니언을 대신해 호위로 붙어있던 건 바닐라와 금란.

……이 멤버, 뭔가 기시감이랄까 불길함이 느껴지는데.


- 저는 무사해요. 무슨 일인가요?

- 방금 무전을 받았는데…….

- 마을에 문제가 있었나요?!

- 아니, 그 쪽은 잘 풀렸어. 오히려 맥빠질 만큼 쉬웠지. 그런데….

- …양동입니까?

- 응. 그것도―


까지 말한 순간, 금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음.


- 이쪽을 향하는 지면의 진동… 기억에 있습니다.

 ―타이런트입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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